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대형마트의 상품 판매가 전달보다 14.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과 심야영업 제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2년 3월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하락 폭이 컸다. 온라인 장보기 확산, 경영난을 겪는 홈플러스의 지점 폐점 및 영업 중단 등이 영향을 줬다.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13년 전 시작된 규제가 유통산업의 성장을 막고 쿠팡에만 날개를 달아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2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 때문에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 휴업을 해야 하고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을 할 수 없다. 의무 휴업일과 영업제한 시간엔 온라인 배송도 안 된다. 하지만 마트가 쉰다고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진 않았고, 365일 24시간 영업이 가능한 이커머스 업체만 혜택을 봤다. 특히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을 선보인 이후 심야 배송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지난해 1∼9월 쿠팡의 매출은 36조3000억 원으로, 국내 대형마트 전체를 합친 매출 27조4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가 확산됐지만 정부 규제는 계속 오프라인만 옭아맸다. 그사이 쿠팡은 쇼핑은 물론이고 배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철옹성을 구축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보여준 오만하고 무책임한 태도는 이미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쿠팡의 뒤를 이어 알리, 테무 등 중국 C커머스 업체들도 한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철 지난 유통 규제가 국내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동안 외국 기업과 ‘검은 머리 외국 기업’의 배만 불려준 꼴이 됐다.
2022년 정부는 대형마트 의무 휴업 규제를 ‘규제 완화 1호’ 과제로 제시했지만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흐지부지됐다. 오히려 지난해 11월 국회는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4년 더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기업과 골목상권이라는 낡은 이분법의 프레임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토종 기업과 외국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하며 소비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규제의 틀을 제대로 손봐야 한다. 그래야 특정 기업이 시장을 장악해 유통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고 소비자 주권을 침해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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