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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14일까지 강한 바람과 함께 일부 지방에 300mm가 넘는 폭우가 예상돼 큰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은 12일 “서해상에서 올라온 저기압과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올라온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13일 새벽부터 오후까지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에 시간당 50∼80mm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13일 오전에는 충청과 호남에도 곳에 따라 시간당 50∼80mm의 집중 호우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14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 300mm 이상, 남부지방과 충청, 제주도, 강원영동 100∼200mm, 서울과 경기 및 강원 영서 50∼100mm다. 앞서 부산 등에는 10일 많은 비가 내려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청은 “남부지방에는 돌풍을 동반한 천둥 번개와 강한 비가 집중되는 만큼 산사태, 저지대 주택 침수, 계곡 등지의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행정안전부는 장마 피해에 대비해 12일 오후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 비상근무를 시작했다. 이번 비는 14일 오후 저기압과 장마전선이 각각 동해상과 제주도 남쪽 해상으로 물러가면서 대부분 그칠 것으로 보인다. 장마전선은 이후 다시 북상해 19일부터 전국적으로 비를 뿌릴 것으로 예보됐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특이점은 없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역시 예년 출제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6월 실시된 2021학년도 수능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8일 공개하면서 내놓은 총평이다. 6월 모평은 수능을 주관하는 평가원이 출제한다는 점에서 그해 치러질 수능의 출제 경향과 난이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시험이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고3 수험생들의 수업에 적잖은 차질이 빚어진 만큼 수능 난도 조절의 근거가 되는 6월 모평 결과에 관심이 컸다. 교육계에서는 6월 모평에서 재학생과 졸업생의 성적 격차가 클 경우 평가원이 재학생을 배려해 수능을 쉽게 내지 않겠냐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재학생과 졸업생 성적 격차는 예년 수준그러나 결과적으로 6월 모평에서 재학생과 졸업생의 성적 격차는 예년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평가원은 “매년 수능에서 재학생과 졸업생 사이에 성적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올해도 차이가 있긴 했지만 그 차이는 예년 수준 내에서 존재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능은 예년의 출제기조를 유지하면서 올해 수험생 특성을 파악해서 적정 난이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입시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대학의 학사 일정이 차질을 빚고 대부분 수업이 원격으로 전환된 만큼 이른바 ‘반수생’ 등 졸업생들의 수능 응시가 대폭 늘 것이란 관측도 나온 바 있다. 그러나 6월 모평의 재학생 대 졸업생 응시생 비율 역시 예년 수준이었다. 평가원은 “졸업생의 응시 비율은 14.1%로, 전년 6월 모평 졸업생 비율(14.8%)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수능에서는 졸업생 응시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올해는 예년 대비 재학생 수가 5만여 명 줄어 대학 진입 문턱이 낮아진 데다 수능 선발 비율도 높아져 반수생의 막판 진입이 상당할 수 있다”며 “남은 기간 재학생들은 긴장감을 갖고 취약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능이 평이할 거란 예단은 금물6월 모평의 과목별 난도를 보면 국어는 평이했다는 평가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139점으로 전년도 수능 최고점(140점)과 유사했고, 만점자 비율은 0.32%로 전년도 수능(0.16%)보다 높았다. 수학 가형은 만점자 비율이 0.21%로 전년도 수능(0.58%)보다 크게 감소하는 등 어렵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년도 수능에서 매우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았던 수학 나형은 만점자 비율이 1.21%로 전년도(0.21%)보다 높아졌다. 다만 최상위권에게는 평이했으나 전반적인 체감 난이도는 낮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절대평가인 영어는 원점수 90점을 넘은 1등급 비율이 8.73%로 작년 수능(7.43%)보다 높아졌다. 2∼4등급에 해당하는 중위권 비율은 전체적으로 줄어 점수가 양극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막연히 올 수능이 평이하리라 예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중위권 수험생들의 꼼꼼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재학생들은 통상 수시 지원 전략을 짤 때 자신의 내신 성적을 기준으로 판단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6월 모평 점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권했다. 모평 점수를 수능 점수로 가정하고 정시에서 어느 대학과 학과가 지원 가능할지 따져본 뒤에 수시 전형의 소신 지원 마지노선을 정하라는 뜻이다. 한편 이날 평가원은 11월 수능 실시 전 마지막 연습 기회인 9월 모평의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9월 16일 실시될 예정인 9월 모평의 신청 접수는 이달 13∼23일 이뤄진다. 재학생은 재학 중인 고교에서, 졸업생은 출신 고교 또는 학원에서 신청할 수 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내년부터 대학의 원격수업 및 공동학위 관련 규제가 대폭 풀린다. 그간 전체의 20%까지로 제한돼 온 대학의 원격수업 비율은 대학 자율에 맡겨진다. 특히 석사 과정은 100% 원격수업 진행도 가능하다. 평가 방식 역시 출석평가 원칙에서 대학 자율로 바뀐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31개 대학의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 교육 대전환을 위한 3차 대화’를 열고 “이제는 원격수업을 ‘뉴노멀’로 정립할 때”라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그간 교육부는 대학의 수업 질 저하를 우려해 원격수업을 20%까지만 허용했다. 올 1학기에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해 예외적으로 원격수업 확대를 허용했다. 내년부터는 학부의 경우 학위 취득에 필요한 학점 전체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원격수업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석사는 100% 원격수업이 허용돼 직장인이나 외국인도 원격으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교육부는 대학 간 공동 교육과정 운영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국내 대학끼리는 석사 과정, 해외 대학과는 학사 및 석사 과정을 공동 운영할 수 있다. 해외 대학과의 공동 교육과정은 100% 원격수업으로 운영할 수 있다.임우선 imsun@donga.com·최예나 기자}
교육부가 대학의 원격수업 및 공동 운영을 대폭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국내 대학 교육이 일대 변혁을 맞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교육부가 디지털 시대에 역행하는 규제라는 비판을 받아 왔던 ‘원격수업 20% 제한’을 푼 것은 코로나19로 교육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원격수업 전면 허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현실”이라고 말했다. ○ 원격수업이 ‘뉴 노멀’교육부는 대학, 대학원, 대학 간 공동교육과정 운영 등 고등교육 학사운영 전반에 걸쳐 원격수업 규제를 없앴다. 먼저 내년 1학기부터 학사과정에서는 이수학점 전부를 원격으로 따는 것만 아니라면 그 비율을 얼마로 하든 대학 자율로 정할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99%까지 원격수업으로 편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평가 방식도 출석평가 원칙에서 대학 자율로 변경된다. 대학원의 석사과정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100% 원격수업도 허용된다. 단, 의학·치의학·한의학·법학전문대학원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맞춰 교육부는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대학을 설립·운영하기 위해 요구되는 4대 요건도 재정비하기로 했다. 예컨대 지금은 교수 1인당 의대는 학생 8명, 이공계는 20명, 인문계는 25명 이하와 같은 기준이 있다. 원격수업 체제에서는 이와 다른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그간 찾아보기 힘들었던 국내 대학 간 공동 석사과정 및 해외 대학과의 공동 학사·석사과정 운영도 허용하기로 했다. 원격수업으로 100%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교육부는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수준이 높아 그간 국내 대학과 협동과정을 운영하고 싶다는 외국 대학의 요청이 많았다. 반대로 우리 대학들이 해외 대학과 공동과정을 운영하고자 하는 수요도 적지 않았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대학이 적극적으로 수준 높여야교육부 방침에 대해 대학들은 학사 운영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된 만큼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학령인구 급감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절실한 대학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급감한 유학생을 원격 학위과정으로 다시 확보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나온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장제국 동서대 총장은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결국 얼마나 빨리, 잘 변화하느냐에 따라 대학의 생존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격수업 확대 정책이 이상적인 변화로 이어지려면 대학이 적극적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4년제 대학의 2019년 원격강의 비율은 0.9%에 불과했다. 기존의 ‘20% 제한’을 규제라고 부르기가 무색한 상황이다. 원격수업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당장 1학기에 원격수업을 한 대학생들은 수업의 질 하락을 문제 삼으며 등록금 반환 요구를 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원에 재학 중인 강모 씨(37)는 “시간 활용성은 커지겠지만 날림 학위를 받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원격수업을 전면 허용하더라도 각 대학의 상황과 과별 특성에 따라 원격수업을 할 수 있는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을 것”이라며 “실습 위주 교육이 필요한 학과도 다수 있는 만큼 변화는 제각각 점진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원격수업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대학마다 ‘원격교육지원센터’를 의무적으로 만들고 영상콘텐츠 제작 장비, 인력 등 관련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각 대학에 학생이 참여하는 ‘원격수업관리위원회’를 만들어 강의평가 등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의 질을 관리할 수 있게 하고, 이를 기반으로 ‘원격수업 평가 인증제’를 운영할 방침이다. 임우선 imsun@donga.com·김수연 기자}
교육부는 지난해 실시한 세종대 종합감사에서 수익용 재산 부실 관리 등 44건의 지적사항을 적발했다고 30일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세종대는 장학금 지급 실적을 높이려고 학생지원비 1300만 원을 장학금으로 바꿔 처리하고, 자격 미달 학생들에게 장학금 1314만 원을 지급했다. 교육부는 또 세종대 학교법인(대양학원)이 100% 출자한 서울 중구 세종호텔에서 매년 최소 3600만 원, 최고 19억 원의 수익이 나는데도 해당 수익을 학교로 배당하지 않은 점을 적발했다. 퇴직자에게 교비로 순금 10돈 상당(구입 금액 250만 원)의 황금열쇠를 지급한 것도 문제가 됐다. 교육부는 전체 임원 11명의 취임 승인 취소를 요구하는 한편 국세청과 검찰에 관련 사실을 알리고 수사를 의뢰했다. 교육부는 백석대와 백석문화대, 백석예술대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이들 학교는 교육용 기본 재산인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건물을 학교법인 설립자 가족이 운영하는 사설학원에 임대하고, 교수들이 이곳에서 강의를 하면 교비로 강의료를 주는 등 파행적 운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전 이사장에 대해서는 임원 취임 승인 취소를, 총장에 대해서는 파면을 결정했다. 한편 교육부는 7월 13일부터 24일까지 서강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서울시교육청이 6·25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일선 중고교에 배포한 역사 계기교육자료가 편향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 군인들이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전제한 부분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와 교사 5명에게 집필을 맡긴 ‘동아시아, 평화로 다시 읽다’라는 약 190쪽 분량의 교재를 지난달 25일 서울 전체 중고교 728곳에 배포했다. 수업 시간에 교사의 재량에 따라 자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교재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베트남전쟁’에 관한 것이다. 교재는 “베트남전쟁에서도 민간인 학살이 있었습니다. 미군에 의한 ‘미라이 학살’, 북베트남군과 베트콩에 의한 학살, 한국군에 의한 학살도 있었다고 합니다”라며 “(한국군은) 부비트랩이 터지거나 공격을 받으면 인근 마을을 베트콩이 있는 마을로 간주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 주민 모두를 베트콩으로 보고 무차별 사살을 저지르는 경우가 발생했다”고 단정적 표현으로 기술했다. 또 “한국은 베트남전쟁 중에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 대해 아직까지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를 표명한 적이 없다”는 표현을 담았다.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사실로 전제한 셈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사실로 입증되지 않은 사안이다. 기존 교과서 등에서도 민간인 ‘희생’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 지난해 베트남전쟁 생존자와 유족 103명이 1968년 ‘퐁니 마을 사건’에서 한국군에 의해 부상을 당했다며 청와대에 사과를 요구했지만, 당시 국방부는 “한국군 전투 사료 등에서는 한국군에 의한 민간 학살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고, 베트남 당국과의 공동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교재는 베트남전쟁 참전 군인들의 지원 동기에 대해 “한국 생활에 대한 불만, 외국 생활에 대한 동경, 애국심 등이 있었는데 역시 가장 큰 이유는 금전적인 이유, 즉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실제 차출된 이들 중엔 가난한 집 출신의 저학력자가 많았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역사교육학계에선 부적절한 기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파병 지원을 금전적 측면만 부각한 것은 참전 당사자들의 동기를 단편적으로 해석한 결과이며, 민간인 ‘학살’은 학계에서 논란이 있어 검인정 교과서에선 지양하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립대 역사교육 전공 교수는 “교재에 쓰인 표현들은 역사학계에서 논쟁적인 사안이어서 학생들이 보는 교과서에 쓰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검인정 역사 교과서에서 ‘일왕(日王)’으로 쓰는 용어를 해당 교재에서는 ‘천황(天皇)’으로 표기해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교재 제작을 담당한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 측은 “이 자료는 동아시아 전쟁의 역사를 배우고 평화에 관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며 “교과서에는 쓰이지 않더라도 학계에서 이미 통용되고 있는 사실들을 균형적으로 담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김수연 sykim@donga.com·임우선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6·25 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일선 중고교에 배포한 역사 계기교육자료가 편향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 군인들이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전제한 부분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와 교사 5명에게 집필을 맡긴 ‘동아시아, 평화로 다시 읽다’라는 약 190쪽 분량의 교재를 지난 25일 서울 전체 중고교 728곳에 배포했다. 수업 시간에 교사의 재량에 따라 자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교재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베트남 전쟁’에 관한 것이다. 교재는 “한국은 베트남 전쟁 중에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 대해 아직까지 정부 차원의 공식사과를 표명한 적이 없다”는 표현을 담았다.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사실로 전제한 셈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입증되지 않은 사안이라 정부 입장이나 교과서 등에는 민간인 ‘희생’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전쟁 생존자와 유족 103명이 1968년 ‘퐁니 마을 사건’에서 한국군에 의해 부상을 당했다며 청와대에 사과를 요구했지만, 당시 국방부는 “한국군 전투 사료 등에서는 한국군에 의한 민간 학살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고, 베트남 당국과의 공동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교재는 베트남 전쟁 참전 군인들의 지원동기에 대해 “한국 생활에 대한 불만, 외국생활에 대한 동경, 애국심 등이 있었는데 역시 가장 큰 이유는 금전적인 이유, 즉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이었다며 “차출된 이들 중엔 가난한 집 출신의 저학력자가 많았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해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파병 지원에 관한 부분은 참전 당사자들의 동기를 단편적으로 해석한 결과이며, ‘민간인 학살’은 학계에서도 논란이 있어 검인정 교과서에선 지양하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립대 역사교육 전공 교수는 “교재에 쓰인 표현들은 역사학계에서 아직 논란이 있는 사안들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보는 교과서에 쓰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검인정 역사 교과서에서 ‘일왕(日王)’으로 쓰는 용어를 해당 교재가 ‘천황(天皇)’으로 표기해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교재 제작을 담당한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 측은 “이 자료는 동아시아 전쟁의 역사를 배우고 평화에 관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며 “교과서에는 쓰이지 않더라도 학계에서 이미 통용되고 있는 사실들을 균형적으로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김수연기자 sykim@donga.com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현재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쓰고 있는 사회 교과서의 역사 관련 내용이 애초 집필진이 넘긴 원고와 달리 누군가에 의해 바뀌었고 적법한 교과서 개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육부가 지난해 초등 6학년 1학기용 사회 교과서를 집필 책임자의 동의 없이 불법 수정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가운데 새로운 무단 수정 의혹이 나온 것이다.○ “지금 교과서도 불법으로 태어나” 주장 27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문재인 정권의 역사 교과서 불법 조작 사태 긴급 간담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한국교육과정학회장)는 “지난해 (사용된 뒤 폐기된) 초6 1학기 사회 교과서를 둘러싸고 논란이 크지만 올해 초6 1학기 사회 교과서는 더 문제가 많다”며 “분석 결과 상당히 많은 오류와 왜곡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해 초6 1학기 사회 교과서의 집필 책임자였던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도 참석했다. 홍 교수는 올해 초6 1학기 교과서에 남한은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했을 뿐인 데 반해,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나라’를 건국한 것으로 표현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필진으로부터 입수한 교과서 완성본 PDF에는 이렇게 돼 있지 않았다”며 “대한민국 건국과 관련한 페이지 하나를 전적으로 누군가 손을 댔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애초 원고에는 “북한 ‘정권’ 수립”, ‘국제연합은 대한민국 정부를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이란 표현이 있었지만 교과서에서 모두 사라졌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또 “통상 교과서를 수정할 때는 고치겠다는 공고를 내는데 그런 과정도 없이 무단으로 고쳤다”며 “불법으로 태어난 교과서”라고 주장했다. 교과서 개발 땐 (현장검토본을 만들어) 한 학기 동안 학교 선생님들이 미리 써보게 하는데 그 과정도 생략했다고 말했다.○ 살해, 시위, 피… “초등학생들에게 이래도 되나” 홍 교수는 현행 초6 1학기 사회 교과서가 초등학생들에게 맞지 않는 과격한 표현과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그에 따르면 교과서 내 사진 자료 51장 가운데 34장이 집회와 시위 장면으로 이뤄져 있다. 홍 교수는 “이 교과서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갈등’으로 보고 이한열, 박종철 등을 강조함으로써 마치 대학생이 죽어야 정치 발전이 이뤄지는 것처럼 기술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4·19혁명에 참여한 사람들을 생각하는 시 쓰기’ 활동에서는 예시로 ‘…탕탕탕탕 총소리가 들려옵니다. … 오빠와 언니들은 피로 물들였어요. … 우리는 오빠와 언니들의 뒤를 따르렵니다’라는 시를 보여준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부하에게 살해되었다’고 표현했다. 당시 교과서 심의에 참여한 한 교수는 “집필진 원고에는 ‘살해’ 같은 용어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날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등 보수 성향 변호사단체들은 학생·교사·학부모 등 1176명 명의로 ‘자유민주주의’ 등의 표현이 빠진 현행 초등학교 5, 6학년 사회 교과서의 사용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했다. 교육부는 “교육부에 직권 수정 권한이 있어 집필진 원고와 교과서는 다를 수 있다”며 “이는 적법한 행위”라고 밝혔다.임우선 imsun@donga.com·김수연·김예지 기자}
교육부가 내달부터 2021년까지 학생 수 6000명 이상인 사립대 16곳을 대상으로 종합감사를 실시한다고 24일 밝혔다. 교육당국이 사립대에 대해 이처럼 대대적으로 전면 감사에 착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당국은 사학 건전성을 강화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교육계 안팎에선 ‘사학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이런 계획을 발표했다. 대상 대학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서강대 연세대 홍익대 가톨릭대 등 16곳이다. 유 부총리는 “사립대는 학부모 또는 학생이 받는 장학금을 포함해 7조 원 상당의 정부 재정을 지원받고 있다”며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국민 세금이 들어간 사학을 투명하게 관리해 공공 책무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학 종합감사는 감사 인력 부족을 이유로 사실상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 한 해 종합감사를 할 수 있는 대학이 2, 3개교에 불과하다 보니 비리 의혹이 있는 대학을 우선 선정했다. 비리 의혹 대학이 매년 2, 3개 학교가 안 되면 ‘제비뽑기’를 통해 종합감사 대상을 추가하는 식이었다. 이런 이유로 전국 278개 사립대(2년제 포함) 중 개교 이래 한 번도 교육부의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학교가 이번에 종합감사를 받는 사립대 16곳을 비롯해 111개교(39.9%)에 이른다. 교육부 발표에 사립학교 관계자들은 “교육부가 한국의 교육경쟁력 향상에 기여해 온 사학 전체를 적폐 프레임에 가두려고 한다”며 반발했다. 종합감사 대상이 된 A대 관계자는 “현재 대학 혁신을 위해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2021년 종합감사가 끝날 때까지 몸을 사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혁신 작업이 올스톱되게 생겼다”고 말했다.김수연 sykim@donga.com·임우선 기자}
청와대가 21일 ‘상산고 사태’와 관련해 교육부가 지정 취소에 반대하는 ‘부(不)동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며 긴급 진화에 나선 것은 내년 총선을 10개월 앞둔 시점에서 여권에 우호적인 전북 지역 민심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북도교육청이 전날 평가 기준(100점 만점에 80점 이상)보다 단 0.39점 낮은 전북 전주시 상산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자사고 학부모들뿐 아니라 전북 지역 국회의원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6일 국회 교육위원회를 열어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을 상대로 현안 질의에 나설 예정이다. 교육위 여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북도교육청만 자사고 평가 기준이 10점 높은데 왜 그런 기준을 세웠는지, 기준에 따라 평가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그 배경과 의도를 (현안 질의를 통해)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교육위 소속 민주당 신경민 의원도 “15년 이상 자사고로 운영된 상산고는 이명박 정부 때 우후죽순으로 생긴 수도권 자사고와 차원이 다르다”며 “지역 인재 양성, 지역 균형 발전 등을 고려해 재지정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위 현안 질의에는 김 교육감을 포함해 서울 경기 인천 충북 등 자사고 재지정을 앞둔 5개 시도교육감이 참석할 예정이다. 여당에 이어 청와대마저 평가 기준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상산고 사태의 최종 결정권을 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선택지는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교육계 인사는 “지역 반발과 정치권 압박이 거센 데다 전북도교육청의 평가에 법적, 논리적 모순이 많아 유 부총리가 제동을 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유 부총리가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불허하는 순간 교육부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교육부는 ‘자사고 폐지’와 ‘초중고교 교육 권한의 시도교육청 이양’을 핵심 목표로 삼고 정책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북도교육청이 평가 근거 자료를 교육부로 보내오면 각 지표별 평가의 정당성을 따져보고 ‘특수목적고 등 지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7월 중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김수연·강성휘 기자}
지난주 서울대가 2022학년도 입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만으로 뽑는 정시의 비중을 30.3%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교육부가 ‘정부가 주는 재정지원사업 돈을 받고 싶으면 정시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리라’고 대학들에 요구한 지 1년 만의 일이다. 정시 확대와 함께 서울대는 모집군(시기)도 ‘가’에서 ‘나’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사실 이번 변화는 서울대가 원했던 것이 아니다. 서울대는 대학가에서 유명한, 전통적인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지지 대학이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2013학년도 입시에서 수능 선발 비중을 20.1%로 낮춘 이래 한 번도 그 비율을 30% 이상으로 올린 적이 없다. 국내 모든 대학 중 학종을 통한 선발을 가장 먼저 시작했고, 입학사정관 수도 제일 많다. 정시를 제외한 수시 비중이 70%가 넘는데 그 모든 수시를 100% 학종으로만 뽑는다. 대체 왜 서울대는 그토록 학종을 좋아할까. 학종을 선호하는 대학들의 이야기를 결혼에 비유해 설명하자면, 이들은 ‘중매’가 아닌 ‘연애’ 결혼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인 시험성적만으로 뽑는 수능 고득점 학생은 마치 엄마가 소개해 준 완벽한 스펙의 소개팅 상대처럼 정량적으로 뛰어나지만 정말 괜찮은, 나와 맞는 상대인지는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성적은 좋지만 과연 인성도 좋을지, 재수 등 ‘이탈’을 하지 않고 우리 대학과 끝까지 함께 갈 학생일지 등은 자기소개서 분석, 면접 등을 통해 ‘연애’를 해봐야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선발과정에서 사회적 계층 격차를 완화하는 데도 학종이 낫다고 말한다. 예컨대 A라는 학생과 B라는 학생이 있다고 치자. 성적은 A가 1등이고 B가 3등이다. A는 해외 유학을 다녀오고 각종 대회 참여 경험도 있지만 B는 없다. 하지만 A는 가정환경이 퍼펙트한 데 비해 B는 장애가 있는 부모 밑에서 어렵게 자라며 3등이란 성취를 이뤘다. 이런 상황에서 B의 노력과 가능성을 인정하고 기회를 주려면 학종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서울대는 수능 확대로 서울대 학생들의 계층 쏠림 현상이 심화될까 우려한다. 지난 대입제도 개편 논의 과정 당시 한 서울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수능 확대 시 선발 결과 변화를 시뮬레이션했더니 강남이나 우수 고교 선발 비중이 너무 늘더라”고 걱정했다. 이 얘기를 듣고 본보가 2014∼2018학년도 서울대 입학생 현황 자료를 확보해 분석해 보니 실제로 그랬다. 정시 비율이 20%였던 2014학년도 입시에서는 강남3구 출신 학생 비율이 145명이었지만, 29%로 늘린 다음 해 입시에서는 그 수가 215명으로 70명(48.2%) 늘었다. 같은 기간 자사고 출신 정시 입학생 역시 171명에서 279명으로 108명(63.2%)이나 늘었다. 대학 입시가 ‘좋은 인재의 선발과 양성’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학종이냐, 수능이냐’는 이분법적 구도를 뛰어넘는 논의가 필요하다. 수능을 30% 이상으로 한다고 해서 ‘복잡성, 고비용, 비리 가능성’이라는 학종의 치명적 단점이 저절로 해결되진 않기 때문이다. 인성을 볼 수 없는 수능 선발의 한계 또한 극복돼야 할 과제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지난해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 이후 올 3월 집단 개학연기 투쟁으로 맞섰다 철회한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최근 정부를 상대로 잇단 소송전에 돌입했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사립유치원장 등 167명은 지난달 24일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제53조의 3’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해당 규칙은 사립유치원도 에듀파인(국가관리회계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사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같은 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도 냈다. 이들은 소장에서 헌법소원 청구 이유로 “개인사업자인 사립유치원장들은 자유롭게 회계처리를 할 수 있는데도 국가가 에듀파인을 강제해 직업수행의 자유(헌법 제15조)를 침해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공공의 필요에 의해 재산권을 제한할 때는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하는데 보상도 없이 에듀파인을 강제했다”며 재산권(헌법 제23조 3항)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가 다음 달 중순 유치원 폐원 시 학부모 3분의 2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유아교육법 시행령’을 공포하면 사립유치원장들의 반발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다음 달 16일부터 국내에 6개월 이상 머무는 외국인과 재외국민은 건강보험에 의무가입해 보험료를 매달 11만 원 이상 부담해야 한다. 다만, 외국인 유학생들은 소득과 재산 유무를 고려해 보험료를 최대 50% 낮춰주기로 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이 같은 내용의 외국인·재외국민 건강보험 당연 가입제도를 7월 16일부터 시행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그간 외국인 등이 필요할 때만 지역 건강보험 가입을 하다 보니 고액 진료가 필요할 때만 ‘무임승차’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국내 대학으로 유학을 오는 외국인들은 입국 즉시 건강보험에 가입하게 돼 14만 명이 넘는 국내 고등교육기관 유학생들이 건강보험 의무가입자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학생들은 현재 월 1만 원 상당의 비용만 내고 소속 학교를 통해 손해보험사들이 제공하는 외국인 유학생 실비보험 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이번 제도 변경에 따라 유학생들의 건강보험료 부담이 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교육부가 4일 내놓은 대학 강사제도 안착 방안은 8월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도입을 앞두고 현실화한 대학가의 대규모 강사 해고 사태에 제동을 걸기 위한 대책이다. 그러나 대학들은 “현실성도, 지속 가능성도 없는 대책”이라고 반발했다. 4월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전국 196개 대학의 강좌 수는 30만5353개로 전년보다 6655개가 줄었다. 일부 강사의 처우가 개선된 만큼 나머지 강사들은 일자리를 잃고, 학생들은 질 낮은 수업을 받게 된 셈이다.○ 교육부 “강사 자르면 돈 못 줘” 이번 대책에서 교육부는 강사 고용을 줄이는 대학에는 재정 지원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거듭 분명히 했다. 등록금 11년 동결에 학생 수 급감이 이어지며 정부의 재정 지원만이 살길인 대학이 태반인 상황에서 재정지원 사업 불이익은 대학에 가장 강력한 ‘압박카드’가 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2학기 강의 개설 및 교원 수급 계획이 수립되는 6월 초부터 각 대학의 강사 고용 현황을 조사할 것”이라며 “강의 규모, 총 강좌 수, 강사 담당학점 등을 지난해와 비교 평가해 재정 지원에 페널티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대학 구조조정과 직결돼 각 대학의 생사를 가르는 ‘대학 기본역량진단’에 ‘강의 규모 적절성’ 지표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총 8594억 원 규모의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2000억 원 상당의 ‘두뇌한국(BK)21’ 사업에도 강사들의 고용안정 지표를 반영할 계획이다. BK21사업 예산은 대부분 대학원생 장학금으로 쓰이다 보니 해당 사업을 따지 못한 대학은 대학원생 모집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강좌를 많이 줄이거나 강사를 대량 해고한 대학에는 288억 원의 시간강사 인건비 지원도 차이를 두는 식으로 불이익을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학들 “초빙교원도 공채로 뽑으라니 황당” 그간 혼란 속에 교육부의 구체적인 강사법 운영 매뉴얼 발표를 기다려온 대학들은 4일 충격과 당혹감을 토로했다. 수도권 A사립대 관계자는 “대학의 재정은 해마다 나빠지는데 어떻게 고용수준도 높이고 숫자도 유지하라는 거냐”라며 “아무리 정부가 재정 지원 페널티를 준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강사 유지로 인한 부담이 더 크기 때문에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B대학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교육의 질을 높이라며 모든 평가에 전임교원 확보율을 반영하더니 이제는 또 강사 비율을 평가한다니 황당하다”며 “신진 학자도 할당제로 뽑으라는데 과연 어느 수준까지 뽑아야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무엇보다 이날 대학들은 교육부 발표안에 포함된 ‘겸임·초빙교원도 공개 채용하라’는 내용에 큰 당혹감을 나타냈다. 복수의 대학 관계자들은 “그간 공개 채용해야 하는 ‘비전임 교원’의 정의가 어디까지인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는데 겸임·초빙을 포함해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교육학과 단기 강의를 할 교장 선생님, 건축학과 실무를 가르칠 건축사무소 대표 등은 모두 ‘모셔 와야’하는 분들인데 이런 분들을 어떻게 공개 채용하느냐”고 반문했다. 일부 대학은 “2학기 겸임·초빙교수 수백 명을 섭외한 상태인데 지금 다 전화해서 취소한다고 말해야 할 상황”이라며 “9월 학기 개강을 어떻게 하라는 건지 미칠 지경”이라고 애로를 토로했다.○ 해고 강사에 국고 지원·땜질식 일자리 논란 해고된 강사들을 국고와 땜질식 일자리로 지원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일단 올해 국고로 지원하는 280억 원 규모의 ‘시간강사 연구지원사업’을 통해 해고 강사들을 우선적으로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사업을 통해 강사를 포함한 연구인력 총 2000명에게 1인당 1400만 원이 돌아갈 예정이다. 또 해고 강사들을 ‘지역사회 평생학습 프로그램’이나 ‘고교학점제 프로그램’과 연계해 강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평생학습 프로그램에는 이미 고용된 강사들이 있고, 고교학점제는 전면 시행까지 5년 이상 남았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사법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전직 시간강사 김모 씨(35)는 “평생교육기관에서 일하자고 박사까지 했겠느냐”며 “경력 개발이나 임금 측면에서도 ‘대체재’가 될 수 없는 일자리”라고 말했다.김수연 sykim@donga.com·임우선 기자}
시간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다가 오히려 대량해고 사태를 부른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의 8월 시행을 앞두고 교육부가 4일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방학 중 임금 지급’ 등 대학 재정을 지원하는 동시에 각 대학의 강사 고용 현황을 재정지원사업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대학들은 지속적인 예산 확보를 장담하기 어렵고 모호한 대책이 담긴 ‘실효성 없는 미봉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시간강사법 시행 이후 강사의 대량해고 사태를 막기 위해 두뇌한국(BK)21 등 각종 재정지원사업을 선정할 때 강사 고용 현황을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시간강사법은 강사 채용 시 최소 1년간 임용을 보장하고 3년간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학들은 강사 채용에 부담을 느껴 시간강사법 시행을 앞둔 올해 1학기에만 6655개의 강좌를 선제적으로 줄였다. 시간강사법은 법 제정 의도와는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나 ‘대학판 최저임금제’로 불린다. 교육부는 대학에 강사로 등록되지 않아도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시간강사 2000명을 선정해 1400만 원씩 연구비를 별도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박사학위 신규 취득자들의 강의 기회가 줄어들지 않도록 강사 임용 시 이들을 우선적으로 뽑는 ‘임용할당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또 해고된 강사들이 지역사회 평생학습 프로그램이나 고교학점제 프로그램의 강의를 맡을 수 있도록 학교와 지방자치단체에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학들은 이날 교육부 발표에 대해 “대학이 처한 현실을 모르는 실효성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시간강사를 한번 고용하면 가급적 3년간 임용을 유지해야 하고, 교원 지위를 부여해야 하는 데 따른 대학의 행정적 재정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해고 강사들을 구제한다며 내놓은 일부 대책은 구체적 로드맵 없이 검토 단계에 놓여 있다. 논란이 된 ‘퇴직금 지급’의 기준도 모호한 상태다. 방학 중 임금(학기당 2주 치)을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대학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김수연 sykim@donga.com·임우선 기자}
이번 여름방학부터 기간제 교사도 연수를 통해 1급 정교사가 될 수 있게 됐다. 1급 정교사가 된다고 해서 비정규직 신분이 정규직으로 바뀌지는 않지만 호봉은 오른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올해부터 기간제 교사 대상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실시하기로 하고 각 교육청에 이를 전달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광주 울산 경남 세종 등 4곳은 당장 올 여름방학부터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기와 서울은 내년 시행을 목표로 준비에 들어갔다. 1급 정교사 자격연수 대상에 기간제 교원이 포함된 것은 대법원이 “정교사 1급 자격 부여 대상이 정규 교원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일정 기간 교육 경험을 축적한 교원의 능력과 자질 향상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게 연수의 취지”라며 기간제 교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기간제 교사들은 “사실상 정규 교원과 동일한 업무를 하며 때로는 담임 등 기피 업무를 더 많이 맡는 상황”이라며 1급 정교사 자격연수 확대를 환영했다. 반면 일부 교원 및 임용시험 준비생들은 “정식 교사가 아닌 이들에게 연수 예산을 쓰는 것”이라며 “어렵게 임용시험을 치른 정규 교사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반발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충북 명문고 논란에서 진짜 재밌는 게 뭔 줄 압니까? 입시교육을 적폐 취급하며 명문고 설립에 반대하는 전교조 간부 출신인 교육감도 정작 자기 자식은 서울대 법대를 보냈다는 겁니다. 현 정부 들어 (그 아들은) 청와대에 입성했답디다. 그런데 왜 도민들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겁니까?”(충북도민 A 씨) 최근 충북에 다녀왔다. 선뜻 이해할 수 없는 갈등 때문이다. ‘지역 내 명문고 설립’을 둘러싼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의 갈등이 그것이다. 그간 도는 지역 우수 학생을 위한 자사고 등 명문고 설립을 호소해왔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쌍심지를 켜고 반대하고 있다. 교육을 맡는 교육청이 아니라 행정기관인 도가 명문고 설립을 요구하는 점부터 특이하다. 더욱이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민주당 출신 3선 도지사가 ‘자사고 폐지’라는 당론을 모를 리 없는데도 명문고 설립을 외치는 이유가 궁금했다. 도 관계자와 주민들 얘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당초 도는 교육에 관여하지 않으려 했단다. 그런데 지난 수년간 충북의 교육 경쟁력이 날이 갈수록 추락했다. 2011년 이후 충북에서는 상위 3%에 포함되는 중학생 499명이 충남, 전북, 세종 지역의 우수 학교로 빠져나갔다. 충북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은 매년 떨어졌다. 명문대 진학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도교육청은 이런 현황을 파악할 자료조차 주지 않아 도에서 직접 조사를 해야 했다. 지역주민 설문에서는 67.3%가 ‘지역 내에 명문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자사고 설립에 44.7%가 찬성한 조사 결과도 있다. 도 관계자는 “도민들이 지사를 볼 때마다 ‘충북 교육 앞으로 어쩔 거냐’는 문제 제기를 많이 했다”며 “오죽하면 도가 나섰겠느냐”고 답답해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이런 요구를 ‘교육 적폐’로 취급했다. 충북도청을 찾은 날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도교육청 측 토론자는 “명문고 설립 운운하는 이런 토론회 자체가 유감”이라며 “우수한 학생들만을 위한 특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든 아이를 위한 교육’이 목표라면서 그 ‘모든’ 아이 가운데 ‘공부를 잘하거나 좋아하는 아이’는 포함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전교조 등 진보교육 단체 관계자들은 ‘명문고 반대’ 피켓을 들고 도를 압박했다. 도교육청은 고교 평준화를 목표로 학교 배정 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2017학년도부터 도교육청은 충북 중3 학생들을 성적에 따라 △상위 10% △중상위 40% △하위 40% △최하위 10% 등 4개 그룹으로 나눈 뒤 이들을 각 고교에 골고루, 사실상 반강제로 분산 배치한다. 하지만 학교는 각 학생의 실력에 따른 맞춤형 수업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학생들은 공부를 잘해도 학원을 찾아야 하고, 못해도 학원에 가야 하는 ‘평준화의 역설’을 경험하고 있다. 최근 ‘탈(脫)학업’을 강조하는 진보교육 체제에서 우수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서자’ 취급을 받고 있다. 공부를 잘하거나 열심히 하려는 학생들을 위한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있던 수월성 교육 정책마저 없애는 추세다. 충북도의 명문고 설립이 요원한 만큼 한국의 인재 양성도 멀어 보인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저는 늘 공학교육인증제를 설명할 때 ‘운전면허증’ 같은 것이라고 얘기해요. 운전자가 면허 없이 길에 나가면 어떻게 됩니까? 흉기나 다름없죠. 공학교육인증제도 마찬가지예요. 이 인증을 받은 프로그램을 이수한 공학도들은 기업체들이 믿고 써도 좋다는, 최소한의 신뢰 확보 도구라고 봅니다.” 20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총장실에서 만난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공인원) 원장(62·사진)은 “공학교육인증제는 학생들의 취업 경쟁력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까지 높여줄 수 있는 제도”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총장은 “공인원을 통해 대학들의 공학교육 수준 전반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로 한양대 ERICA캠퍼스 산학협력단장, 부총장 등을 역임하며 대학가 산학협력의 롤모델을 만들어 온 김 원장은 올 2월 제15대 한양대 총장에 취임한 후 4월 제8대 공인원장을 맡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공인원을 맡았나. “공인원은 1999년 설립 이래 한국 공학교육 혁신에 큰 기여를 해온 기관이다. 당시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공학교육학회가 주축이 돼 만들었다. 핵심은 ‘한국 대학의 공학교육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지도록 인증 기준을 만들고 자문을 제공하자’는 것, 또 이를 통해 ‘한국 공대에서의 학력이 해외에서도 동등하게 인정받아 졸업생들이 세계적으로 활동하게 돕자는 것’이었다. 공인원이 운영하는 ‘공학교육인증제’는 그 결과다. 1980년대 미국에 유학을 갔더니 미국에는 벌써 이런 제도가 운영되고 있더라.” ―공학교육인증제의 핵심은 뭔가. “기존의 이론 중심 공대 교육을 전공·기초·설계 교육이 어우러진 우수한 프로그램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대학들이 공인원의 공학교육인증을 받으려면 △수학과 기초과학 교육을 일정 기준 이상으로 강화해 운영해야 하고 △‘캡스톤 디자인 프로젝트’처럼 전공 실무역량을 높이는 설계 교과목을 도입해야 한다. 또 이를 통해 팀워크,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및 공학윤리 역량이 극대화되도록 수업을 운영할 것도 요구받는다.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전공분야 지식을 활용해 실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도록 이끄는 것이다. 현재 88개 대학 486개 프로그램이 공인원의 인증을 받았다.” ―공인원이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주요 성과를 꼽자면…. “제일 큰 건 한국의 ‘우수한 엔지니어’를 다수 배출하는 데 기여한 것이다. 당장 기업들에서 ‘공학교육인증을 통해 배출된 인재들을 써 보니 정말 업무능력이 뛰어나더라’는 피드백이 온다. 흔히 미래 산업에서 중요한 ‘4C’로 창의력(Creativity), 소통능력(Communication),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협력(Collaboration)을 꼽지 않나. 공학교육인증제가 추구하는 인재가 바로 이런 인재다. 현재 삼성, LG, SK 그룹사 및 NHN, KT 등 국내 200여 개 기업이 인증제 졸업생에게 채용 가점을 주는 것은 이런 이유다. 한국의 공학교육이 국제적 동등성을 인정받도록 이끌었다는 점도 큰 성과다. 공인원이 ‘워싱턴어코드’ 등 국제적 공학교육 관련 협약체의 일원으로 들어가면서 현재 공학교육인증 졸업생들은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전 세계 19개국에 진출할 때 현지의 4년제 공대 졸업자 학력과 동등한 학력을 상호 인정받는다. 현지 기술사가 되기 위한 시험자격을 부여받거나 기술이민 서류제출 면제, 석·박사 진학 시 추천서 발급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실제로 한 청년이 호주 이민을 진행하다 어려움을 겪었는데, 공학교육인증을 받은 공대를 나온 것 때문에 기술가점을 받아 이민에 성공한 경우도 있다.” ―최근 고교 수능 범위에서 기하와 벡터를 제외하는 등 잠재적 이공계 인재의 기초지식 부족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 “그런 면에서 인증제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요즘 학생들이 어려운 건 안 배우고, 잘 하려고 하지도 않는 상황 아닌가. 대학으로서는 그런 인재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런 인재들은 산업계가 원하는 인재와 한참 동떨어진 게 사실이다. 이러한 ‘스킬 미스매치’를 인증제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 산업계뿐만 아니라 대학원 등에 진학할 때도 이공계 기초지식 부족은 가장 큰 문제가 된다. 인증제는 기초과목 30학점 이상을 요구하기 때문에 뿌리가 튼튼한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공인원의 앞으로 방향은…. “지금까지는 대학들이 ‘인증을 받으면 어떤 인센티브가 있냐’만 물었다. 이제는 혜택을 보기보다 학생들을 바라보고 가는 문화를 만들었으면 한다. 우수한 공학교육 제공을 통해 우리 학교 학생들의 역량과 자격 수준을 높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하자는 얘기다. 물론 인증을 받고 유지하는 과정이 대학이나 교수들에게는 힘들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취업이든 해외 진출이든,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인증제 교육을 받았던 것이 그들의 삶을 100% 바꿀 수도 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장면 1. 중국의 4년제 대학에서 디자인과 교수로 일하는 왕모 씨는 올해부터 한국 지방의 W대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다. 왕 씨는 “중국 대학 수준을 진일보시키려는 정부 정책에 따라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따오라는 주문이 계속됐다”며 “학위가 없으면 연구과제에도 제한이 생기고 대학 평가나 승진에도 어려움이 생긴다”고 전했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중국인 우(吳)모 교수 역시 “박사 학위를 따려는 젊은 석사 교수들이 많다”며 “박사 공부를 하겠다고 하면 해당 교수에게 1년간 강의를 면제해 주거나, 유학비를 지원해 주는 중국 대학이 많다”고 설명했다. #장면 2. 수도권 K대 대학원에서 올해부터 박사과정을 시작한 한국인 이모 씨(37)는 올 3월 개강 후 첫 수업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박사과정생 22명 중 6명을 뺀 나머지가 모두 중국인 등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25명 규모의 수업에서는 중국인 박사과정생이 17명이나 됐다. 문제는 모든 수업이 한국어로 진행되는데도 이들 중국 학생이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안 될 정도로 한국어에 서툴다는 점이다. 이 씨는 “못 알아듣겠다는 중국 학생들 반응이 이어지면 교수님이 짧은 영어로 수업을 하는데 한국 학생들로서는 피해를 보는 느낌”이라며 “쉬는 시간이나 팀 프로젝트를 할 때도 중국 학생이 다수라 한국 학생은 오히려 소수자가 되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중국의 ‘대학굴기’ 정책에 따라 최근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한국으로 유학 오는 중국 교수들이 크게 늘면서 수업 파행과 학위 남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교수 가운데 석사학위만 가진 교수는 약 60만 명으로, 지난해 박사과정 유학을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수는 3600명을 넘어섰다.○ 집중이수제 도입 후 박사과정 유학생 급증 국내 대학, 특히 지방대에 중국 유학생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교육부 정책에 따라 11년 이상 등록금이 동결된 데다 학령인구마저 급감해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이 크다 보니 유학생 한 명 한 명의 등록금이 대학의 사활과 직결된다. 문제는 한국에서 학업을 할 준비가 안 된 유학생들까지 무분별하게 입학을 허용해 제대로 된 인재 양성이나 논문의 질 관리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대학 학위에 대한 신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들 중국인 박사과정생은 교육부가 대학 학사과정 자율화 방안의 하나로 허용한 ‘집중이수제’가 2년 전부터 본격화되면서 크게 늘었다. 집중이수제는 통상 15, 16주 과정으로 이뤄지는 한 학기 수업을 단축해 집중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예컨대 중국에서 교수로 활동하는 학생은 학기 중에는 중국에서 수업을 하고 방학 때만 한국에 들어와 한 학기 과정을 밟을 수 있다. 당초에는 기간 단축에 대한 제한이 없었지만 지난해 중국 측에서 ‘부실 학위’ 항의가 제기된 후 최근 전국대학원장협의회는 ‘원격수업 1주 허용을 포함해 최소 한 학기 과정이 8주는 되도록 짜자’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실제 매년 100∼200명 수준으로 증가해 온 국내 중국 박사과정 유학생 수는 집중이수제가 본격화된 2017년 이후 연 800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집중이수제를 운영 중인 G대의 경우 총 150명의 박사과정 유학생 가운데 115명이 집중이수제 학생이다. 교육부는 “집중이수제는 국내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대학이 유학생 수요에 적극 대응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업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고 논문 심사도 동일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학 현장의 현실은 달랐다. 중국인 유학 브로커인 온모 씨는 “한국 대학에 입학하려면 기본적으로 토픽 3급이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말은 못 한다. 한국 학생이랑 같이는 절대 수업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 교수들은 이런 학생이 오면 굉장히 애를 먹으니 싫어해요. 그래도 정작 대학들은 돈이 급하니까 정원 외 선발이 가능한 유학생들을 유치하려는 노력이 대단합니다.” 온 씨는 “대학들을 돌며 ‘빨리 편하게’ 박사 딸 수 있는 학교를 찾는 게 나의 임무”라고 전했다. 수준 높은 논문 작성은커녕 정상적인 소통이나 수업조차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박사과정 학생들을 받는 교수들은 자괴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수도권 모 대학 박모 교수는 “최근 맡은 한 중국 박사과정생은 ‘선행연구 분석’이란 개념도 몰랐다”며 “자질이 한참 못 미쳤지만 결국 논문은 통과됐다”고 전했다. 해당 학생이 “박사학위를 못 받아 직장에서 잘리면 당신이 책임질 것이냐”고 따지는 통에 차라리 빨리 졸업시키는 게 낫겠다 싶었다는 것이다. “모든 교수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점이 있어요. 중국 학생들이 ‘을’일 수밖에 없는 한국 대학 사정을 너무 잘 안다는 점이죠. ‘우리 돈이 아니면 당신들이 먹고살겠냐’는 식이다 보니 ‘중국어 전용 강의를 열어 달라’, ‘중국어 가능 교수를 채용하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미국처럼 대학이 힘을 가진 나라여도 그랬을까요.”○ 재정난 대학, 무차별 학부 입학 허용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유학생들의 불만은 ‘학부’에서 더 커지고 있다. 국내 대학들이 수업을 들을 능력이 부족한 유학생을 무차별적으로 입학시킨 후 제대로 학습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의 A대학 글로벌통상학과는 유학생이 377명으로 전체 학생의 54%에 달하지만 담당 조교는 1명이다. 중국인 유학생들의 한국어 실력 부족으로 수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2017년 서울의 B대학 전자정보공학부에 입학한 중국인 유학생 탕궈룽(가명·22) 씨는 “입학 후 2년간 수업을 거의 이해하지 못해 비교적 알아듣기 쉬운 정치외교학과로 옮겼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도 불편한 건 마찬가지다. 지방대에 다니는 C 씨(24·여)는 “한국어를 못하는 유학생들이 발표를 모두 중국어로 해 교수님도 우리도 답답하다”고 말했다.김수연 sykim@donga.com·임우선·강동웅 기자}
수도권 A대 대학원 입학처에 근무하는 이모 씨는 이달 초 한 남성의 방문을 받았다. 자신을 중국 대학 관계자로 소개한 이 남성은 “중국에는 박사를 따려는 석사 출신 교수가 많다. 한 번에 수십 명씩 대량으로 보내 줄 수 있다”며 “대학원 측에서 우리를 위한 단기 박사 코스를 따로 만들어 주겠느냐”고 타진했다. A대 관계자는 “박사를 취득하려는 석사 출신 중국인 교수들을 한국 대학과 연결해 주는 브로커로 보였다”고 전했다. 최근 박사 취득을 위해 한국 대학으로 오는 중국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19일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박사과정 유학을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유학생은 총 3636명으로 2013년 1906명의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대학가에 따르면 이들 중 상당수는 현재 중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석사 출신 교수다. 지난해 중국 교육부 통계를 보면 중국 내 교수는 총 163만여 명으로 이 가운데 40만 명(24%)가량만 박사고 나머지는 석사 이하 학위를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일류대학·일류학과 건설정책(쌍일류 정책)’ 등 대학교육 선진화에 박차를 가하자 교수들의 학위 수준을 높이려는 대학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박사 학위를 빨리 따려는 중국 측 수요와 등록금 수입이 절실한 한국 대학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면서 학사 운영과 논문 심사가 비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사례가 늘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지방 C대는 중국인 박사 유학생들을 유치한 뒤 통상 4개월이 걸리는 한 학기 과정을 단 12일 만에 끝낼 수 있게 운영해 논란이 됐다. 이후 주한 중국대사관은 교육부 측에 “한국 학위를 신뢰해도 되느냐”는 취지의 항의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국내 대학의 수는 190여 개에 달하는데 학생 수는 자꾸 줄고, 등록금은 11년째 묶여 있다 보니 지방대는 물론이고 수도권 대학들도 재정 압박이 극심하다”며 “대학정책의 구조적 모순을 풀지 않으면 이 같은 ‘학위공장’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임우선 imsun@donga.com·강동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