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부과를 위한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어떤 무역법도 (위법 판결이 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처럼 신속하고 간단한 관세를 가능하게 하는 건 없을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미국 대법원의 관세 위법 판결에 격분하며 “미국 대통령이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모든 무역법과 권한을 동원해 더 강력한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고려할 대안들이 각각 적잖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시도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무역에 상당한 혼란이 초래되겠지만 이번 판결로 ‘트럼프표 관세’의 근간은 사실상 무너졌다는 것이다.
● 트럼프의 ‘플랜B’ 난제 “338조 주목”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판결 직후 트루스소셜을 통해 △1962년 무역확장법(제232조) △1974년 무역법(제122조, 제201조, 제301조) △1930년 관세법(제338조) 등을 활용해 더 강력한 관세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 그는 이날 즉시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시 대통령에게 최장 150일에 한해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허락하는 122조를 활용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하지만 이는 150일만 유효하다”며 “이후에는 의회 승인을 받아야 연장할 수 있는데 11월 중간선거가 있는 만큼 많은 표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122조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최고 145%의 관세 같은 건 만들어낼 수 없고, 현재의 무역 적자가 122조 발동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해서도 소송이 예상된다”며 “122조는 단기 대책으로, 새로운 관세 전략을 세울 시간을 벌어주는 용도”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대체카드인 232조는 대통령이 국가 안보상 이유로 특정 부문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32조에 근거해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목재에 관세를 부과했고 현재 의약품, 반도체 및 기타 첨단 기술 제품에 대해 조사 중이다. 다만, 232조는 국가 안보 위협에 대한 조사가 완료돼야만 관세 부과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과 같은 즉각 발효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근거로 활용한 301조 역시 대상 제품의 불공적 무역 관행을 입증해야 한다. 이 같은 조사에는 통상 1년 이상이 걸리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150일 내에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기존 조사 마무리 및 추가 조사 개시에 전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제이미슨 그리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판결 직후 성명을 통해 “301조에 기반해 주요 무역국의 주요 무역 품목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눈여겨 보고 있는 것은 338조다. 미국과의 무역을 차별한 국가에게 대통령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338조는 당초 거의 100여 년 전 만들어져 사문화된 법령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워싱턴DC의 싱크탱크인 카토 연구소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사용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게 338조”라며 “관세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차별’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며, 대통령의 즉시 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법적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마냥 높은 관세를 밀어붙일 수는 없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중간선거를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이미 물가 상승에 대한 비판이 뜨거운데, 이를 심화시킬 관세 인상을 이어갈 경우 선거 참패와 레임덕 심화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관세 판결 당일 발표된 워싱턴포스트(WP)와 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4%는 관세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상황이다.
● 기업들 환급 소송 봇물 “안하면 엄청난 리스크”
한편, 전 세계 기업들은 이번 판결로 그간 납부한 관세를 환급받을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IEEPA에 근거해 관세를 부과받은 기업은 30만1000여 곳, 수입품 건수는 3400만 건으로 액수는 1345억 달러 규모에 달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최대 할인유통기업 코스트코를 비롯해 이미 1500개 넘는 기업들이 관세 환급 소송을 걸어 놓은 상태”라며 “이 중 4분의1은 해외에 모기업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이 환급 방식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FT는 “국제무역법원(CIT)이 사건을 맡을 가능성이 높지만 어려운 문제가 생길 경우 대법원까지 다시 항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가 매우 불확실하며 환급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 통신은 “법원에서 만약 기업들에게 항의할 의무가 있었다고 판결하면 (소송을 하지 않은) 기업들은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며 “항의하는 데에는 아무런 불이익이 없지만 항의하지 않는 기업에는 엄청난 리스크가 뒤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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