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주만에 희귀질환 안고 태어나
태아 검사때 알았지만 포기안해
3차례 수술 끝에 국내 첫 생존
6개월 만에 건강 되찾고 집으로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왼쪽)가 자신이 맡고 있는 심장이소증 환자 박서린 양을 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올 4월 10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신관 분만실. 엄마 뱃속에서 38주 만에 태어난 한 아기는 심장에 큰 문제가 있었다. 심장을 보호해야 할 흉골은 없었고 가슴과 복부 피부조직도 제대로 없어 심방이 몸 밖에 노출된 채 뛰고 있었다. 아기가 울면 가슴에 힘이 들어가 심장과 폐 일부가 몸 밖으로 밀려 나왔다. 이대로는 생명을 이어가기 어려웠다.
희귀질환인 심장이소증을 안고 태어나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박서린 양이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의료진의 보살핌 끝에 최근 퇴원했다고 서울아산병원이 17일 밝혔다. 심장이 몸 바깥으로 나와 있는 심장이소증은 100만 명당 5∼8명에게서 발생하는 원인 불명 선천성 희귀질환이다. 환자 90% 이상은 출생 전 사망한다. 태어나도 사흘을 넘기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심장이소증 신생아가 살았다고 보고된 적이 없다. 서린이가 국내 첫 생존 사례다.
서린이에게 심장이소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지난해 11월. 1차 정밀 초음파 검사 당시 병원에서는 아이 부모에게 “마음의 정리를 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3년간 14차례의 시험관 시술을 통해 둘째 서린이를 어렵게 얻은 부모는 포기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 희망을 안고 찾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 구조는 정상”이라는 진단을 받고 출산을 결심했다. 서린이도 엄마 뱃속에서 38주를 잘 버텼다.
어렵게 세상에 나온 서린이 상태는 초음파로 확인했던 것보다 심각했다. 심장 전체가 몸 밖에서 뛰는 사례는 국내에선 처음이었고,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의료진은 먼저 출생 다음 날 열려 있던 흉부와 노출된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로 인공 피부를 덮는 수술을 진행했다.
5월엔 심장을 흉강에 넣는 수술을 세 차례 진행했고, 6월에는 서린이 피부를 떼어 내 만든 배양 피부를 흉부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생후 2개월 만에 아이 심장이 제자리를 찾았다. 이후 흉벽이 벌어지지 않도록 3차원(3D) 프린팅을 이용해 맞춤형 흉부 보호대를 제작해 착용시켰다. 그 사이 재활치료도 이어졌다.
서린이는 건강을 점차 회복했다. 마침내 10월 21일 퇴원해 현재는 외래 진료를 다니고 있다. 3세 이후에는 흉벽을 인공 구조물로 재건하고 다시 피부조직으로 덮는 수술을 추가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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