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취약층에 포용금융 70조”… 일자리 없인 빚 수렁 못 넘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8일 23시 30분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신년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신년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정부가 금융 취약계층에 대출 문턱을 낮춰 주고 이자 부담을 줄여 주는 ‘포용 금융’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너무 잔인하다”고 질타한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 상품의 금리를 인하하고, 고졸·미취업 청년 등을 위한 다양한 저금리 소액대출 상품을 신설한다.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5대 금융지주는 향후 5년 동안 총 70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가 8일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통해 내놓은 대책은 이 대통령이 강조한 ‘사람을 살리는 금융’을 구체화한 것이다. 저소득, 저신용자를 위한 ‘햇살론 특례보증’ 금리는 기존 15.9%에서 최대 6%포인트 낮춘다. 불법 사채로 빠지지 않도록 ‘불법 사금융 예방 대출’ 금리도 기존 15.9%에서 5∼6%대로 인하한다. 돈을 성실히 갚아 신용을 쌓으면 정책서민금융을 졸업하고 은행권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금융 사다리를 제도화하기로 했다.

한번 삐끗하면 벗어나기 힘든 빚의 수렁에 빠진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특히 물가와 집값 상승, 취업난 등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빚부터 져야 하는 청년들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저신용자의 부담 경감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고신용자의 금리가 오히려 높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해 역차별이 생길 수 있다. 채무조정·탕감이 반복되면 ‘돈을 안 갚고 버티면 된다’는 식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신용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지 않도록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역대 정부마다 저신용자를 위한 대출 확대나 이자 감축, 부채 탕감 정책을 내놨지만 효과가 오래가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취약계층의 자립을 돕기보다는 빚으로 빚을 막는 돌려막기 대응에 그쳤다. 과거에 정부에서 연체 기록을 삭제해 준 채무자 3명 중 1명이 3, 4년 만에 다시 연체자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돈을 싸게 많이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 돈을 벌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하지만 청년 고용률이 19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일자리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민간 영역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1∼9월 총고용이 19만3000명 늘었는데 그중 공공 일자리가 14만5000명을 차지했고 상당수가 고령층을 위한 단기 일자리였다. 기업 활력 회복을 위해 투자와 지원을 하고 혁신에 따른 성장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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