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운전해 NC 캠프 찾은 김경문 “축구 월드컵처럼 야구로 국민께 감동을” [이헌재의 B급 야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8일 0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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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의 스프링캠프를 찾아 제자 강인권 감독(왼쪽)과 포즈를 취한 김경문 전 NC-대표팀 감독  투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NC의 스프링캠프를 찾아 제자 강인권 감독(왼쪽)과 포즈를 취한 김경문 전 NC-대표팀 감독 투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7일(현지시간)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스프링캠프를 차린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리드 파크의 에넥스필드에 반가운 얼굴이 찾아왔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제9구단 NC의 창단 감독이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및 2021 도쿄 올림픽 야구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경문 감독(65)이었습니다. 김 감독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혼자 시간 자동차로 몰고 NC 캠프를 찾은 것입니다.

그의 깜짝 캠프 방문은 제자였던 강인권 NC 감독의 요청으로 이뤄졌습니다. NC의 전현직 두 감독은 인연이 아주 깊습니다. 두 사람 모두 선수 시절 수비형 포수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강 감독이 두산에서 현역 생활을 할 때 김 감독은 팀의 배터리 코치를 맡고 있습니다. 이후 김 감독이 두산 사령탑이 되어서는 강 감독을 두산 배터리 코치 자리에 앉혔지요. 이후 김 감독이 두산을 떠나 NC 지휘봉을 잡았을 때도 강 감독을 데려갔습니다. 지난해 감독대행에서 올해부터 정식 감독으로 임명된 강 감독은 “김 감독님 덕분에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존경을 표해왔지요.

김경문 전 감독이 NC 캠프를 방문해 선수단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투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경문 전 감독이 NC 캠프를 방문해 선수단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투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초청하는 쪽도, 초청받는 쪽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번 오셔서 우리 훈련하는 것도 봐 주시고, 좋은 기운도 좀 나눠주시라”는 강 감독의 거듭된 부탁에 김 감독은 어려운 걸음을 했습니다. 2018년 NC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후 김 감독이 NC 캠프를 찾은 건 이날이 처음이었습니다.

모처럼 NC 점퍼를 입고 선수단 앞에 선 김 감독은 “올해 전력상 NC가 다소 약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야구는 알 수 없는 것이다. 모두 하나가 되어 온 힘을 다하면 분명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습니다. 그는 또 “젊은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야구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엔 다른 곳에 한 눈 팔지 말고 야구에만 집중해라. 그러면 개인으로서도 팀으로서도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도열한 NC 선수들은 모두 그의 말을 경청한 뒤 다시 힘찬 목소리를 내며 그라운드로 돌아가 훈련을 재개했습니다.

김경문 전 NC 감독이 선수단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NC 제공
김경문 전 NC 감독이 선수단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NC 제공
김 감독은 재임 기간 비록 숙원이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NC를 강팀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그의 재임 시절 준우승만 여러 차례 했던 NC는 2020년 마침내 꿈에 그리던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습니다. 여기에는 김 감독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지요.

김 감독은 같은 투손에서 훈련하고 있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에도 좋은 기운을 불어넣었습니다.

전날 투손에 도착한 김 감독은 강 감독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강철 감독을 비롯한 한국 대표팀 코칭스태프들과 우연히 조우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김독은 이 감독의 선전을 당부 했습니다

김 감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프로야구의 9전 전승 금메달을 이끌었습니다. 2021 도쿄 올림픽에서는 비록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올림픽에서만 두 차례 대표팀을 이끈 그의 경험은 한국 대표팀에는 큰 자산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대표팀에는 그의 감독 시절 제자들이 많습니다. 김현수(LG), 양의지(두산), 이용찬(NC), 나성범(KIA), 구창모(NC) 등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시즌을 치렀습니다.

김 감독은 한국 대표팀의 차세대 에이스로 떠오른 구창모의 역할을 주목했습니다. 그는 “국제대회에서는 왼손이 중요하다. 일본전도 왼손투수가 있는 게 유리하다”며 “내 생각에는 창모가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김광현의 경우 미국에서 던진 경험이 있고 그동안 국제대회도 많이 나갔다. 하지만 창모는 국제대회에 나간 적이 별로 없어 상대 타자들이 공략이 힘들 것이다. 이강철 감독님이 투수 운영을 잘 하시니까 이번 대회 잘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국제대회 해 보면서 느낀 게 있다. 한일전을 치를 때 예전에는 일본 애들이 큰 부담을 갖고 경기를 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 나라 선수들이 부담을 많이 가지더라. 적당한 긴장감은 괜찮은데 심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부담을 떨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우승 후 김경문 감독을 헹가레치는 한국 선수들. 동아일보 DB
2008 베이징 올림픽 우승 후 김경문 감독을 헹가레치는 한국 선수들. 동아일보 DB
그는 이번 대회에서 최정(SSG)와 박병호(키움), 양의지(두산) 등 오른손 타자들의 활약이 승부의 키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김 감독은 “아무쪼록 우리 WBC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경기를 해서 작년 월드컵 축구처럼 국민들에게 기쁨을 줬으면 좋겠다. 종목은 다르지만 작년 축구 대표팀의 모습은 너무 감동적이었다. 열심히 뛰고 좋은 결과 내서 4강 이상의 대진표를 얻었으면 좋겠다. 나도 뒤에서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말을 맺었습니다.


투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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