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리스트’ 최민정과 클로이 김을 보라[유상건의 라커룸 안과 밖]

  • 동아일보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시상식에서 김길리(왼쪽)와 최민정.
밀라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시상식에서 김길리(왼쪽)와 최민정. 밀라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슬픔과 좌절에 공감하고 진심으로 위로하는 모습을 본다. 어려운 것은 되레 남의 성공이나 경사를 함께 기뻐하는 일이다. 느닷없이 주식으로 떼돈을 번 동료를 보거나, 노는 줄만 알았던 옆집 아이의 대입 성공담을 떠올려 보면 그런 것도 같다. 인간은 타인의 행복에 냉담하다는 말은 정녕 사실인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이 23일 끝났다. JTBC의 단독 중계로 보편적 시청권 문제가 불거진 데다 새벽 3∼4시에 시작하는 경기를 보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모든 올림픽이 그랬듯 명승부와 감동적인 순간이 끊이지 않았다. 쇼트트랙의 김길리(22)와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의 최가온(18)의 금메달 장면이 특히 그랬다. 부딪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달린 김길리의 당찬 스케이팅은 Z세대의 당당하고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 줬다. 최가온은 또 어떤가. 왼쪽 손바닥뼈가 세 군데나 골절돼 반깁스 상태였던 그는 1차 시기에 거꾸로 빙벽에 떨어져 모두를 가슴 철렁하게 하는 큰 사고를 당했다.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라며 2차에서도 넘어졌지만, 마지막 시도에서 펼친 대역전극은 실로 압도적이었다.

이 둘의 금메달 현장에서 은메달리스트들인 최민정(27)과 클로이 김(26)에게서 특이한 모습을 발견했다. 이들은 올림픽 3연패가 좌절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어쩌면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슬픔을 겪은 선수들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세상에나, 이들이 우승자를 축하하는 모습은 진심 그 자체로 보였다. 최민정은 “뿌듯하고 대견하다. 네가 우승해서 더 좋다”고 말했다. 클로이 김은 최가온을 ‘마이 베이비(My baby)’라 부르며 여러 인터뷰에서 거듭 “자랑스럽다”고 칭찬했다. 최가온이 앞선 시도에서 실패했을 땐 따뜻하게 안아주며 울먹였다. 이들의 마음은 대체 어떤 상태였을까.

스포츠에서 패배 직후의 태도는 경기력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래서 패배를 받아들이고 승자를 축하해 주는 법도 배워야 한다. 일반적으로 선수의 마음에는 메달과 명성, 금전적 이익이 강한 동기로 존재한다. 외재적 동기다. 동시에 선수로서의 성장이나 새로운 기술에 대한 도전, 승부를 즐기는 즐거움, 더 나아가 자신의 완성이라는 내재적 동기도 작동한다. 어디에 더 가치를 두느냐가 선수의 가치를 결정한다. 아마도 최민정과 클로이 김은 자신을 승리한 선수보다 최선을 다한 선수, 쇼트트랙·스노보드를 사랑한 선수로 여긴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의 패배를 좌절의 순간이 아니라 스포츠 역사의 좋은 순간으로 느꼈을 것이다.

경쟁 사회에 살다 보니 우리는 점점 축하하는 능력을 잃고 있다. 소셜미디어는 매일같이 나의 무능과 불행을 자극한다. 사실 힘들긴 하지만, 축하해야 할 땐 무조건 축하하는 것이 좋다. 행동이 감정을 만들고, 나를 성장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승리가 기록으로 남기는 하지만 스포츠는 태도로 완성된다. 우리 인생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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