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임우선]“우린 백신 언제 맞나요?” 캠퍼스 잃은 한국 대학생

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입력 2021-04-10 03:00수정 2021-04-10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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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올해 서울 A대 신입생이 된 김모 씨의 ‘대학 생활’ 이야기가 짠하다. 3월 개강 후 그의 하루는 대체로 이렇다고 한다. 일단 집에서 밥을 먹고 노트북 컴퓨터를 챙겨 집 앞 카페로 간다. 거기서 동네 친구들을 만난다. 이들은 함께, 그러나 각자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온라인 강의에 접속해 수업을 듣는다. 그러다 다시 집으로 헤어진다. 말이 대학 생활이지 거의 ‘동네 생활’ 내지는 ‘가정 생활’이다. 일생에 한 번뿐일 대학 새내기의 봄이 이렇게 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이 시대의 캠퍼스 라이프를 그야말로 ‘동결 건조’시켰다. 대학의 목적이 전공 공부를 하고 학점을 따는 것에만 있다면 차라리 쉬웠을지 모른다. 세련된 동영상 강의를 ‘버벅거림’ 없는 초고속 랜선에 올려 태우면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는 대학이란 공간을 입시 전문 단과학원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다.

대학의 진짜 의미는 ‘인간 확장’에 있다. 대학은 스무 살이 돼 어른의 문을 연 청년들이 처음으로 내가 속한 교실, 내가 다니던 학교, 내가 살던 동네를 떠나 새로운 세상과 조우하는 곳이다. 기존에는 만날 수 없던, 다양한 곳에서 온 다채로운 배경의 인간 군상을 만난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생경한 사투리 속에 서로 다르게 살아온 각각의 배경과 사연을 알아가며 내가 몰랐던 인생의 스펙트럼을 이해한다. ‘스스로의 알을 깨는’ 이런 경험이야말로 대학에서 얻는 가장 소중한 가치다.

대학에서 맺은 관계는 때로 평생 인연이 된다. 학문적 내용을 함께 이해하고 세상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같이 하며 ‘솔메이트’, ‘학문적 동지’, ‘사업 파트너’ 등 다양한 관계가 생성된다. 실제 대학을 매개로 태어난 기업은 셀 수 없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대학의 사회적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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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대학 교육에 끼친 가장 나쁜 영향은 이 같은 인간과 사회의 화학적 발전을 파괴한 데 있다. 최근 본보와 인터뷰한 오세정 서울대 총장 역시 “대학은 사회적 교류도 중요한데 학생들이 모여 토론도 하고 동아리 활동도 할 수 있는 그런 게 전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오죽하면 서울대, 연세대 등 일부 대학은 신속 분자진단 검사 등을 써서라도 대면수업을 늘려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사 신뢰도 논란에다 대학 내 집단감염마저 계속되고 있어 언제 대면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백신이다. 미국은 일찌감치 초여름까지 모든 성인이 백신을 접종받게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실제 그렇게 되고 있다. 덕분에 미국 대학들은 요즘 가을학기 계획 짜기에 한창이다. 코넬대, 브라운대, 럿거스대 등 여러 대학이 대면수업을 전제로 모든 학생에게 가을학기 시작 전 백신 접종 완료를 요구했다. 접종을 증명하면 기숙사 입소를 허용하고 마스크 착용 의무를 면제해 주겠다는 대학도 있다.

백신 조기 확보에 실패한 한국에서 대학들의 가을 상황은 어떨까. 여전히 대학생들이 달랑 마스크 한 장에 의지해 동네 생활을 이어가는 건 아닐까. 대학이 미래의 국력이라면, 두 나라의 미래는 아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imsun@donga.com
#백신#캠퍼스#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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