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검찰, 소방과 해양경찰 등 민생과 치안을 담당하는 핵심 기관 수장들이 공석인 채 운영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산림청장마저 음주운전 혐의로 면직되면서, 국민의 안전과 범죄 예방을 책임지는 부처 상당수가 대행 체제로 돌아가는 상황이다. 특히 경찰은 12·3 비상계엄의 여파로 1년 2개월 넘게 수장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청 차장이 청장 직무를 대행하는 체제는 비상계엄 직후인 2024년 12월 12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부터 시작됐다. 조 청장의 직무가 정지된 이후 경찰 조직은 대행 체제로 운영돼 왔고, 이 과정에서 정기적으로 이뤄지던 승진·전보 인사도 잇따라 미뤄졌다. 통상 1월 초 실시되던 고위직 인사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 활동을 이유로 치안감 승진자 발표에 그쳤다.
경찰 내부에서는 3월 중 경무관·총경급 승진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사범 수사가 본격화되는 만큼, 고위직 인사가 마무리돼야 경감 이하 실무자 전보 인사까지 이어지고 조직이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이유다. 특히 10월 검찰 기능 폐지 이후에는 경찰의 수사 역량이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상황이어서, 경찰청장의 조속한 임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청장은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국무총리를 통해 대통령이 임명하며, 사전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달 중 임명 절차가 시작되더라도 실제 임명은 3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해 수장 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뿐 아니라 검찰과 소방, 해양경찰, 산림청도 모두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심우정 전 총장이 사퇴한 이후 공석 상태가 이어지고 있고, 소방은 지난해 9월 허석곤 전 청장이 직위해제된 뒤부터다. 해양경찰청은 김용진 청장이 지난해 12월 의원면직한 이후 청장이 없다. 산림청도 김인호 전 청장이 지난 21일 음주운전 혐의로 직권 면직됐다.
각 기관에서는 수장이 공석인 상태가 장기화될수록 조직 운영과 정책 추진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청장의 유무는 공권력 행사 전반에 영향을 준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약한 대행 체제에서는 조직 운영과 정책 결정이 아무래도 소극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조직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사를 늦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인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5일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경찰청이나 소방청 청장을 임명하지 못하는 것이냐, 하지 않는 것이냐”고 질의했다. 이에 윤 장관은 “인사권자의 의중을 대신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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