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독서법 소개 ‘책 읽는 책’ 펴낸 박민영씨

  • 입력 2005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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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씨는 “모교인 대학의 문학 서클이 얼마 전 없어져 버렸다. 독서의 의미는 ‘생각하는 나’를 회복하는 것인데, 인터넷을 통해서는 단편적인 정보와 지식은 찾아낼 수 있어도 교양을 쌓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박민영 씨는 “모교인 대학의 문학 서클이 얼마 전 없어져 버렸다. 독서의 의미는 ‘생각하는 나’를 회복하는 것인데, 인터넷을 통해서는 단편적인 정보와 지식은 찾아낼 수 있어도 교양을 쌓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다. 하지만 독서 대신 나들이 준비에 바쁜 사람들이 더 많다는 통계가 있다. 출판사 편집장을 거쳐 전업 저술가로 일하고 있는 박민영(36) 씨는 이런 분위기가 사실은 좋은 독서법을 모르는 데서 비롯됐다고 보는 사람이다. 그는 자기 독서 체험을 바탕으로 독서법을 알려주는 ‘책 읽는 책’(지식의 숲)을 최근 펴냈다. 독서 입문자들에게 어떤 책을 골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알려주는 책이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그의 집을 찾아가자 방에 책이 빽빽했다. 그는 “2000권 정도다. 대부분 읽은 책들이다. 매년 100권가량 읽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땐 독서 폭이 편협한 운동권이었지만 서른 살 넘어서 ‘네트워크 독서법’의 묘미를 알게 됐고 ‘독서 빅뱅’을 겪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독서법’은 세 가지. 좋아하는 저자의 인적인 네트워크를 따라 읽는 것, 한 저자의 책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것, 한 주제의 책을 잇달아 읽는 것이다.

“미국 사상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읽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의 스승인 랠프 월도 에머슨에 관심이 가더군요. 소로가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 독일의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에게 영향을 주었고, 레프 톨스토이와 교류했다는 걸 알게 되자 이들을 잇달아서 파고들었습니다. 독서력과 생각하는 힘 같은 게 급성장하는 걸 느꼈어요. 이상한 희열이 생기더군요.”

그는 “처음엔 자기 눈높이와 관심사에 맞는 책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책 고르는 몇몇 상식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거듭 복간되는 책이 좋습니다. 생명력이 있으니까 출판사들이 다시 찍어내는 것이지요.” 또한 그는 한국에 유독 많은 번역서를 고르는 요령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번역자의 화려한 경력만 보지 말아야 합니다. 영문 판권 페이지를 보고 번역자가 전공한 외국어가 저자의 모국어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게 다르면 중역한 책이니 피하는 게 좋지요. 여럿이 공역한 책도 쪼개서 번역한 경우가 많아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있어요. 특히 대학 교수가 ‘역자의 말’에 ‘도와준 대학원생들에게 감사한다’는 문구를 써놓으면 ‘대리 번역’일 수도 있지요.”

그는 또한 “삶의 문제를 책으로 풀어내려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때 불면증에 시달렸는데, 의사를 찾아가도 대화 시간이 너무 짧더군요. 불면증에 대한 책을 찾아봤는데, 불면증 역시 마음의 병이고, 정신과 육체는 연결돼 있다는 걸 자세히 설명해주더군요. 그날로 불면증이 낫기 시작했습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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