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작년 4분기 20조 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의 3배가 넘는 수치로, 분기 기준 첫 20조 원대 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33조 원, 44조 원에 이른다. D램 및 낸드플래시 가격 급등과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본격화가 실적을 견인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할 올해는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10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실적이 크게 뛴 것은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보인 덕분이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만 4분기에 16조∼17조 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한다.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면서 작년 한 해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각각 7배, 3배로 올랐다고 한다. 하반기부터는 미국 엔비디아에 4세대 HBM 제품을 납품하면서 실적 상승 곡선이 더 가팔라졌다.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메모리 사업은 과거 압도적이었던 위용을 되찾는 중이다.
다만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사업은 작년에도 적자를 냈다. 차세대 먹을거리로 키우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경우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2020년 18%에서 작년 3분기 7%까지 내려앉았다. 삼성은 다만 작년에 수주한 테슬라 차세대 AI 칩 위탁생산, 애플 아이폰용 카메라 이미지센서 설계 및 위탁생산 등으로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퀄컴 AP 물량 중 일부를 5년 만에 다시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이젠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돌아온 삼성’을 보여줄 때다.
전체적인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 전망은 밝은 편이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4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적기에 대규모 투자를 해온 삼성이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 각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경쟁사들도 앞다퉈 보폭을 키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말처럼 “죽기 아니면 살기”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도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적용 제외’ 등 업계 목소리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반영한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반도체 산업이 더 높이 날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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