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 없는 30대의 삶… 이대로 괜찮을까?[2030세상/배윤슬]

  • 동아일보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함께 일하는 동료 가운데 일을 끝내면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늘 배드민턴을 치러 가는 언니가 있다. 나는 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뿐인데,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열심히 하는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대답은 단순했다. “그냥! 재미있어서!” 매일 운동하러 가는 언니와 나의 모습을 비교해 봤다. 나는 왜 퇴근하면 무조건 집에 가고 싶을까. 체력이 약해서일까, 무언가 다른 걸 하려는 의지가 없어서일까. 아주 틀린 답은 아니지만, 굳이 정답을 찾는다면 언니가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만큼 재미있는 일을 나는 찾지 못해서인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뭘까.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것, 같이 하자고 하는 것들을 그대로 따랐고, 나이가 조금 더 들었을 때에는 연년생인 언니를 무조건 따라 했다. 언니가 좋아하는 가수를 좋아하고, 언니의 장래희망을 그대로 적었다. 대학 시절에는 친구들과 비슷한 옷을 입고 친구들이 가자고 하는 식당에 같이 갔다. 그 후에도 음악은 늘 실시간 인기순위 음악을 틀어놓았고, 영화는 관람객이 가장 많은 영화를 골라 보았다. 그렇게 그저 따라만 하며 살다 보니 취향이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도배 일도 마찬가지다. 엄청 좋아서, 너무 재미있어서 하고 있지는 않다. 단지 직업으로 택했고 나름대로 도달하고 싶은 목표가 있으며, 당장 포기해 버릴 만큼 힘든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을 뿐이다. 주변의 실력 좋고 열심인 도배사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흘러 8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래서일까. 옆에서 보기만 해도 느껴질 만큼 이 일을 재밌어하고 열정을 쏟아붓는 도배사를 만나면 신기하고 부러운 마음이 든다.

물론 이런 나도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이 아예 없지는 않다. 영화나 음악, 책에서 좋아하는 장르가 있고, 좋아하는 음식, 분위기, 장소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모두 두루뭉술하게만 좋아할 뿐, 콕 집어 이거 아니면 안 된다고 할 만큼은 아니다. 열광하는 영화감독이나 작가, 가수도 딱히 없고, 일부러 찾아갈 정도로 좋아하는 식당도 별로 없다.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인생 OO’이 없는 것이다. 인생 영화도, 인생 식당도, 인생 책도….

취향이 뚜렷하지 않은 삶은 때로 편하다. 누군가의 취향을 따라가면서 보고, 듣고, 먹으면 나름대로 다 괜찮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은 지루하기도 하다. 함께할 누군가가 없다면 나 혼자서는 하고 싶은 게 딱히 없다. 내가 무엇을 할 때 정말 재미있고 기쁜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온전히 나를 만족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30대 중반에 들어섰지만 아직 늦지 않았기에 한 가지 목표를 세워 보려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 찾기! 누군가에게는 하찮게 보일지 몰라도 이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 것이 내게는 조금 어렵다. 이제껏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을 따라 하지 않고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심각하게 찾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면 나도 재미있어 하고, 그들이 기뻐하면 나도 기뻐하는 것이 내게는 가장 편하고 쉬운 길이었다.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섞여들기만 하려던 내 모습에서 벗어나, 이제라도 나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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