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눈·귀·두뇌, 이 곳에서 생산됩니다”… 한화시스템 구미 신사업장 르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5일 15시 41분


한화시스템 직원들이 콕핏형 통합함교체계(IBS) 장비를 시연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 직원들이 콕핏형 통합함교체계(IBS) 장비를 시연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
12일 방문한 경북 구미시 한화시스템 신사업장. 본관을 포함한 총 5개 건물 중 가장 큰 제조동 건물 3층에 들어서자 비행기 조종석과 비슷하게 생긴 시뮬레이션 장비가 눈에 들어왔다. 한화시스템이 국내 최초로 개발 중인 항공기 콕핏형 통합함교체계(IBS)다. 기존에 조타, 통신, 항법 등 6~8명이 나눠 수행해야 하던 함교 업무를 항공기처럼 단 두 명이 운용할 수 있도록 손이 닿는 곳에 모든 기능과 화면을 모아놓은 함정 통제 장치다.

시뮬레이터에 앉아 조종간처럼 생긴 조타 장치를 조금씩 움직여보자, 전방을 묘사하는 앞 화면에 배의 위치나 기울기, 방위각 등을 표시하는 정보가 헤드업디스플레이(HUD)로 나타났다.

한화시스템 직원이 시험 작업장에서 K2 전차장 조준경 최종 성능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 직원이 시험 작업장에서 K2 전차장 조준경 최종 성능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
총 8만9000㎡(약 2만7000평) 부지에 전시동(본관), 연구동, 개발시험동, 제조동, MRO동 등 5개 건물이 들어선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에서는 K방산의 ‘눈, 귀, 두뇌’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김용진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장 상무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항공기나 함정, 미사일의 레이더 시스템이나 통합 전투체계, 광학감시장비 등은 한화 뿐 아니라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K방산 기업 무기 곳곳에 탑재된다”라며 “구미 사업장 매출의 약 30%가 해외 수출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시스템 직원이 실거리 시험장에서 K2 전차 조준경 실제 거리 측정 시험을 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 직원이 실거리 시험장에서 K2 전차 조준경 실제 거리 측정 시험을 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
제조동에는 반도체 공장을 연상케 하는 ‘무진동 클린룸’이 곳곳에 위치해 있었다. 클린룸 면적 합계만 약 1500평 가량이다. 레이더용 반도체 모듈이나 K2전차의 거리측정기 등 광학 장비 생산을 위해서다. 회사 측은 클린룸을 두고 “진동은 일반 건물의 100분의 1 수준, 먼지는 대형 병원 수술실의 5분의 1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시스템 직원이 K2 전차장 조준경의 주간 광학 및 레이저 정렬 작업을 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 직원이 K2 전차장 조준경의 주간 광학 및 레이저 정렬 작업을 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
이렇게 생산된 광학 장비 등은 4층의 시험장에서 정밀한 테스트를 거친다. 눈으로는 흐릿하다 못해 뿌옇게 보일 정도인 고속도로 너머 산 중턱의 한 건물에 거리 측정기의 줌(zoom)을 당기고 측정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화면에 4620m라는 정보가 표시됐다. 현대로템이 개발·생산하는 차세대 주력전차, K2 전차에 장착되는 이 거리측정기는 K2의 유효사거리보다 5배 더 멀리 있는 표적의 거리를 정밀 측정할 수 있다. 실제로 국방부 등에 따르면 K2 전차는 올해 9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진행된 연합 합동훈련에서 4.5km 거리 너머의 표적을 100% 명중시켜 UAE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 제조동에 위치한 근접전계시험장(챔버).  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 제조동에 위치한 근접전계시험장(챔버). 한화시스템 제공
1층 천궁 체계레이더 조립·시험장에는 무반향시설(전파나 음파가 반사되지 않도록 벽과 천장 전체에 뾰족한 시설을 설치한 공간)이 곳곳에 있었다. 1.5초에 한 바퀴씩 빠르게 회전하는 레이더 아래 관계자들이 모여 장비를 살폈다.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는 지대공 미사일인 ‘천궁I’의 운용 레이더를 탄도미사일 격추가 가능한 ‘천궁II’ 레이더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중이었다. 박혁 레이다사업센터장 전무는 “탄도미사일의 속도는 마하 4~5 이상으로 비행기에 비해 월등히 높은 만큼 레이더 정밀도와 연산 속도가 크게 높아야 한다”며 “또 한 번에 한 개 목표물만 탐지할 수 있는 수동형위상배열레이더(PESA)를 여러 목표물 동시 탐지가 가능한 능동형(AESA)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 등도 이곳에서 실시된다”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의 천궁-II 다기능레이다(안테나군) 모습. 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의 천궁-II 다기능레이다(안테나군) 모습. 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은 지난달 말 준공한 이 신사업장을 본격 가동해 생산 역량을 30%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측은 “방산 시장이 향후 10년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지 내 추가 생산시설을 도입하고 자동화 설비도 갖춰 K방산의 장점인 납기 준수와 고품질 생산이 유지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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