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777 기종의 꼬리 부분에 달린 보조동력엔진(APU)의 배기가스 분출 구멍(원 안). 동아일보DB
이원주 산업1부 기자비행기 엔진은 어디에 달려 있을까. ‘날개 아래쪽’이라는 답이 가장 많을 듯하다. 우리가 타는 여객기의 엔진은 제트기와 프로펠러기를 막론하고 대부분 날개 아래쪽에 엔진이 달려 있다. 전용기로 쓰이는 일부 소형 비즈니스 제트기의 엔진은 동체 꼬리 부분에 양쪽으로 달려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항공기에는 이런 엔진 외에도 엔진 하나가 더 숨어 있다. 비행기를 날아다니게 하는 엔진은 아니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장치이다. 보조동력엔진(APU)이 그것이다. 공항에서 비행기 꼬리 쪽을 유심히 보면 작은 구멍이 뚫려 있고, 주변이 그을음으로 시커멓게 변색된 것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구멍이 꼬리 쪽에 달린 APU에서 나오는 배기가스가 밖으로 분출되는 곳이다.
여객기에는 커다란 엔진이 2∼4개씩 달려 있는데 왜 숨어 있는 엔진이 필요할까. APU는 겉으로 드러난 거대한 ‘주(main) 엔진’들이 돌아가기 전까지 비행기에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하는 장치다. 비행기가 멈춰 있는 상태에서도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고, 에어컨을 가동해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APU가 한다. 심지어 ‘추력 엔진’ 시동을 걸 때 필요한 전력과 압축공기도 APU를 통해 공급한다.
이렇게 별도 엔진을 달아놓은 이유는 물론 경제성 때문이다. 보잉 737 기종의 경우 주 엔진 한 기가 공회전할 때 소모하는 연료량은 1시간에 약 270kg(약 600파운드) 정도로 알려져 있다. 737 기종에 엔진 2기가 달려 있으니 두 엔진을 1시간 공회전시키면 540kg의 연료를 소모하는 셈이다. 반면 APU는 전기와 에어컨을 모두 가동하면서 엔진을 돌려도 1시간 연료 소모량이 90kg(약 200파운드)에 그친다. 항공기 대수가 많아질수록 연료 소모량에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다만 인천공항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공항에서는 APU 가동 시간도 엄격하게 제한한다. 연료를 태우는 엔진 특성상 온실가스 등 환경 오염물질이 배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의 경우 비행기가 탑승교(게이트)를 떠나기 30분 전부터만 APU를 쓸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전까지는 공항에 마련된 전력 공급 설비(GPU) 등에서 필요한 전기 등을 공급받는다. 이미 준비가 끝난 것 같은 비행기라도 출발 시간이 임박해 승객을 탑승시키는 이유 중 하나도 이처럼 APU를 돌려 객실 온도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APU는 비행기 외에도 전차나 자주포 등 군에서 쓰는 중장비에 장착된 경우가 많다. 주 엔진은 수십 t 무게의 몸체를 이동시키는 데 힘을 집중하고, 포신을 움직이거나 전력을 공급하는 등의 역할은 2번째 엔진인 APU가 담당하는 식이다.
다만 여객기라고 해도 모든 비행기가 APU를 갖춘 것은 아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공동으로 제작한 프로펠러 항공기 ‘ATR’ 기종 중에는 APU가 없는 것이 있다. 이 기종은 비행기 주 엔진 중 한쪽 엔진만 가동해 APU 역할을 대신하도록 한다. 이 경우 지상 조업자들이 프로펠러에 부딪치는 사고를 막기 위해 프로펠러 회전축을 잠근 채로 엔진을 돌려 안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