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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의 1, 2차 합의 기일을 진행한 뒤 3차 합의 기일은 지정하지 않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6·3 조기 대선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다음달 11일까지 최종 결론이 나올지 이목이 쏠린다.조희대 대법원장은 앞서 22일 오전 이 전 대표 사건이 소부에 배당되자마자 전원합의체(전합) 회부를 결정했다. 회부 당일 첫 기일을 연 이후 이틀만인 24일에도 2차 기일을 열고 ‘속도전’에 들어갔다. 첫 기일에서는 주심인 박영재 대법관이 동료 대법관들에 사건 개요를 설명한 이후 절차 논의가 진행됐고, 2차 기일에선 대법관들 사이에서 실체적 쟁점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심리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11층 대법원장 집무실 옆 전원합의실에서 진행됐다.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제외하면 출입이 극도로 제한되는 곳이다. 논의 내용이 유출되지 않도록 도청방지 장치까지 달아둔 것으로 알려졌다.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의 심리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통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전합 회부를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배당 당일 곧바로 전합에 회부한 것은 물론, 통상 한 달에 한 번 정도 진행되는 합의기일을 사흘간 두 차례나 열었기 때문이다. 28일에는 다음 합의기일이 지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대법원 관계자는 “다음 합의기일은 지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대선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다음달 11일 이전 이 전 대표 상고심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두 차례 합의기일을 진행한 만큼 한두 차례 더 합의기일을 연 다음 결론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관들 사이 논의가 치열하게 이어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법원이 대선 전에 무리하게 결론을 내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동시에 나온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사진)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이후에도 “일머리가 없다”며 계엄사령부 구성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계엄군 지휘부가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 이후에도 계엄을 계속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박 총장과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공판이 열린 가운데 이 같은 증언이 제기됐다. 증인으로는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이었던 권영환 육군 대령이 나왔다. 권 대령은 당시 계엄사령부 상황실 구성을 담당하는 실무 책임자였다. 박 총장 측 변호인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해제를 해야 한다고 조언하자 박 총장이 ‘그런 것을 조언하는 게 아니라 일이 되게끔 해야지 일머리가 없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냐”고 묻자, 권 대령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군 검찰이 “일머리 없다 들은 경위는 무엇인가”라고 묻자 권 대령은 “그 말을 수차례 들었고 ‘경찰청장 전화번호 파악도 못 하냐. 사단과 연대보다 못한 조직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군 검찰은 “권 대령이 국회에서 (비상계엄이) 해제되고 박 총장에게 지체없이 해제해야 한다는 법적 효력을 설명했으나, 박 총장은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 상황에 대해 군 검찰은 “(일이란) 무슨 뜻이었나”라고 묻자 권 대령은 “계엄 관련된 일”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사령관을 수행한 장교로부터 “(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하는 등 윤 전 대통령과 계엄 지휘부가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에 불복하려 했다는 정황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이후에도 “일머리가 없다”며 계엄사령부 구성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계엄군 지휘부가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 이후에도 계엄을 계속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24일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박 총장과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공판이 열린 가운데 이같은 증언이 나왔다. 증인으로는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이었던 권영환 육군 대령이 나왔다. 권 대령은 당시 계엄 사령부 상황실 구성을 담당하는 실무 책임자였다.박 총장 측 변호인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해제를 해야 한다고 조언하자 박 총장이 ‘그런 것을 조언하는 게 아니라 일이 되게끔 해야지 일머리가 없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냐”고 묻자, 권 대령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군 검찰이 “일머리 없다 들은 경위는 무엇인가”라고 묻자 권 대령은 “그 말 수차례 들었고 ‘경찰청장 전화번호 파악도 못하냐. 사단과 연대보다 못한 조직이다’라는 이야기 들었다”고 말했다.또 군 검찰은 “권 대령이 국회에서 (비상계엄이) 해제되고 박 총장에게 지체없이 해제해야 한다는 법적 효력 설명했으나, 박 총장은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 해야지. 그런 말을 할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 상황에 대해 군 검찰은 “(일이란) 무슨 뜻이었나?”라고 묻자 권 대령은 “계엄 관련된 일”이라고 밝혔다.검찰은 이 전 사령관을 수행한 장교로부터 “(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하는 등 윤 전 대통령과 계엄 지휘부가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에 불복하려 했다는 정황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
술자리에서 상관에 대해 불륜을 암시하는 허위 사실을 말한 군인에게 상관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A씨는 2022년 1월 21일, 같은 부대 소속 부사관 2명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여성 상관을 언급하며 “주임원사와 그렇고 그런 사이다”라고 말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해당 발언이 ‘불륜’을 의미한다고 인정했다.1심 재판부는 “부대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상관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허위 사실을 단정적으로 언급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에 A씨는 항소하며 “세 사람만 있는 비공개 술자리에서의 발언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퍼질 우려가 없어 명예훼손죄의 ‘공연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그러나 2심 재판부는 “A씨의 발언은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으며, A씨가 그 가능성을 용인했다고 볼 수 있어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에 상관명예훼손죄의 성립 요건이나 법리 오해 등 위법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내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올해 12월까지 총 28차례 열릴 예정이다. 증인 수와 증거량이 방대한 만큼 심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재판부는 내년 법관 정기인사 전에 1심 심리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21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공판에서 12월까지 28차례 공판기일을 지정했다. 재판부는 2주에 3회 재판 진행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향후 10회 가량 기일을 추가 지정하겠다고 밝혔다.검찰은 현재까지 윤 전 대통령 사건의 핵심 증인으로 38명을 신청했다. 이중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등은 포함되지 않아 신청 증인은 향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법조계에서는 윤 전 대통령 사건의 경우 신문할 증인과 증거의 양이 많아 재판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로 구속 기한인 6개월 내 1심 마무리 필요가 없어진 것도 변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수사기관 조서의 증거 인부에 대해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았는데,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들을 증인으로 불러 일일이 신문을 진행해야 한다.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주 4회 재판을 받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8년 주 1~2회씩 재판을 받았다. 각각 1심 판결까지 약 1년, 5개월이 걸렸다. 이를 감안하면 2주에 3회 재판이 진행되는 윤 전 대통령 사건은 선고까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다만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내년 초 법관 정기인사 전에 결론을 내릴 가능성에 주목한다. 법원은 통상 2~3월 정기 인사를 단행하는 만큼, 연말까지 증인신문을 마치고 내년 초 결심공판과 선고기일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21일 재판부가 제시한 일정 가운데 윤 전 대통령 측이 여러 차례 기일 불가능을 통보하자, 재판부는 향후 약 10일간의 추가 일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2차 공판에서 자신이 선포한 계엄령을 ‘칼’에 비유하며 “칼을 썼다고 해서 무조건 살인이라는 식으로 도식적으로 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펼쳐온 ‘경고성·호소형 계엄’ 주장을 되풀이하며 무죄를 주장한 것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계엄령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칼과 같다. 요리도 할 수 있고 아픈 사람을 수술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협박이나 상해 등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계엄으로 인해 민주 헌정질서가 무너졌는지, 장기 독재 친위 쿠데타라는 게 증명됐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했다. ● 尹 “칼 썼다고 무조건 살인 아냐” 무죄 주장이날 윤 전 대통령은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과 김형기 육군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마무리된 뒤 6분간 직접 발언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사건에서 아무도 다치거나 유혈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것을 감안해 소수의 병력을 동원했다”며 “나라가 비상사태라는 걸 대통령이 선언하기 위한 방법은 오로지 계엄 선포밖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 집권 계획 등을 실현하기 위해 군을 어떻게 활용하려 했는지를 따져야 내란죄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말미에 ‘전해 들은 사실로 증언하는 증인이 많다’는 점에 불만을 드러내며 재판 진행 방식을 비판했다가 재판부로부터 지적을 당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내란죄 포인트에 맞춰서 법리와 로직을 딱 세워놓고 재판하면, (저도) 법적으로 의미 없는, 뭐 불리하긴 하지만 (검찰 조사를 받은) 전문증인들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동의하면서 재판을 효율적으로 끝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재판부가 명확하게 기조를 갖고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여기에 대해 의심하면 이거는 잘못된 것”이라고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혐의) 입증은 어디까지나 검찰이 하는 것이고, 입증은 합리적 의심이 없을 때까지 해야 유죄”라며 “이에 대해서는 존중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엄군 지휘관 “임무 수행했으면 시민 다쳐” 하지만 이날 재판에서는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소극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면 유혈 사태가 벌어졌을 수 있다는 당시 현장 지휘관의 증언이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의 ‘경고성·호소형 계엄’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14일 1차 공판에 이어 재차 증인으로 나온 조 단장은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와 관련해 “국회 본관 건물에 들어간 군 병력이 15명이라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았냐”는 윤 전 대통령 측 질문에 “제가 그 임무를 열심히 수행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아십니까?”라고 반문하며 “(임무를 수행하면) 시민들이 다 다친다. 시민, 국회, 우리 부하들이 다 다치면서 하는 게 정상적 임무 수행입니까? 15∼20명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당시 유혈사태 없이 계엄이 종료된 건 현장에 투입된 군 병력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소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고, 윤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한 ‘평화적 계엄’이 의도된 것은 아니란 취지다. 조 단장은 당시 국회 본관 밖에서 수방사 병력을 지휘한 인물로, 탄핵심판과 형사 재판에서 일관되게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국회에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의원 아닌 다른 인원 있을 수 없어” 윤 전 대통령 측은 조 단장이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임의로 해석해 부하에게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전달한 뒤 말을 바꾼 것 아니냐며 조 단장 증언의 신빙성을 공격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검찰과 헌재, 이 법정의 진술이 모두 다르다”며 “자신(조 단장)의 지시가 문제가 있는 거란 판단에 유리한 쪽으로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단장은 당일 부하에게 지시를 내린 것이 아니라, 부하가 어떤 상황인지 묻자 자신이 1경비단 전체 임무를 설명해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비슷한 질문을 계속 하자 조 단장이 재판부에 “같은 것을 말씀드려도 (계속 질문한다)”고 항의했다. 재판부 역시 “증인 말씀이 일리가 있다”며 “일관된 얘기는 (부하가) 물어보길래 ‘이런 거’라고 답변하는 과정에서 설명해줬다는 것”이라고 내용을 정리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국회 안 인원’은 ‘국회의원’이라는 거냐”라고도 재차 묻자 조 단장은 “(부하에게 설명할 때는) 인원인지 의원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전반적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아닌 다른 인원이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김형두 헌법재판소 재판관(60·사법연수원 19기·사진)이 헌재소장 권한대행으로 선출됐다. 이에 따라 헌재는 당분간 김 권한대행을 필두로 7인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헌재는 21일 오전 10시 재판관 회의를 열어 18일 퇴임한 문형배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후임으로 김 재판관을 선출했다고 밝혔다. 김 권한대행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법관 출신으로, 법원행정처 차장 시절인 2023년 3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명해 헌재 재판관으로 취임했다. 임명일자 기준 현직 헌재 재판관 중 가장 선임자다. 헌재법 등에 따라 통상 재판관 중 임명일 순으로 권한을 대행하며, 임명일자가 같으면 연장자가 권한대행이 된다. 헌재는 18일 ‘대통령 몫’ 재판관인 문 전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한 후 7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8일 두 재판관의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그러나 한 권한대행의 지명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제기된 가처분 신청을 헌재가 인용하며 이들 임명 절차는 본안 사건 헌법소원 선고 시까지 중단됐다. 법조계는 ‘9인 체제’가 완성될 때까지 헌재가 헌법소원 선고를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에 따라 6월 3일 조기 대선에서 당선될 차기 대통령이 두 재판관 후임을 임명할 때까지 헌재는 7인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2차 공판에서 자신이 선포한 계엄령을 ‘칼’에 비유하며 “칼을 썼다고 해서 무조건 살인이라는 식으로 도식적으로 보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펼쳐온 ‘경고성·호소형 계엄’ 주장을 되풀이하며 무죄를 주장한 것이다.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계엄령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칼과 같다. 요리도 할 수 있고 아픈 사람을 수술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협박이나 상해 등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계엄으로 인해 민주헌정질서가 무너졌는지, 장기 독재 친위 쿠데타라는 게 증명됐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했다. ● 尹 “칼 썼다고 무조건 살인 아냐” 무죄 주장이날 윤 전 대통령은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과 김형기 육군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마무리 된 뒤 6분간 직접 발언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사건에서 아무도 다치거나 유혈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것을 감안해 소수의 병력을 동원했다”며 “나라가 비상사태라는 걸 대통령이 선언하기 위한 방법은 오로지 계엄 선포밖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 집권 계획 등을 실현하기 위해 군을 어떻게 활용하려 했는지를 따져야 내란죄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말미에 ‘전해들은 사실로 증언하는 증인이 많다’는 점에 불만을 드러내며 재판 진행 방식을 비판했다가 재판부로부터 지적을 당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내란죄 포인트에 맞춰서 법리와 로직을 딱 세워놓고 재판하면, (저도) 법적으로 의미 없는, 뭐 불리하긴 하지만 (검찰 조사를 받은) 전문증인들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동의하면서 재판을 효율적으로 끝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재판부가 명확하게 기조를 갖고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여기에 대해 의심하면 이거는 잘못된 것”이라고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혐의) 입증은 어디까지나 검찰이 하는 것이고, 입증은 합리적 의심이 없을 때까지 해야 유죄”라며 “이에 대해서는 존중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계엄군 지휘관 “임무 수행했으면 시민 다쳐”하지만 이날 재판에서는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소극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면 유혈 사태가 벌어졌을 수 있다는 당시 현장 지휘관의 증언이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의 ‘경고성·호소형 계엄’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14일 1차 공판에 이어 재차 증인으로 나온 조 단장은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와 관련해 “국회 본관 건물에 들어간 군 병력이 15명이라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았냐”는 윤 전 대통령 측 질문에 “제가 그 임무를 열심히 수행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아십니까?”라고 반문하며 “(임무를 수행하면) 시민들이 다 다친다. 시민, 국회, 우리 부하들이 다 다치면서 하는게 정상적 임무수행입니까? 15~20명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당시 유혈사태 없이 계엄이 종료된 건 현장에 투입된 군 병력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소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고, 윤 전 대통령 측 주장한 ‘평화적 계엄’이 의도된 것은 아니란 취지다. 조 단장은 당시 국회 본관 밖에서 수방사 병력을 지휘한 인물로, 탄핵심판과 형사 재판에서 일관되게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국회에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국회 안 인원=국회의원?’ 신빙성 공방윤 전 대통령 측은 조 단장이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임의로 해석해 부하에게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전달한 뒤 말을 바꾼 것 아니냐며 조 단장 증언의 신빙성을 공격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검찰과 헌재, 이 법정의 진술이 모두 다르다”며 “자신(조 단장)의 지시가 문제가 있는 거란 판단에 유리한 쪽으로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단장은 당일 부하에게 지시를 내린 것이 아니라, 부하가 어떤 상황인지 묻자 자신이 1경비단 전체 임무를 설명해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비슷한 질문을 계속 하자 조 단장이 재판부에 “같은 것을 말씀드려도 (계속 질문한다)”고 항의했다. 재판부 역시 “증인 말씀이 일리가 있다”며 “일관된 얘기는 (부하가) 물어보길래 ‘이런 거’라고 답변하는 과정에서 설명해줬다는 것”이라고 내용을 정리했다.윤 전 대통령 측이 “‘국회 안 인원’은 ‘국회의원’이라는 거냐”라고도 재차 묻자 조 단장은 “(부하에게 설명할 때는) 인원인지 의원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전반적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아닌 다른 인원이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김형두 헌법재판소 재판관(60·사법연수원 19기)이 헌재소장 권한대행으로 선출됐다. 이에 따라 헌재는 당분간 김 권한대행을 필두로 7인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헌재는 21일 오전 10시 재판관 회의를 열어 18일 퇴임한 문형배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후임으로 김 재판관을 선출했다고 밝혔다. 김 권한대행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법관 출신으로, 법원행정처 차장 시절인 2023년 3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명해 헌재 재판관으로 취임했다. 임명일자 기준 현직 헌재 재판관 중 가장 선임자다. 헌재법 등에 따라 통상 재판관 중 임명일 순으로 권한을 대행하며, 임명일자가 같으면 연장자가 권한대행이 된다.헌재는 18일 ‘대통령 몫’ 재판관인 문 전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한 후 7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8일 두 재판관의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그러나 한 권한대행의 지명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제기된 가처분 신청을 헌재가 인용하며 이들 임명 절차는 본안 사건 헌법소원 선고 시까지 중단됐다. 법조계는 ‘9인 체제’가 완성될 때까지 헌재가 헌법소원 선고를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에 따라 6월 3일 조기 대선에서 당선될 차기 대통령이 두 재판관 후임을 임명할 때까지 헌재는 7인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관련 항명 등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소심이 시작됐다. 박 대령 측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다.박 대령 측 변호인은 18일 서울고법 형사4-1부(재판장 지영난)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여부를 1심에서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정으로 불러 신문해야 한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현직 대통령 신분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부르지 않고 사실조회와 답변서 제출로 갈음했다.군 검찰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외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명령에 대한 항명을 예비적 공소사실에 추가하고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령 측은 “명령의 주체, 동기, 내용 등이 모두 달라 동일성이 인정될 수 없다”며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6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한편 이날 방청석이 적어 법정에 들어가지 못한 해병대 전역자 등이 방청을 요구하며 소란이 일었다. 재판부는 “방청객 불편이 없도록 다음 기일부터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견제와 균형에 바탕한 헌법의 길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존중으로 더욱 굳건해질 것이다.”(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국가기관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고 무시할 때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이미선 헌재 재판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2019년 4월 취임했던 문 권한대행(60·사법연수원 18기)과 이 재판관(55·26기)이 6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18일 퇴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참여해 파면 결정을 내린 두 재판관은 퇴임사를 통해 “헌재 결정에 대한 존중과 헌법 준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인논증 같은 비난 지양돼야”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대강당에 열린 퇴임식에서 문 권한대행은 사전에 준비한 퇴임사를 모두 암기한 듯 참석자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6분간 말을 이어갔다. 실제 언론에 사전 배포된 퇴임사와 문 권한대행의 발언은 거의 같았다. 문 권한대행은 먼저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도, 다양한 관점에서 쟁점을 검토하기 위해서도 재판관 구성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면서 헌법실무 경험이 많은 헌법연구관이나 교수도 헌재 재판관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 권한대행은 또 “견제와 균형에 바탕한 헌법의 길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존중으로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면서 “헌재 결정에 대한 학술적 비판은 당연히 허용돼야겠지만 대인논증(對人論證) 같은 비난은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인논증이란 상대의 경력이나 사상 등을 지적하면서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주장하는 논법을 뜻한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여야 모두가 제기한 재판관 성향 등에 대한 비난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문 권한대행은 “흔히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교착 상태가 생길 경우 이를 해소할 장치가 없다고들 한다”면서 “그러나 헌법의 설계에 따르면 헌재가 권한쟁의 같은 절차에서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하고 헌법기관이 이를 존중함으로써 교착 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 재판관은 퇴임사에서 “국가기관은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이고 자유민주국가가 존립하기 위한 전제”라며 “국가기관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고 무시할 때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가 헌재의 권한쟁의 심판 인용 결정에도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을 비판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 재판관은 “헌재 재판관으로 근무하면서 마음속에 무거운 저울이 하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 저울의 무게로 마음이 짓눌려 힘든 날도 있었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경계했다”고 덧붙였다.● 文, 변호사 개업 안 할 듯 문 권한대행은 가족 여행 등 휴식을 취한 뒤 부산으로 갈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하동이 고향인 문 권한대행은 부산·경남에서만 근무한 ‘향판’(지역법관) 출신이다. 변호사로 개업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권한대행은 2019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공직생활이 끝나더라도 영리를 위한 변호사 생활을 하지 않겠다”고 답한 바 있다. 헌재의 한 관계자는 “변호사를 하시더라도 무료 법률 상담과 같이 공익적인 활동을 하시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법조인은 “경남에서 무료 법률사무소를 열겠다고 여러 차례 말해온 만큼 관련 활동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부산지법의 한 판사는 “부산 지역 대학에서 후배 법조인 양성을 위해 활동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시군법원에서 판사(원로 법관) 생활을 하며 지역 봉사활동을 겸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날 경찰은 문 권한대행에 대한 경호를 해제했다. 김형두 재판관이 권한대행을 맡으면 경찰 경호를 받게 된다. 이 재판관은 당분간 서울에 머물 예정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모교인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활동할 가능성이 거론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해병대 채 상병 순직 관련 항명 등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소심이 시작됐다. 박 대령 측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다.박 대령 측 변호인은 18일 서울고법 형사4-1부(재판장 지영난)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여부를 1심에서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정으로 불러 신문해야 한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현직 대통령 신분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부르지 않고 사실조회와 답변서 제출로 갈음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에 앞서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은 출석 의무가 없지만 박 대령은 군복을 입고 출석했다.군 검찰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외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명령에 대한 항명을 예비적 공소사실에 추가하고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령 측은 “명령의 주체, 동기, 내용 등이 모두 달라 동일성이 인정될 수 없다”며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6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한편 이날 방청석이 적어 법정에 들어가지 못한 해병대 전역자 등이 방청을 요구하며 소란이 일었다. 재판부는 “방청객 불편이 없도록 다음 기일부터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효력이 정지됐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전례 없는 재판관 지명에 대한 위헌 여부를 헌재가 판단할 때까지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말라는 취지다. 헌재는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가 한 권한대행의 지명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9인 전원 일치 의견으로 16일 인용했다. 헌재는 김 변호사가 제기한 헌법소원을 선고할 때까지 인사청문요청안 제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 요청 등 임명 절차 일체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김 변호사는 9일 “대통령 고유 권한인 후보자 지명권을 권한대행이 행사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을 함께 냈다. 헌재는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하여 임명된 ‘재판관’이 아닌 사람에 의해 헌법재판을 받게 돼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처분이 기각됐다가 (김 변호사가 낸) 헌법소원 청구가 인용될 경우 이 사건 후보자가 재판관으로서 관여한 헌재 결정 등의 효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극심한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한 권한대행 측의 “장차 공직에 임명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후보자 발표’일 뿐 ‘지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배척했다. 헌재는 “피신청인(한 권한대행)은 이 사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지명함으로써 임명 절차를 공식적으로 개시했고, 국회의 인사청문 실시 여부 등에 관계없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있게 됐다”고 결정문에 적시했다. 법조계에선 헌재의 결정으로 한 권한대행이 18일 퇴임하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후임(대통령 몫)을 임명하기는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가 임명 절차를 중단시킨 데다가 6·3 조기 대선에서 당선될 차기 대통령이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면 한 권한대행의 지명 효력은 상실된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본안 사건인 헌법소원은 ‘9인 체제’가 완성될 때까지 헌재가 선고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연한 결정”이라며 지명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헌재 재판관 후임자가 지명되지 않은 경우 임기를 자동 연장하는 헌재법 개정안을 이르면 17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헌법 위에 정치가 군림하는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총리실은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헌재 결정을 존중하며 본안의 선고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헌법재판소가 1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헌재 재판관 후보자(이완규 법제처장,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 지명 효력을 재판관 9인의 만장일치 의견으로 정지시켰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재 재판관을 지명할 수 있는지 단정할 수 없는 만큼 그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헌재가 내릴 때까지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한 권한대행은 국회에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하거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를 요청하는 등의 임명 절차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 특히 헌재는 후보자들이 재판관에 임명돼 헌법재판을 심리할 경우 나타날 혼란까지 감안해 가처분을 인용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한 권한대행의 지명 행위에 대한 헌법소원(본안) 사건에서 위헌 판단이 내려진다면 이 처장과 함 부장판사가 관여한 헌재 사건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지명 효력을 일단 정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 “헌법재판 신뢰 훼손” 우려헌재는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을 지명·임명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지명하여 임명하는 (재판관) 3명은 정부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정부 수반의 권한을 행사하는 권한대행이 지명과 임명이 가능하다”는 한 권한대행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또 “가처분을 기각할 경우 한 권한대행이 이완규 함상훈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게 될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임명 권한이 없다고 한다면, 신청인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해 임명된 ‘재판관’이 아닌 사람에 의해 헌법재판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헌법 27조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당사자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가처분을 낸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그는 12·3 비상계엄 때 발동된 포고령 1호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인물이다. 김 변호사는 마은혁 재판관에게 임시로 재판관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가처분도 낸 바 있다. 재판관들은 두 후보자가 그대로 임명될 경우 이들이 관여한 사건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 불거지거나 헌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한 권한대행의 지명 행위에 대해 위헌 판단이 내려진다면, 최고사법기구인 헌재의 심판 기능에 극심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완규 함상훈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관여한 결정에 대해 재심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헌법재판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며 “재심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결정문에 적시했다. 헌재 재판관 9인 전원은 이런 사정을 모두 감안해 “가처분을 인용했을 때 불이익보다 가처분을 기각했을 때 불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설령 본안 사건인 헌법소원이 기각되더라도 일단 지명 행위의 효력을 정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지명’ 아니고 ‘발표’라는 韓 주장 배척 한 권한대행 측은 헌재에 제출한 A4용지 49쪽 분량의 답변서를 통해 “장차 공직에 임명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후보자 발표’일 뿐 ‘지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후보자 지명이 아니라 ‘발표’한 것이라 가처분을 인용하지 말고 헌법소원도 각하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헌재는 지명 시점부터 사실상 임명 절차가 개시됐다고 보면서 한 권한대행 측 주장을 배척했다. 대통령 몫 재판관의 경우 지명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국회의 인사청문 실시 여부와 관계없이 임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신청인(한 권한대행)은 이 사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지명함으로써 임명 절차를 공식적으로 개시했고, 국회의 인사청문 실시 여부 등에 관계없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있게 됐다”면서 “현시점에서 한 권한대행이 이 사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할 것임이 확실히 예측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법조계에선 한 권한대행이 8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하였습니다”라고 발언한 만큼 한 권한대행 측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헌재 재판관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후임자가 지명되지 않으면 임기가 자동 연장되도록 하는 헌재법 개정안을 이르면 17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임기가 18일 종료되는 만큼 공백을 막겠다는 취지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헌법재판소가 1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후보자(이완규 법제처장,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 지명 효력을 재판관 9인의 만장일치 의견으로 정지시켰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재 재판관을 지명할 수 있는지 단정할 수 없는 만큼 그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헌재가 내릴 때까지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한 권한대행은 국회에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하거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를 요청하는 등의 임명 절차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특히 헌재는 후보자들이 재판관에 임명돼 헌법재판을 심리할 경우 나타날 혼란까지 감안해 가처분을 인용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한 권한대행의 지명 행위에 대한 헌법소원(본안) 사건에서 위헌 판단이 내려진다면 이 처장과 함 부장판사가 관여한 헌재 사건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지명 효력을 일단 정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 “헌법재판 신뢰 훼손” 우려헌재는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을 지명·임명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지명하여 임명하는 (재판관) 3명은 정부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정부의 수반의 권한을 행사하는 권한대행이 지명과 임명이 가능하다”는 한 권한대행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재판부는 또 “가처분을 기각할 경우 한 권한대행이 이완규·함상훈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게 될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임명 권한이 없다고 한다면, 신청인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해 임명된 ‘재판관’이 아닌 사람에 의해 헌법재판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헌법 27조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당사자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가처분을 낸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그는 12·3 비상계엄 때 발동된 포고령 1호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인물이다. 김 변호사는 마은혁 재판관에게 임시로 재판관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가처분도 낸 바 있다.재판관들은 두 후보자가 그대로 임명될 경우 이들이 관여한 사건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 불거지거나 헌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한 권한대행의 지명 행위에 대해 위헌 판단이 내려진다면, 최고사법기구인 헌재의 심판 기능에 극심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완규·함상훈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관여한 결정에 대해 재심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헌법재판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며 “재심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결정문에 적시했다.헌재 재판관 9인 전원은 이런 사정을 모두 감안해 “가처분을 인용했을 때 불이익보다 가처분을 기각했을 때 불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설령 본안 사건인 헌법소원이 기각되더라도 일단 지명 행위의 효력을 정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지명’ 아니고 ‘발표’라는 韓 주장 배척한 권한대행 측은 헌재에 제출한 A4용지 49쪽 분량의 답변서를 통해 “장차 공직에 임명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후보자 발표’일 뿐 ‘지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후보자 지명이 아니라 ‘발표’한 것이라 가처분을 인용하지 말고 헌법소원도 각하해야 한다는 취지다.그러나 헌재는 지명 시점부터 사실상 임명 절차가 개시됐다고 보면서 한 권한대행 측 주장을 배척했다. 대통령 몫 재판관의 경우 지명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국회의 인사청문 실시 여부와 관계없이 임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신청인(한 권한대행)은 이 사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지명함으로써 임명 절차를 공식적으로 개시했고, 국회의 인사청문 실시 여부 등에 관계없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있게 됐다”면서 “현 시점에서 한 권한대행이 이 사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할 것임이 확실히 예측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법조계에선 한 권한대행이 8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하였습니다”라고 발언한 만큼 한 권한대행 측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한편 더불어민주당은 헌재 재판관 임기가 만료됐더라도 후임자가 지명되지 않으면 임기가 자동 연장되도록 하는 헌재법 개정안을 이르면 17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임기가 18일 종료되는 만큼 공백을 막겠다는 취지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2명을 지명한 것과 관련해 “장차 공직에 임명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후보자 발표’일 뿐 ‘지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16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 측은 이 같은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하며 “이 사건 심판 청구를 각하해달라”고 주장했다.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가 9일 “대통령 고유 권한인 후보자 지명권을 권한대행이 행사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내면서 지명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한 것에 대한 의견서다.한 권한대행 측은 의견서에서 “후보자 발표는 임명을 위한 내부적 절차에 불과해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헌법 및 헌법재판소법에 규정된 ‘지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명 행위라고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국가기관 내부적 행위에 불과할 뿐 국민에게 직접적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권한대행은 18일 퇴임하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8일 지명하면서 “이 처장과 함 판사를 지명하였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김 변호사도 헌재에 제출한 보충의견서를 통해 “현재는 임명할 후보에 대한 지명(후보자 발표) 단계이지만, 이는 임명과 필수불가결하게 불가분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두 재판관의 후임은 대통령 몫이라 국회 동의 없어도 임명할 수 있어 한 권한대행의 지명은 위헌이라는 취지다.헌재는 16일 오전과 오후 연달아 재판관 평의를 열고 심리를 이어갔다. 가처분 인용 여부 결정은 17일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헌법재판소가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로 결정해 국회가 개정해야 하는 법률 중 입법이 안 된 법률이 3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7건은 헌재가 제시한 개정 시한을 넘겨 ‘입법 공백’ 상태가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헌재는 고위공직자 탄핵심판을 비롯해 국가기관 간 권한쟁의심판, 위헌법률심판 등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을 단심제로 판단하는 최고사법기구다. 하지만 결정을 강제로 집행할 권한이 없어 헌재가 위헌으로 판단해도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는 상황이 여러 분야에서 이어지고 있다. 헌법학계에선 국회가 헌재 결정을 존중해 후속 조치를 책임있게 이행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일부 결정의 효력을 강제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법 공백 방치하는 국회 11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헌재의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법률 중 아직 개정되지 않은 법률은 29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7건은 헌재가 개정 시한까지 정해줬지만 시한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개정 시한(2010년 6월 30일)을 15년 넘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대표적이다. 헌재는 2009년 옥외집회 금지 시간대를 ‘해가 진 뒤 다음 날 해가 뜰 때까지’로 규정한 집시법 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야간 옥외집회를 모두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자정 이후 집회·시위에 관해선 논의의 여지를 남겨 국회가 적절히 입법에 나서도록 했다. 하지만 여야 간 의견 차가 15년간 좁혀지지 않으면서 법 개정이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낙태죄 역시 개정 시한(2020년 12월 31일)을 4년 4개월이나 넘겼지만 형법이 개정되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낙태 허용 기준을 최소화하자는 주장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면서 제대로 논의조차 못한 채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논의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헌재는 2014년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제한하는 국민투표법 14조 1항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아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없어 개헌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헌재 결정 방치는 헌정질서 무시 행위” 정치권 일각에선 헌재 결정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헌재에 부여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헌법학계는 입법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만큼 국회의 책임 의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 미개정 또한 국회의 결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면서 “헌재 결정을 국회나 정부가 존중해주지 않는다면 헌정 질서를 무시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마은혁 헌재 재판관 미임명 같은 특정 행위에 대한 위헌 판단은 효력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결정을 내리면서 ‘기한 내 임명하지 않으면 임명으로 간주한다’ 등 지위 확인의 효력을 임시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헌재법 등에 명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헌법재판소가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로 결정해 국회가 개정해야 하는 법률 중 입법이 안 된 법률이 3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7건은 헌재가 제시한 개정 시한을 넘겨 ‘입법 공백’ 상태가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헌재는 고위공직자 탄핵심판을 비롯해 국가기관 간 권한쟁의심판, 위헌법률심판 등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을 단심제로 판단하는 최고사법기구다. 하지만 결정을 강제로 집행할 권한이 없어 헌재가 위헌으로 판단해도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는 상황이 여러 분야에서 이어지고 있다. 헌법학계에선 국회가 헌재 결정을 존중해 후속조치를 책임있게 이행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일부 결정의 효력을 강제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법 공백 방치하는 국회11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헌재의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법률 중 아직 개정되지 않은 법률은 29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7건은 헌재가 개정 시한까지 정해줬지만 시한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개정 시한(2010년 6월 30일)을 15년 넘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대표적이다. 헌재는 2009년 옥외집회 금지 시간대를 ‘해가 진 뒤 다음 날 해가 뜰 때까지’로 규정한 집시법 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야간 옥외집회를 모두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자정 이후 집회·시위에 관해선 논의의 여지를 남겨 국회가 적절히 입법에 나서도록 했다. 하지만 여야 간 의견 차가 15년 간 좁혀지지 않으면서 법 개정이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경찰은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위험을 초래할 경우 집회 금지 통고를 내릴 수 있다’는 집시법 8조를 적용해 우회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집회를 허용하거나 막을 때마다 기준 논란이 벌어지면서 법원의 가처분 판단과 행정소송이 이어지고 있다.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낙태죄 역시 개정 시한(2020년 12월 31일)을 4년 4개월이나 넘겼지만 형법이 개정되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낙태 허용 기준을 최소화하자는 주장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면서 제대로 논의조차 못한 채 폐기됐다. 22대 국회도 논의가 지지부진한다. 헌재는 2014년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제한하는 국민투표법 14조 1항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아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없어 개헌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헌재 결정 방치는 헌정질서 무시 행위”정치권 일각에선 헌재 결정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헌재에 부여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헌법학계는 입법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만큼 국회의 책임 의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 미개정 또한 국회의 결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면서 “헌재 결정을 국회나 정부가 존중해주지 않는다면 헌정 질서를 무시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마은혁 헌재 재판관 미임명 같은 특정 행위에 대한 위헌 판단은 효력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결정을 내리면서 ‘기한 내 임명하지 않으면 임명으로 간주한다’는 등 지위 확인의 효력을 임시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헌재법 등에 명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헌법재판소가 박성재 법무부 장관(사진)에 대한 탄핵소추를 재판관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한 지 119일 만이다. 국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탄핵소추하면서 국무총리 의결정족수(재적 의원 과반수)를 적용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은 각하됐다. 헌재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에서 선고기일을 열고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해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박 장관은 선고 즉시 직무에 복귀했다. 헌재는 △비상계엄 선포 방조 △국회 자료 제출 거부 △국회 본회의 중도 퇴장 등 3개 소추 사유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묵시적·암묵적 동의를 통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행위를 도왔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 또는 객관적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 박 장관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김주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회동한 것에 대해서도 “회동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내란 행위에 관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순실(본명 최서원) 씨의 조카 장시호 씨의 서울구치소 출정기록 자료를 제출하라는 국회의 요구를 거부한 것은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헌재는 파면을 정당화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박 장관 선고로 계엄 선포 이후 탄핵소추된 공직자 8명 중 혈액암 투병 중이라 변론 진행이 어려운 조지호 경찰청장을 제외하고 모두 결론이 나왔다. 헌재는 윤석열 전 대통령만 파면하고 6명은 모두 기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상대로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은 재판관 6 대 2 의견으로 각하됐다.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은 “의견 제출이나 토론 기회 등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채 우 의장의 결정에 따라 (탄핵소추가) 이뤄진 것”이라며 소수의견(인용)을 냈다. 두 재판관은 헌재가 지난달 24일 한 총리 탄핵안을 기각할 때도 같은 취지의 소수의견을 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통령 몫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2명을 지명한 것에 대한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의 주심을 마은혁 재판관이 맡게 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10일 무작위 전자 추첨 방식으로 주심을 마 재판관에게 배정했다. 주심은 사실관계 확인과 결정문 초안 작성 등의 역할을 맡는다. 한 권한대행은 8일 대통령 몫 헌재 재판관 후보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해 위헌 논란이 일었다. 9일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를 시작으로 법무법인 덕수 등은 “대통령 고유 권한인 헌재 재판관 후보자 지명권을 권한대행이 행사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하면서 재판관 지명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함께 신청했다. 10일까지 총 6건의 헌법소원 및 가처분 신청이 접수됐다. 마 재판관은 지난해 12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추천의 국회 몫 후보자로 선출됐지만, 한 권한대행이 임명을 보류하고 최상목 부총리도 조한창, 정계선 재판관만 임명하면서 취임하지 못했다. 헌재는 올 2월 27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을 인용해 한 권한대행이 마 재판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한 권한대행은 18일 퇴임하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으로 이 처장과 함 부장판사를 지명하면서 마 재판관을 임명했다. 가처분 사건은 빠르면 3∼5일이면 결정이 나올 수 있어 법조계에선 18일 전 결정될 가능성이 거론된다.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