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석학들이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입시 위주 한국 교육이 경제 발전을 저해하고 인재를 사장시킬 것이라고 잇달아 경고했다. 한국 교육이 인적 자원을 대량 공급해 산업화 성공에 기여했지만 입시 경쟁에만 매몰돼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다는 진단이다.
3일 열린 전미경제학회에서 200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헤크먼 시카고대 석좌 교수는 “한국 교육은 읽기, 쓰기, 수학 같은 학습에만 국한돼 있다”며 “시험 점수 위주 교육은 파멸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헤크먼 교수는 ‘학원(Hakwon)’을 직접 언급하며 “부모가 아이들이 뒤처질까 두려워 학원에 보내고 학습을 ‘외주화’하고 있다”며 “과도하게 이른 경쟁 교육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했다.
실제 입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사교육으로 대응한 결과가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9조1919억 원으로 10년 전보다 60%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초중고 학생 수는 113만 명이 줄어들었는데 사교육비는 오히려 늘었다. 영유아기부터 입시 경쟁에 뛰어들면서 교육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이 점점 늘어났고, 이는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다.
공고한 대학 서열화, 이에 따라 학생들을 줄 세우는 경쟁은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키우는 원인이기도 하다. 지난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도쿄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학 서열화와 관련해 “한국은 엘리트를 길러내는 구조가 서울로 집중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인재와 자원의 ‘서울 쏠림’으로 지방 대학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AI는 방대한 지식을 섭렵하고 정답을 찾는 능력에서 인간을 압도하고 있다. 암기식 수업과 객관식 시험, 무한 경쟁 대신 질문하는 수업과 사고력 측정, 상호 협력으로 교육 시스템을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교육 개혁의 고통을 회피하다 학생들에게 AI와 살아갈 경쟁력을 길러주지 못한다면 나라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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