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22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진 모습. 2026.2.22 ⓒ 뉴스1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위법하다고 판결했지만 자동차, 철강 등 국내 주력 수출품에 부과되는 품목관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상호관세 대체 수단으로 품목관세에 대한 압박 강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반도체 등의 손해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국산 자동차·철강 등에 부과되고 있는 품목관세는 이번 미 연방대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유지된다. 품목관세는 이번 판결의 대상인 IEEPA가 아닌 무역확장법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할 경우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근거 규정이다. 해당 조항은 현재 한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50%, 자동차·차 부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품목관세를 확대할 수 있는 입장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0일(현지 시간) 댈러스 경제클럽 연설에서 “수천 건의 법적 도전을 통해 검증된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의 관세 권한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 정부는 다른 법적 수단을 활용한다면 올해 관세 수익에는 사실상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이번 판결이 한국에 유리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미국이 품목관세를 늘릴 수 있는 데다 대미투자특별법도 연관돼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 정부는 이미 지난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의약품, 항공기·제트엔진, 로봇·산업기계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국내 핵심 수출품 대부분이 품목관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산업계는 미 연방대법원의 관세 위법 판결의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자극을 받은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관세를 경쟁국과 같은 15%로 다시 확정해 줄지 주시하는 상태다. 지난해 한미 협상에 따라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25%에서 15%로 낮아졌지만 최근 미 정부는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안 처리 지연을 이유로 25%로 재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가 향후 관세 체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기존 상호관세 체계에서 무관세가 유지됐던 반도체 품목을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 관세를 활용해 대미 투자 확대 등 추가적인 압박이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반도체는 133억7000만 달러(약 19조6000억 원)로 대미 수출 1위인 자동차(295억9000만 달러)에 이어 2위였다. 이날 한국무역협회는 반도체 및 파생상품에 대한 관세 조치가 강화될 가능성을 제기하며 “향후 주요국 반응과 미국 국내 정치 여건에 따라 관세 정책이 추가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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