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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임우선]장애교원 뽑지 못한 벌금, 20년만 장애학생에 쓰자자식이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는 어떻게 할까. 무엇보다 교육 뒷바라지를 열성으로 한다. 일단 의대부터 합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나 교수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단 교·사대에 가서 임용고시를 보거나 대학에서 석·박사를 해야 가능하다. 결국엔 ‘교육’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교육에는 눈감은 채 누군가가 교사나 교수가 되길 바라는 정책이 있다. 바로 정부의 ‘장애인 고용촉진법 개정안’이다. 고용노동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현행 3.4%에서 2024년 이후 3.8%로 상향하겠다는 개정안을 내놨다. 얼핏 보면 지극히 옳고, 진즉 그랬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그 속을, 특히 교육 공공분야를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치 않다. 개정안대로라면 전국 공립 유초중고교 교사를 비롯해 국공립대 대학교수도 공무원인 만큼 3.8%로 상향될 장애교원 비율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교·사대에 진학하거나 석·박사 과정까지 밟는 장애학생이 턱없이 적은 게 문제다. 그러다 보니 장애교원을 더 뽑기 위해 매년 교원 신규채용의 6.8%(2020년 기준 858명)를 장애지원자에게 할당해도 의무고용률이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다. 앞으로 매년 900명씩 7년을 더 뽑아도 3.4%를 채울까 말까다. 그런데 목표치가 더 오른다니 교육계에선 ‘악’ 소리가 나온다. 교육계가 비명을 지르는 이유는 의무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일종의 ‘벌금’ 격인 장애인 고용분담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명이 미달될 때마다 연간 적게는 1300만 원에서 많게는 2150만 원을 내야 한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장애교원을 뽑지 못해 낸 돈은 총 385억 원이다. 교육부문 장애인 고용이 전 분야 꼴찌다 보니 학생 교육에 써야 할 385억 원이 고용분담금으로 나간 셈이다. 국공립대도 장애를 가진 교수를 못 뽑으면 ‘벌금’을 낸다. 한 국립대는 지난해 교내 장애학생 지원에 8000만 원을 썼는데 정작 ‘벌금’으로는 1억2000만 원을 냈다. 이 돈은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10년 넘게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벌금만 늘어나니 결국 장애학생 지원금을 줄여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교육계의 벌금은 장애인 고용기금으로 들어가 의무고용률을 달성한 사업장 지원에 쓰인다. 고용부로서는 의무고용 목표치도 높이고 고용기금도 확보하니 실속 있는 정책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장애교원 고용을 늘리는 데 도움을 못 준다는 점에서 한계 또한 분명해 보인다. 정부가 진실로 교육계에 장애교원을 늘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교육 분야의 ‘벌금’만큼은 고용기금이 아닌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기금에 쓰이도록 강제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모든 장애학생이 집 근처에 있는, 원하는 특수학교에 진학해 질 높은 교육을 받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스스로의 꿈을 제한하지 않도록 집중적으로 밀어줘야 한다. 그렇게 20년만 투자하면 교·사대에 진학하고 박사까지 끝낸 장애학생들이 다수 배출돼 세상을 바꿀 것이다. 그럼 장애인 고용률 3.8%가 아니라 13.8%도 이뤄낼 수 있다.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imsun@donga.com}2021-06-12 03:00
‘텅빈 대학’ 만들어낸 ‘교육부 선배님들’은 어디에[광화문에서/임우선]“어떻게 보면 선배님들이 후배들에게 너무 큰 짐을 남긴 거죠. 이건 뭐 방법이 없잖아요.” 언젠가 교육부 관계자가 이렇게 토로했다. 대학에 갈 학생 수는 하염없이 줄어드는데 대학만 남아도는 현실을 두고 한 얘기였다. 그가 말한 ‘선배님’이란 1996년 당시 김영삼 정부 기조에 발맞춰 일명 ‘대학설립준칙주의(준칙주의)’를 도입했던 교육부 관료들을 지칭한 것이었다. 준칙주의 도입 이전 국내에서는 까다로운 인가를 거쳐야 대학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산업계에 대졸 인력이 부족하고 재수, 삼수생이 넘쳐나니 대학을 더 만들자”는 논리에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만 갖추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는 준칙주의가 도입됐다. 지금 보면 황당할 정도로 근시안적인 이 제도로 인해 2011년까지 60개가 넘는 대학이 생겼다. ‘교육부 선배님들’은 대학 설립 문만 열었지 관리 감독은 뒷전이었다. 전국 곳곳에 등록금만 받고 교육은 뒷전인 ‘횡령대학’이 나와도 제대로 감사조차 안 했다. 아니, 오히려 일부 관료는 ‘교피아’(교육부 마피아)란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학을 권력의 발판 삼아 뇌물을 받는 등 기생했다. 덕분에 부패 사학들은 더욱 세를 불렸다. 2000년대 들어서는 초저출산 시대가 열렸다. 계속 많을 줄 알았던 학생 수가 ‘반타작’ 났다. 지금 40대 초반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 2000년 즈음엔 응시자 수가 87만 명에 달했다. 지난해는? 43만 명이 안 된다. 올해 지방대들은 그 타격을 온몸으로 받았다. 2년 전 7400명 수준이던 미충원 규모가 올해 4만 명대로 급증하며 충원율이 70% 밑으로 떨어진 지방대도 나왔다. 3년 뒤 미충원 규모는 10만 명을 넘게 된다. 지난해 신생아는 고작 27만 명. 이들이 대학에 가는 17년 후는 그야말로 ‘노답’이다. 뒤늦게 교육부는 20일 “지방대는 물론이고 수도권대도 정원 감축을 하라”고 칼을 빼들었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학생들의 선택을 못 받는 경쟁력 없는 대학만 정원을 줄이는 게 맞다. 하지만 그럼 지방대부터 죽는 게 문제다. 정부에는 무너진 지방대를 뒷감당할 능력이 없다. 학생들이야 인근 대학에 편입시킨다 쳐도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명인 교직원과 그 가족들, 그리고 이들로 인해 돌아가는 지역 경제는 부양할 방도가 없다. 지방대가 무너지면 연금을 낼 교직원이 줄어 가뜩이나 ‘2029년 적자설’이 나오는 사학연금도 흔들릴 수 있다. 대학의 너른 부지와 텅 빈 건물도 골치다. 옛날부터 교육계엔 ‘대학 건물은 복도도 넓고 방도 많아 요양원으로 쓰기 딱’이란 우스개가 있었는데 20일 한계대학 청산 방안에는 정말로 대학을 노인복지시설로 전환하는 안이 담겼다. 쪼그라드는 인구, 쪼그라드는 대학, 쪼그라드는 국가의 미래를 보며 ‘교육부 선배님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모두가 ‘고통 분담’을 강요받는 지금, 연금을 수령하며 잘 살 그들은 어떤 고통을 분담하고 있나. 정책실명제가 그때도 있었더라면 과연 얼굴이나 들 수 있을까. 지금 우리는 후세에 고통을 떠넘기는 정책을 만들고 있진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imsun@donga.com}2021-05-22 03:00
[광화문에서/임우선]조희연 교육감이 방관한 ‘실세’ 비서실장의 월권‘비서실장이 교육감인가.’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읽다가 든 생각이다. 보고서에는 서울시교육청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 등 5명을 특별 채용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정황이 상세히 담겨 있다. 그런데 여기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상으로 주연급 역할을 한 것으로 기록된 인물이 있다. 바로 조 교육감의 비서실장 한모 씨다. 보고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2017년부터 조 교육감에게 자신들이 특정한 해직 교사들을 특채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조 교육감은 특채를 추진하려 하지만 담당 국·과장들이 ‘그건 안 된다’며 반대한다. 그러자 조 교육감은 실무 직원에게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으라’고 말한다. 이때부터 담당 과장, 국장, 부교육감 등 중간간부를 모두 ‘패싱’한 특채가 시작된다. 한 비서실장은 전교조 간부 출신으로, 2016년부터 서울시교육청에 들어와 정책보좌관, 선거본부장 등 다양한 자리를 오갔다. 감사원은 그에 대해 직무상 채용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데도 인사담당 직원을 직접 지휘했고, 심사위원 구성조차 절차를 무시한 채 자신의 지인들로 채워 넣었다며 경징계 이상을 요구했다. 어떻게 비서실장이 이럴 수 있나. 정상적인 조직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비서실장이 논란이 된 건 처음이 아니다. 5년 전에도 조 교육감의 최측근인 조모 비서실장이 급식시설 공사와 관련해 특정 학교에 특별교부금 22억 원이 배정되게 하고 담당 건설업체로부터 5000만 원의 뇌물을 받는 등 각종 비리를 저질러 결국 징역 6년형을 받았다. 당시 더 논란이 된 건 비서실장의 ‘의원면직’(사표 수리) 과정이었다. 원래 공무원의 사표는 비리나 징계에 연루돼 있지 않은지 사전 조회한 뒤 이상이 없어야 수리가 된다. 그런데 조 비서실장은 검찰이 ‘현재 수사 중’이라고 서울시교육청에 통보를 했는데도 면직 처리가 됐다. 알고 보니 인사 담당 여직원은 해당 공문을 받고도 이를 담당 과장과 부교육감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중간간부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면직을 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 일은 조 교육감이 핀란드 출장 중일 때 일어났다. 교육감이 ‘꼬리 자르기’를 한 건지 아니면 정말 몰랐던 건지, 또 교육감이 없는 동안 이 모든 걸 지휘한 자는 누구인지를 두고 교육계의 뒷말이 무성했다.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묵인했거나 지시했다면 조 교육감도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었다.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 일련의 사건들을 들여다보면 과연 서울시교육청이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 맞나 싶을 정도다. 조직의 정상적인 의사결정 구조나 원칙이 작동하지 않고, 교육감의 방조 아래 전교조나 진보 정치권에서 넘어온 몇몇 ‘실세’ 간부의 월권이 횡행하는 곳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매년 10조 원의 예산과 10만 명의 교직원 인사를 관장하는 서울시교육청의 민낯이다.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imsun@donga.com}2021-05-01 03:00
[광화문에서/임우선]“우린 백신 언제 맞나요?” 캠퍼스 잃은 한국 대학생올해 서울 A대 신입생이 된 김모 씨의 ‘대학 생활’ 이야기가 짠하다. 3월 개강 후 그의 하루는 대체로 이렇다고 한다. 일단 집에서 밥을 먹고 노트북 컴퓨터를 챙겨 집 앞 카페로 간다. 거기서 동네 친구들을 만난다. 이들은 함께, 그러나 각자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온라인 강의에 접속해 수업을 듣는다. 그러다 다시 집으로 헤어진다. 말이 대학 생활이지 거의 ‘동네 생활’ 내지는 ‘가정 생활’이다. 일생에 한 번뿐일 대학 새내기의 봄이 이렇게 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이 시대의 캠퍼스 라이프를 그야말로 ‘동결 건조’시켰다. 대학의 목적이 전공 공부를 하고 학점을 따는 것에만 있다면 차라리 쉬웠을지 모른다. 세련된 동영상 강의를 ‘버벅거림’ 없는 초고속 랜선에 올려 태우면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는 대학이란 공간을 입시 전문 단과학원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다. 대학의 진짜 의미는 ‘인간 확장’에 있다. 대학은 스무 살이 돼 어른의 문을 연 청년들이 처음으로 내가 속한 교실, 내가 다니던 학교, 내가 살던 동네를 떠나 새로운 세상과 조우하는 곳이다. 기존에는 만날 수 없던, 다양한 곳에서 온 다채로운 배경의 인간 군상을 만난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생경한 사투리 속에 서로 다르게 살아온 각각의 배경과 사연을 알아가며 내가 몰랐던 인생의 스펙트럼을 이해한다. ‘스스로의 알을 깨는’ 이런 경험이야말로 대학에서 얻는 가장 소중한 가치다. 대학에서 맺은 관계는 때로 평생 인연이 된다. 학문적 내용을 함께 이해하고 세상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같이 하며 ‘솔메이트’, ‘학문적 동지’, ‘사업 파트너’ 등 다양한 관계가 생성된다. 실제 대학을 매개로 태어난 기업은 셀 수 없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대학의 사회적 가치다. 코로나19가 대학 교육에 끼친 가장 나쁜 영향은 이 같은 인간과 사회의 화학적 발전을 파괴한 데 있다. 최근 본보와 인터뷰한 오세정 서울대 총장 역시 “대학은 사회적 교류도 중요한데 학생들이 모여 토론도 하고 동아리 활동도 할 수 있는 그런 게 전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오죽하면 서울대, 연세대 등 일부 대학은 신속 분자진단 검사 등을 써서라도 대면수업을 늘려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사 신뢰도 논란에다 대학 내 집단감염마저 계속되고 있어 언제 대면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백신이다. 미국은 일찌감치 초여름까지 모든 성인이 백신을 접종받게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실제 그렇게 되고 있다. 덕분에 미국 대학들은 요즘 가을학기 계획 짜기에 한창이다. 코넬대, 브라운대, 럿거스대 등 여러 대학이 대면수업을 전제로 모든 학생에게 가을학기 시작 전 백신 접종 완료를 요구했다. 접종을 증명하면 기숙사 입소를 허용하고 마스크 착용 의무를 면제해 주겠다는 대학도 있다. 백신 조기 확보에 실패한 한국에서 대학들의 가을 상황은 어떨까. 여전히 대학생들이 달랑 마스크 한 장에 의지해 동네 생활을 이어가는 건 아닐까. 대학이 미래의 국력이라면, 두 나라의 미래는 아주 달라질 수밖에 없다.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imsun@donga.com}2021-04-10 03:00
[광화문에서/임우선]코로나 시대, 아이들 교육은 누가 버렸나“엄마! 지금 몇 분이야?” 초2 자녀를 둔 학부모 강모 씨는 요즘 속이 탄다. 아이가 올해 2학년이 됐는데도 아직 시계 읽기를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시계 읽기는 초1 수학에 나온다. 하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교를 거의 못 갔고 아이는 여전히 분 계산을 헷갈려 한다. 맞춤법도 심각하다. ‘눈아(누나)’, ‘노랏따(놀았다)’, ‘개산(계산)’…. 강 씨는 “일을 그만둬야 하나, 과외를 알아봐야 하나 별생각이 다 든다”고 말했다. 본보가 지난해 보도한 ‘코로나가 바꾼 학교―중간이 사라진 교실’ 시리즈에서 “지금 아이들 학력격차가 큰일이니 교육당국이 빨리 대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게 이미 8개월 전이다. 하지만 올해도 학부모들 태반은 ‘나아진 게 없다’는 반응이다. 물론 새 학기 들어 등교 일수와 실시간 수업 시간이 늘긴 했다. 하지만 그뿐. 지난 한 해 배워야 할 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을 파악하기 위한 진단과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특히 수학처럼 위계가 있는 학문은 앞을 모르면 뒤를 배울 수 없는데도 그렇다. 예컨대 초등의 경우 초1 때 수 개념을 익히고 두 자릿수까지 덧셈 뺄셈이 돼야 초2 때 나오는 세 자릿수 계산 및 곱셈을 이해할 수 있다. 초2 과정을 모르고 초3으로 넘어오면 연달아 이어지는 나눗셈 곱셈 및 시간 계산, 분수와 소수를 소화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올해 정책은 지난해 생긴 교육 구멍까지 메워 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한 학부모는 “며칠 전 줌(Zoom)으로 열린 학부모 총회에서 선생님도 ‘막상 2주 수업을 해보니 너무 심각해서 고민’이라고하더라”고 전했다. 전국 교실마다 이렇게 새 학년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아이들이 존재하는데 왜 교육부, 교육청, 학교, 교사 어느 누구도 책임 있게 나서지 않을까. 교육부는 언제나 “초중고 교육은 교육청 소관”이란 입장이다. 한번쯤 정책 리더십을 발휘할 법도 하건만 교육계의 수장은 어디로 갔는지 존재감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교육청은 현장에서 원치도 않는 협력교사 몇몇을 보내고 생색을 내거나 “학교 자치”를 외친다. 학교들은 “현장은 코로나19 대응만도 벅찬데 무슨 소리냐”고 답답해한다. 많은 맞벌이 가정과 취약계층 학생들은 학교 수업 전후로 돌봄교실을 이용한다. 이때를 활용해 교사들이 돌아가며 보충수업을 해주면 좋겠다는 학부모들도 있지만 ‘돌봄은 돌봄교사가 할 일’이라는 교직사회의 선 긋기는 철벽처럼 공고하다. 덕분에 아이들은 홀로 색칠공부를 끼적이거나 색종이만 접는다. 교육계 어른 중 누구 하나 내 자식처럼 붙잡고 챙기려는 이 없는 개탄스러운 현실 속에 안쓰러운 아이들만 배움의 터전 밖에 덩그러니 남았다. ‘코로나 교육 구멍’을 방치한 후유증은 해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수년 후 아예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학교생활을 놔버리는 아이들이 생길 수도 있다. 그때 가서 아이들을 탓하지 말라. 아이들이 학교를 버린 게 아니다. 공교육이 아이들을 버린 것이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imsun@donga.com}2021-03-20 03:00
사람과 법을 존중하는 ‘교육 횡단보도’를 만들라[광화문에서/임우선]횡단보도 앞에 한 사람이 서 있다. 잠시 뒤 초록불이 켜지자 길을 건너기 시작한다. 그런데 바로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경찰이 10m 떨어진 곳에 하얀 페인트로 새 횡단보도를 그린다. 그리고 말한다. “이봐, 당신! 횡단보도는 여기야. 왜 무단횡단을 하는 거야?” 황당해진 사람이 말한다. “제가 길을 건너기 시작할 땐 분명 여기가 횡단보도였는데요?” 그러자 경찰은 말한다. “지금 더 나은 교통 환경을 만들겠다는 내 뜻에 반항하는 거야? 역시 문제적 인간이군. 당신은 통행 실격이야!” 이게 웬 콩트인가 싶지만 때로 우리 사회에서 콩트는 현실이 된다. 단, 사람을 자율형사립고(자사고)로, 횡단보도를 자사고 평가지표로, 경찰을 서울시교육청으로 바꿔야 한다. 이렇게 하면 수년간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자사고 지정취소 논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8일 서울행정법원은 2019년 서울시교육청이 배재고와 세화고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것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이 두 학교를 포함해 총 10곳의 자사고가 ‘평가점수 미달’이라며 지정을 취소한 바 있다. 법원은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평가를 하면서 갑자기 예고도 없이 기준을 바꿨고 원래 제시한 커트라인보다도 10점을 올렸다. 이는 교육감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또 “자사고는 국가가 고교 교육 다양화가 필요하다면서 만든 것인데 갑자기 이를 바꾸면 국가의 교육시책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자사고가 문제라면 제대로 운영되게 이끌라”는 취지의 제언도 했다. 그러나 이날 서울시교육청은 사법부 따윈 아랑곳없는 입장문을 내놨다. “퇴행적 판결”이라는 격한 표현과 함께 “고교 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판결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나의 교육철학은 법보다도 우월하다’는 초법적 세계관마저 느껴졌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두 달 전 학부모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경원중 혁신학교 전환 논란’을 포함해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무리한 혁신학교 확대 전략도 이해가 간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이럴진대 교육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진 학생, 학부모의 의견이 뭐 대수겠는가. 당시 학부모들은 “우리가 원치 않는데 혁신학교 전환이 웬 말이냐”고 반발했지만 전환은 강행됐고, 급기야 학부모들은 칼바람 속에 거리에서 연판장을 돌리고 경찰이 둘러싼 가운데 밤샘 대치까지 벌였다. 학교 앞에 붙어 있던 ‘니들 자식 과고·외고 내 자식은 혁신학교’라는 플래카드는 진보 교육의 이중성을 꼬집고 있었다. 진보 교육이 아무리 소중한 가치를 지향해도 이를 표방하는 이들이 ‘나는 무조건 옳고 너는 무조건 나쁘다’는 극단적 흑백논리와 자기확신, 우월주의에 빠져 정책을 밀어붙이면 교육개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그 좋다는 모든 정책에서 ‘내 자식은 빼고’라는 이중성까지 드러낸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마음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의 학교든 그 안엔 똑같이 소중한 학생들이 있다. 교육정책이 사람을 잊은 정치싸움이 되면 안 된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imsun@donga.com}2021-02-24 03:00
“천사는 생명 살리는 좋은 사람” 그렇게 하늘의 별이 된 수아 [환생 취재 그 후]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지난해 10월부터 100일 간의 취재를 통해 전한 ‘환생: 삶을 나눈 사람들’ 시리즈 보도가 9일로 마무리 됐다. ‘환생’은 취재진에게도 기자이기에 앞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감사와 사랑, 존경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 기획이었다. 1화부터 6화까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현장에 설 때마다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또 어떻게 떠날 것인가’에 대해 묻고 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 보면 환생은 우리 모두가 매일 해야 하지만 잊고 사는 질문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환생 1화를 통해 소개된 손봉수·현승 형제의 사연을 따라갔던 첫날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한 달여의 사전취재를 거쳐 히어로팀의 보도주제를 장기기증으로 최종 결정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가을날이었다. 취재 협조를 요청해뒀던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코다)에서 급히 전화가 왔다. “기증의 모든 과정에 대해 취재를 허락한 기증 유가족이 있다. 이런 경우는 10년 만이다. 바로 부산으로 갈 수 있느냐”는 전화였다. 사실 정식 현장취재에 들어가기 전 진행했던 여러 사전 인터뷰에서 대부분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보도 취지는 좋은데 과연 취재가 될지 모르겠다’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내의 장기기증 발생 자체가 자주 있는 일이 아닌데다 설령 기증이 이뤄지더라도 유족들이 언론 취재에 전면 동의하는 일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뭔가에 이끌리듯 정신없이 KTX를 타고 부산으로 달렸다. 우리는 현장에 도착해서야 현승 씨의 형 봉수 씨가 양산부산대병원의 폐 이식 전문의임을, 기증 전 과정 공개라는 쉽지 않은 결정이 그래서 가능했음을 알게 됐다. 동생과의 이별 앞에서도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을 생각하던, 의사로서 마음의 중심을 지키려 애썼던 교수님이 없었다면 환생을 보도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손 교수님은 보도가 나간 뒤에도 “환생 보도를 통해 기증에 관한 인식이 많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존경과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취재팀의 절반이 부산에서 현승 씨의 이별을 취재하는 동안, 나머지 기자들은 서울의 곳곳에 흩어져 이식대기자 선정 과정과 이식수술 준비 과정, 수혜자 인터뷰를 동시에 진행했다. 같은 시간,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절박한 현장을 취재해 연결하고, 장기와 의료진을 따라 뛰고 또 뛰면서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보내는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하나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새벽까지 전력을 다해 달리는지 절감할 수 있었다. 3화(환생-세 번째 이야기 ‘마지막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에서 보도했던 심장이식 수혜자 고영희 씨의 말처럼 “삶과 죽음은 비닐막 한 장 차이”였다. 현승 씨가 떠나고 한달 여가 돼 가던 때 다시 부산에 갔었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현승 씨 묘소에 비석이 세워지는 날이었다. 이름 없던 묘에 손현승이라는 이름 석자가 적힌 돌덩이가 올려지자 어머니는 다시 현승 씨를 수술실 앞에서 떠나보냈던 그날로 돌아갔다. “현승아, 니가 왜 여기에 있노. 내 아들 현승아….” 덤덤한 표정으로 비석을 세우는 인부들 사이에서 어머니는 그 때 그날처럼 펄펄 뛰며 오열했다. 환생을 취재하고 기사를 정리하는 내내 감정을 배제하고 담담히 기록하려 노력했다. 기자의 감정이 글을 읽는 독자의 마음과 생각을 방해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묘원에 와 아침부터 밤까지 칼바람을 맞으며 아들 곁을 지키는 두 노부부의 수척한 등을 바라보며 눈물을 참기가 어려웠다. 어머니는 “내 아들은 추락 사고를 당해 이렇게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곳으로 가고 없는데, 사고가 벌어졌던 롯데 시그니엘 부산 호텔은 아무런 사과도 없다”며 원통해 했다. 시간이 흘러도 흐려지지 않을 슬픔을 괴롭게 삼키는 유족들을 생각해서라도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더 나은 곳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 말미에 독자들이 남긴, 현승 씨의 명복을 비는 수천 개의 공감과 위로의 댓글이 현승 씨의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랬다.훈훈한 소식도 많았다. 환생 5화에서 보도한 조귀금 씨는 기사가 나가고 얼마 뒤 취재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 남편의 장기를 기증한 귀금 씨는 현재 서울 북부지검에서 환경미화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귀금 씨는 “기사를 우연히 보신 북부지검장님이 직접 연락하셔서 ‘어떻게 이렇게 어렵고 숭고한 결정을 하셨느냐, 지검 내 여러 직원들에게 이 기사를 공유하며 함께 읽었고 감동을 나눴다’며 따뜻한 식사를 대접해 주셨다”고 했다. 또 “주변의 많은 이들로부터 큰 위로와 귀한 사랑을 받고 보니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이다. 그때 기증을 결정한 것이 정말 잘한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됐다”고 했다. 환생을 취재하는 100일 동안 취재팀은 현승 씨 외에도 여러 기증자의 이별을 마주했다. 지면에 다 담지 못한 이별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지난 12월 10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며 심장, 폐, 간 등을 환생의 씨앗으로 남긴 정수아 양이다. 수아를 잊을 수 없는 이유는 수아의 기증이 어린 수아의 소망에 따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수아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 질병을 갖고 태어나 큰 수술을 여러 차례 받고 서울아산병원 소아병동에 자주 오랜 기간 입원해 있었다. 수아 부모님은 그 곳에서 장기이식을 받지 못해 세상과 작별하는 아이들을 많이 봤다고 한다. 수아 아버지는 “그래서 나라도 장기이식을 해야지 생각했었는데 몇 년 전 기증 후 유족들에게 시신을 가져가라고 홀대했다는 보도를 보고 마음을 접은 터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해 아빠와 함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장기기증에 대한 에피소드를 보던 수아가 먼저 이런 얘길 꺼냈다. “아빠. 나도 저거 할 거야. 나는 천사가 될 거야. 천사는 남들 생명을 살려주는 좋은 사람이야.” 수아 아버지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너는 몸이 아파서 못해’라고 했더니 수아가 아쉬워했어요. ‘나도 저렇게 좋은 일 하면 좋은데….’라고 말하면서.” 그 일이 있고 반년 쯤 지난 작년 11월, 수아 아버지는 회사에서 울면서 걸려온 아내의 전화를 받았다. “애가 이상하다. 표정이나 이런 게 수아가 아닌 것 같다. 이상하다. 느낌이 안 좋다는 전화였어요.” 회사에서 뛰쳐나온 아버지는 수아를 태우고 집이 있는 충북 충주에서 서울아산병원까지 달렸다. 아침, 점심 잘 먹고, 아침에 출근할 때 웃으며 인사한 수아가 낮잠 한숨 자고난 뒤 그렇게 됐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래도 늘 그랬듯 ‘별일 없어 다행이다’라고 말하며 퇴원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수아가 깨어나지 못했다. “암모니아 수치가 너무 높아 투석을 했는데 하루가 지나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어요. 동공반사도 없고, 통증반응도 없고…. 의사선생님께 여쭤보니 뇌가 손상된 것 같다고….” 수아가 중환자실로 들어간 뒤 부모님은 수아를 만날 수조차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심각해지면서 중환자실 면회가 일절 금지됐기 때문이었다. 실제 취재과정에서 너무나 가슴 아팠던 것은 코로나19로 일반 중환자실은 물론 소아중환자실이나 신생아중환자실까지 대형 병원의 모든 면회가 전면 금지됐던 점이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픈 자식의 손조차 잡아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 곳 저 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수아 부모님은 열흘 가까이 낮에는 중환자실 앞을 서성이다 밤에는 지하주차장에서 쪽잠을 자는 생활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아가 했던 ‘천사가 되고 싶다’는 말이 떠올랐다. “주차장에서 아내에게 기증 얘기를 꺼냈어요. 아내는 ‘아직은 그런 거 판단하지 말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날 저녁 아내가 울면서 그러더군요. 수아가 다른 사람 살리고 몸의 일부라도 다른 사람에게 가서 살고 있으면, 어딘가에서 살아 있겠지란 생각이 들 것 같다고.” 그렇게 수아는 뇌파검사를 받고, 뇌사판정위원회에서 뇌사판정을 받은 뒤 기증할 수 있는 장기들을 선물하고 하늘로 떠났다. “예전에 봤던 기증인 홀대 기사가 마음 쓰였는데 막상 해보니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과는 반대였어요. 어린아이인데도 장례 절차 밟을 때 존칭 써주시고, 옮길 때도 세심하게 해주셨고요. 의료진들도 ‘예쁜 딸 두고 이런 결정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함께 울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다들 나 몰라라 하지 않고 함께 신경 써 주신 것만으로 큰 위로가 됐어요.” 언니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얘길 들은 동생의 첫마디는 “이제 언니 하늘나라 가면 안 아파?”였다. 몸이 아플 때도 항상 동생과 놀아주던, 여러 꿈 가운데 마지막 꿈은 ‘아기들 고쳐주는 소아과 의사’였던 수아의 이야기를 많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수아 아버지의 소망처럼, 아픈 몸 때문에 평범한 애들처럼 실컷 놀지 못했던 수아가 하늘에서는 낚시도 가고, 수영장도 가고, 여행도 다니며 신나게 지내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환생 2화를 통해 보도한 고홍준 군은 사전취재 단계부터 왠지 모르게 자꾸만 떠오르던 아이였다. 취재팀은 장기기증 기획을 준비하며 최근 5년간 언론에 보도됐던 모든 기증 사례를 확인했다. 그 가운데 유독 홍준이의 기증 사실이 담긴 짧은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기자이기 이전에 엄마로서, 해맑게 웃는 홍준이 사진을 보며 ‘엄마라면, 아빠라면 홍준이의 기증 이후 소식이 얼마나 그리울까. 만약 홍준이의 일부가 어디선가 잘 지낸다는 걸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위안이 될까’하는 생각을 했다. 장기기증 관련 제도를 파악하던 중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이식법)’에 일종의 예외조항이 있음을 확인했다. 장기이식법은 장기기증인 유족과 이식 수혜자가 서로를 알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공익적 목적이고 양 당사자가 동의할 경우 제한적 정보 제공을 허용하고 있었다. 사실 기증자 유가족과 이식 수혜자의 상호 정보는 이전까지 국내에서 어떤 형태로도 공개된 적이 없었다. 수혜 아동을 확인하는 과정이 무척 어려울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설령 관련 정보를 얻어 연락을 취한다 하더라도 수혜아동 부모님이 취재에 선뜻 응해 주실 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식수혜자들의 경우 ‘이식인’이란 꼬리표가 평생 따라붙고 취업 등 사회생활에서 각종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를 숨기고 살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었다. 그래도 홍준이 부모님을, 더 나아가 홍준이 부모님과 같은 처지의 기증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수혜아동의 소식을 꼭 확인해 전하고 싶었다. 홍준이 아버지와 취재팀의 첫 인터뷰에서 잊을 수 없는, 아버지의 진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워딩이 있었다. 기사에도 담겼던 이 부분이다. “그냥 건강한지만이라도 알고 싶지요. 이름도 사는 곳도 몰라도 됩니다. 남자애인지 여자애인지, 초등학생인지만이라도. 그냥 우리 애 생각이 날 때마다, 홍준이의 일부를 지닌 아이라도 떠올려보고 싶어요. ‘내년엔 중학교에 가겠구나’ ‘올해 수능을 보겠네’ ‘아이고 이제 군대에 갔겠구나’. 그냥 우리 아이 커가는 것처럼···. 솔직히 욕심을 부리면, 한 번만 보고 싶죠. 한 번만 안아보고 싶죠. 그저 바람일 뿐이죠.” 부모의 마음은 다 같으니까, 진심을 다하면 통하리라 믿고 수혜자 정보를 가진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코노스)과 코다에 어려운 부탁을 드렸다. 거듭된 논의 끝에 수혜자 취재는 해당 수혜자 부모님이 동의할 경우에만 진행하며 보도는 익명을 전제로 한다는 조건 하에 마침내 심장을 받은 현우(가명)와 신장을 받은 민준이(가명) 부모님과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사실 현우와 민준이 부모님으로서는 취재라는 상황 자체가 부담스러우셨을 것이다. 그럼에도 쉽지 않은 취재에 응해주시고 요청 드린 심전도 그래프와 심장 초음파까지 전해주신데 대해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말씀을 드린다. 남들에게는 그래프 종이 한 장, 흑백의 초음파 영상 하나일지 모르지만 홍준이 부모님은 그 안에서 홍준이를 보셨으리라 생각한다. 다른 많은 기증 유가족들 역시 홍준이와 현우, 민준이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가족을 다시 만난 느낌을 받으셨길 바래본다. 보도가 나간 뒤 홍준이 아버지는 취재팀에 홍준이의 생전 예쁜 모습들을 여럿 보내주셨다. 보고 있노라면 절로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사진들이다. 홍준이가 갓난쟁이일 때부터 초등학교에 간 이후까지…. 그 중 바다에서 낚시하는 사진은 홍준이가 쓰러지기 3일 전 모습이라고 했다. 모든 장면에서 홍준이는 밝고 행복해보였다. 비록 홍준이는 이 세상에 짧게 머물다 갔지만 많은 사랑을 받고 떠났다 여겨졌다. 환생을 취재한 100일은 당연한 듯 여겨지는 아무 일 없는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는 시간이었다. 후회 없는 인생이 되려면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나눠야 함을 새삼 깨닫는 기회였다. 좀처럼 사는 게 어렵게만 느껴지는 요즘, 독자 여러분의 마음속에 문득 환생의 위로가 떠오를 수 있다면 큰 보람일 것이다. 기증인과 기증인 유가족, 이식수혜자와 이식대기자, 코디네이터와 의료진, 그리고 이들을 응원해준 모든 독자와 우리 사회의 숨은 히어로들에게 환생을 바친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취재하는 과정에서, 또 보도가 나간 뒤 주변으로부터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는 ‘히어로콘텐츠팀(히어로팀)이 대체 뭐냐’, ‘왜 장기기증을 보도주제로 선정했냐’는 것이었다. 동아일보 히어로팀은 지난해 동아일보가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일종의 프로젝트팀이다. 히어로팀은 각 부서에서 차출된 4~5명의 소수정예 기자들로 구성되며, 이들은 히어로팀에 소속되는 즉시 현업부서를 떠나 오직 히어로팀 보도 주제만을 취재하게 된다. 보도주제 선정이나 취재기한에는 어떠한 제한도 없다. 기자들로서는 평소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여건 상 심도 있는 장기취재가 불가능했던 보도주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히어로콘텐츠는 이 같은 취재기자 외에도 전담 사진기자, 일러스트·그래픽 등을 맡을 뉴스디자인 담당 기자, 별도 사이트 구축을 위한 기획 기자 및 디지털 전문가, 신문 레이아웃을 위한 전담 편집기자가 함께 협업해 만들어진다. 처음 팀이 결성됐을 때 가장 중요했던 건 역시나 보도주제 선정이었다. 취재팀장으로서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은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는 것, 또 하나는 히어로팀이어야만 가능한 보도주제를 정하는 것이었다. 예컨대 짧은 기간 안에 취재가 가능하다거나 모두가 관심을 갖고 보도하는 현안이라면 굳이 히어로팀이 아니어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 명의 기자가 △동시에 움직이며 △장기간의 깊이 있는 취재를 할 수 있는 만큼 이 소중한 기회를 헛되지 않게 할 보도주제를 선정하려 고심했다. 팀 내에서 다양한 주제가 나왔다. 모두 중요하고 가치 있었다. 그러나 3주 간의 열띤 회의와 토론, 기초 취재 끝에 우리는 장기기증을 최종 보도주제로 선정했다. 애초에 기사를 통해 ‘장기기증을 해야한다’는 말을 하려던 건 아니다. 다만, 날이 갈수록 사는 게 힘들고, 외롭고, 각박하게 느껴지는 세상 속에서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을 때조차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나눈 사람들의 숭고함을 알리고 싶었다.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죽음 앞에서만큼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을 순 없다. 아무리 낙심한 상황이더라도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만큼 애끊는 순간은 없다. 그 모든 어려움이 더해진 상황에서조차 남을 위해 나누는 결정을 한 사람들. 그들을 통해 우리 사회는 아직 살만한 곳임을,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우리는 가진 것을 나누고 서로 기댈 수 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2021-02-11 14:00
초등 저학년 週 3회이상 등교… 비수도권선 ‘전면등교’ 가능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시행 중인 학교 밀집도 원칙이 19일부터 완화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상관없이 전국 초중고교에 대해 전교생의 3분의 2 원칙이 적용된다. 초등학교 저학년(1, 2학년)은 학교 가는 날이 늘어날 수 있다. 정부의 결정은 원격수업 장기화로 인한 학력 저하 우려 탓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별 방역 조치를 지키며 지역과 학교 상황에 따른 조정을 가능토록 해 사실상 ‘전면 등교’의 길을 열었다.○ 비수도권에선 ‘전면 등교’도 가능 교육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석연휴 특별방역기간 이후 학사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거리 두기를 사실상 1단계로 완화한 것에 맞춰 학교 방역 수준을 조정했다. 단, 교육부는 학교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주일 유예기간을 두고 19일부터 이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우선 교육부는 기존의 ‘거리 두기 단계별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을 일부 조정했다. 기존에는 1단계에서 ‘밀집도 3분의 2’, 2단계 ‘밀집도 3분의 1’을 적용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역이나 학교에 특별한 위험이 없다면 밀집도 기준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비수도권 중에서는 수도권에 비해 융통성 있는 조치가 가능하다. 지역에 따라선 코로나19 발생 이전처럼 전교생이 매일 등교하는 학교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하는 수도권에서는 당분간 밀집도 3분의 2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비수도권이라도 학생이 많은 과대 학교나 과밀 학급은 원칙을 지켜야 해 전면 등교가 불가능하다. 시도별로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학급당 학생 수 30명 이상, 전교생 1000명 이상이면 각각 과밀 학급, 과대 학교로 구분한다. 경기 지역의 초교 2학년 학부모 이모 씨(36)는 “수도권도 지역에 따라 확산 양상이 다른데 일괄적으로 ‘밀집도 3분의 2’를 지키라는 게 아쉽다”며 “수도권도 전면 등교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빨리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 밀집도 예외 적용 학교도 늘어 교육부는 밀집도 원칙 적용에서 제외되는 소규모 학교의 범위도 넓혔다. 기존에는 60명 이하의 학교들만 예외 대상이었다. 이를 조금이라도 넘긴 읍면 단위의 소규모 학교에도 밀집도 원칙이 적용돼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앞으로는 전교생 300명 이하인 학교들까지 예외 대상에 포함됐다. 방역수칙을 잘 지킨다면 밀집도 원칙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은 아예 등교수업을 원칙으로 하도록 했다. 특수학교는 지금까지 거리 두기 단계별 밀집도를 지키는 것이 원칙이지만, 학교나 지역의 상황에 따라서는 예외가 허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학교 내에 있는 특수학급은 예외가 허용되지 않아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비판이 교육부 국정감사 등에서 제기됐다. 원격수업 기간 동안 특수학생들의 가정 내 교육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에 따라 19일부터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을 거리 두기 단계에 상관없이 등교를 원칙으로 하도록 기준을 바꾼 것이다. 교육부는 밀집도 원칙을 지킨다면 일선 학교가 학교 구성원의 자율적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등교수업을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오전·오후 2부제 수업이나 분반 수업 등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오전·오후반 도입은 교사들의 의지가 뒷받침될 때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정부가 바로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면서 방역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인력도 추가 배치된다. 교육부는 기존 방역 인력 3만7000여 명 외에 1만여 명을 늘려 학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현장에선 등교수업 확대 방안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부 걱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학부모 임모 씨(45)는 “방역을 강화하지 않은 채로 기준만 느슨하게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단순히 등교수업을 확대하는 것 외에도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수업’을 내실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다양한 형식의 등교수업 방법을 학교와 교육청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해서 전면 등교도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예전과 같은 방식의 전교 전체 학생이 한꺼번에 하는 전면 등교는 매우 신중을 기할 것을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김수연 sykim@donga.com·임우선 기자}2020-10-12 03:00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특성화만이 살길… ICT역량으로 승부할 것”“학령인구가 급감하는 현실에서 20년 뒤에도 한국 대학들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각 대학이 자신의 강점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교육당국의 대학평가도 지금 같은 획일적 방식이 아닌, 각 대학의 특성화를 독려하는 방향이 돼야 하고요. 광운대는 지난 80여 년간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을 이끈 우리만의 저력을 살려 미래를 개척할 겁니다.” 지난달 21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에서 만난 유지상 총장은 “자신의 강점을 특성화해야만 국내 학생들은 물론이고 유학생들에게도 매력적인 대학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지역 31개 대학이 참여하는 서울총장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요즘 대학들의 재정난이 이루 말할 수 없고 교육 여건도 날로 악화하고 있다”며 “대학의 경쟁력은 곧 국가의 경쟁력인 만큼 정부가 10년 이상 이어진 등록금 동결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생들뿐 아니라 대학들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운이 좋았다. 작년에 7억 원을 투자해 학습관리시스템(LMS)인 ‘광운 러닝 어시스트 시스템(KLAS)’을 구축했는데 올해 생각지도 않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빛을 발했다. 온라인상에 1400개 강좌를 다 올렸는데도 한 번도 다운되지 않았고 PC와 스마트폰으로 모두 구동돼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줌(ZOOM)으로는 실시간 수업을 하고 웹엑스 팀즈나 미팅 프로그램으로는 학생들의 팀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비용 부담이 컸지만 코로나19 이후 대학 교육은 이전과 같을 수 없는 만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광운대는 원래 ICT가 강한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광운대가 속해 있는 광운학원의 설립자인 화도 조광운 박사는 1900년대 초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전구, 라디오 등을 들여온 사업가였다. 전국적으로 이를 유통하면서 수리 등을 담당할 기술자가 필요해지자 1934년 ‘조선무선강습소’라는 걸 만들어 기술인재 양성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게 광운대의 효시다. 전자공학, 무선통신 등 이름도 생소한 분야를 대한민국에 최초 도입하면서 공대가 설립됐고, 줄곧 ICT에 특화된 대학으로 성장해 왔다. 덕분에 전체 학과의 45%가 ICT 관련이고 전자정보공과대학이라는 별도의 단과대가 존재할 정도다.” ―광운대가 배출한 ICT 인재들이 궁금하다. “1970, 80년대 우리나라에는 전자공학과가 서울대랑 광운대밖에 없었다. 다른 대학에 전자공학과가 생길 때에도 광운대 출신 교수님들이 파이어니어 역할을 했다. 산업계에도 수많은 동문들이 있다. 삼성전자를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로 이끈 신종균 삼성전자 부회장, 국내 여성 최초로 암호학을 전공한 국회의원 이영 전(前) 테르텐 대표, 세계적 반도체 장비 기업인 유진테크의 엄평용 대표, 스타크래프트 국내 유통을 선도한 한빛소프트 설립자 김영만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 등이 모두 광운대 출신이다. 동문 7만여 명 가운데 ICT로 자수성가한 기업인들이 많다.” ―지난 3년간 광운대로 유학 오는 학생도 급증했다던데…. “총장으로 취임하고 난 뒤 3년여 동안 10배가 늘었다. 이전까진 유학생 유치에 큰 역점을 두지 않아 100명대였는데 3년 전부터 해외에 나가 광운대의 ICT 교육 우수성을 적극 어필하면서 지금은 1000명대로 성장했다. 특히 베트남 지역에 특화한 프로그램으로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더 많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그래도 이번에 교육부에서 원격수업을 100%까지 허용해 다행이다. 철저하게 관리되는 온라인 학위 프로그램을 구축해서 유학생들이 직접 오지 못하더라도 광운대의 교육을 누릴 수 있게 하려 한다.” ―광운대 학생들의 취업 역량은….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린 공대와 인문대를 가리지 않고 기본적인 ICT 소양을 쌓도록 ‘융·복합교육’을 한다. 또 실무에 강한 ‘실사구시형 인재 양성’에 역점을 둔다. 덕분에 매년 수백 명이 대기업 전자 계열사에 취업하고 창업에 도전하는 학생도 많다.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 ‘프로그램형’과 ‘종합형’에 동시 선정돼 총 130억 원을 지원받고 있다. 광운대에서는 ‘기업가 정신’이 무엇보다 존중받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도 창업 관련 사업은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한다.” ―입시철이 가까워졌다. 올해도 대학에 진학할 학생 수가 급감해 대학들 걱정이 많은데, 서울총장포럼 회장으로서 제언이 있는지. “지난해 고3 수험생이 전년 대비 6만 명이나 줄어 이슈가 됐는데 앞으로는 더 심각하다. 3년 안에 또 10만 명이 줄게 돼 있고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이 대학 갈 나이가 되는 20년 뒤에는 대학 진학 인구가 지금의 반으로 줄게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학 등록금은 정부 정책에 따라 12년간 동결되어 왔다. 올해는 코로나19까지 겹쳐 그야말로 대학들은 지방과 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국가의 새로운 미래 발전을 견인하려면 대학부터 변화와 혁신을 시도해야 하는데 이럴 여력 자체가 없는 곳이 태반이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대학들의 재정난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반값 등록금 정책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2020-10-08 03:00
강사 퇴직금 놓고 골머리… 대학들 ‘단타 강의’ 쏟아내지난해 8월 도입된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이 시행 1년을 넘기면서 대학가에 퇴직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급 기준을 둘러싼 견해차가 큰 가운데 교육부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대학에 재정지원 중단 방침까지 밝히고 있다. 일부 대학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강사의 강의시간을 줄이는 이른바 ‘단타 강의’를 개설하고 있다. 강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처우를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주요 대학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대학에 공문을 보내 강사법 도입 1년을 맞은 만큼 퇴직금 지급 준비를 공지했다. 현행법상 퇴직금은 한 직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하고, 주당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 교육부는 공문에서 각종 판례를 인용해 ‘주 5시간 강의한 강사들은 그의 2배인 10시간을 강의 준비와 평가에 할애한다고 보는 게 법원 판단’이라며 ‘이에 따라 총 소정근로시간은 15시간이 되므로 주 5시간 이상 강의한 강사라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들은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부가 판례를 근거로 퇴직금 지급을 종용하는 게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교육부는 최근 ‘퇴직금 지급을 준비하지 않는 대학에는 강사들의 방학 중 임금(통상 4주 치)에 대한 국고 지원 신청도 불허한다’고 밝혀 대학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 A대 관계자는 “등록금은 10년 넘게 동결이고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덮쳤다”며 “적자에 허덕여 (퇴직금) 지급여력이 안 되는 대학이 숱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퇴직금은 강사법과 관계없이 이미 당연히 지급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 대학의 재정난을 감안해 일단 3년간은 강사 퇴직금의 70%를 국고로 지원하고 30%는 한국사학진흥재단을 통해 대학들에 0.9%의 저리 대출을 제공하기로 했다. 수도권 B대 관계자는 “이미 대학에 빚이 수백억 원인데, 또 빚을 내서 강사 퇴직금을 주라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3년은 국고로 지급을 유도하겠지만 그 뒤엔 대학들에 부담을 떠넘길 게 뻔하다”고 말했다. 급기야 대학들은 강사들의 강의시간을 퇴직금 지급 기준보다 낮은 주당 5시간 미만으로 줄이는 ‘단타 강의’를 만들고 있다. 수도권 C대 관계자는 “따져보니 우리 학교는 5학점 이상 강의하는 강사 인원이 세 자릿수나 돼서 억대의 퇴직금 예산이 필요한 걸로 나왔다”며 “어쩔 수 없이 강사당 강의시간을 3시간으로 줄였다”고 전했다. 서울지역 대학에 출강 중인 강사 이모 씨는 “시수가 줄면 고용 강사 수는 늘어난 것처럼 보이겠지만 계속 이 학교 저 학교를 전전하며 비좁은 강사 대기실을 나눠 써야 한다”며 “결국 아무도 퇴직금은 못 받은 채 ‘보따리장수’ 현상만 심화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김성규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2020-10-08 03:00
순수 우리기술로 만든 ‘K-양극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 이끈다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권위를 인정받는 에너지 분야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는 22일(한국 시간) 전기차 배터리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원천기술 연구결과가 실려 글로벌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연구의 주인공은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팀.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 분야 산학이 함께하는 한양 배터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선 교수는 1회 충전으로 600∼700km 주행이 가능하고, 20년 동안 사용해도 90% 이상 성능이 유지되는 차세대 리튬2차전지(배터리) 양극재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기술은 배터리 용량은 늘리면서도 제작단가와 무게는 줄여 전기차 시장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전기차의 진화는 배터리의 진화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양극재는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것이란 점에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전기차 미래 결정할 배터리 양극재 양극재 연구의 중요성을 이해하려면 먼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필요하다. 배터리는 전기자동차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다. 배터리는 다시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 4가지 핵심 소재로 구성된다. 이 중 리튬 금속산화물로 구성된 양극재는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수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배터리 원가의 40∼45%를 차지한다. 결과적으로 양극재는 전기차 가격의 20%를 차지하며 그 효율성에 따라 전기차의 1회 충전당 주행거리 및 차량 수명이 결정된다. 통상 배터리의 에너지밀도는 양극재 내부의 니켈 함량과 비례한다. 이 때문에 최근 배터리 업계는 니켈 함량을 높여 전기자동차 주행거리를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니켈 함량이 높아진 상태에서 충전을 하면 양극재에 스트레스가 쌓여 양극재 입자 내부가 미세 균열을 일으키는 게 문제다. 특히 마지막 20∼30%의 용량을 충전할 때 급격한 스트레스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로 인한 미세균열은 배터리 수명을 단축시키고 안정성도 떨어지게 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는 원래 용량의 70∼80%까지만 충전하고 나머지 용량은 사용하지 않게 설계하고 있는 실정이다. ○ “NCX 양극재로 K-배터리 선도” 선 교수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극재 원자배열 변환’과 ‘양극재 모양 최적화’에 주목해 왔다. 먼저 원자배열 변환은 양극재 원자 사이사이에 높은 산화수를 갖는 금속(Ta, Mo, Nb, W)들을 끼워 넣어 유도한다. 리튬과 전이금속의 원자가 서로 자리를 바꾸도록 ‘오더링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충전 시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감소돼 원자 결정구조가 균열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충전 시 스트레스를 더욱 분산시킬 수 있는 ‘막대모양’의 양극재도 설계, 합성했다. 이 막대모양 양극재는 충전 스트레스를 완화·분산시켜 100% 충전 시에도 미세균열이 보이지 않았다. 선 교수팀은 이런 복합 기술을 통해 에너지 밀도는 높게 유지하면서도 수명은 더욱 안정적인 ‘NCX 양극재’를 개발했다. 니켈 포함률이 90∼95%에 이르지만 안정적으로 본래의 에너지밀도를 100%까지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버려지는 에너지가 없는 만큼 배터리의 무게와 가격이 줄어들게 된다. 연구팀은 “1회 충전으로 600∼700km 주행이 가능한데 2000회의 충·방전에도 초기 대비 90%의 안정적인 용량 유지율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를 20년 이상 사용해도 성능하락이 미미할 것이란 의미다. 선 교수팀의 양극재는 차세대 배터리라 평가받는 전고체 시스템에 사용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간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에 액체 대신 고체 물질을 사용하는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화재와 폭발위험이 없고 같은 부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해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아직은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이다 보니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목표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 교수팀은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재의 충전 스트레스가 더 클 수 있는데 이 기술은 전고체 배터리에서도 똑같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선 교수는 “한국의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세계 1등이지만 이를 구성하는 원천소재 점유율은 10%가 되지 않는 게 한계”라며 “이번에 개발된 양극재는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소위 ‘K-양극재’란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선 교수는 “이번 성과는 20년 동안 기초연구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 노력을 이어온 덕분”이라며 “정부와 산업계의 지속적 투자를 통해 연구단계를 넘어 고성능 K-양극재의 개발과 상용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2020-09-24 03:00
명문가 종손들 “어른이 먼저 ‘올해는 만나지 말자’ 정해줘야 편해”추석땐 거리 두기 “오지마, 괜찮아” 마음만 곁에 두기“추석 연휴에 가던 처가와의 여행도 올해는 취소했습니다. 우리 식구 4명이 아무 곳도 가지 않고 서울서 ‘거리 두기’를 지킬 거예요.” 석주 이상룡 선생(1858∼1932)의 현손(玄孫·증손자의 아들)인 이창수 씨(55)가 밝힌 올 추석 계획이다. 석주 선생은 독립운동가로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냈다. 선생의 집안은 500년 역사를 지닌 경북 안동의 유림 명문가로 전국서 가장 규모가 큰 사대부 반가(班家)였다. 일제강점기에는 일가가 항일운동에 투신해 11명의 독립유공자가 나왔다. 오랜 명문가인 만큼 제례(祭禮) 규모와 절차가 성대하고 까다로울 법하다. 그러나 명절 차례 문화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 씨는 “26년 전부터 모든 제사를 광복절 하루에 지내고, 추석 차례는 벌초 대행 후 10월 말 산소를 찾는 걸로 대신한다”고 말했다. 1744년 작성된 집안의 제사 지침에 이미 ‘제사상을 간소하게 하라’고 적혀 있다. 이 씨는 “제사 때문에 식구를 힘들게 하지 말라는 것이 집안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산소에 갈 때도 이 씨와 동생 아들이 술 과일 포만 챙겨 단출하게 간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고려해 처가와의 여행 계획도 잡지 않았다. 그는 “조상을 기리는 마음만 있다면 그 형태는 시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씨 집안의 ‘거리 두기 추석’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현명한 명절예법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가족과 친지의 건강이 중요한 만큼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을 때는 물론이고 연세 많은 어르신이 있다면 만나지 않고, 차례도 쉬는 것이 올바른 ‘신예기(新禮記)’인 것이다. “그래, 올해는 괜찮으니 오지 말라”고 먼저 말을 건네는 것이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덕담이다. 요양시설에 계신 어르신을 찾아뵙는 것도 가급적 시기를 미루는 것이 좋다. 선조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각종 문헌에는 나라에 역병이 창궐하거나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있으면 제사나 차례를 생략했다는 사례가 많이 나온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조상들도 전염병이 돌거나 집안에 아픈 사람이 생기면 모든 행사를 포기했다”며 “조상에게 오염되지 않은 정갈한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의지인 동시에 접촉을 최소화해 역병을 극복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번 추석은 가족과 함께하는 명절이기보다 가족을 위하는 명절이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임우선 imsun@donga.com·박재명 기자 명문가 종손들 “어른이 먼저 ‘올해는 만나지 말자’ 정해줘야 편해”[새로 쓰는 우리 예절 新禮記(예기) 2020]<上> ‘비대면 추석’ 실천하는 어른들“느그 콜레라, 아니 코로나 때메 요새 학교도 못 가제? 추석 때 오지 말그라. 나중에 더 반갑게 만나제이. 사랑한다.” 양소자 할머니(82)는 휴대전화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으며 머리 위로 ‘손 하트’를 그렸다. 두 아들 내외와 손주들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다. 경북 의성군은 최근 홀로 사는 노인 1873명의 영상을 촬영해 자식들에게 보냈다. 추석 이동을 참아 보자는 취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언택트 추석’을 만들고 있다. 부모님을 찾아뵙지 않고, 친지들과 거리를 두며, 최대한 ‘집콕’ 하는 것이 올 추석 때 최선의 예법이다.○ “올 추석에는 만나지 말자” 먼저 말해주세요 코로나19의 위중함을 아는 어르신들은 ‘추석 신예기(新禮記)’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조선 후기 대사헌을 지낸 귀암 이원정의 13대 종손 이필주 씨(78)는 종친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올 추석 때 고택(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원래 종가에 50명 이상 모인 뒤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인사하는 게 전통”이라며 “어린아이들도 있고 노인들도 있는데 얼굴 마주 대고 할 수 없으니, 다른 사람보다도 종손인 내가 직접 나서서 오시지 말라고 요청드렸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칠곡군이 진행하는 ‘언택트 추석 캠페인’에도 동참했다. 그는 “정부에서도 조바심이 나서 당부하지 않느냐”며 “가족들 한 번 안 만난다고 큰 탈이 날 일도 없다”고 말했다. 퇴계 이황 선생의 17대 종손인 이치억 씨(44)는 “우리는 원래 추석에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며 “10월 셋째 주 일요일에 성묘를 하는데 올해는 코로나19를 감안해 방역당국의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지키도록 노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조선 성리학의 기초를 세운 퇴계 이황의 종가는 예법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제사상도 단출하기로 유명하다. 칠곡군에 사는 최삼자 씨(73)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들아! 이번 추석은 마음만 보내고, 그리움은 영상으로 채우자”라고 쓴 손 편지를 올렸다. 그리고 지인에게 손 편지 캠페인을 권했다. 루게릭병 환자를 위해 릴레이 방식으로 얼음물을 뒤집어쓰던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추석 때 오지 마라 챌린지’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어르신들이 직접 나선 건 가족들이 마음 편히 따라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각 집안에서 종손들이 간소한 명절을 지내는 것처럼 각 가정도 어르신들이 먼저 ‘만나지 말자’고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명절에는 가족이 모여야 한다고 여기는 집안도 있다. 자칫 가족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특히 양가 중 한쪽은 거리 두기를 지키는데 다른 한쪽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그렇다. 또 누군가는 ‘가까이 산다면 잠시라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최모 씨(48)는 “양가 모두 경기도에 계신데 처가는 ‘오지 말라’고 하는 반면 본가는 ‘금방이면 오는데 잠깐 들르라’고 하신다”며 “본가에 가면 스무 명 넘게 모이기 때문에 난감하다”고 말했다. 올해는 평소 명절보다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예 추석에 이동 금지령을 내려 달라거나 연휴를 없애 달라는 글까지 올라온다. 갈등을 줄이면서 거리 두기 추석을 지키려면 올해만큼은 양가 모두에 분명한 ‘원칙’을 세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원칙을 세웠다면 “추석에 못 간다”는 말은 며느리나 사위가 아니라 아들, 딸이 직접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꼭 필요한 ‘비대면 명절’이 자칫 고부(姑婦) 갈등이나 장서(丈壻)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조건부 언택트’, ‘추캉스’는 안 됩니다 거리 두기 추석을 실천하려면 ‘깔끔하게’ 안 만나는 게 중요하다. 고향집 대신 중간 지점이나 여행지에서 만난다거나, 추석 연휴 때 안 만나는 대신 전후에 만난다거나 하는 식의 조건을 붙이는 것도 피해야 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조건부 언택트’를 저울질하는 이들이 많다. 서울에 사는 손모 씨(41)는 “부모님을 아예 뵙지 않기는 좀 그래서 같이 서울 인근 캠핑장에 다녀오려고 한다. 아무래도 야외니까 더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강원도와 제주도 숙박업소들은 20일 현재 이미 추석 연휴 기간 예약이 다 찬 곳이 많다. 야외로 추캉스(추석+바캉스)를 택한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많이 이동하는 시기를 피하겠다는 취지로 추석 연휴 1, 2주 전이나 후에 귀성 또는 가족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방역당국은 이 역시 “명절 사회적 거리 두기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박재명 jmpark@donga.com·사지원 기자}2020-09-21 03:00
추석은 음식 나눠먹는 명절… 본래 제사 안지내추석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야 하는 이유로 ‘조상을 모시기 위함’을 꼽는 이가 많다. 명절에 제사나 차례를 지내지 않는 걸 조상에 대한 큰 불효라고 여기는 탓이다. 하지만 유교 전문가들의 설명은 다르다. 일단 ‘명절 제사’란 개념 자체가 오해라는 것. 유교에는 조상이 돌아가신 기일에 지내는 기제사만 있을 뿐 명절 제사는 없다. 제철 음식을 후손들만 먹는 것이 죄송스러워 조상께 음식을 올리는 ‘차례’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차례상 규모도 크지 않았다. 단순했던 차례상이 제사상 수준으로 복잡해진 것은 조선 후기 너도나도 서로 양반이라고 경쟁을 벌이다 생긴 현상이란 해석이 많다. 추석 차례상은 송편과 제철 과일 1, 2종류면 충분하다. 차례상에서 ‘조율이시’(대추·밤·배·감)나 ‘홍동백서’(붉은색 음식은 동쪽, 흰색 음식은 서쪽에 놓음)를 따지는 건 예법을 과하게 해석한 것이다. 예서에는 ‘과(果)’라고만 나와 있을 뿐 종류나 순서의 언급이 없다. 오랜 명문가일수록 제사와 차례를 성대히 지낼 것이란 것도 오해다. 오히려 일찌감치 시대 흐름에 맞춰 간소화하고 여성의 명절 노동을 줄이려 신경 쓴 곳이 많다. 석주 이상룡 선생 집안뿐 아니라 조선 대표 성리학자인 명재 윤증, 퇴계 이황 등 여러 종가에 ‘제사상을 간소하게 차리라’는 지침이 전해 내려온다. 명재 종가는 제사상 크기가 가로 99cm, 세로 68cm로 정해졌다. 작은 밥상 정도 크기라 음식을 많이 올릴 수가 없다. ‘부녀자들의 수고가 크고 사치스러운 유밀과(약과)는 올리지 말라. 기름을 쓰는 전도 올리지 말라’ 등의 지침도 있다. 제사에서 두 번째 술잔은 반드시 맏며느리가 올리도록 해 여성의 수고와 권위를 인정하는 종가도 있다. 선조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현실에 맞게 예법을 해석했다. △형제간에 돌아가며 제사를 지내는 ‘윤회봉사’ △형제가 제사 음식을 각자 준비해 오는 ‘분할봉사’ △사위가 장인 장모의 제사를 지내거나, 딸과 외손이 제사를 잇는 ‘외손봉사’ 등이 그 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는 “전통은 시대와 집안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모든 의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강조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2020-09-21 03:00
“게임으로 우리 아이 수학능력 진단해 보세요”초등 저학년 학생들이 쉽고 재미있게 수 개념을 익히고 수준에 따라 문제를 풀 수 있는 수학 학습 플랫폼이 정부 주도로 개발됐다. 교육부는 한국과학창의재단과 함께 ‘똑똑! 수학탐험대’ 서비스(사진)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똑똑! 수학탐험대는 수학탐험가인 남녀 캐릭터가 등장해 문제를 풀 때마다 보석을 획득하고 멸종 동물을 구할 수 있는 카드 등을 얻는 게임 형식으로 구성됐다. 문제도 게임식으로 출제해 수학에 흥미를 못 느끼는 아이들도 푸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문제 구성은 교과서 단원에 따라 짜여 있고, 교과서 집필진이 개발한 수시·단원 평가 콘텐츠를 반영했다. 교사들이 교실에서 이 프로그램을 사용할 경우 막대나 구슬 등 수업에 활용하는 수학 교구를 디지털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 교육부는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인공지능(AI) 방식의 수학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학생들이 10분 정도 걸리는 평가에 참여하면 시스템이 학생의 현재 실력과 취약점을 파악해 상세한 피드백과 보완할 부분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 기능은 학생이나 학부모는 쓸 수 없고 교사만 쓸 수 있다는 점은 한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가정 내 학습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이용이 크게 제한되기 때문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스마트폰 앱용으로도 개발돼 이용은 가능하지만, 로그인이 불안정한 점 등 역시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교육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생기기 전에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해서 지금과 같은 원격수업 상황과 안 맞는 부분이 있다”며 “시범학교 운영 결과 학생들의 호응이 매우 높았던 만큼 현 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을 검토해 이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2020-09-17 03:00
유초중고 등교수업 재개 여부 14일 결정수도권에 적용 중인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2단계로 완화되면서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등교수업 재개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수도권 학교는 고교 3학년을 제외하고 전면 원격수업이 진행 중이다. 교육부는 14일 전국 시도교육감 회의를 열어 앞으로 학사운영 방안을 논의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시도교육감이 의견을 나눈 뒤 남은 2학기 계획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20일(평일 기준 18일)까지 전면 원격수업이 진행 중인 수도권의 학교다. 교육부는 “방역당국이 28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2주간을 추석연휴 특별방역기간으로 설정한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서는 수도권의 경우 다음 달 11일까지 지금과 같은 전면 원격수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이달 21일부터 간헐적인 등교수업을 재개해도 9일 후 추석연휴가 시작된다. 등교수업의 실질적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 전국적 이동에 따른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추석 연휴가 끝난 뒤에도 혹시 모를 학교 감염에 대비해 수도권에서는 최소 1주일 정도 전면 원격수업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학생은 이번 2학기의 절반가량을 학교에 가지 못한 채 보내는 셈이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사이에서는 1, 2주 단위로 발표되는 교육당국의 새로운 학사일정 발표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초등생 학부모 김모 씨는 “땜질식 일정 발표에 학교도 학부모도 제대로 된 장기적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상태”라며 “실질적으로 1학기 때와 달라진 점이 없다”고 지적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2020-09-14 03:00
등교수업은 어떻게? 10월 11일까지는 원격수업 유지하나수도권에 적용 중인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2단계로 완화되면서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등교수업 재개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수도권 학교는 고교 3학년을 제외하고 전면 원격수업이 진행 중이다. 교육부는 14일 전국 시도교육감 회의를 열어 앞으로 학사운영 방안을 논의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시도교육감이 의견을 나눈 뒤 남은 2학기 계획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20일(평일 기준 18일)까지 전면 원격수업이 진행 중인 수도권의 학교다. 교육부는 “방역당국이 28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2주간을 추석연휴 특별방역기간으로 설정한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서는 수도권의 경우 다음 달 11일까지 지금과 같은 전면 원격수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이달 21일부터 간헐적인 등교수업을 재개해도 9일 후 추석연휴가 시작된다. 등교수업의 실질적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 전국적 이동에 따른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추석연휴가 끝난 뒤에도 혹시 모를 학교감염에 대비해 수도권에서는 최소 1주일정도 전면 원격수업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학생은 이번 2학기의 절반가량을 학교에 가지 못한 채 보내는 셈이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사이에서는 1, 2주 단위로 발표되는 교육당국의 새로운 학사일정 발표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초등생 학부모 김모 씨는 “땜질식 일정 발표에 학교도, 학부모도 제대로 된 장기적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상태”라며 “실질적으로 1학기 때와 달라진 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2020-09-1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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