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기술 유출 삼성전자 부장, 기밀누설 죄도 물어야” 파기환송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2월 23일 14시 42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법원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2026.02.12 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법원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2026.02.12 뉴시스
반도체 기술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공범들끼리 이를 공유했다면 기밀 사용죄와 별개의 기밀 누설죄까지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영업비밀 침해 행위를 무겁게 처벌하고 기업 영업비밀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23일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전직 삼성전자 부장 김모 씨에게 징역 6년과 벌금 2억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지난달 15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징역 1년 6개월, 2년 6개월을 각각 선고받은 김 씨의 공범 2명도 서울고법에서 다시 판단을 받게 됐다.

김 씨는 삼성전자에서 퇴사해 중국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로 직장을 옮겼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국가 핵심 기술인 ‘18나노 D램 반도체 공정 정보’ 등을 빼돌린 혐의로 2024년 구속 기소됐다.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유진테크 등의 기술 자료를 무단 반출해 네트워크 연결저장장치(NAS) 서버에 올린 혐의도 받는다.

1심 법원은 이들이 영업비밀을 NAS 서버에 올려 해외로 유출한 혐의에 대해 영업비밀 ‘사용’에 따른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영업비밀 국외 누설 등)를 인정했다. 다만 공동정범 사이에서 영업비밀을 주고받은 ‘누설’ 행위는 이미 영업비밀 사용에 포함된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같은 법리적 판단을 유지하면서 김 씨의 형량만 징역 7년에서 징역 6년으로 깎아줬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영업비밀 누설에 따른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별개 범죄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 취득, 사용, 제3자에게 누설 등을 각각 독립한 범죄로 규정한다”며 “이러한 행위를 알면서도 영업비밀을 사용하는 행위 또한 독립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부정경쟁방지법 입법 취지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와 관련해 처벌 대상을 확대하면서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를 강화하는 데 있다”며 원심이 법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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