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한 삼성·재개발 막은 현대차…‘상하이 임정 청사’ 지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6일 15시 31분


중국 상하이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현대차그룹 제공
중국 상하이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현대차그룹 제공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는 가운데, 역사 속으로 사라질뻔 했던 한국 독립 운동의 심장부가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 등 한국 기업들에 의해 복원되고 지켜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간외교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중국 상하이 프랑스 조계 골목 안쪽의 낡은 벽돌 건물. 지금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라는 이름으로 매년 수십 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명소가 됐지만, 1990년 초까지만 해도 원형이 크게 훼손된 채 건물의 역사적 의미를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1990년 12월 중국 진출을 위해 상하이를 방문한 삼성물산 직원이 회사에 이 건물의 복원을 건의했고, 경영회의에서 이를 즉각 승인하면서 ‘숭산(嵩山)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숭산은 임시정부 근처 지역명을 딴 것으로, 한국의 정통성을 드높이고 선인들의 애국정신을 계승하여 민족의식과 자긍심을 고취하자는 취지가 반영됐다.

삼성물산은 문화부와 독립기념관의 협조를 얻어 중국 상하이시와 복원 합의서를 체결하고 거주민들의 이주 비용을 부담해 건물을 비웠다. 외관은 물론 계단, 창틀 하나까지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다. 1920년대 탁자와 의자, 침대 등을 수소문해 임정의 회의실과 집무실을 그대로 재현했다.

2년 넘는 복원 끝에 1993년 4월13일,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에 맞춰 준공식이 열렸다. 이 행사에는 김구 주석의 아들 김신 전 교통부장관, 안중근 의사의 조카 안춘생 전 광복회장, 윤봉길 의사의 손자 윤주웅 씨가 참석하면서 의미를 더했다. 윤주웅 씨는 삼성물산 측에 “할아버지가 수시로 드나들었을 임시정부 청사가 복원되는 것을 보니 가슴이 벅차 오르는 설레임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다”면서 감사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현대차그룹도 상하이시의 재개발 계획에 사라질뻔한 임시정부 청사 보존에 나섰다. 상하이시는 2010년 엑스포를 앞두고 일대를 쇼핑센터 등 상업지구로 바꾸려는 재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 재개발 사업을 외국 기업이 맡으면 임시정부 청사 보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2004년 5월 중국 상하이시 정부청사에서 한쩡 당시 상하이 시장과 면담을 갖고,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보존을 위해 임시정부 청사가 위치한 상하이시 로만구 재개발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정 명예회장은 “첨단 미래와 황금기 중국의 모습이 공존하는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는 한국의 독립혼과 정통성 상징”이라며 “한국 국민에게 의미가 남다른 장소인 만큼 한국이 재개발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결국 한쩡 시장과 이창동 당시 문화부 장관의 면담이 성사되고, 재개발 프로젝트가 유보되면서 임시정부 청사가 지금까지 보존될 수 있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상하이#삼성물산#숭산프로젝트#현대차그룹#로만구 재개발#정몽구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