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KBO)를 대표하는 20대 거포 노시환(26·한화)이 계약 테이블과 타석에서 모두 ‘초대형 홈런’을 터뜨렸다.
한화 구단은 23일 오전 8시 “노시환과 2027시즌부터 2037시즌까지 11년 간 최대 총액 307억 원에 비(非)자유계약선수(FA) 다년계약을 맺었다”고 알렸다.
그리고 노시환은 정확히 5시간 뒤 일본 오키나와현 가데나 구장에서 열린 소속팀 한화와의 연습경기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7번 타자로 나서 첫 타석부터 좌월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노시환이) 초대형 계약을 떠뜨렸으니 타석에서도 터질 것”이라던 김경문 한화 감독의 예언이 들어맞은 순간이었다.
앞선 두 번의 연습경기에서 6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노시환은 “어제(22일) 저녁 계약서에 사인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했다. 뭔가 하나 나올 줄 알았는데 진짜 (홈런이) 나와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이어 “한화에서 ‘영구결번’ 선수가 되겠다는 나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선 것 같아 스스로가 자랑스럽다”며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의미로 이 금액을 안겨준 것이기 때문에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했다.
노시환의 홈런포에 류지현 한국 대표팀 감독도 웃었다. 류 감독은 “(노시환이) 마음이 편해서인지 첫 타석부터 잘해줬다. 앞으로 그런 좋은 기운이 대표팀에 잘 연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노시환의 홈런으로 공격의 포문을 연 대표팀은 이날 안타 10개(홈런 2개)를 몰아치며 7-4 승리를 거뒀다.
노시환은 이번 계약으로 KBO리그 역대 최장·최고액 기록을 새로 썼다. 이전에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9)이 2024시즌을 앞두고 한화로 복귀하면서 8년 170억 원에 계약한 게 기록이었다. 노시환은 또 이번 한 번의 계약으로 같은 오른손 거포인 최정(39·SSG)의 FA 계약 누적 총액도 넘어섰다. 최정은 세 차례 FA 계약을 통해 총 302억 원을 벌었다.
한화는 애초부터 최정의 계약 총액을 넘어서는 금액을 정해놓고 계약 기간을 고민했다. 한화 관계자는 “계약 총액에 노시환이 최정을 넘어서는 선수가 돼주기를 바라는 상징성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노시환과 한화는 21일 계약 조건에 합의한 뒤 22일 WBC 대표팀 숙소에서 계약서에 서명했다.
노시환의 몸값이 이렇게 치솟은 건 현재 프로야구에 20대 오른손 거포가 희소하기 때문이다. 부산 경남고를 졸업하고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노시환은 지난해까지 7년 통산 타율 0.264, 124홈런, 490타점을 기록 중이다. 통산 홈런이 100개가 넘는 20대 현역 선수는 노시환 왼손 타자 강백호(27·한화·136개) 두 명뿐이다. 노시환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시즌 20홈런 이상을 쏘아 올렸고 2023년(31홈런, 101타점)과 지난해(32홈런, 101타점)에는 30홈런-100타점을 동시에 달성하기도 했다. 이전에 30홈런-100타점을 두 번 기록한 한화 내국인 타자는 장종훈(1991년, 1992년·은퇴)밖에 없었다.
노시환은 “손혁 (한화) 단장님께서 계약 기간 매년 홈런 30개만 꾸준히 쳐달라고 하셨다. 부상 없이 30홈런을 꾸준히 치는 거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더그아웃에서 노시환을 지켜보던 손 단장은 그 포부에 화답하듯 “12년 뒤에도 한 번 더 계약하자”고 큰소리로 외쳐 웃음을 자아냈다. 한화와 WBC 한국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는 류현진도 노시환에게 “이제부터 네가 밥 사라”는 말로 축하 인사를 대신했다.
이번 계약에는 노시환이 2026시즌 종료 후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 제도를 통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할 수 있다는 조항도 들어 있다. 노시환이 빅리그에 진출하게 되면 이 계약은 무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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