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6·27 규제후 32% 줄여
일부 영업점 月대출 10억 제한도
총량제 도입후 연말마다 대출절벽
전문가 “월간 목표도 따로 세워야”
금융당국의 6·27 대출 규제 이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가계대출 연간 목표치를 30% 넘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계획보다 훨씬 더 빡빡해진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 ‘급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됐다. 가계대출 총량제 도입으로 연말마다 ‘대출 한파’와 ‘대출 절벽’이란 부작용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개선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5대 은행, 대출 목표치 3조8000억 원 감축
2025.12.10.뉴스1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애초 연간 가계대출 목표치는 11조8407억 원으로 6·27 대책 이후 변경 목표치(8조690억 원)보다 32%(3조7717억 원)가량 높았다. 금융당국은 6·27 대책 이후 은행권에 하반기(7∼12월)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50% 이상 감축하라고 요청했는데, 5대 은행에서만 3조8000억 원가량 대출 한도가 축소된 것이다.
이에 따라 상반기(1∼6월)에 가계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린 은행들은 하반기에 수정·축소된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맞추느라 애를 먹게 됐다. 실제로 은행들은 연간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생활 안정 자금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전면 중단하거나,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주담대 접수를 중단하고 있다. 영업점별 가계대출 한도를 월 10억 원으로 줄이고,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등 신규 신청을 중단해 대출한도를 줄이기도 했다.
은행 대출 창구가 막히자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대출 난민’처럼 대출이 되는 곳을 찾아 헤매거나, 1금융권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출을 받는 식이다. 최근 신혼집을 마련한 30대 직장인 한모 씨도 “이달 말에 신혼집 잔금을 치르려는데 주요 은행들이 대출을 다 막아놔 알아보느라 진땀을 뺐다”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리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 이자 부담이 예상한 금액보다 100만 원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 “되풀이되는 ‘대출 절벽’ 근본 대안 제시해야”
동아일보DB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연초에 은행권으로부터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제출받았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이 급격히 불어나자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감축하라고 지시하면서 1년 만에 은행권과 금융소비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작년 연말에는 모든 은행이 일률적으로 대출 문을 닫아 혼란이 있었다면, 올해는 가계대출 증가액 한도에 여유가 있는 은행들이 있어 수요가 적절히 배분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말마다 되풀이되는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좀 더 세밀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간 목표치 외에 월간으로도 관리해서 연말 금융소비자 자금 수요가 막히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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