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임우선]코로나 시대, 아이들 교육은 누가 버렸나

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입력 2021-03-20 03:00수정 2021-03-20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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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엄마! 지금 몇 분이야?”

초2 자녀를 둔 학부모 강모 씨는 요즘 속이 탄다. 아이가 올해 2학년이 됐는데도 아직 시계 읽기를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시계 읽기는 초1 수학에 나온다. 하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교를 거의 못 갔고 아이는 여전히 분 계산을 헷갈려 한다.

맞춤법도 심각하다. ‘눈아(누나)’, ‘노랏따(놀았다)’, ‘개산(계산)’…. 강 씨는 “일을 그만둬야 하나, 과외를 알아봐야 하나 별생각이 다 든다”고 말했다.

본보가 지난해 보도한 ‘코로나가 바꾼 학교―중간이 사라진 교실’ 시리즈에서 “지금 아이들 학력격차가 큰일이니 교육당국이 빨리 대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게 이미 8개월 전이다. 하지만 올해도 학부모들 태반은 ‘나아진 게 없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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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새 학기 들어 등교 일수와 실시간 수업 시간이 늘긴 했다. 하지만 그뿐. 지난 한 해 배워야 할 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을 파악하기 위한 진단과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특히 수학처럼 위계가 있는 학문은 앞을 모르면 뒤를 배울 수 없는데도 그렇다.

예컨대 초등의 경우 초1 때 수 개념을 익히고 두 자릿수까지 덧셈 뺄셈이 돼야 초2 때 나오는 세 자릿수 계산 및 곱셈을 이해할 수 있다. 초2 과정을 모르고 초3으로 넘어오면 연달아 이어지는 나눗셈 곱셈 및 시간 계산, 분수와 소수를 소화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올해 정책은 지난해 생긴 교육 구멍까지 메워 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한 학부모는 “며칠 전 줌(Zoom)으로 열린 학부모 총회에서 선생님도 ‘막상 2주 수업을 해보니 너무 심각해서 고민’이라고하더라”고 전했다.

전국 교실마다 이렇게 새 학년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아이들이 존재하는데 왜 교육부, 교육청, 학교, 교사 어느 누구도 책임 있게 나서지 않을까. 교육부는 언제나 “초중고 교육은 교육청 소관”이란 입장이다. 한번쯤 정책 리더십을 발휘할 법도 하건만 교육계의 수장은 어디로 갔는지 존재감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교육청은 현장에서 원치도 않는 협력교사 몇몇을 보내고 생색을 내거나 “학교 자치”를 외친다. 학교들은 “현장은 코로나19 대응만도 벅찬데 무슨 소리냐”고 답답해한다.

많은 맞벌이 가정과 취약계층 학생들은 학교 수업 전후로 돌봄교실을 이용한다. 이때를 활용해 교사들이 돌아가며 보충수업을 해주면 좋겠다는 학부모들도 있지만 ‘돌봄은 돌봄교사가 할 일’이라는 교직사회의 선 긋기는 철벽처럼 공고하다. 덕분에 아이들은 홀로 색칠공부를 끼적이거나 색종이만 접는다. 교육계 어른 중 누구 하나 내 자식처럼 붙잡고 챙기려는 이 없는 개탄스러운 현실 속에 안쓰러운 아이들만 배움의 터전 밖에 덩그러니 남았다.

‘코로나 교육 구멍’을 방치한 후유증은 해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수년 후 아예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학교생활을 놔버리는 아이들이 생길 수도 있다. 그때 가서 아이들을 탓하지 말라. 아이들이 학교를 버린 게 아니다. 공교육이 아이들을 버린 것이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imsun@donga.com
#코로나19#초등학생#교육#맞춤법#곱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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