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채납의 덫’ 풀어야 진짜 소셜믹스 가능하다[내 생각은/김동석]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7일 23시 00분


재건축 사업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요구하는 기부채납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한다. 그러나 공공성을 내세운 행정 요구가 사업성을 갉아먹고, 결국 주택 공급까지 위축시킨다. 빌라·단독주택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재개발 사업은 도로·상하수도·공원 등 도시기반시설을 재정비해야 한다. 반면 재건축은 기반시설이 양호한 지역에서 노후 아파트를 새로 짓는 사업이다. 두 사업의 성격과 목적이 다른 만큼 기부채납도 당연히 구분해 적용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소셜믹스’는 넓게는 사회적·경제적 배경이 다른 주민들이 어울려 사는 사회 통합을, 좁게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함께 짓도록 하는 정책을 말한다. 기부채납 제도를 개선하면서 진정한 소셜믹스를 이루려면 지자체가 무리한 ‘공공성’을 강요하기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첫째, 단지를 관통하는 도로는 지하화를 허용하되 구분지상권을 설정해 사용료를 관리비와 상계하도록 하고, 지상에는 녹지를 조성해 공개공지로 시민 통행에 개방한다. 이 녹지를 단지의 순환 둘레길과 연결하면 도심 속 허파이자 주민 교류의 장이 되어 넓은 의미의 소셜믹스를 실현할 수 있다.

둘째, 임대아파트는 건물만 소유권 보존등기를 하고 토지에는 지상권만 설정하며, 재건축 조합에 보전해 주는 표준건축비를 지자체 조례 개정을 통해 현실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조합원들도 별도 동을 짓지 않고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자연스럽게 섞어 배치함으로써 어느 쪽이 임대인지 구분되지 않게 할 수 있다. 이때 비로소 좁은 의미의 소셜믹스가 완성되고, 주민 간 갈등과 위화감도 줄어든다.

셋째, 총 기부채납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상한 기준을 도입하면 사업성이 높아지고 민관의 균형 있는 협력이 가능해진다. 이제는 지자체의 자의적 판단에 맡길 것이 아니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통해 기부채납 한도를 명시하고 공공기여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 사업성이 확보되면 건축 경기가 살아나고 신축 주택 공급도 원활해질 수 있다.

※ 동아일보는 독자투고를 받고 있습니다. 각 분야 현안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이름, 소속,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 연락처와 함께 e메일(opinion@donga.com)이나 팩스(02-2020-1299)로 보내주십시오. 원고가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합니다.

#재건축#기부채납#공공성#주택 공급#재개발#소셜믹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