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7개월 만에 하락 전환하며 두달 만에 다시 4300억 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2026.01.06. [서울=뉴시스]
지난해 12월 외환보유액이 전달보다 26억 달러 감소해 4300억 달러 선이 깨졌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8년 만에 12월 기준으로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 가치 하락)으로 다급해진 외환 당국이 달러를 대거 풀어 연말 환율 방어에 나서는 바람에 외환보유액이 4280억5000만 달러로 급감했다.
외환보유액 중 국채, 정부기관채, 회사채 등 외환시장 개입에 동원할 수 있는 ‘실탄’인 유가증권이 지난달 약 82억 달러 줄었다. 1480원을 넘던 환율은 “정부 능력을 곧 보게 될 것”이라는 당국의 강도 높은 개입으로 연말에 1439원으로 마감됐다. 하지만 새해 들어 1440원대로 다시 올라섰다.
연초에는 금융회사들이 중앙은행에 맡겨둔 달러를 찾아가 외환보유액이 더 줄어들 수 있다. 순대외자산이 많아 과거와 같은 외환위기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하지만, 원화 약세 요인과 기대심리가 꺼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달러를 풀면 환율 변동성을 키우고 외환보유액만 소진한다.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고 환투기 세력에 대응하는 선에서 제한적 개입에 그쳐야 한다.
통화가치는 한 나라 경제의 기초 체력을 보여준다. 잠재성장률이 회복되고 주식시장 매력이 회복되기 전까지 1400원대 고환율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대비하고 외환보유액을 관리해야 한다. 올해 연간 200억 달러 한도의 대미 직접투자도 본격화할 수 있다. 이 돈은 외환보유액을 운용해 얻은 이자나 배당금에서 나가는 달러 자금이다.
외환보유액은 중앙은행이 외환시장 안정과 시중에 달러가 마르는 비상 상황을 대비해 쌓아두는 일종의 ‘달러 비상금’이다. 유사시 식품이나 에너지 등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수입품을 사고 단기 외채를 갚는 데 우선 사용할 외화자산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9번째로 많은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지만 중국 일본 대만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다.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가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인식도 있다. 무리한 환율 방어는 외환보유액 감소와 시장 불안 확대라는 독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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