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로봇과 함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뉴스1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갇혀 있던 인공지능(AI)이 로봇이라는 신체를 갖고 산업 현장과 가정 곳곳에 파고드는 ‘피지컬 AI’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5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자율주행 차량 플랫폼을 선보이며 “로보틱스 등 피지컬 AI에 챗GPT의 순간이 도래했다”고 했다. 1년 전엔 피지컬 AI가 생성형 AI를 잇는 ‘차세대 물결’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젠 먼 미래가 아닌 당장의 현실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AI 3강’을 노리는 한국이 공략해야 할 차세대 전장은 이미 펼쳐졌다.
6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의 화두 역시 피지컬 AI다. AI 두뇌를 탑재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자율주행차 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국 기업들도 다양한 ‘로봇 일꾼’을 선보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신 관절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촉각을 느낄 수 있는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로 테슬라의 ‘옵티머스’에 도전장을 던졌다. LG전자는 섬세한 동작으로 빨래 개기 등 가사 노동을 대신해 줄 로봇 ‘클로이드’를 공개했고, 삼성전자는 AI를 탑재한 가전들이 개인 비서처럼 작동하는 일상을 시연했다.
AI가 컴퓨터 화면을 벗어나 물리적 세계로 나올 경우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장기적으로 잠재적 시장 규모가 50조 달러(약 7경2000조 원)에 이를 것이란 예측도 있다. 특히 피지컬 AI 분야는 한국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한국은 근로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1012대로, 세계 1위의 인프라를 갖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등 다양한 제조업 생태계를 구축해 AI 학습에 필요한 고품질 데이터 확보에 유리하다. 황 CEO도 지난해 방한했을 때 “소프트웨어, 제조업, AI 기술을 모두 가진 드문 나라”라고 평가했었다.
정부도 지난해 경제성장 전략을 발표하며 피지컬 AI만큼은 ‘3강’이 아닌 ‘1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잠재력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제조업의 AI 전환을 촉진하고, 자율주행 휴머노이드의 실증을 가로막는 규제도 정비해야 한다. 생성형 AI에서 미국, 중국에 뒤처진 경쟁력을 피지컬 AI를 통해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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