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 쏟아진 강남, 현금부자 ‘줍줍’…대출 막힌 강북은 버티기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2월 22일 17시 41분


뉴시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는 설 연휴 직후인 19일 전용면적 183㎡가 91억9000만 원에 매물로 올라왔다. 같은 평형대가 지난해 12월 128억 원에 최고가 거래된 것보다 36억1000만 원 낮은 금액이다. 이 매물 외에도 100억 원 이하 매물은 15건으로 대부분 ‘급매’ ‘빠른 계약 가능’ 등의 문구와 같이 올라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X를 통해 “5월 9일 만기인 다주택자 양도세 면제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호가보다 수억 원씩 낮은 가격에 부동산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급매물 거래로, 양도세 중과 면제를 받을 수 있는 5월 9일까지 추가 매물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달 22일 5만6216건에서 이날 기준 6만7726건으로 약 20.4%가 늘어났다. 25개 구 모두 매물이 늘어났는데, 성동(51.3%), 송파(43.4%), 동작(36.7%), 강동(34.6%), 광진구(31.8%) 등의 순이었다.

가격 상승세도 둔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2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0.22%)보다 0.15% 올랐다. 특히 강남 3구(서초, 강남, 송파)에서는 서초구(0.13%→0.05%)가 상승 폭이 가장 크게 줄었다. 송파(0.09%→0.06%), 강남구(0.02%→0.01%) 모두 상승률이 떨어졌다. 강남구의 경우 4주 연속 상승폭이 축소되며 1~2주 후 하락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남권에서는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급매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설 직전에 70대 다주택자 집주인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30평대 아파트를 호가보다 2억 원 낮춰서 거래했다”며 “자식한테 물려주고 증여세 내기보다는 양도세 중과를 피하는 편이 유리해 이번 기회에 팔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송파구도 상황은 비슷하다. 6864채 규모 신천동 잠실파크리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달 들어 10건은 거래된 것 같다. 지난달 말 28억 원까지 거래됐던 전용 59㎡가 2억 원 낮춘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며 “다주택자들이 가격을 낮춰 내놓으니 이 기회에 ‘현금부자’들이 매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북에서도 매물이 늘어나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매수세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10·15 부동산 대책 이전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규제지역이어서 현금으로 매수해야 했던 강남권과 달리, 전세를 끼거나 대출을 최대한 받아 매매하던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마포구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는 “집주인 입장에선 강남에 비해 양도세나 보유세 부담이 크지 않아 버틸 수 있고, 매수자 입장에선 대출이 안 나와 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며 “매물이 쏟아지거나 거래가 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광진구의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연세가 있는 분들과 40, 50대 다주택자 분위기가 확실히 갈린다”라며 “젊은층은 현금 흐름이 있으니 버티겠다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노원구의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직전 최고가보다 2000만~3000만 원 낮은 금액에 매물이 나와 있는데, 매수자들이 더 떨어질 걸 생각하고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집주인은 최대 2년 이내에 실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 전역의 전세 품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선호 지역일수록 전세 매물은 줄어들고 실거주 위주로 재편될 거라는 전망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점이 지나고 매수자들이 속속 실거주를 하게 되면 올해 9~10월에는 전세 부족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도세 중과#부동산#다주택#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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