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예술의전당서 국내 초연
원작만화 속 환상-마법적인 장면
회전무대-컴퓨터 작업 등으로 재현
목소리 연기한 日배우도 직접 등장
무대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출연진과 제작진. 왼쪽부터 공동 번안가 이마이 마오코, 배우 가미시라이시 모네, 연출 존 케어드, 배우 가와에이 리나, 나쓰키 마리. CJ ENM 제공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을 만나 제가 어떻게 무대를 구상하는지 설명했어요. 즉시 ‘그렇게 해도 좋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그가 공연화를 허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들었는데 깜짝 놀랐죠. 그리고 바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 어떡하지?’”
7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처음으로 상연되는 무대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연출한 존 케어드가 이날 본공연에 앞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미야자키 감독과 처음 조우했던 일화를 들려줬다.
캐나다 출신인 케어드 연출은 번안을 함께 했던 부인 이마이 마오코 씨가 아이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려고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여주면서 이 작품을 접했다고 한다. 이후 미야자키 감독을 직접 찾아가 허락을 받았다.
케어드 연출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오리지널 연출가. 연극과 오페라를 넘나들며 40년 이상 무대 예술을 이끈 베테랑이다. 그는 미야자키 감독이 만든 환상적이고 마법 같은 순간, 다양한 스케일과 캐릭터를 무대에서 구현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을 예감했다. 팬데믹 기간에 작품을 개발하고, 일본 영국 미국 등에 있는 스태프들과 화상 회의를 하며 협업했다.
“컴퓨터에 의존해 어렵게 공동 작업을 하니 어린 소녀인 치히로가 용을 타고 움직이는 장면을 만드는 건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질 정도였죠.”
그 결과 무대극은 화려한 영상 효과 대신 정교한 무대 장치와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 세심한 배우 동선 디자인 등 어쿠스틱한 장치로 원작의 판타지를 구현한다. 일본 전통 가면극인 ‘노(能)’에서 영감을 얻은 다양한 앵글을 보여주는 무대 회전 장치, 치히로가 퍼펫(인형)의 등에 올라타 하늘을 나는 장면, 신들이 목욕을 하러 몰려드는 웅장한 온천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했다.
케어드 연출은 “보편적으로 무대극은 배우의 대사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스토리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은 다르다”라며 “이미지로 상상의 세계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감독의 스타일을 무대에서 생생히 펼쳐 내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공동 번안가 이마이 씨와 치히로를 연기한 배우 가미시라이시 모네, 가와에이 리나, 유바바·제니바 역의 나쓰키 마리도 참석했다. 이 중 나쓰키 배우는 애니메이션 원작에서도 유바바·제니바 목소리를 연기했는데, 같은 역할로 무대에 오르게 됐다.
나쓰키 배우는 “애니메이션 제작 단계에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미야자키 감독을 만났고, 그가 제 목소리를 듣고 유바바와 제니바를 쌍둥이로 만들었다”며 “20년이 지나 무대에서도 연기를 하게 됐는데 같은 대사라도 몸으로도 표현한다는 건 전혀 달랐다”고 했다.
무대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2022년 3월 일본 도쿄 초연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후 오사카와 후쿠오카, 삿포로, 나고야에서 전국 순회공연을 했다. 2024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무대에 올려 약 30만 명이 관람했으며, 지난해 중국 상하이 순회공연에서도 티켓 8만 장이 모두 팔렸다. 한국 공연도 1차 예매 오픈과 동시에 3만여 석이 매진됐다. 3월 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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