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 7명, 공천권 쥔 같은 지역구 국회의원에 6050만원 후원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7일 20시 47분


연간 300만원 이상 기부자 분석

2018년 이후 당선된 서울시의원들
여야 지역구 의원 5명에 후원
4년간 매년 500만원씩 한도 꽉 채우고
후보 공천 앞두고 고액 기부하기도
모두 “대가성 없는 합법 후원” 주장
시민단체 “공천헌금 구조적 문제” 지적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18년 이후 당선된 서울시의원 가운데 7명은 같은 당, 같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연간 300만 원이 넘는 고액을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지역 발전을 위해 정치자금법상 허용된 범위 내에서 후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지역 내 현안과 예산, 공천권 등 이해관계가 얽힌 같은 지역구 시의원과 국회의원 사이의 고액 후원이 적절하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사회 역시 “국회의원이 지방의원 공천 과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가 최근 여당 내 ‘공천 헌금’ 의혹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같은 지역 의원에게 2000만 원 후원

7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를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받은 국회의원의 연 300만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2018년 이후 당선된 서울시의원 중 7명이 본인과 지역구가 같은 의원 5명에게 총 6050만 원을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원 총액이 가장 컸던 이는 2018년 7월부터 4년간 재직한 더불어민주당 경만선 전 시의원(강서)이다. 경 전 시의원은 2020~2024년 같은 당 진성준 의원(강서을)에게 4차례에 걸쳐 총 2000만 원을 후원했다. 시의원 신분이던 2020년, 2021년뿐 아니라 2022년과 2024년에도 연간 한도인 500만 원을 꽉 채워 보냈다. 경 전 시의원과 진 의원은 지역구가 겹치고, 김포국제공항 고도 제한 완화 등 지역 숙원 사업에서 긴밀히 공조해 왔다. 경 전 시의원과 같은 시기 재직한 김용연 전 시의원(강서)도 2022년 11월 진 의원에게 500만 원을 후원했다.

시의원 후보 공천을 앞두고 후원금을 낸 경우도 있었다. 2022년 당선된 국민의힘 남창진 시의원(송파)은 지방선거 후보로 단수공천을 받기 약 2개월 전인 2022년 3월 같은 당 김웅 당시 의원(송파갑)에게 300만 원을 후원했다. 2022년 김 전 의원은 송파갑 당협위원장이었다. 남 시의원이 김 전 의원에게 후원한 돈은 2021부터 2023년까지 총 5차례에 걸쳐 1500만 원이다.

국민의힘 이새날 시의원(강남)은 2022년 10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4차례에 걸쳐 같은 당 태영호 당시 의원(강남갑)에게 800만 원을 후원했다. 민주당 이민옥 시의원(성동)은 2022년 10~12월 3차례에 걸쳐 총 500만 원을 같은 당 홍익표 당시 의원(중-성동갑)에게 후원했다.

● “공천권 지닌 지역구 의원에게 고액 후원 부적절”

이들은 모두 ‘특별한 의도 없이 합법적으로 후원한 것’이라고 했다. 이민옥 시의원은 “특별한 이유나 목적을 갖고 후원한 것이 아니고, 한 번쯤 후원해 드리고 싶단 마음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 시의원은 “공천을 위해서 한 것이 아니며, 지역 발전을 위해 합법적으로 후원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새날 시의원은 “특별한 이유 없이 응원 목적으로 후원한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김용연 전 시의원은 “진 의원에 대한 후원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대가성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경 전 시의원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향한 시의원의 법정한도 내 기부는 합법이다. 그러나 지방의원의 공천에 영향력을 미치는 국회의원이 본인 지역구 시의원으로부터 돈을 받는 행위 자체가 이해충돌의 소지가 큰 ‘낡은 정치 관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직 시의원은 “공천 시즌이 되자 지역구 의원이 매일같이 집으로 불러 특별한 과일을 사가지고 가야 했다”며 “(의원) 보좌관이 ‘나중에 크게 인사하라’고 했으나 돈을 안 가져가니 결국 나중에 다른 구의원과 경선을 붙였다”고 했다.

특히 지역 국회의원의 기반이 더 공고한 비수도권은 지방의원이 지역구를 옮기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종속적 관계가 심할 거란 우려도 있다. 한 전직 당협위원장은 “지역은 더 심하다. 지방 시장 (후보) 한 자리 받는 데 수억 원이 든다는 말도 나올 정도”라고 했다.

시민단체도 이런 구조의 개선을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민주당에서 제명된 강선우 의원과 김경 서울시의원 사이의 공천 헌금 의혹은 개인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며 “지역구 의원이 공천권을 지닌 지역위원장을 겸하는 관행을 개선하라”고 민주당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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