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R&D에도 신산업 안보여… 소수 과제 집중 투자해야 혁신”

  • 동아일보

[동아경제 人터뷰]
김현석 산업부 R&D 전략단장
삼성전자 기술혁신 업무 사장 지내… “나눠주기식 예산 편성 탈피해야
앵커기업 중심 산업 생태계 구축… 공급망 전체 커지며 경쟁력 커져”

김현석 산업통상부 R&D 전략기획단장이 6일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김현석 산업통상부 R&D 전략기획단장이 6일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정부가 매년 30조 원 안팎의 연구개발(R&D) 예산을 투입해 왔지만,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할 새로운 산업이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를 듣기란 쉽지 않습니다.”

김현석 산업통상부 R&D 전략기획단장(65)은 6일 서울 한국기술센터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R&D는 예산 규모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며 “지금처럼 소액·다과제 중심의 R&D 예산 편성으로는 장기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R&D가 오랜 기간 대형 프로젝트 실패를 회피하려는 ‘안전 지향적 구조’에 갇히면서 혁신 동력이 약화돼 왔다는 취지다.

전략기획단은 산업·에너지 분야 R&D의 전략 수립과 투자 방향 기획 등을 총괄해 산업부를 지원하는 일종의 싱크탱크 조직이다. 지난해 5월 취임한 김 단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삼성전자에서 기술 혁신과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며 대표이사를 지낸 전문가다.

산업부는 2030년 글로벌 3대 산업기술 강국 도약을 목표로 지난달 말 ‘산업 R&D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산업부에서 제시하는 해법은 명확하다. R&D 과제 수는 대폭 줄이고, 그 대신 과제당 투자액을 최대 수천억 원 규모로 키우는 ‘다액·소과제’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R&D 과제가 대형화되면 그만큼 ‘큰 실패’의 가능성이 뒤따라온다. 김 단장은 실패 자체가 산업 혁신의 자산이 된다는 인식 변화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발표된 혁신방안에는 선셋(일몰) 얘기가 처음으로 담겨 있다”며 “시장 상황 변화, 기술적 난제 등에 부딪혔을 때 언제든 사업을 중단하거나 내용을 변경할 기회를 부여해야 진짜 혁신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번 혁신방안의 또 다른 축은 ‘지역별 수요 앵커기업 중심 R&D’다. 정부가 먼저 과제를 설계하고 기업을 끌어들이는 기존 방식과 달리 실제 수요가 있는 기업을 출발점으로 삼아 협력사·부품사·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큰 그림이 포함돼 있다. 김 단장은 “이런 정부의 방향은 특정 기업을 돕자는 것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접근”이라며 “앵커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 전체가 성장하지 않으면 산업 경쟁력도 지속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M.AX(제조업 인공지능 전환)’ 전략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제시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AI 팩토리 500개’ 구축은 자동화나 비용 절감 수준을 넘어 품질·공정·에너지·설비관리까지 AI가 총괄하는 구조로 진행될 방침이다.

AI와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규제가 발목을 잡는 상황에 대해 김 단장은 “속도가 경쟁력인 시대에 우리나라만 예전처럼 여유를 부릴 시간은 없다”며 “그런 측면에서 혁신방안에 담긴 규제프리 R&D와 규제해소 패스트트랙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R&D는 더 이상 나눠 주는 예산이 아니라 산업 전략의 핵심 수단이어야 한다”며 “지금이 구조를 바꿀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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