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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1차 탐사 시추에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번 시추가 시작부터 정치 논리에 휘말린 게 ‘독’이 됐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초기 자원 탐사의 경우 실패 가능성이 매우 큰데 이에 대한 적절한 소통 없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면서 과학적·경제적 검토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함몰됐다는 것이다. 자원 개발·지질학 분야의 다수 전문가는 “지질구조 등 시추에 필요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결과를 마치 확신해서 발표한 것부터 위험한 선택이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대통령이 직접 매장량이 최대 140억 배럴에 이를 수 있다고 밝힌 것이 부메랑이 됐다는 얘기다. 통상적인 자원 개발 과정에서 1차 탐사부터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따라서 개발 초기 단계에는 ‘조사 시추’를 통해 지질구조, 지질층 내 가스 포화도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원이 묻혀 있을 위치의 범위를 좁혀가는 것이다. 성급했던 지난해 6월 프로젝트 발표처럼 이번 1차 탐사 시추 결과 발표도 갑작스러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초 올 5∼6월 중간 분석 결과를 내놓겠다고 밝혀왔으나 6일 돌연 간담회를 열고 1차 시추에서 경제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추가 시추를 위한 프로젝트 동력이 꺾일 수밖에 없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동해 가스전 역시 수십 번의 시추를 거쳤으나 성공한 것은 몇 차례”라며 “가능성이 높은 광구 순서대로 시추하는 것이 순리인데, 정치 논리로 예산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안타깝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질학과 명예교수는 “당장 국내 시추선도 없어 외국에서 빌려야 하는데, 추후 시추에 필요한 예산이나 장비를 정부가 단기간 내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대왕고래 프로젝트 좌초 위기에 한국가스공사 등 관련 테마주들이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전일 대비 13.82% 내린 3만5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6월 20일 장중 6만4500원까지 올랐으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가스관 부품업체 화성밸브(―16.26%), 강관 제조업체 넥스틸(―11.22%), 유전 펀드인 한국ANKOR유전(―17.57%) 등 역시 10% 넘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해당 테마주들은 지난해 대왕고래 프로젝트 발표 후 급등세를 보이면서 기존 주가 대비 2∼3배 이상 급등한 바 있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동해 심해 가스·석유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경제성 논란에 관련 테마주들이 7일 일제히 내림세 보였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오전 10시 45분 기준 전일 대비 12.55% 내린 3만1000원에 거래 중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6월 대왕고래 프로젝트 발표 이후 관련 테마주로 묶이면서 최고 6만45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내림세를 거듭하다가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대왕고래 테마주인 화성밸브(―15.22%), 넥스틸(―9.54%) 등도 10% 안팎의 내림세를 나타냈다.전날 정부가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시추 결과에서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관련 테마주들이 내림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가스공사 등은 지난해 정부가 대왕고래 유망구조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뒤 급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비상계엄과 탄핵 등의 이슈를 거치면서 주요 국정 과제 수행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크게 하락했다. 대왕고래 관련 테마주를 사들인 개인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정부 주도의 대국민 사기극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정부와 여당은 1차 탐사 시추는 실패했지만, 나머지 유망 구조 시추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대왕고래 첫 탐사 시추에 대한 정밀 분석 결과는 오는 5~6월쯤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대왕고래 사태가 국내 증시나 외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0.07% 내린 2,534.94에 거래되면서 보합세를 보였다. 코스닥도 0.04% 내린 채 거래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과 같은 1447.7원에 거래 중이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미국 증시는 인공지능(AI) 투자 백화점입니다. 현시점에 이익을 내면서 미래 전망까지 높은 기업이 널려 있습니다.”직장인 이모 씨(42)는 2023년부터 미국 증시에 올인했다. AI 칩 기업 엔비디아로 시작해 지금은 클라우드 기업 오라클, 방산 AI 팔란티어로 투자 범위를 넓혔다.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 속에 국내 투자자의 ‘국장 탈출’ 행렬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미국 등 해외 주식 거래 규모(매수·매도 합산)는 1564억1900만 주로 2023년(1124억3500만 주) 대비 39.1% 증가했다. 반면 국내 주식 거래 규모는 6352억5400만 주로 같은 기간 13%가량 쪼그라들었다. 2021년(1조2283억4200만 주)과 비교할 땐 반 토막이 났다.미 증시가 새로운 혁신 기업의 등장으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반면에 코스피는 정부 주도의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도 지난해 9.6% 내리는 등 부진하자 투자자들이 대거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전문가들은 기업들의 혁신 격차가 증시의 경쟁력을 갈랐다고 평가한다. 본보가 한국경제인협회로부터 받은 2016∼2024년 한미 증시 시가총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엔비디아 등 미국 정보기술(IT) 10대 기업의 시총 합계가 5.6배로 불어나는 동안, 한국 IT 10대 기업은 33.8%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자들의 이탈이 이어질 경우 국내 증시는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밸류업 못믿어” 국장 탈출… 美 증시서 테슬라-팔란티어 샀다美 기업들 높은 성장성 기대감지난달 순매수액 6조원 육박“혁신 기업-비즈니스 모델 안보여”국내 주식거래 1년새 13% 급감“막둥이 출생 이후 한국과 미국 증시에 나눠서 10년간 투자했는데, 수익률이 한국 증시는 ―30%, 미국 증시는 140%였습니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만 투자했는데 수익률을 확인하고서는 미국 투자 비중을 확 늘렸습니다” 직장인 김모 씨(51)는 인공지능(AI) 관련 개별 주식을 비롯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상장지수펀드(ETF),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ETF 등에 투자 중이다. 김 씨는 “AI의 본토가 미국인 만큼, 미국 증시 투자는 당연하다”라며 “한국 증시에는 성장 사업이 안 보인다. 국내 증시에 투자할 생각이 당분간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2030세대는 물론이고 세금과 환율 때문에 미국 증시 투자를 꺼리던 중장년층의 ‘영 올드(Young Old)’ 고액 자산가들도 고수익을 좇아 미국 증시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 유명 자산관리전문가(PB)는 “고액자산가들도 비상계엄 이후 환율이 치솟자 미국 증시에 대한 포트폴리오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 트럼프 효과에 지난달 美 증시 순매수액 40억 달러 넘겨6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증시 순매수액은 40억7841만 달러(약 5조9059억 원)에 달했다. 2021년 1월(45억3227만 달러)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순매수액이 40억 달러를 넘어섰다. 장기 부진에 빠진 국내 증시 대비 미국 증시의 투자 매력이 높은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을 기점으로 달러화 강세 기조까지 강화되면서 미국 증시에 베팅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더 늘어나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에 따른 미국 중심주의 강화와 대규모 감세로 미국 기업 실적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도 높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1기 당시에도 대규모 감세 등으로 미 증시가 크게 상승했다”며 “미국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에 당분간 미 증시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미국 증시에서 양자컴퓨터 대장주로 꼽히는 아이온큐의 경우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액이 4일 기준 전체 시가총액의 30.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 투자액도 236억2668만 달러(약 34조2326억 원)로 전체 1.87%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테슬라 지분(1.31%)보다 많은 수준이다. ● 韓 증시 활력 줄 ‘혁신스타’ 안 보인다 정부가 국내 증시 체질 개선을 위해 지난해 1월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김수현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은 “일본 증시가 활황세에 접어든 건 10년 전부터 추진한 거래소 개혁, 중앙은행의 주식 매입, 저금리 정책 등 다양한 요인들의 합산물이지만 한국의 밸류업 정책에는 단기적 대책만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근본적인 원인은 혁신 기업 기근이 꼽힌다. 미국에서는 AI칩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의 새로운 시대를 연 넷플릭스, 기업의 고객관리 및 마케팅의 혁신을 가져온 세일즈포스 등 새로운 ‘신흥 강자’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전통(레거시) 기업들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혁신에 성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4년 사티아 나델라 취임 후 클라우드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아 체질 변화에 성공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브로드컴 역시 데이터 처리를 돕는 네트워킹 반도체 등에서 새 먹거리를 찾으며 주목받고 있다. 반면 우리 시총 상위 기업들은 수십 년째 삼성, SK, LG 등 대기업 계열사로, 새로운 혁신 기업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하지 않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장사들이 미국 나스닥 기업에 비해 혁신 의지가 약하다”며 “상장사들의 의지도 필요하지만 이들의 성장을 이끌기 위한 정부의 추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글로벌 골프 브랜드인 테일러메이드 인수 당시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센트로이드가 또 다른 핵심 투자자와 ‘이면계약’을 맺은 정황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테일러메이드 경영 관련 중요한 결정에 대한 사전 동의권을 핵심 투자자인 국내 의류업체 F&F에 넘기는 계약으로,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도 제기된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F&F는 지난달 센트로이드를 비롯해 테일러메이드 주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회사의 기업공개(IPO)나 매각, 이사 선임 등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해 F&F가 사전 동의권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센트로이드와 F&F의 계약은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짙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법 249조 14에 따르면 PEF 등 업무집행사원은 투자 회사의 지분 증권 매매의 가격·시기·방법과 지분 증권에 대한 의결권 행사 업무를 제3자에게 위탁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센트로이드가 법 위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계약을 맺은 것은 테일러메이드 인수 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거래 마감을 보름 앞두고도 인수 자금이 모이지 않자 F&F에 주요 회사 경영에 대한 사전 동의권을 넘기고 투자금을 받아낸 것. 센트로이드는 2021년 테일러메이드를 약 17억 달러(약 2조 원)에 인수했다. 당시 국내 금융기관 등을 대상으로 6000억 원 안팎의 펀드 자금을 모집했는데, F&F가 이 중 50%가 넘는 3800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센트로이드는 2027년 펀드 만기를 앞두고 IPO나 매각 등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계약 내용을 감안할 때 F&F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회사 처분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테일러메이드 투자에 나섰던 국내 금융기관들은 서둘러 사태 파악에 나섰다. 한 투자자는 “회사 처분에 대한 사전 동의권을 넘겨준 것을 알았으면 테일러메이드에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센트로이드 관계자는 계약 내용을 인정하면서도 “F&F가 매각 등에 대한 사전 동의권을 남용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에게)사전 동의권 등에 관한 내용을 이미 알렸다”고 해명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미국과 중국의 통상 전쟁 가능성이 커지면서 가상 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이 9만 달러대로 재차 하락했다.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금 시세는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5일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따르면 오후 3시4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1.61% 내린 9만7738달러(약 1억 4131만 원)에 거래됐다. 미국의 관세 부과 소식에 흔들리던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미중간 상호 관세 인상 소식에 급락세를 보였다. 앞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추가로 인상하겠다고 밝히자,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의 뜻을 밝혔다. 글로벌 불확실성 증가에 따라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강화하면서 금 가격은 오름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4월 인도분 금 가격은 장중에서 전일 대비 0.4% 오른 온스(약 31.1g)당 2887.6달러에 거래되면서 사상 최고가를 썼다. 지난달 31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최고가 경신이다. 한국 금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 금 시장에서 1kg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전일 대비 4.58% 오른 14만78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지난달 내림세를 보이면서 4110억 달러대로 떨어졌다. 환율 방어에 46억 달러를 쓰면서 최근 4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1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110억1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말(4156억 달러) 대비 45억9000만 달러 줄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4110억달러대까지 떨어진 것은 2020년 6월 4107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약 4년 6개월 만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2021년 10월 말 4692억10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3년 넘게 하락하고 있다.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외환 당국에서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 보유액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월간 평균 환율은 1455.79원으로 지난해 12월(1434.42원)에 비해 21원 이상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로 치솟기도 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달 외환보유액 감소는 외환 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에 따른 것”이라며 “분기 말 효과가 소멸하면서 금융기관에서 외화 예수금이 감소한 것이나,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확대도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세계 9위 수준이다. 중국이 3조2024억 달러로 가장 많았다. 일본(1조2307억 달러)과 스위스(9094억 달러), 인도(6357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미국의 ‘관세 밀당(밀고 당기기)’ 전략에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의 관세 인상 시기를 1개월간 미루기로 하면서 코스피는 급락 하루 만에 반등을 보였다. 일본, 대만 등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전날 낙폭을 만회하고 있다. 4일 코스피는 오전 11시 10분 기준 전일 대비 1.81% 오른 2,498.27에 거래 중이다. 장중 최고 2.21% 오르는 등 전날 하락분(―2.52%)을 만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스닥도 2.86% 오르면서 상승세를 나타냈다. 전날 급등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도 전일 대비 6.8원 내린 1460.4원에 거래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보류 결정에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증시가 반등하고 있다. 미 정부의 관세 인상 정책이 협상용 카드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안도감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소셜에 “관세 인상을 한 달간 유예하기로 했다”며 “멕시코가 마약 밀반입과 불법 이민자 문제 해결하기 위해 국경 지대에 1만 명의 군 병력을 즉시 동원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멕시코에 이어 캐나다와도 관세 인상 기간을 한 달간 미루기로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4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던 국내 기업들도 관세 인상 보류 소식에 강한 반등을 보이고 있다.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있는 기아(2.81%)와 HL만도(3.64%) 등이 강세고, 캐나다에서 양극재 사업을 추진 중인 에코프로비엠(4.54%)도 반등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전날 이재용 회장의 2심 무죄 판결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의 회동 등 호재에 힘입어 4%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국내뿐만 아니라 전날 폭락했던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와 대만 자취안지수도 각각 1.59%, 0.58%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미국의 관세 인상 정책이 완전히 폐지된 게 아니라는 불안감 때문에 상승 폭은 제한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도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면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관세는 더 올라 갈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당분간 트럼프발(發) 변동성 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석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미 증시 등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며 “미국의 금리 인하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완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피곤한 장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방위적인 ‘관세 전쟁’을 강행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새파랗게 질렸다.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 관련주가 폭락하면서 코스피가 2% 넘게 빠졌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일 대비 2.66%, 대만 자취안지수는 3.53% 내려앉았다. 원-달러 환율도 강달러 현상의 여파로 한때 1470원까지 뛰었다. 3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2.52%(63.42포인트) 내린 2,453.95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코스피에서만 8000억 원 넘게 팔면서 지난달 31일(1조1756억 원 매도)에 이어 ‘패닉셀’을 이어갔다. 특히 멕시코 공장을 가동 중인 기아(―5.78%), 캐나다에 공장이 있는 LG에너지솔루션(―4.40%) 등의 낙폭이 컸다. SK하이닉스(―4.17%) 등 다음 관세 부과 타깃으로 지목된 반도체 기업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의 거침없는 관세 폭탄에 상대국의 ‘맞대응’이 이어지는 등 시장 예상보다 빠르고 규모가 큰 무역 전쟁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25%, 중국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 부과를 강행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유럽연합(EU)에도 관세를 부과할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EU는 우리 자동차와 농산품을 사지 않는다”며 “새로운 관세를 확실히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즉시 유럽을 대표하는 유로 스톡스 50 지수 선물도 3%대 급락세를 보였다. 트럼프 관세 ‘난사’에 亞증시 휘청, 코스피 2500 붕괴-日 2.6% 빠져[트럼프發 통상전쟁]주요국 증시 줄줄이 하락“亞국가들 다음 표적될것” 공포에, 日-대만 등 亞우방국 증시 직격탄멕시코 공장 둔 완성차 업계 타격… “조만간 관세” 반도체-철강도 급락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상전쟁을 개시하자 주요국 증시가 요동쳤다.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등 우방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폭탄 선언에 ‘1차 표적’에 포함되지 않은 한국, 일본, 대만 증시도 줄줄이 하락했다. 예상보다 신속하고 광범위한 트럼프 2기의 관세 부과 행보를 감안할 때, 수출 중심 아시아 국가들이 다음 표적이 될 것이라는 공포 때문으로 풀이된다.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52% 하락한 2,453.95, 코스닥은 3.36% 하락한 703.8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이 1조 원 넘게 매도하며 2,500 선이 깨졌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2.66%), 대만 자취안 지수(―3.53%) 등도 나란히 약세를 보였다.미국의 아시아 우방국 증시가 트럼프 대통령발 관세폭탄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앞서 1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캐나다 에너지 제품은 10%),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2일에는 EU에도 관세를 부과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미국의 무역 적자국 순위 6∼8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 일본, 한국도 머지않아 추가 관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무관세로 북미 시장 공략이 가능해 캐나다와 멕시코에 공장을 둔 완성차 업체들은 이번 조치로 타격이 현실화됐다. 3일 기아(―5.78%), HL만도(―7.42%)뿐만 아니라 일본 도요타자동차(―5.01%), 닛산(―5.63%), 혼다(―7.20%) 등 멕시코에 공장을 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캐나다에서 양극재 사업을 추진 중인 에코프로비엠(―9.16%), 멕시코에서 생활가전 등을 생산하는 LG전자(―7.13%) 등도 피해가 예상된다.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경고한 반도체, 철강 업종도 하락 폭이 컸다. SK하이닉스(―4.2%), 현대제철(―5.0%) 등이 내림세를 보였고,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5.73%)와 애플 아이폰을 조립하는 폭스콘(―3.32%) 등 대만 기술주도 하락했다.이번 주가 하락은 트럼프 1기의 미중 통상전쟁을 연상시킨다. 2018년 3월 22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각서에 서명하자 23일 코스피가 3.18% 떨어진 바 있다. 연말까지 이어진 통상전쟁 여파로 2,600 선에 근접했던 코스피는 2,000 선 밑까지 떨어지기도 했다.1기보다 관세 부과 조치가 훨씬 더 빠르고 강력해 통상전쟁이 더 격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가혹한 관세(brutal tariffs)는 그가 이전에 부과했던 것들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대한 이번 관세만으로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지만 앞으로 몇 달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무역 시스템에 초래할 더 큰 혼란의 서막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2018년 통상전쟁 시작 전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였던 것과 달리 현재는 1400원대라는 것이 한국에는 큰 부담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목표가 협상을 위한 수단보다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한 목적에 가까워 보인다”며 “관세가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1월 수출이 전년 대비 10.3% 감소하며 20개월 만에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통상전쟁발 수출 타격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작년 10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을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 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발 충격이 한국 증시도 뒤흔들었다. AI 개발 패러다임이 미국 실리콘밸리식 막대한 컴퓨팅 자원 투자에서 저비용·고효율로 전환될 수 있다고 보고 ‘AI 수혜주’의 명암이 엇갈린 것이다. 반도체, 전력기기 등 AI 하드웨어 업체의 주가는 떨어졌지만 미 빅테크 기업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AI 서비스 업체들의 주가는 모처럼 급등세를 나타냈다. 국내 AI 업계 관계자는 “설비투자 중심의 AI 하드웨어 발전이 서비스 중심의 소프트웨어로 전환되느냐의 변곡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AI 인프라 급락―AI 서비스 급등 설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인 3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77% 내린 2,517.37에 거래를 마쳤다. 설 연휴 첫 개장일에 외국인들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관련주 중심으로 1조 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급락세를 보였다. 외국인은 이달에만 8000억 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연속 ‘팔자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이 6개월 연속 순매도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6∼11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딥시크가 고가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에 매달렸던 미 빅테크식 AI 개발 방식이 정답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점이 외국인 매도세에도 영향을 미쳤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사실상 독점적으로 공급하던 SK하이닉스는 이날에만 9.86% 하락하면서 19만9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저사양 HBM 공급 확대 기대와 미국의 추가 수출 통제 우려가 엇갈리며 2.42% 하락했다. AI 인프라 확대의 수혜주로 꼽히던 전력망 업체 LS일렉트릭(―5.33%), HD현대일렉트릭(―7.87%) 등도 큰 낙폭을 보였다. 반면 저비용으로도 빅테크와 겨룰 만한 AI 모델 고도화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에 AI 서비스 기업 주가는 급등했다. 자체 AI 모델을 보유한 네이버(6.13%)와 카카오(7.27%)가 대표적이다. AI 게임 개발에 나선 크래프톤도 이날 6.12% 뛰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성공 모델이 사실일 경우 빅테크 업체들이 고비용 반도체 등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며 “AI 산업 전반적으로 호재가 될 수 있지만 고성능의 GPU나 HBM 성장세에는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AI 설비투자 경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딥시크 논란에 대해 “지속적인 (AI) 인프라 투자가 시간이 지나면 전략적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올해도 650억 달러(약 94조 원) 이상 투자 계획을 밝혔다. ● 美 고관세―고금리 환율 1450원대 급등이날 일주일 만에 열린 외환거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다시 1450원대로 뛰어오르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1.4원 오른 1452.7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고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매파적 동결’에 나선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나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코스피가 설 연휴 뒤 개장 첫날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충격에 1% 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AI 관련 반도체 업체들이 급락하면서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145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불안감을 드러냈다.31일 코스피는 오전 11시 10분 기준 1.12% 하락한 2508.40에 거래 중이다. 코스피는 0.10% 내린 채 개장했으나, 장 초반 1.49% 내리면서 25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날 외국인들은 오전 중에 8000억 원 넘게 팔아치우면서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6000억 원, 2000억 원 순매수 하면서 지수 방어에 나섰다. 이날 증시 하락은 중국의 딥시크 영향이 컸다. 딥시크가 저비용으로 미국 빅테크 업체들과 비슷한 수준의 AI 성능을 구현하면서 고부가가치 반도체 성장에 대한 성장성과 경쟁력에 의구심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미 증시에서 AI 대장주인 엔비디아(―12.60%)와 반도체기업 브로드컴(―11.89%) 등이 이번 주에만 10% 넘게 빠졌다.국내 AI 대표 관련주인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9.91% 내린 19만9100원에 거래 중이다. 삼성전자도 엔비디아로부터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승인을 얻었다는 외신 보도에도 2.42% 내린 채 거래 중이다. AI 관련 대표 수혜주인 전력 설비주도 큰 내림세를 보인다. LS ELECTRIC이 7.79% 내린 채 거래 중인 가운데, 가온전선(―11.91%)과 효성중공업(―12.01%) 등도 10%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연휴 이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외환거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3.2원 오른 1454.5원에 거래 중이다. 다음 달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 인상을 앞두고 달러화 강세가 나타난 영향이다. 미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눈치 보기 장세에 돌입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38%, 나스닥지수는 0.25%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0.53% 상승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영올드’의 부상에 발맞춰 국내 금융시장도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9일 국민 노후 대비를 위해 ‘노후지원 보험 5종 세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고령층의 노후 자금 마련을 돕는 차원에서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 요양시설 입주권 등으로 유동화(현금화)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료 납입을 마치고 유동화 여력이 되는 종신보험 계약 건수는 360만 건 정도”라며 “고령층은 금융자산이 적고 부동산과 종신보험을 주로 보유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보험도 주택연금처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마련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정책이 도입되면 종신보험의 보험료 납입이 완료됐으며,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한 경우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미리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사망보험금이 3억 원이고 50%를 연금으로 받기로 할 경우 1억5000만 원을 연금으로 다달이 수령하고, 나머지 1억5000만 원은 사망 시 유족이 받는 식이다. 정부는 또 세제 혜택이 풍부해 ‘만능 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및 연금 계좌에 ‘의료 저축 계좌’의 기능도 부여한다. ISA의 경우 의료비 목적으로 돈을 인출할 때 납입한도를 복원해주기로 했다. 사망보험금을 유가족들을 위해 미리 맞춤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험금 청구권 신탁’도 지난해 11월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판매된 신탁 상품은 부동산, 퇴직연금, 펀드 등이 대상으로 보험성 자산은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법령 개정을 거쳐 보험금을 신탁 재산에 추가하면서 금융사가 고객을 대신해 사망보험금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사망보험금 3000만 원 이상이면 보험금 청구권 신탁에 가입해 사망보험금의 지급방식, 금액, 시기 등의 세부사항을 계획해 놓을 수 있다. 정모 씨(41)는 3년 전 이혼한 뒤 올해 여덟 살 된 외동딸을 키우고 있다. 정 씨는 최근 은행 상담을 거쳐 3억 원의 ‘보험금 청구권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딸의 대학 입학 후 졸업까지 매년 2000만 원씩 학자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돈은 딸의 졸업 이후 한꺼번에 지급하는 조건이다. 정 씨는 “아이가 미성년자일 때 (내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딸이 대학을 다니고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금전적으로 문제는 없을 것이라 안심”이라고 전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귀여운 애완동물도 천수(타고난 수명)를 누리게 해드립니다.’ 지난해 말 방문한 아시아 최대 신탁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 도쿄 본사에서 받아든 ‘오히토리사마신탁’(1인 가구 신탁) 금융상품 안내서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일본 최초로 신탁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다양한 고령층 대상 금융 서비스에 더해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한 상품까지 내놓았다. 금융회사가 노인이 숨질 경우 부고를 주변인들에게 알리고, 유품 정리, 장례까지 책임져 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PC, 노트북을 수거해 데이터를 삭제해 주고, 반려동물을 정해진 사람에게 인도해 주는 일까지 도맡는다. 다니구치 요시미쓰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 특별이사는 “각각의 서비스를 개별 업체에 맡기려면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제대로 이행됐는지 등을 담보할 수 없다. 은행의 ‘신뢰도’ 때문에 소비자들이 믿고 역할을 맡기는 것”이라며 “해당 상품은 고객 수요가 많아 꾸준히 가입 건수가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가 급부상하면서 고령자들의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산업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대거 등장하고, 일상생활에서부터 건강관리 등을 지원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로봇과 같은 최첨단 기술, ‘에이징 테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은행들, 앞다퉈 신탁 비즈니스로… ‘에이징 테크’도 급부상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아오조라은행 등 일본 금융회사들은 고령화에 따른 고객의 요구에 맞춰 유언 신탁과 유산 정리 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유언서 작성과 보관, 유언 집행까지 은행이 도맡아 해주고 유산 분할 협의서 작성, 상속 재산의 인도까지 아우른다. 평생 일군 재산을 ‘내 뜻대로’ 정확하게 상속되길 원하는 똑똑한 영올드가 늘어남에 따라 해당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급증세다. 한국 금융회사들도 최근 신탁 비즈니스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치매가 발생하면 운용 자금을 병원, 간병, 생활비 등으로 지원해 주는 치매 신탁(후견 지원 신탁), 사망 시 장례비를 준비해 두는 상조 신탁, 손주 등의 대학 입학이나 결혼 등 행사 발생 시 일정 금액을 상속하거나 증여해 주는 이벤트형 신탁 등이 대표적이다. 신탁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하나금융그룹은 미쓰이스미토모신탁그룹과 업무 제휴를 맺기도 했다.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 등 최신 기술에 상대적으로 친숙한 영올드를 겨냥한 각종 테크놀로지, 일명 ‘에이징 테크’도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카사나’는 건강 모니터링 기능을 갖춘 스마트 변기 커버를 개발했다. 변기 커버에 센서를 달아 심박수, 혈중 산소 수치, 심박수 변화도, 화장실 사용 빈도 등을 측정해 클라우드에 자료화한다. 이를 기반으로 고령자와 케어 담당자가 실시간으로 만성질환 관리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도와준다. 미국 ‘마이티헬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나이와 건강 상태에 적합한 맞춤형 운동과 영양 계획을 제안해 주고 나섰다. 수면의 질 개선, 스트레스 지수 저하, 폐경 관리 등에 대한 전문 강좌도 제공한다. 일본 최대 손해보험사 손보저팬보험이 만든 요양 사업자 ‘손보케어’는 2019년 ‘퓨처 케어 랩 인 저팬’을 설립하면서 요양 기술을 개발해 왔다. 대표적인 게 돌봄용 입욕 장치. 휠체어에 탄 채로 오르고 내릴 필요 없이 씻을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로 2021년 9월 개발해 200여 대를 보급했다. 손보저팬보험 관계자는 “낙상 위험 등을 사전에 감지해 주는 수면 측정기도 1만9000여 대를 도입하는 등 요양 산업에 혁신 기술들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니어 리빙’ 시장도 확대 고령 친화적인 주거공간과 돌봄 서비스 등을 결합한 시니어 리빙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시니어 리빙 시장을 중심으로 한 실버산업 규모는 2020년 72조 원에서 2030년 168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운동 시설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갖춘 호주의 ‘BUPA(부파)’ 은퇴자 마을에서 만난 린 씨(78)는 “집을 팔아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고 관계를 맺는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이경자 팀장은 “강력한 경제력을 가진 5060세대가 곧 고령층에 진입함에 따라 시니어 하우징 수요층이 세분화되며 확장될 것”이라며 “향후 10년이 성장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인 금리 인하 요구에도 불구하고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했다. 미국의 경기 호조로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가 불거지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연준이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건 가운데 최근 경기 침체와 환율 상승이라는 겹악재를 맞은 한국은행의 셈법은 더 복잡해지게 됐다. 29일(현지 시간) 미 연준은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간 4.25∼4.50%로 동결했다. 연준은 지난해 9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단행한 뒤 11월과 12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면서 통화 정책 완화 기조를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미 고용 지표가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강세를 보이는 등 인플레이션 경고등이 켜지자 숨 고르기를 선택했다. 연준은 이날 성명서에서 “최근 지표에서 경제 활동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하다”며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앞서 23일 “유가가 떨어지면 금리를 즉시 내리라고 요구하겠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동결 결정 직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연준이 인플레이션으로 만든 문제를 막는 데 실패했다”며 공격에 나섰다. 연준이 금리 동결에 나서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은 한층 더 어려워졌다. 최근 국내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하지만, 한미 금리 격차 확대로 인한 환율 상승과 금융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올해 성장률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2월에는 한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추가적인 성장률 하락이 대외 신인도에 영향을 줄 경우 외환·금융 시장의 위기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은에서 정치권에 조기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요구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이나 캐나다 등도 미국의 보호무역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비해서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다만 그 후에는 한은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에서 다음 달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만, 환율 변화는 변수가 될 것”이라며 “현재 금리 수준(3.00%)을 고려하면 한은의 금리 인하 폭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연휴 이후 국내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자세히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국내 금융그룹 회장들은 올해 대내외적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불거진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안으로는 고객 신뢰를 높이고 밖으로는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내 정치 불안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국내외 경기 변동성 확대에 따른 위기의식이 발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각 금융그룹은 고객들의 신뢰 향상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동원해서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혹시 모를 돌발 변수나 잠재 위험 등 예상치 못한 위험 요인에 대처할 수 있는 위험관리 역량을 기르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발맞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조직을 효율화해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금융그룹과 은행 등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된 만큼 구체화한 상생 방안을 내놓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내수경기 부진으로 인한 위기 대응을 위해 소상공인 지원을 약속했고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돌봄 사업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그룹 회장들과 IBK기업은행장이 새해를 맞아 밝힌 2025년 경영 전략을 들어봤다.대내외 위기 상황에 ‘내부통제 강화’ 한목소리 지난해부터 국내 경제를 둘러싼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경제 주체들이 위축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금융지주들은 고도의 ‘위험관리’를 통해 고객 신뢰를 높이고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올해를 ‘혼돈’과 ‘격변’의 한 해로 예상하면서 고객이 안심하고 KB를 믿고 거래할 수 있게 하는 데 최우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양 회장은 “대내외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 요소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며 “고객과 시장의 불안감을 상쇄시키실 수 있도록 ‘견고한 신뢰와 안정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고객 중심의 일류(一流) 신한’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면서 구성원 각자가 책임을 다하며 훌륭한 조직으로 도약할 것을 강조했다. 진 회장은 “올해 첫 번째 전략 방향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확립”이라며 “관리 감독·평가·모니터링 전반을 꼼꼼히 살피고 임직원의 윤리의식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올 한 해 동안 비상 경영 체제로 운영하면서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강한 대응력을 유지하겠다”며 “내부통제 체계를 근원적으로 혁신하고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위험관리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은 “‘반듯한 금융’을 정착해서 고객 신뢰를 유지하고 확보하겠다”며 “금융사고 제로(0)화를 위해 내부통제와 의식 개선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밸류업 동참 통해 주주가치 제고 국내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 증가로 인해 주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 경쟁력 강화와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을 통해서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도 분명하게 밝혔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하나금융그룹 주식 5000주를 장내 매집하면서 책임 경영 실천과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나타냈다. 하나금융지주는 오는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함 회장은 “밸류업 계획에 대한 실행력을 강화하고 주주들과의 소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하나금융그룹이 금융주 밸류업의 대표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임종룡 회장도 “기업금융, 자본시장, 글로벌, WM 등 핵심 사업 분야는 기초체력을 강화하고 내실 있는 체질 개선을 통해 지금보다 한층 더 높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밝힌 주주, 시장과의 약속도 정교한 자본 적정성과 유동성 관리를 통해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양종희 회장은 “과거와 달리 고객수익률을 비롯한 순고객추천지수(NPS),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모든 것이 정확한 데이터와 성과로 증명돼야 한다”며 “조직 효율화를 위해 본부 조직을 슬림화하고 대면 채널 혁신을 통해서 KB의 체력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겠다”고 했다.사회 이슈 해결 동참 국내 금융그룹들은 경기 부진으로 인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등의 경영 위기 극복이나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성태 은행장은 “중소기업 자금 공급을 통해 자금난 해소에 앞장서겠다”며 “소상공인의 위기 극복을 위해 자체적인 종합 지원 체계를 발전시켜 정부의 정책을 충실히 뒷받침하겠다”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지방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22조 원, 영세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15조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 지원책을 내놨다. 진옥동 회장은 “‘기업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높이고 금융을 통한 사회적 이슈 해결에 앞장서겠다”며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저출산 문제에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청년세대 지원에도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함영주 회장도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민감 금융지원에 소홀하지 않았고 개인사업자나 위기 징후의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상생 프로그램을 지속하며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하나금융그룹이 우리 사회의 신뢰받는 동반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나의 진심은 올 한 해도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세계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말 한마디에 들썩이고 있다. 특히 미 증시는 친(親)기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인공지능(AI) 관련 대규모 투자 소식이 겹치면서 급등세를 유지하는 모양새다. 지난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상승률은 1985년 로널드 레이건 취임 이래 가장 높은 ‘대통령 취임 첫 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띄운 5000억 달러(약 716조 원) 규모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와 후속 투자로 AI 및 전력 업종이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지원금 축소 전망 등의 영향으로 신재생에너지나 전기차 등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메타도 “AI 인프라에 93조 원 투자”26일 뉴욕거래소에 따르면 S&P500지수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 주 동안 1.74% 올랐다. 23일(현지 시간)에는 6,118.71에 거래를 마치면서 사상 최초로 종가 기준 6,100을 넘어서기도 했다. 같은 기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15% 올랐고, 나스닥지수도 1.65% 상승했다. 미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등 기업 친화적인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오름세를 보였다. 즉각적인 관세 인상 정책이 나오지 않은 것도 지수 상승에 영향을 줬다. 뉴욕 3대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사흘 연속 동반 상승했다. 다만 취임 나흘 째인 24일에는 수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일제히 소폭 하락했다. 가장 환호한 업종은 전력을 포함한 AI 인프라다. 이달 21일 오픈AI와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가 716조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확충하겠다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내놓자 오라클은 최근 한 주간 14.02%까지 급등했다. AI 인프라 회사인 네비우스그룹(15.68%), 글로벌 통신장비업체 시에나그룹(13.99%) 등도 같은 기간 10% 넘게 올랐다. 중장비 제조업체인 캐터필러도 5.60% 올랐다. 국내 증시에서도 미국에서 전력 인프라 구축 사업을 하는 LS일렉트릭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 주 동안 11.93%, 일진전기는 19.18% 뛰었다. 스타게이트 발표 이후 미 빅테크에서 AI 인프라 투자 발표가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AI 전력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도 24일 최대 650억 달러(약 93조 원) 규모의 데이터 센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월가가 추정한 올해 메타의 총지출(502억5000만 달러·약 72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날 메타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1.73% 상승한 647.49달러에 장을 마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 신재생·전기차 우울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정책 발표를 본격화할 경우 업종별 트럼프 ‘수혜주’와 ‘기피주’가 명확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했다. 활짝 핀 AI 전력주와 달리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고공 행진했던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업체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업체인 퍼스트솔라(―12.77%), 퓨얼셀에너지(―12.30%)를 비롯해서 테슬라(―4.67%), 루시드(―9.12%) 등 전기차 업체는 지난주 내림세를 보였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상장지수펀드(ETF) 운용본부장은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공급망 재편과 생산시설 국내 이전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제조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며 “반대로 환경 규제 완화 등의 움직임으로 인해 친환경 관련 종목이 상대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지난해 말 원화의 실질가치가 일본 엔화에 이어 주요국 중 두 번째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하락 폭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최대치다. 26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지수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91.03으로 전월보다 1.99포인트 하락했다. 레고랜드 사태가 발발했던 2022년 9월(―2.92포인트) 이후 2년 3개월 만에 월간 기준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나타내는 환율을 뜻한다. 이 수치가 100을 넘으면 고평가, 100보다 낮으면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원화 가치는 다른 국가의 화폐에 비해 저평가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말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BIS 통계에 포함된 64개국 중에서 일본(71.3)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64개국 중에서는 아르헨티나가 149.38로 가장 높았다. 미국(113.49), 영국(112.01), 인도(103.95) 등이 100을 넘었다. 반면 캐나다(96.36), 러시아(95.86), 중국(91.60) 등이 100 이하를 나타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진 데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발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한 직후 외환거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442.0원까지 급등했다. 같은 달 19일에 환율이 1450원을 넘겼고, 27일에는 1486.7원까지 치솟으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계엄 등 정치적 이유로 환율이 30원 정도 더 올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되면서 14일 이후 안정세를 찾고 있다. 한은과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규모 확대와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등도 환율 하락에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6.0원 하락한 1431.3원에 거래를 마쳤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지난해 말 원화의 실질가치가 일본의 엔화에 이어 주요국 중 두 번째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하락 폭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최대치로, 비상계엄 이후 국내 정치 불안이 확산한 영향이 컸다. 26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91.03으로 전월보다 1.99포인트 하락했다. 레고랜드 사태가 발발했던 지난 2022년 9월(―2.92포인트) 이후 2년 3개월 만에 월간 기준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나타내는 환율을 뜻한다. 이 수치가 100을 넘으면 고평가, 100보다 낮으면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원화 가치는 다른 국가의 화폐에 비해 저평가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말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BIS 통계에 포함된 64개국 중에서 일본(71.3)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64개국 중에서는 아르헨티나가 149.38로 가장 높았다. 미국(113.49), 영국(112.01), 인도(103.95) 등이 100을 넘었다. 반면, 캐나다(96.36), 러시아(95.86), 중국(91.60) 등이 100 이하를 나타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진 데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발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한 직후 외환거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442.0원까지 급등했다. 같은 달 19일에 환율이 1450원을 넘겼고, 27일에는 1486.7원까지 치솟으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계엄 등 정치적 이유로 환율이 30원 정도 더 올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도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화 가치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으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되면서 지난 14일 이후 안정세를 찾고 있다. 한은과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규모 확대와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등도 환율 하락에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4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6.0원 하락한 1431.3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트럼프 효과’에 힘입어 사상 최초로 장중 6,100 선을 넘어섰다. 일본과 중국 증시도 1%대 상승세를 보였지만, 한국 증시는 외국인 자금 이탈에 나 홀로 뒷걸음질 쳤다. 23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24% 내린 2,515.49에 거래를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6000억 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전일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코스닥도 전일 대비 1.13% 내리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이날 국내 증시는 제조업 기반의 수출 기업 위주로 내림세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관세 인상에 나설 경우 한국 수출 기업들의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예상에서다. 삼성전자(―1.10%), SK하이닉스(―2.44%) 등 반도체 관련주가 내림세를 보인 가운데, 철강(―1.73%), 에너지화학(2.21%) 등 주요 수출 업종이 모두 하락했다. 최근 트럼프 수혜주로 꼽혔던 조선주도 대규모 차익 매물이 나오면서 급락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11.52%), HD한국조선해양(―6.22%), 삼성중공업(―4.29%) 등의 낙폭이 컸다. 전문가들은 27일부터 설 연휴로 인해 국내 증시가 장기 휴장에 들어가는데, 이를 앞둔 국내외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움직임이 주가 약세를 불렀다고 분석한다. 설 연휴 기간 중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비롯한 미국의 빅테크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된 것도 변수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중국의 국영 보험사들이 주식 시장 투자금을 늘리는 등 중국의 증시 부양책이 본격화한 것도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오른 상황에서 장기 연휴로 인해 외국인 등이 물량을 일부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뉴욕 3대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후로 사흘 연속 동반 상승세를 나타냈다. 22일(현지 시간) S&P500지수는 장중에 6,100.81까지 오르면서 지난해 12월 6일(6,090.27)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종가는 전일 대비 0.61% 오른 6,086.37였다. 다우존스평균지수도 0.30% 오른 44,156.73에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도 트럼프 대통령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소식에 1.28% 올랐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0.79% 상승한 3만9958.87엔에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증시 부양 기대감에 0.51% 올랐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달러화 약세 등의 영향을 타고 나흘 연속 하락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전일 대비 0.3원 내린 1437.3원에 마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글로벌 자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21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08% 내린 2,518.03에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대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코스피는 장 초반 1%대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취임식 이후 백악관에서 한 기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 다음 달 캐나다와 멕시코 등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승분을 반납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등도 장 초반 상승세를 보였지만, 미국발 관세 폭탄 가능성이 전해지면서 하락 반전했다. 원-달러 환율도 요동쳤다. 이날 오전 1432.9원까지 내려갔던 환율은 달러화 강세로 인해 1443.9원까지 치솟았다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일 대비 12.2원 내린 1439.5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도 급등락을 이어갔다.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가상자산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이날 새벽 사상 최고가인 10만9588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정작 취임식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언급이 빠지면서 7% 이상 하락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이날 오후 3시 30분경 비트코인은 10만1824달러에 거래 중이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한국 증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유화적인 관세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1%대 상승을 보였던 코스피는 당장 다음 달부터 캐나다와 멕시코 등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급락했다. 임기 초부터 ‘트럼프 리스크’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코스피는 10시 45분 현재 전일 대비 0.38% 내린 2510.57에 거래 중이다. 이날 코스피는 0.52% 상승 출발한 뒤 상승 폭을 1.46%까지 높이면서 2548.44까지 올랐다. 코스피가 장중 2540선을 넘은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2개월여 만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보류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유화적 관세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코스피는 장 초반 상승세를 보였다. 반도체나 자동차나 수출 관련 종목들이 1~3%대 상승세를 보이면서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 등에 25%의 관세 부과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즉각 내림세로 전환했다. 원-달러 환율도 미국의 관세 부과 보류 소식에 1% 넘게 하면서 143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하락 폭을 줄이면서 1440원으로 복귀했다.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앞선 조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 종료를 선언한 데다 전기차 보조금을 철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친환경 에너지와 이차전지 관련주들은 장 초반부터 일제히 하락했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태양광 관련 기업인 한화솔루션은 7.36% 하락한 채 거래 중이다. 풍력 에너지 기업인 씨에스윈드와 수소 연료전지 업체인 두산퓨얼셀도 각각 4.42%, 3.50%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5.13%), 삼성SDI(―4.72%), 에코프로비엠(―9.49%) 등 이차배터리 업체들도 내림세 보이고 있다. 다만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주인 조선주는 일제히 상승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66% 올랐으며, HD현대중공업(4.86%), 한화오션(4.05%), 삼성중공업(2.45%) 오름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트럼프 리스크가 국내에 영향을 미칠 것을 예상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시장은 계속 불안정한 상태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당분간 지지부진한 횡보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