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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 씨(25)는 퇴근 후 소파에 눕는 게 습관이 됐다. 이용권을 결제해 둔 헬스장도 나가지 않은 지 오래다. 김 씨는 “퇴근 후 집에 가면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며 “가끔 소화하려 아파트 단지를 따라 천천히 산책하는 게 하는 운동의 전부”라고 말했다. 김 씨처럼 국내 성인 4명 중 3명은 ‘숨차는 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숨차는 운동’ 비율 20%대에 머물러10일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5∼7월 성인 약 23만 명을 대상으로 한 지역사회건강조사를 심층 분석한 결과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을 한 사람은 전체의 26.6%였다.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은 평소보다 숨이 가쁘고 몸이 힘든 신체활동을 하루 20분씩 주 3일 이상(고강도 운동), 또는 하루 30분씩 주 5일 이상(중강도 운동) 하는 것을 의미한다.지난해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 다만 20%대를 벗어나진 못했다. 2015년 이후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했던 2020∼2021년을 제외하곤 전부 20%대를 유지했다. 대도시 주민(26.5%)이 농어촌 주민(28.2%)보다 덜 움직였다. 대도시는 승강기 등 이동 편의 시설이 많고 앉아서 일하는 직장이 몰려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성별 차도 두드러졌다.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을 한 비율은 남성 30.2%, 여성 19.5%로 조사됐다. 나이가 들수록 숨차는 운동을 덜 했다. 20대의 신체활동 실천율이 32.3%로 가장 높았고, 점점 줄어 70대 이상은 13.8%로 가장 낮았다. 다만 지난해 걷기 실천율은 60대에서 57%, 70세 이상에서 50.6%로 나타나 노년층은 중강도 이상 운동보다 걷기와 같은 가벼운 신체활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성질환, 정신건강도 신체활동에 영향을 미쳤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진단 경험이 없는 성인(26.8%)은 진단 경험이 있는 성인(19.6%)보다 신체활동을 활발히 했다. 우울 증상이 있는 사람들의 신체활동 비율은 25.1%로 우울 증상이 없는 사람들(17.3%)보다 높았다. ● 한국 ‘신체활동 부족한 국가 5위’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도 한국인의 신체활동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5개국을 대상으로 1주일 동안 중강도 150분, 고강도 75분 이상 신체활동을 하지 않는 성인 비율을 조사한 결과 2022년 한국의 신체활동 부족률은 58%였다. 같은 해 전 세계 성인의 신체활동 부족률 31.3%의 1.9배 수준이다. 신체활동률이 높은 국가 순위에선 191위에 그쳤다. 한국 성인의 신체활동률이 낮은 이유로 급격한 고령화가 꼽힌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중강도 이상 운동량은 자연히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강도 이상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상 속 움직임이나 가벼운 운동만으로는 근육이나 심폐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며 “수영, 자전거 타기 등 본인이 좋아하는 중강도 이상 운동을 하나라도 지속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정신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숨차는 신체활동을 정기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성인 4명 중 3명은 ‘숨 차는 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10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26.6% 만이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을 했다.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고강도 운동을 하루 20분씩 주 3일 이상, 또는 중강도 운동을 하루 30분씩 주 5일 이상 실천한 비율을 의미한다. 고강도 신체활동은 등산, 줄넘기 등 몸이 매우 힘들고 숨이 아주 가쁜 신체활동, 중강도 신체활동은 배드민턴, 수영 등 몸이 조금 힘들고 숨이 약간 가쁜 신체활동이다.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유행했던 2021년 최저치인 19.7%를 기록한 뒤 회복세를 보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질병청 관계자는 “전 세계 성인의 신체활동 부족률은 2022년 기준 31.3%인데 반해 국내 성인의 신체활동 부족률은 같은 해 58.1%로 1.9배에 달한다”고 말했다.사는 곳에 따라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다르게 나타났다. 대도시 주민 실천율(26.5%)이 농어촌 주민(28.2%)보다 낮았다. 질병청은 대도시의 교통수단 중심의 생활환경과 높은 좌식 직업군 비중, 농어촌 지역의 노동 중심 직업 구조가 신체활동량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성별차도 두드러졌다.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을 수행한 비율은 남성이 30.2%, 여성이 19.5%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2.3%로 실천율이 가장 높았고, 70대 이상에서 13.8%로 가장 낮았다. 다만 걷기 실천율이 60대에서 57%, 70세 이상에서 50.6%로 나타나 노년기에는 중강도 이상의 신체활동보다는 걷기와 같은 가벼운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확인됐다.만성질환과 정신 건강도 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또는 당뇨병 진단 경험이 없는 성인의 실천율(26.8%)이 진단 경험이 있는 집단(19.6%)보다 7.2% 포인트 높았다. 우울 증상이 없는 인구집단의 실천율도 25.1%로, 우울 증상이 있는 집단(17.3%)보다 7.8% 포인트 높았다.질병청은 “만성질환 예방 및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을 정기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벼운 운동부터 시작해 숨이 찰 정도의 운동까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움직임을 꾸준히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어릴 때부터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이모 양(18)은 학교를 자퇴한 뒤 잠시 사귀던 20대 남성의 아이를 덜컥 가졌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부모는 이 양에게 폭언과 폭행을 이어갔고, 아이 아빠와는 연락이 끊겼다. 아이를 지우긴 싫었지만, 출산 기록이 남고 혼자 키우는 것도 이 양에겐 큰 부담이었다. 다행히 임신부가 익명으로 진료를 받고 출산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를 알게 돼 최근 아이를 낳았다. 이 양은 “엄마 품을 떠나보내 미안하지만, 아이가 나보다 나은 인생을 살기 바란다”고 했다.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신생아 유기와 아동 방임을 막기 위해 지난해 7월 시행된 ‘위기임신 보호출산제’를 통해 지난 1년간 아이 299명이 안전하게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올 6월까지 관련 기관에서 상담을 받고 직접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한 산모는 160명이다. 107명은 보호출산을, 32명은 출생신고 후 입양을 보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호출산을 원했던 19명은 상담을 받고 마음을 바꿔 아이를 직접 키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보호출산제가 아동 유기, 출생 신고를 하지 않는 ‘유령 아동’ 발생을 막고 있지만 위기 임신부를 지원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미향 남서울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더 적극적인 상담과 지원으로 위기임신 여성이 자녀 양육을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보호출산제가 양육 포기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보호출산제 1년, 299명 안전출산숙려기간 길수록 자녀 애착 커져… 다른 엄마-아이 보며 육아 결심도“익명 출산 부추기는 제도는 곤란… 위기임신 막을 근본적 대책 절실”“예비 신랑이 결혼을 앞두고 바람을 피워 파혼했어요. 뱃속 아이는 14주가 넘어서 낙태하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저 좀 도와주세요.” 최근 서울시 위기임산부 통합지원센터에 20대 여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헤어진 남자친구는 아이를 책임지지 않겠다고 하고, 혼자 낳아 키울 자신도 없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여성은 센터 소개로 보호출산을 선택했고 출산 후 일주일의 숙려기간 동안 아이를 직접 양육할지 고민했다. 이후 아이를 보호기관에 맡기며 “준비되지 않은 채 너를 맞이해 미안하다”는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위기임신 보호출산제는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임산부가 가명으로 출산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숙려기간 길어지면 양육 의지 커져지난달 27일 통합지원센터에서는 상담사 2명이 위기임산부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출산이 임박한 응급 전화를 받으면 직원이 방문해 거처 마련 등 출산 과정을 돕는다. 상담사 10명이 3교대로 근무하며 24시간 365일 대기한다. 센터 관계자는 “위기임신 여성은 절벽에 내몰린 것과 같다. 때를 놓치면 낙태, 아동 유기, 아이 아빠의 가정폭력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위기임신 보호출산제는 2023년 수원 영아 살해 사건 등 아동 유기 사건이 잇따르자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긴급히 시행했다. 경제적 이유 등으로 아이를 양육할 수 없는 임신부가 숙박시설, 공중화장실 등에서 출산하지 않도록 산모와 아이를 모두 보호하려는 취지다.보호출산을 선택하려면 반드시 센터에서 대면으로 상담해야 한다. 센터 인근 위기임산부 지원 시설인 ‘애란원’도 방문한다. 이숙영 애란원 원장은 “도저히 아이를 키울 수 없어 보호출산을 선택한 산모도 보호시설에서 엄마와 아이가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애란원에서 만난 김모 양(18)도 같은 사례다. 그는 임신한 뒤 아이를 ‘베이비박스’(부모가 아이를 두고 가도록 마련된 상자)에 맡길 생각이었으나 센터 등에서 심층상담을 받은 뒤 보호출산을 선택했다. 이후 아이를 입양기관에 보냈지만 사흘 만에 직접 키우기로 마음을 바꿨다. 김 양은 “숙려기간은 일주일 정도다. 통상보다 좀 더 긴 2개월의 숙려기간을 거쳤고 아이에 대한 애착이 더 커졌다. 출산 전에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너무 두려웠는데, 이젠 아이와 떨어지는 게 더 견딜 수 없다”고 했다.● “위기임신 막을 근본적인 대책 필요”보호출산이 유기될 뻔한 생명을 지키지만 보완할 점도 많다. 현장에서는 ‘보호출산이 익명 출산을 부추기는 제도가 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원장은 “지방자치단체 등에선 ‘보호출산을 선택하면 아이는 키우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안내한다”며 “출산 전후 적극적인 상담으로 엄마가 아이를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기임신 여성을 지원하는 다양한 제도적 안전판도 필요하다. 임산부는 미성년자, 배우자 및 가족 단절, 장애 및 경제적 자립 불가 등 다양한 이유 때문에 위기임신 상담을 받는다. 하지만 출산한 뒤 사후관리를 하지 않으면 이후에도 다시 보호출산을 선택할 수 있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부대표는 “정부가 아동 보호를 위해 보호출산제를 서둘러 시행했지만 위기임신이 왜 생기는지, 재발을 막으려면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동이 부모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다는 점도 논란이다. 프랑스도 부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으나 정책을 바꿔 자녀의 요청을 받으면 친모의 동의를 거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2003∼2022년 요청을 받은 친모 3분의 2가량은 정보 제공에 동의했다. 독일에서도 법원 판결을 통해 친모 이름 등 출생 정보를 알 수 있다. 도미향 남서울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여성의 익명 출산 권리도 중요하지만 아동이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는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눈에 수분을 공급하는 수분공급기를 안구건조증, 비염 등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표기해 의료기기처럼 광고한 게시물이 대거 적발됐다.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0~26일 온라인 광고 등을 점검한 결과 오인 광고 83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83건의 게시물은 눈에 수분을 공급하는 공산품(수분공급기)을 ‘안구건조증’, ‘건조증’, ‘근시 완화’, ‘비염’ 등의 표현을 넣어 의료기기와 유사한 효능이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 식약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해당 게시물에 대한 접속 차단을, 관할 지자체에는 점검을 요청했다.식약처에 따르면 안구에 직접 수분을 공급해 눈 질환 치료 효능이 있는 것으로 허가 받은 의료기기는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료기기와 유사한 효과 등을 표방하는 광고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며 “의료기기 허가·인증·신고 사항을 사전에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대학병원 교수로 남겠다는 꿈도 있었지만, 일찍 개원해서 먼저 자리 잡는 게 나을 것 같아요.” 6일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예비 개원의 대상 박람회를 찾은 박모 씨(32)는 “의정 갈등을 겪으며 개원가로 나갈 꿈을 굳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 씨처럼 개원이 목표인 젊은 의사와 의대생 400여 명이 몰렸다. 행사에 참석한 한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는 “성장클리닉 개원을 준비 중”이라며 개원 노하우 강의를 꼼꼼히 받아 적었다.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추진한 의료개혁이 ‘의대 증원’이라는 늪에 빠지면서 의사들의 미용 등 비필수의료 분야 개원은 계속되고 있다. ● 미용-비급여 진료 강의에 젊은 의사들 북적 이날 행사는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가 주최했다. 35개 프로그램 대부분은 수익성이 높은 비급여 시술에 집중됐다. 특히 리프팅과 콜라겐 주사 등 미용 의료 분야에 관한 프로그램이 많았다.“종아리 보톡스의 경우 환자를 까치발로 서게 한 뒤 시술할 근육 경계를 펜으로 표시하는 게 먼접니다. 근육 크기가 크니 100∼300유닛 정도 (약물을) 주사하시면 됩니다.”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 원장 설명에 젊은 의사들은 시술 부위를 상세히 옮겨 그리거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집중했다. 레이저 치료법을 강의하던 한 피부과 전문의는 “색소 침착 치료는 여름엔 환자가 적지만, 여드름 치료는 비수기 없이 안정적인 매출을 만들 수 있다. 치료제 처방에 그치지 않고 레이저 치료까지 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등 비급여 항목이 많은 근골격계 질환 전문 병원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사회자가 강사로 온 정형외과 전문의를 소개하며 “체외충격파 치료로 해운대에 아파트를 샀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관심을 보였다. 또 다른 정형외과 전문의는 “체외충격파는 일반 도수치료보다 더 많이 시행할 수 있어 수익을 올리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강연자들은 참석자들에게 개원 후 진료 영역을 넓히는 데 주저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한 외과 전문의 출신 피부과 원장은 “평생 내과 치료는 해보지 않았지만, 개원을 위해 전공도 포기했다”며 항노화 수액 처방에 대해 강의했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개원하려면 탈모 진단 및 처방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유망 분야를 소개했다.● “연구·교육보단 개원” 중증 진료 공백 우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개원 의원은 1996곳으로 2023년(1798곳) 대비 11% 늘었다. 전문의를 취득하지 않고 일반의로 개원한 곳도 759곳으로 2023년(665곳)과 비교해 100곳 가까이 늘었다. 개원 의원 60.5%가 서울과 경기에 집중돼 수도권 쏠림도 심각했다. 의료계에선 이 같은 개원 움직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엔 연구와 교육을 포기한 40대 젊은 의대 교수 개원이 늘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전공의, 의대생 상당수도 중증 환자를 치료하며 보람을 찾기보단 개원을 택하겠다고 했다. 인제대 의대에 재학 중인 김모 씨(25)는 “의정갈등 이후 전문의를 딸 생각이 사라졌다. 일반의로 네트워크 병원 개원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네트워크 병원은 요식업처럼 같은 상호를 쓰면서 진료 기술과 마케팅 방식 등을 공유하는 프랜차이즈형 병원이다. 정형외과를 희망하는 미복귀 의대생은 “수련은 마칠 생각이지만 교수직엔 관심이 없다. 바로 개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경쟁이 치열한 개원가로 진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내비쳤다. 4년 차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최모 씨(33)는 “병원을 시작할 때 다들 금융권 대출을 받던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복귀 의대생 이모 씨는 “개원하면 의료사고 등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책임져야 한다고 들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대학병원 교수로 남겠다는 꿈도 있었지만, 일찍 개원해서 먼저 자리 잡는 게 나을 것 같아요.”6일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예비 개원의 대상 박람회를 찾은 박모 씨(32)는 “의정갈등을 겪으며 개원가로 나갈 꿈을 굳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 씨처럼 개원이 목표인 젊은 의사와 의대생 400여 명이 몰렸다. 행사에 참석한 한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는 “성장클리닉 개원을 준비 중”이라며 개원 노하우 강의를 꼼꼼히 받아 적었다.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추진한 의료개혁이 ‘의대 증원’이라는 늪에 빠지면서 의사들의 미용 등 비필수의료 분야 개원은 계속되고 있다. ●미용-비급여 진료 강의에 젊은 의사들 북적이날 행사는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가 주최했다. 35개 프로그램 대부분은 수익성이 높은 비급여 시술에 집중됐다. 특히 리프팅과 콜라겐 주사 등 미용 의료 분야에 관한 프로그램이 많았다.“종아리 보톡스의 경우 환자가 까치발로 서게 한 뒤 시술할 근육 경계를 펜으로 표시하는 게 먼접니다. 근육 크기가 크니 100~300유닛 정도 (약물을) 주사 하시면 됩니다.”강남 한 피부과 원장 설명에 젊은 의사들은 시술 부위를 상세히 옮겨 그리거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집중했다. 레이저 치료법을 강의하던 한 피부과 전문의는 “색소 침착 치료는 여름엔 환자가 적지만, 여드름 치료는 비수기 없이 안정적인 매출을 만들 수 있다. 치료제 처방에 그치지 않고 레이저 치료까지 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등 비급여 항목이 많은 근골격계 질환 전문 병원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사회자가 강사로 온 정형외과 전문의를 소개하며 “체외충격파 치료로 해운대에 아파트를 샀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관심을 보였다. 또 다른 정형외과 전문의는 “체외충격파는 일반 도수치료보다 더 많이 시행할 수 있어 수익을 올리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강연자들은 참석자들에게 개원 후 진료 영역을 넓히는 데 주저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한 외과 전문의 출신 피부과 원장은 “평생 내과 치료는 해보지 않았지만, 개원을 위해 전공도 포기했다”며 항노화 수액 처방에 대해 강의했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개원하려면 탈모 진단 및 처방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유망 분야를 소개했다.●“연구·교육보단 개원” 중증 진료 공백 우려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개원 의원은 1996곳으로 2023년(1798곳) 대비 11% 늘었다. 전문의를 취득하지 않고 일반의로 개원한 곳도 759곳으로 2023년(665곳)과 비교해 100곳 가까이 늘었다. 개원 의원 60.5%가 서울과 경기에 집중돼 수도권 쏠림도 심각했다. 의료계에선 이 같은 개원 움직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엔 연구와 교육을 포기한 40대 젊은 의대 교수 개원이 늘었다.이날 행사장을 찾은 전공의, 의대생 상당수도 중증 환자를 치료하며 보람을 찾기보단 개원을 택하겠다고 했다. 인제대 의대에 재학 중인 김모 씨(25)는 “의정갈등 이후 전문의를 딸 생각이 사라졌다. 일반의로 네트워크 병원 개원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네트워크 병원은 요식업처럼 같은 상호를 쓰면서 진료 기술과 마케팅 방식등을 공유하는 프랜차이즈형 병원이다. 정형외과를 희망하는 미복귀 의대생은 “수련은 마칠 생각이지만 교수직엔 관심이 없다. 바로 개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이들은 경쟁이 치열한 개원가로 진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내비쳤다. 4년 차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최모 씨(33)는 “병원을 시작할 때 다들 금융권 대출을 받던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복귀 의대생 이모 씨는 “개원하면 의료사고 등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책임져야 한다고 들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친한 친구가 우울증 환자의 절주와 금주 결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3일 질병관리청 ‘지역사회 건강과 질병 7월호’에 게재된 ‘우울 증상과 금주·절주 계획과의 관련성-사회적 지지의 매개 분석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연속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우울감이나 슬픔을 느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조사 대상 중 9849명(6.9%)이었다.이 중 절주나 금주 계획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4.9%로, 우울 증상이 없는 비우울군(27%)보다 7.9%포인트 높았다.특히 사회적 지지를 받는 우울군일수록 금주, 절주 계획을 세울 가능성이 높았다. 정기적으로 친목 모임에 참여하거나 친구와 월 1회 이상 만나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금주, 절주 계획을 세울 가능성이 각각 1.31배, 1.09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문제는 우울 증상을 보이는 사람 대부분이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친구와 월 1회 이상 만나지 않은 비율은 21.4%로 비우울군(10.4%)의 두 배 수준이었다. 친목 모임에 참여하지 않은 우울군 비율도 59.3%로 비우울군(49.6%)보다 높았다.연구팀은 “건강행동 변화에 대한 의지는 존재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자원이 부족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우울과 음주가 중복되어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적 지지망을 강화할 필요 있다”고 제언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현재 인구 감소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100년 뒤 한국의 인구는 현재 서울 인구에도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제활동 인구는 줄고 65세 이상 고령자는 늘어 2100년 생산연령(15∼64세) 인구 100명이 65세 이상 140명을 부양하는 상황도 예상됐다. 싱크탱크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2일 출간한 ‘2025 인구보고서: 대한민국 인구 대전환이 온다’에 따르면 2125년 국내 인구는 가장 극단적인 저위 시나리오를 가정할 때 현재 인구(5168만 명)의 14.6%(753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753만 명은 현재 서울시 인구(933만 명)보다도 적다. 중위 시나리오는 100년 뒤 한국의 인구를 1115만 명, 가장 낙관적인 고위 시나리오도 현재의 3분의 1 이하인 1573만 명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3가지 시나리오 모두 2075년을 기점으로 인구 감소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위 시나리오에서는 2075년까지 현재 인구의 약 30%가 줄고 이후 2125년까지 2075년 인구의 69%가 급감한다. 저출생 여파로 출산 가능한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인구 모멘텀’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구 피라미드는 2050년 70, 80대가 가장 두껍고 20대 이하는 급격히 줄어드는 ‘가오리형’ 구조에서 2125년 전 연령대에서 폭이 좁은 ‘코브라형’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됐다. 고령화도 심화돼 가장 극단적인 저위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2100년 생산연령 인구 100명이 65세 이상 140명을 부양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현재는 100명이 고령층 30명 정도를 부양하고 있지만 노인 인구가 점차 늘며 부양하는 사람보다 부양받는 사람이 더 많은 ‘역피라미드’ 사회가 현실화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출산과 양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획기적 지원을 확대하고 정년 연장과 계속 고용 제도를 확산해야 한다”며 “이민정책 개편 등을 핵심 정책 방향으로 제안한다. 특히 생산성 중심 경제 구조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현재 인구 감소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100년 뒤 한국의 인구는 현재 서울 인구에도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제활동 인구는 줄고 65세 이상 고령자는 늘어 2100년 생산연령(15∼64세) 인구 100명이 65세 이상 140명을 부양하는 상황도 예상됐다.싱크탱크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2일 출간한 ‘2025 인구보고서: 대한민국 인구 대전환이 온다’에 따르면 2125년 국내 인구는 가장 극단적인 저위 시나리오를 가정할 때 현재 인구(5168만 명)의 14.6%(753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753만 명은 현재 서울시 인구(933만 명)보다도 적다. 중위 시나리오는 100년 뒤 한국의 인구를 1115만 명, 가장 낙관적인 고위 시나리오도 현재의 3분의 1 이하인 1573만 명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3가지 시나리오 모두 2075년을 기점으로 인구 감소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75년까지 현재 인구의 약 40% 줄고 이후 2125년까지 2075년 인구의 60%까지 급감한다는 것이다. 저출생 여파로 출산 가능한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인구 모멘텀’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구 피라미드는 2050년 70, 80대가 가장 두텁고 20대 이하는 급격히 줄어드는 ‘가오리형’ 구조에서 2125년 전 연령대에서 폭이 좁은 ‘코브라형’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됐다.고령화도 심화돼 가장 극단적인 저위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2100년 생산연령 인구 100명이 65세 이상 140명을 부양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현재는 100명이 고령층 30명 정도를 부양하고 있지만 노인 인구가 점차 늘며 부양하는 사람보다 부양받는 사람이 더 많은 ‘역피라미드’ 사회가 현실화하는 것이다.연구진은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게시글 약 6만 건을 분석해 결혼과 출산에 대한 20~40대의 의견도 분석했다. 결혼과 관련된 게시글에선 사랑보다 돈, 집이 더 많이 언급됐고, 출산 게시글에서도 복직, 경제력 등이 주요 단어로 거론됐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감정은 슬픔, 공포, 혐오 등이었고 육아와 육아휴직에 대해서도 슬픔과 공포가 다수였다.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출산과 양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획기적 지원을 확대하고 정년 연장과 계속 고용제도를 확산해야 한다”며 “이민정책 개편 등을 핵심 정책 방향으로 제안한다. 특히 생산성 중심 경제구조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한국인이 섭취하는 하루 평균 나트륨양이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기준보다 1.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민 건강 영양조사 자료로 국내 나트륨 및 당류 섭취 실태를 분석한 결과, 2023년 기준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1인당 3136mg이었다. 저감 정책 이전인 2011년 나트륨 섭취량(4789mg)에 비해 34.5% 줄었지만 WHO 권고 기준(2000mg)보다는 56.8% 많았다. 한국인 나트륨 섭취량 절반 이상은 면·만두류, 김치류, 국·탕류, 볶음류, 찌개·전골류 등에서 나왔다. 특히 라면과 김치에서 섭취하는 나트륨양이 65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았다. 연령별로는 30, 40대에서 나트륨 섭취량이 많았고 남자가 여자보다 하루 평균 1000mg 가까이 나트륨을 더 섭취했다. 한 끼에 섭취하는 나트륨양은 음식점 음식(1522mg)이 가정식(1031mg)보다 많았다.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는 하루 평균 1인당 35.5g으로 하루 총열량(1834Cal)의 7.6%에 해당됐다. 다만 여자 어린이·청소년·청년의 당류 섭취량은 42.1∼46.6g으로 하루 총열량 1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WHO는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은 하루 총열량 10% 미만을 권장하고 있다. 식약처는 “나트륨 함량을 줄일 수 있는 조리법을 활용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며 “가공식품을 구매할 때는 영양성분 표시를 확인해 당류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식품을 구매하라”고 당부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한국인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보다 1.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자료를 바탕으로 2019~2023년 나트륨·당류 섭취 실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국민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136mg이었다. 식약처의 나트륨·당류 저감 정책 시행 전년도인 2011년(4789mg) 섭취량에 비해 약 34.5% 줄었지만, 여전히 WHO 권고기준인 2000mg보다 56.8%가량 높은 수치다.나트륨 섭취량은 남성(3696mg)이 여성(2576mg)보다 많았고, 연령별로는 30, 40대에서 가장 많았다. 절반 이상(54%)의 나트륨은 면·만두류, 김치류, 국·탕류, 볶음류, 찌개·전골류 등에서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라면과 배추김치가 65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6~64세)에서 나트륨 섭취 주요 급원 1, 2순위를 차지했다. 한 끼에 섭취하는 나트륨양은 음식점 음식(1522mg)이 가정식(1031mg)보다 많았다.당류 섭취는 5년간 WHO 권고기준인 1일 총열량의 10% 미만을 유지했다. 2023년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은 35.5g이었고, 5년간 당류 섭취량이 가장 많았던 2019년에는 36.8g였다. 각각 하루 총열량의 7.6%, 7.7%로 권고 기준 이내다.다만 2023년 여자 어린이·청소년·청년의 당류 섭취량은 42.1~46.6g으로 1일 총열량의 10%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탄산음료류, 당 함량이 높은 빵류, 과일·채소음료, 아이스크림류 등의 다량 섭취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식약처는 나트륨과 당류를 줄이는 식생활 습관을 들일 것을 당부했다. 식약처는 “소금·장류 대신 표고·다시마·멸치 가루 등을 사용해 등 나트륨 섭취 줄이고, 탄산음료보다 물을 마시고 간식으로 과자나 빵 대신 신선한 과일을 섭취하며 당류 줄이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장관으로 임용된다면) 업무를 파악한 뒤 전공의들의 의견을 살피면서 이들이 복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이날 서울 중구 T타워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하반기) 전공의 모집까지 시간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의정 갈등은 불신에서 초래됐다”며 “의료계와 신뢰 및 협력 관계를 복원하고 현장의 의견을 담은 체계적인 의료개혁 방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다만 공공의대 설립 방안, 저출생·고령화 정책 총괄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 후보자는 “지금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정부의 업무 조정과 조직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어 제가 말씀드릴 부분은 아닐 듯하다”며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에서 복지부도 복지부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정 후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맡았을 때 배우자가 코로나19 관련 업체의 주식을 사들였다는 의혹에 대해선 “보도 내용에 잘못된 내용이 많이 있다”며 “청문회에서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국민들께 충실하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의사 단체들은 가정의학과 전문의 출신인 정 후보자에 대해 기대감을 표했다. 법정 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국가적 위기 극복에 헌신해 온 인물이 중책을 맡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정 후보자가 ‘신뢰와 협력 관계 복원’을 언급한 것을 두고 “적극 공감한다”며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한 의료환경 조성을 위해 열린 자세로 논의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경북 유일의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 포항의료원은 1999년 치료병원으로 지정된 뒤 올 6월까지 단 1명의 마약류 사범도 치료한 적이 없다. 포항의료원 관계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이 있지만, 마약 중독은 다루지 않는다. 마약 중독 검사 시설도 없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지정 병원도 2009년 이후 치료한 마약류 사범이 ‘0명’이다. 광주시립정신병원 관계자는 “마약 중독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없다”고 했다. 25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단속된 마약류 사범은 2만3022명으로 2년 연속 2만 명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정한 기존 치료보호 병원조차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세계 마약 퇴치의 날을 맞아 마약 사범의 재범 및 마약 확산을 막기 위해선 적발 및 처벌뿐 아니라 치료·재활 인프라를 강화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 중독 치료병원 14곳은 ‘진료 0명’현행 마약류 관리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마약 사범으로 적발된 뒤 검찰이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본인·가족이 원하면 최대 1년까지 입원 또는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현재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 31곳을 지정해 운영 중이다. 지난해 이들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마약 중독자는 전년 대비 26.7% 늘어난 875명이었다. 이 중 14곳은 진료 기록이 한 건도 없었다. 연간 5명 이하를 진료한 병원도 4곳이다. 중독자들은 일부 병원에만 몰리고 있다. 인천참사랑병원(509명)과 경남 국립부곡병원(141명) 두 곳의 진료 인원이 전체의 74.3%를 차지했다. 이는 마약 중독 치료 역량을 갖춘 병원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본보가 연간 진료 인원 5명 이하 병원 10곳에 환자가 없는 이유를 묻자 7곳은 “마약 중독 환자를 볼 전문의나 재활 프로그램이 없어 수용이 어렵다”고 답했다. 경기도의 한 병원은 “다른 환자들과 공간 분리가 어려워 의료진이 입원 치료를 꺼린다”고 했다.치료 병원으로 지정된 공공병원 상당수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충청권 지정 병원 4곳의 총 진료 인원은 9명에 그쳤다. 공공병원인 청주의료원은 환자가 한 명도 없었고, 정신질환 전문인 국립공주병원도 환자가 3명에 불과했다. 청주의료원 관계자는 “전문의가 없어 마약뿐 아니라 모든 중독 관련 환자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약 중독자는 인력과 시설을 갖춘 곳에서도 기피 대상이다. 경기도의 한 지정 병원 관계자는 “일반 환자보다 정신건강 응급환자는 업무가 2배, 마약 중독 환자는 3배 힘들다. 폭력 성향을 보일 때도 있어 의료진이 마약 중독자 진료를 꺼린다”고 했다.● “중독자 치료-재활 연계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마약 근절을 위해선 치료와 재활 인프라를 갖추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중독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이 병원을 거치지 않고 일상에 복귀하면 다시 마약의 유혹에 빠지기 쉽고, 이들 주변 사람이 새로운 중독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약사범의 재범률은 34.5%에 이른다. 윤홍희 남서울대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현재는 모든 마약 사범이 강제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더 많은 중독자를 강제적으로 치료-교육 기관에 연계해 회복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 중독을 범죄로 엄하게 다스리되, 우선 치료를 받아야 하고 평생 관리해야 할 질환으로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영덕 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은 “중독자는 치료와 재활, 사회 복귀까지 연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보건복지부(치료)와 식품의약품안전처(재활)로 나뉜 중독자 관리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경북 유일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 포항의료원은 1999년 치료병원으로 지정된 뒤 올 6월까지 단 1명의 마약류 사범도 치료한 적이 없다. 포항의료원 관계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이 있지만, 마약 중독은 다루지 않는다. 마약 중독 검사 시설도 없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지정 병원도 2009년 이후 치료한 마약류 사범이 ‘0명’이다. 광주시립정신병원 관계자는 “마약 중독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없다”고 했다.25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서 단속된 마약류 사범은 2만3022명으로 2년 연속 2만 명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정한 기존 치료보호 병원조차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세계 마약 퇴치의 날을 맞아 마약 사범의 재범 및 마약 확산을 막기 위해선 적발 및 처벌뿐 아니라 치료·재활 인프라를 강화해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 중독 치료병원 14곳은 ‘진료 0명’현행 마약류 관리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마약 사범으로 적발된 뒤 검찰이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본인·가족이 원하면 최대 1년까지 입원 또는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현재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 31곳을 지정해 운영 중이다.지난해 이들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마약 중독자는 전년 대비 26.7% 늘어난 875명이었다. 이중 14곳은 진료 기록이 한 건도 없었다. 연간 5명 이하를 진료한 병원도 4곳이다. 중독자들은 일부 병원에만 몰리고 있다. 인천참사랑병원(509명)과 경남 국립부곡병원(141명) 두 곳의 진료 인원이 전체의 74.3%를 차지했다. 이는 마약 중독 치료 역량을 갖춘 병원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본보가 연간 진료 인원 5명 이하 병원 10곳에 환자가 없는 이유를 묻자 7곳은 “마약 중독 환자를 볼 전문의나 재활 프로그램이 없어 수용이 어렵다”고 답했다. 경기도의 한 병원은 “다른 환자들과 공간 분리가 어려워 의료진이 입원 치료를 꺼린다”고 했다.치료 병원으로 지정된 공공병원 상당수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충청권 지정 병원 4곳의 총 진료 인원은 9명에 그쳤다. 공공병원인 청주의료원은 환자가 한 명도 없었고, 정신질환 전문인 국립공주병원도 환자 3명에 불과했다. 청주의료원 관계자는 “전문의가 없어 마약뿐 아니라 모든 중독 관련 환자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마약 중독자는 인력과 시설을 갖춘 곳에서도 기피 대상이다. 경기도의 한 지정 병원 관계자는 “일반 환자보다 정신건강 응급환자는 업무가 2배, 마약 중독 환자는 3배 힘들다. 폭력 성향을 보일 때도 있어 의료진이 마약 중독자 진료를 꺼린다”고 했다.● “중독자 치료-재활 연계 강화해야”전문가들은 마약 근절을 위해선 치료와 재활 인프라를 갖추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중독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이 병원을 거치지 않고 일상에 복귀하면 다시 마약의 유혹에 빠지기 쉽고, 이들 주변 사람이 새로운 중독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약사범의 재범률은 34.5%에 이른다. 윤홍희 남서울대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현재는 모든 마약 사범이 강제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더 많은 중독자를 강제적으로 치료-교육 기관에 연계해 회복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마약 중독을 범죄로 엄하게 다스리되, 우선 치료를 받아야 하고 평생 관리해야 할 질환으로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영덕 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은 “중독자는 치료와 재활, 사회 복귀까지 연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보건복지부(치료)와 식품의약품안전처(재활)로 나뉜 중독자 관리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국민 10명 중 4명은 지난해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2024년 의료용 마약류 취급현황 통계’에 따르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환자는 2020년 1748만 명에서 지난해 2001만 명으로 14% 증가했다. 총 처방량은 19억 2663만 개로, 환자 1인당 96개 꼴이었다. 처방된 약물 대부분은 수면내시경에 주로 사용되는 마취제 프로포폴(56.6%)과 최면 진정제 미다졸람(38.2%)이었다. 효능군별로는 항불안제(47.8%), 최면 진정제(16.2%), 항뇌전증제(12.8%), 식욕억제제(11.4%) 순으로 처방량이 많았다.의료용 마약류 처방 환자를 연령별로 보면 40~60대 비율이 59.5%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50대(20.8%), 60대(19.7%), 40대(19.1%) 순으로 많았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질환 발생률이 증가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0대 이하 처방 환자 수는 많이 증가하지 않았지만 처방량이 5년 전에 비해 약 1.9배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는 “최근 10대 이하의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ADHD 치료제 처방량은 2020년 3771만 개에서 지난해 9020만 개로 급증했다. 반면 식욕억제제와 펜타닐 처방량은 감소 추세를 보였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주요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24일 “정부는 신뢰를 다시 쌓고 국민, 현장 전문가와 의료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려대의료원과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4개 의료원 및 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이들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억압적 명령이 빚어낸 현실은 참담하다. 응급실 대기 시간은 더욱 길어지고 진료와 수술은 지연되고 있다. 교육 현장도 암울하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이제는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며 “국민의 생명은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정책으로는 결코 지켜 낼 수 없다”고 말했다.전공의들은 이어 “무너진 의료를 다시 바로 세우고 싶다”며 “전공의를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동반자로, 의료를 책임질 전문가로 바라봐 달라. 정부와 함께 해답을 찾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전공의들은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수련 병원을 떠났다. 올해 5월 전공의 추가모집 결과 현재 수련 중인 전공의는 2532명으로 의정 갈등 이전(1만 3531명)의 18.7% 수준이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급식에서 제공된 빵을 먹고 집단 식중독에 걸린 사례가 비슷한 시기 3건 더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질병관리청은 23일 ‘빵류 관련 살모넬라균 감염증 다기관 집단발생 모니터링’ 결과 경기 용인, 전남 나주, 경남 창원에서 3건, 유증상자 48명이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급식 빵류를 섭취한 뒤 나타난 살모넬라 감염증 집단발생 사례는 모두 7건, 유증상자는 256명으로 늘었다. 추가된 3건은 충북 등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했을 당시 전국에서 신고됐던 살모넬라 감염증 사례를 조사하면서 확인됐다. 유증상자는 용인 30명, 나주 16명, 창원 2명이다. 박영준 질병청 감염병관리과장은 “비슷한 시기에 신고된 집단 식중독 사례를 후향적으로 조사하면서 추가된 3건과 연관성이 확인됐다”며 “해당 빵 섭취 이력과 살모넬라균이 확인돼 (동일한) 감염원에 의한 사례로 추정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충북 청주와 진천의 2개 집단급식소에서 제공된 빵류를 섭취한 뒤 식중독 증상을 보인 환자들이 나왔다. 조사 결과 식품과 환자에게서 동일한 유전형의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5일 식품업체 마더구스가 제조하고 풀무원 계열 푸드머스가 판매한 ‘고칼슘 딸기크림 롤케이크’ 등의 판매를 중단하고 회수 조치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급식에서 제공된 빵을 먹고 집단식중독에 걸린 사례가 과거 3건 더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질병관리청은 23일 ‘빵류 관련 살모넬라균 감염증 다기관 집단발생 모니터링’ 결과 경기 용인, 전남 나주, 경남 창원에서 3건, 유증상자 48명이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급식 빵류를 섭취한 뒤 나타난 살모넬라 감염증 집단발생 사례는 모두 7건, 유증상자는 256명으로 늘었다.추가된 3건은 충북 등에서 집단식중독이 발생했을 당시 전국에서 신고됐던 살모넬라 감염증 사례를 조사하면서 확인됐다. 유증상자는 용인 30명, 나주 16명, 창원 2명이다.박영준 질병청 감염병관리과장은 “비슷한 시기 신고된 집단식중독 사례를 후향적으로 조사하면서 추가된 3건과 연관성이 확인됐다”며 “해당 빵 섭취 이력과 살모넬라균이 확인돼 (동일한) 감염원에 의한 사례로 추정했다”고 말했다.지난달 15일 충북 청주와 진천의 2개 집단급식소에서 제공된 빵류를 섭취한 뒤 식중독 증상을 보인 환자들이 나왔다. 조사 결과 식품과 환자에게 동일한 유전형의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5일 식품업체 마더구스가 제조하고 풀무원 계열 푸드머스가 판매한 ‘고칼슘 딸기크림 롤케이크’ 등 판매를 중단하고 회수 조치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이모 씨(53)는 최근 건강이 나빠져 병원을 자주 찾았고 노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생겼다. 남편과 맞벌이로 자녀 2명을 키우는데, 생활비가 빠듯해 개인연금 가입 등 노후 준비를 거의 하지 못했다. 이 씨는 “현재 노후 준비 수준을 자평하면 100점 만점에 35점 정도다. 일흔 살까지 일해도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내 30∼60대의 노후준비 수준은 100점 만점에 70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개인적인 경제 상황에 따라 노후준비 수준은 격차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30∼60대 노후 준비 평균 70점 미만2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4년 노후준비 실태조사 및 진단지표 세분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대인관계, 건강, 여가, 재무 등 4개 영역에서 측정한 30∼69세의 노후준비 수준 점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69.9점이었다. 영역별로는 건강이 74.5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재무(67.6점), 대인관계(64.9점), 여가(60.3점) 순이었다. 연구진은 지난해 8, 9월 전국 30∼69세 성인 3040명을 대상으로 4개 영역 37개 노후준비 진단지표를 토대로 면접 조사했다. 대인관계 점수는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가족 친구 이웃 등이 존재하는지와 참석하는 모임 등을 문항으로 측정했고 여가 점수는 취미, 여가활동 참여 빈도, 만족도 등으로 평가했다. 35∼69세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2019년 조사(평균 67.5점)와 비교하면 5년 새 평균 2.4점 높아졌다. 같은 기간 재무 점수는 7.3점 상승했으나 대인관계 점수는 오히려 2.4점 낮아졌다. 연구진은 이 같은 변화가 가족 형태의 변화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응답자 75.5%는 국민연금에 가입하거나 수급하고 있는데, 월평균 예상 연금수령 금액은 약 98만 원이었다. 하지만 은퇴 후 필요한 생활비는 월평균 300만 원이라고 답했다. 군인, 교직원 등 특수직역연금의 경우 응답자의 1.8%가 가입했고 수령액은 월평균 219만 원이었다.● 경제수준 높을수록 노후준비 수준 높아 경제수준이 높을수록 전반적인 노후준비 수준이 높았다. 경제수준이 ‘상’이라고 답한 그룹의 노후준비 점수는 73.4점, ‘중’은 70.7점, ‘하’는 67.8점이었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71.0점)보다 없는 사람(65.6점), 다인 가구(70.8점)보다 1인 가구(65.0점), 대도시 거주자(72.1점)보다 농어촌 거주자(67.2점)의 노후준비 수준이 부족했다. 연령별로는 노후를 앞두거나 이미 접어든 60대의 노후준비 수준이 66.9점으로 가장 낮았고 40대가 71.1점으로 가장 높았다. 예상한 소득활동 가능 연령은 평균 66.5세로 60대의 경우 70.7세까지 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후준비 수준에 대해선 10점 만점에 평균 5.28점을 스스로 부여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후 준비 수준을 높이려면 생애 주기에 대한 이해와 노후 설계에 대한 교육을 아동기부터 실시해야 한다”며 “노후를 준비할 틈도 없이 노령기를 맞은 사람이나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공부하는 아들에게 쉬는 시간을 좀 주면 ‘숏폼’(1분 미만의 짧은 영상 콘텐츠) 보느라 정신이 없어요.” 경기 고양시에서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키우는 이모 씨(43)는 “아들이 엄지손가락으로 쉴 새 없이 화면을 내린다”며 “제지하지 않으면 1시간 동안 볼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 씨 자녀처럼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온라인에 과도하게 빠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청소년이 5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중독 학생이 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4월부터 지난달 9일까지 전국 초중고생 123만4587명을 대상으로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용 습관 진단조사를 실시한 결과 21만3243명(17.3%)이 온라인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는 온라인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조사 대상 123만9137명 중 22만1029명(17.7%)으로 다소 높았다. 여가부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과의존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찾고, 치료에 도움을 주기 위해 2009년부터 매년 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게 중독된 학생은 증가세다. 과의존 위험군은 전문기관의 도움이 필요한 ‘위험사용자군’과 주의가 필요한 ‘주의사용자군’으로 나뉘는데, 위험사용자군이 증가한 것이다. 인터넷 위험사용자군은 2023년 1만6490명, 2024년 1만7305명에서 올해 1만7525명으로 증가했다. 스마트폰 위험사용자군도 2023년 1만4766명, 지난해 1만4408명, 올해 1만4815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온라인 중독 증상을 보이는 학생이 증가한 이유 중 하나로 숏폼 콘텐츠 확산을 꼽았다. 긴 시간 동안 시청해야 하는 ‘롱폼’ 콘텐츠와 달리 숏폼은 순간적으로 시청하고 맥락이 삭제된 자극적인 정보를 수용할 때가 많아 중독성이 더 크다. 이태엽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숏폼 중독에 청소년이 어른보다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긴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게 되면서 주의력이 짧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학년별 온라인 과의존 위험군은 중학생 8만5487명, 고교생 7만527명, 초등학생 5만7229명으로 중학생이 가장 많았다. 성별로는 남성 청소년(11만6414명)이 여성 청소년(9만6829명)보다 많았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