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얘기다. 민주당이 공천헌금 의혹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내홍 등 악재가 터질 때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한동훈 전 대표 제명 등의 ‘자폭성 뉴스’로 이슈를 덮어준다는 것. 민주당이 공천헌금 의혹을 받는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제명하기로 한 지 이틀 후 국민의힘은 느닷없이 ‘한동훈 제명’ 뉴스를 터뜨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조국혁신당에 합당을 기습 제안해 지도부 간 내홍이 불거졌을 때도 국민의힘은 친한(친한동훈)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 탈당 권유 징계로 사실상 ‘이슈 물타기’를 해줬다.
국회 300석 중 162석을 가진 민주당은 지난해 6·3 대선에 이어 올해 6·3 지방선거 압승으로 지방권력까지 거머쥐려는 대전략을 가동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국민의힘 3선 의원 출신인 이혜훈을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파격 지명하며 중도보수 확장 프로젝트를 이어갔다. 비록 이 전 후보자에 대한 ‘1일 1의혹’에 이 대통령이 25일 지명을 철회하긴 했지만 앞으로도 보수 인사를 발탁하겠다는 의지를 꺾진 않았다. 민주당에서도 이 전 후보자의 래미안원펜타스 부정청약 논란 등에 “보수의 민낯을 보여줬다”며 나쁠 게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정청래 대표가 22일 조국혁신당에 전격 제안한 합당은 3% 안팎인 조국혁신당 지지율까지 흡수해 지선 승리 가늠자인 서울뿐 아니라 격전지인 부산·울산·경남(부울경)과 충청권까지 싹쓸이하겠다는 전략이다. 합당 시기와 절차, 방식을 두고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지만 합당을 통한 덧셈 정치엔 당 내 누구도 쉽게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지선을 앞두고 지역통합 이슈도 주도하고 있다. 충남·대전과 전남·광주처럼 통합특별시를 추진하는 지역에 최대 4년간 20조 원 지원을 발표하자 국민의힘 텃밭인 영남에서도 통합 논의로 들썩이고 있다.
반면 107석 소수 야당인 국민의힘은 전현직 대표끼리 제 살 깎아먹기식 뺄셈 정치에 매몰돼 있다. 장동혁 대표가 29일 단식 중단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린 결정은 한동훈 제명 확정이었다. 당 익명게시판에 가족 명의로 추정되는 계정이 비방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전직 당 대표를 당에서 내쫓은 것을 두고 “교통사고 냈는데 사형시킨 꼴”이란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장 대표 측에서는 “제명이 끝났으니 이제 중도로 대전환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하지만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 전 대표가 “우리가 이 당과 보수의 주인”이라며 투쟁을 예고했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친한계 의원 16명도 장 대표 사퇴를 공개 요구하는 상황에서 중도 확장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통일교-공천헌금 특검을 매개로 추진되던 중도보수 성향 개혁신당과의 공조 전선도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오른 날개보다 왼 날개가 일방적으로 큰 비대칭이 오래 이어지면 새는 균형을 잃기 마련이다. 국민의힘이 2024년 총선과 2025년 대선에 이어 2026년 지선마저 내준다면 2028년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100석)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당 안팎의 우려를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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