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화제의 인물]빛나리양 어머니 한영희씨

  • 입력 1997년 12월 30일 19시 54분


지난 8월 유괴당한 뒤 숨진 채 발견돼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박초롱초롱빛나리양의 어머니 한영희(韓英熙·40)씨. 인테리어와 가정집 내부공사를 하는 가게가 요즘 한씨의 일터다. 오전 8시부터 가게는 보수의뢰를 하는 전화벨 소리로 바쁘게 돌아간다. 10여명의 종업원에게 각각 일감을 맡기고 나면 오전 9시. 다시 집으로 급한 발걸음을 옮긴다. 둘째딸 한우리(6)에게 아침을 먹이고 유치원에 데려다준 뒤 가게로 돌아와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유치원이 끝날 시간이다. 한우리와 함께 점심을 먹고 다시 가게로 돌아와 밤 9시까지 꼬박 일에 매달린다. 한씨의 가게는 불황을 모른다. 상가내 수십개의 상점 중 매상이 떨어지지 않은 유일한 가게다. 근처 아파트 주민들이 슬픔을 딛고 일어선 한씨에게 감동해 모두 단골손님이 됐다. 한씨는 한줌의 재가 된 나리를 대천 앞바다에 뿌린 뒤 혼이 빠진 듯 먹지도 자지도 않고 며칠 보내다 결심을 했다. 『가정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 저 세상의 나리도 엄마가 빨리 일어나길 바랄거야』 한씨는 가게문을 다시 열고 새벽부터 뛰기 시작했다. 때때로 슬픔을 못이겨 혼자 빈 방에서 통곡도 하지만 이 때마다 옆에 와서 볼을 비비는 둘째딸을 보며 마음을 다부지게 먹는다. 〈이명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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