“7월 김규현 원장 “박지원 수사의뢰” 보고에
尹 직접 고발 지시…이튿날 대검찰청에 고발”
700여 쪽 ‘피격 은폐 사건’ 1심 판결문에 담겨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해 있다. 2025.09.26.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해 공무원 피살 은폐 의혹’ 사건과 관련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에 대해 고발하라고 2022년 7월 국정원에 직접 지시한 내용이 판결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700쪽 남짓한 분량의 ‘서해 공무원 피격 은폐 사건’ 1심 판결문에는 윤 전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사건 처리와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했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 7월 5일 오전 9시 30분경 김규현 당시 국정원장이 윤 전 대통령에게 ‘박 전 원장 등을 수사 의뢰하겠다’는 취지로 보고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국정원이 직접 고발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김 전 원장은 당시 윤 전 대통령에게 가져간 보고 문건에 ‘대통령 고발 지시’라는 메모를 적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실제로 국정원은 윤 전 대통령이 지시한 다음 날인 7월 6일 박 전 원장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국방부와 해양경찰청이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공무원 고 이대준 씨에 대해 “월북이 추정된다”고 했다가 입장을 번복한 과정에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내용도 판결문에 담겼다. 앞서 국방부와 해경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6월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기존 입장을 바꿨다.
이러한 국방부와 해경의 입장 번복이 2022년 6월 10일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주재로 진행된 ‘서해 피격 사건’ 관련 회의에서 결정됐다는 내용이 판결문에 담겼다. 당시 회의에는 해경과 국방부 실무자들이 참석했는데 ‘기존 보고서와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는 취지의 국방부 측 의견에 김 전 1차장은 ‘국방부 입장이 약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감사원 감사와 국정원의 고발이 이어졌고 검찰은 수사에 착수해 같은 해 12월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의 핵심 인사들이었던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 전 원장 등 5명을 남북 관계 악화를 우려해 사건을 은폐하고 월북으로 발표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6일 이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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