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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중요하지 않은, 하지만 누군가에겐 재미있을지도 모를 스포츠의 뒷담화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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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O’ 모두 어긴 하주석의 분노, 한화가 괜히 꼴찌가 아니다[이헌재의 B급 야구]스트라이크-볼 판정에 격분해 배트를 바닥에 강하게 내려치고, 심판에게 퇴장 명령을 받자 심판을 향해 욕설을 하고, 더그아웃에 들어가서는 헬멧을 내동댕이쳤는데, 벽을 맞고 튀어나온 그 헬멧이 하필이면 외국인 수석코치의 뒤통수를 강타했고, 이를 뻔히 보고도 무심히 라커룸으로 들어가 버린 한화 이글스 주장 하주석(28)이 물의를 빚은 지 하루 만에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습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보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아무튼 한화는 17일 NC 다이노스와의 창원 방문경기를 앞두고 하주석을 2군으로 내려 보냈습니다. 하주석은 구단을 통해 “주장으로서 경솔한 행동으로 팬들과 동료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 심판께도 사과드린다. 2군에서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더 성숙한 사람이 되겠다”고 전했습니다.올해도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한화로서는 뼈아픈 일입니다. 야구를 못하는 것도 모자라 매너에서도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고 말았으니까요. 특히 하주석의 행동은 야구 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지켜야 할 ‘TPO(시간·장소·경우)’를 모두 어겼습니다. 더구나 주장(Captain)을 의미하는 ‘C’자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선수로서는 더욱 해선 안 될 일이었습니다. 먼저 시간(Time)적으로 하주석의 행동은 공감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올해 KBO리그의 최대 화두는 스트라이크 존 확대입니다. 이미 하주석 전에서 수많은 선수들이 심판의 판정에 직간접적으로 불만을 표했습니다. 16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안방경기 8회 타석을 돌이켜 볼까요. 상대 투수 구승민이 던진 바깥쪽 초구에 송수근 구심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습니다. 예년 같았으면 누가 봐도 볼이라고 할 만한 공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곧잘 스크라이크 콜을 받는 공입니다. 하주선은 잠시 타석에서 벗어나 불만을 드러낸 뒤 다시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5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습니다. 극도의 분노를 표출하기엔 이미 타이밍이 한 박자 늦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 결정적인 볼 판정에 대한 아쉬움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장소(Place)도 아쉽습니다. 야구에서 분노 표출을 심심찮게 일어납니다. 그런데 모든 관중이 지켜보고, 중계도 이뤄지는 상황에서 분노 조절에 실패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대부분의 선수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이 닿지 않는 라커룸 등에 들어가 분노를 삭입니다. 예전 수도권 A 구단은 라커룸에 복싱 선수들이 사용하는 샌드백을 비치해 두기도 했습니다. 화가 쌓이면 언제 터질지 모르니 샌드백에 풀라는 의도였지요. 반대로 B구단에서는 철문을 주먹으로 때리다 부상을 당하는 선수가 나오기도 했지요. 가끔 메이저리그에서는 공개적으로 분노를 표하는 선수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선수들은 대개 팀의 대표 선수이거나, 그 정도의 분노 표출은 용인되는 전국구 스타급 선수들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경우(Occasion)에 맞지 않았습니다. 의도치 않게 벽을 향해 던진 헬멧이 웨스 클레멘츠 수석코치의 뒤통수를 때렸는데 하주석을 이를 보고도 그냥 지나쳤습니다. 구단에 따르면 하주석은 경기 후 곧바로 동료들과 클레멘츠 코치를 비롯한 코치진에 사과했다고 합니다. 자칫 더 큰 불상사로 이어지지 않은 게 다행입니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팀 분위기 상 이런 하주석의 행동이 용인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주석은 지난해에도 라커룸에서 방망이를 부러뜨리고, 기물을 부수다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게 엄중 경고를 받았습니다. 이 장면은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왓챠를 통해 공개된 구단 다큐멘터리에서 고스란히 방영됐습니다. 당시 수베로 감독은 하주석을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너 방망이 부순 게 세 번째야. 지금 5-0으로 앞서가고 있어. 이기고 있잖아. 우리가 지고 있는 게 아니야. 네가 안타를 몇 개 치든 상관없어. 지금 팀은 이기고 있다고 알겠어?” 또 하주석이 부순 방망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네가 리더라면 저런 짓은 하지 말아야지. 팀은 이기고 있다고. 네가 10타수 무안타라도 상관없어. 팀이 이기고 있는데 왜 그러는 거야. 마지막 경고야”라고 소리칩니다. 하지만 하주석은 1년이 지나도 전혀 달라진 게 없습니다. 야구는 개인 종목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팀 스포츠입니다. 경중을 따지자면 팀이 중요합니다. 자신은 무안타에 그치고, 팀이 이긴다면 화가 날 수 있지만 최소한 티는 내지 말아야 합니다. 자기만 잘하고, 팀이 졌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도 일맥상통하지요. 야구를 잘하는 강팀에는 ‘팀 퍼스트’의 특유의 문화가 있습니다. 하주석이 보인 태도는 후배 선수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후배들이 보고 배우는 건 선배의 행동일 테니까요. 실제로 한화의 어린 선수 중에 벌써 하주석처럼 감정 조절에 미숙한 기미를 보이는 선수가 나오고 있습니다. 팀에서 주장이란 자리는 자신보다는 팀을 위해 희생하는 자리입니다. 하주석은 이미 주장으로서의 의미를 잃었습니다. 수베로 감독의 경고처럼 그 피해는 고스란히 팀이 받고 있지요. 강팀의 문화를 만들기까지 한화의 보살 팬들은 얼마나 더 인내해야 하는 걸까요.이헌재 기자uni@donga.com}2022-06-18 09:25
“포수는 거지”라던 김태군, 삼성서 올스타 전체 1위로 우뚝선 사연[이헌재의 B급 야구]삼성 라이온즈 포수 김태군(33)이 13일 발표된 2022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베스트12’ 팬 투표 1차 중간집계에서 최다 득표 1위에 올랐습니다. 33만4057표를 받으며 전체 120명의 후보 중 1위에 오른 것이지요. 소식을 들었을 때 문득 들었던 생각은 “은퇴한 한화 레전드 김태균이 아니고?”였습니다. 김태군이 수준급 포수이긴 하지만 인기 투표에서 1위를 할 정도의 전국구 스타는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니까요. 김태군은 NC 다이노스 소속이던 2014년과 2015년에 베스트12에 선정된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체 득표 1위와 올스타 포수 부문 1위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김태군 밑에 있는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KIA 타이거즈 왼손 에이스 양현종, 메이저리그에서 뛰다 올해 SSG 랜더스에 복귀한 김광현 등이 그의 아래입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도 김태군 밑에 있습니다. 김태군의 아내는 올스타 투표 첫 날 남편이 1위로 나서자 인스타그램을 통해 “잘못 본 줄…살다보니…이런 날도…”라고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표했습니다. 김태군은 스스로도 “야구를 오래 하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본인과 아내조차 믿기 어려울 정도이니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요. 김태군은 삼성의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난 연말 트레이드를 통해 오랫동안 몸담았던 NC를 떠나 삼성에 왔지요. 한 때 NC의 주전 포수였던 그는 대한민국 최고 포수 양의지가 2019년 NC 유니폼을 입으면서 백업으로 밀려났습니다. 삼성에서도 처음 그의 자리는 백업이었습니다. 또 다른 대한민국 대표 포수 강민호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백업으로 출발한 김태군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에서는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습니다. 견고한 수비에 비해 방망이가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삼성에서 타격도 무시 못할 선수가 됐습니다. 14일 경기 전까지 그는 타율 0.340(103타수 12)을 기록 중입니다. 2008년 1군 무대에 데뷔한 뒤 통산 타율 0.243에 불과했던 그가 3할 타자가 된 것이지요. 아직 규정 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그의 야구 인생 최고의 타격감입니다. 원래 잘했던 수비는 여전합니다. 주전 강민호가 부상 등으로 포수 마스크를 쓰지 못하는 때가 적지 않은 가운데 김태군이 그 공백을 깔끔히 메워주고 있습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이 “우리 팀에는 주전 포수가 두 명”이라고 말할 정도지요. 하지만 이걸로도 인기투표 전체 1위를 설명하긴 부족합니다. 팬들의 김태군의 어떤 매력에 빠져든 것일까요. 삼성 관계자는 “김태군이 이전 삼성에서 좀처럼 없던 캐릭터”라고 설명했습니다. 예전 LG시절이나 NC시절에도 김태군은 서글서글한 성격에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종종 보이곤 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세리머니가 좋은 선수입니다. 예전 NC에서 외국인 선수 테임즈가 홈런을 치고 들어오면 하던 ‘수염뽑기 세리머니’가 대표적이지요. 낯선 삼성에 와서도 그는 자신의 성격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베이스에서 펼치는 세리머니나 더그아웃에서 보이는 파이팅은 팀에 엄청난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김태군은 또 ‘포수거지론’으로도 화제를 모은 적이 있습니다. 창단 후 얼마되지 않은 NC로 옮겨 입에서 단내 나는 훈련을 할 때 그는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투수는 귀족, 외야수는 상인(상민), 내야수는 노비, 포수는 거지. 포수가 제일 많이 고생해요” 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이 멘트는 이후 여러 곳에서 패러디 됐었지요. 그의 말대로라면 거지로 출발했던 그가 누구나 선망하는 프로야구 최고 인기 선수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태군이 마지막까지 1위를 유지할 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당장 양현종은 32만8486표를 얻어 김태군은 5500여 표 차로 ¤고 있습니다. 최종 개표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역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주전보다는 백업, 공격형 포수보다는 수비형 포수, 스타플레이어 보다는 궂은일을 도맡아 했던 김태군으로서는 잠시마나 최다 득표 1위에 오른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여겨도 되지 않을까요.이헌재 기자uni@donga.com}2022-06-14 10:06
키움 안우진을 향한 엇갈린 시선…‘팬심’과 ‘펜심’은 달랐다[이헌재의 B급 야구]KIA 타이거즈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가 KBO와 타이틀스폰서 신한은행이 함께 하는 5월 월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습니다. KBO는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기자단 투표 총 32표 중 18표(56.3%), 팬 투표 340,076표 중 64,748표(19%)로, 키움 안우진을 제치고 개인 첫 월간 MVP를 수상하게 됐다.” 성적으로 보면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개막 초반 KBO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5월 들어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습니다. 리그 유일의 4할 타율(0.415)을 기록하며 가장 많은 44개의 안타를 때렸습니다. 이 밖에 타점(28점) 공동 2위, 득점(20점) 3위 등 다양한 타격 지표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의 맹타 덕분에 KIA는 5월 월간 팀 승률 1위(0.692, 26경기 18승 8패)에 오르며 본격적인 순위 싸움에 뛰어들게 됐지요. 소크라테스는 상금 200만 원과 함께 75만 원 상당의 신한은행 골드바를 부상으로 받게 됩니다. 그런데 사소한 의문 하나를 지울 수 없습니다. 바로 소크라테스가 받은 팬 투표 결과입니다. KBO 월간 MVP는 한국야구기자회 기자단 투표와 신한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신한SOL(쏠)’에서 실시하는 팬 투표를 합산한 점수로 선정합니다. 소크라테스는 기자단 투표에서는 절반이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팬 투표에서는 채 20%도 얻지 못했습니다. 팬들이 생각한 MVP는 따로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팬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선수는 KBO 보도자료에서 소크라테스에게 제침을 당했다고 표현된 키움 오른손 투수 안우진입니다. 안우진은 팬들이 던진 34만 여 표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5만5702표(45.8%)를 얻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받은 표의 2배를 훌쩍 넘습니다. 팬들이 표를 몰아줄 정도로 그는 5월 한 달 간 압도적인 피칭을 했습니다. 150km대 후반의 빠른 공에 역시 최고 150km까지 나오는 고속 슬라이더를 앞세워 마운드를 평정했습니다. 그는 5월 한 달 간 6경기에 등판해 5승을 거뒀습니다. 5월 1일 KT 위즈전에서 5이닝 2실점을 한 게 가장 못 던진 날이었습니다. 유일한 패전이었던 7일 SSG 랜더스전에서도 6이닝 3실점(3자책)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습니다. 월간 최다승을 거뒀고, 같은 기간 43탈삼진을 뽑아내며 이 부문 2위에 올랐습니다. 키움이 초반의 난조를 딛고 선두권 싸움을 하고 있는 것도 안우진의 어깨 덕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팬들의 지지와 달리 안우진은 기자단 투표에서는 32표 가운데 불과 4표를 받는 데 그쳤습니다. KT 위즈 박병호가 받은 9표에도 채 미치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소크라테스는 기자단 투표 덕분에 총점 37.64점으로 MVP가 됐지만 안우진은 팬들의 성원에도 불구하고 총점 29.14점으로 차점자가 됐습니다.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기자들이 안우진에게 인색했던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사건’ 때문입니다. 안우진은 휘문고 3학년이던 2017년 후배들을 집단 폭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그에게는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습니다. 데뷔 첫 해 학교폭력과 관련해 팀으로부터 5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고 1군에 올라오던 날 그는 “야구를 떠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팬서비스도 열심히 하고, 봉사활동도 하면서 그는 나름 그의 말을 지키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엄중하던 지난해 올림픽 직전에 터진 사적 음주 파문 때 그의 이름이 다시 한 번 등장했습니다. 수원 원정 숙소를 이탈해 서울까지 와서 장시간 음주를 한 사실이 밝혀졌지요. 그는 팀 선배 한현희와 함께 KBO로부터 36경기 출장 정지와 함께 제재금 500만원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수년 간 쌓아올린 공든 탑이 다시 한 번 와르르 무너져 버렸지요. 안우진은 현재 야구만 잘하는 선수입니다. 구위로 보나, 성적으로 보나, 마운드 위에서의 아우라로 보나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에이스급 투수입니다. 하지만 야구만큼 중요한 ‘인성’에서는 여전히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습니다. 뛰어난 야구 실력을 갖고 있지만 ‘학폭’과 ‘코로나 음주’라는 주홍글씨가 희미해질 때까지 그는 기자단의 투표(시즌 MVP, 골든글러브 등등)에서 향후에도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를 이겨내야 하는 것은 본인 몫입니다. 야구장에서는 물론이고 야구 외적으로도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게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아니면 10년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구나가 인정할만한 순간이 되면 안우진은 오랫동안 그의 어깨에 걸쳐져 있던 멍에를 던져낼 수 있지 않을까요.이헌재 기자 uni@donga.com}2022-06-10 09:40
MLB판 ‘아주라’가 만든 드라마…애런 저지가 슈퍼스타인 이유[이헌재의 B급 야구]야구를 보면서 울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어느덧 감정이 메말라버린 아재가 됐지만 ‘야구 소년’일 땐 야구를 보면서 눈물을 훔쳤던 적이 꽤 있습니다. 응원했던 고교 팀이 전국대회 결승에서 아쉽게 졌을 땐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돌이켜보면 왜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여전히 많이 이들이 야구를 보면서 울고 웃습니다. 누군가에겐 야구가 ‘그깟 공놀이’일지 몰라도 야구가 공놀이 그 이상일 거라 생각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한국에서 어린이날 주간이었던 이번 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한 소년의 눈물이 잔잔한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습니다. 메이저리그 판 ‘아주라’ 라고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요. MLB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그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https://www.youtube.com/watch?v=Eqto63A82yE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4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뉴욕 양키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경기였습니다. 양키스의 거포 애런 저지는 0-1로 뒤진 6회초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동점 솔로포를 쏘아 올렸습니다. 저지의 홈런공을 잡은 사람은 토론토 팬이었던 마이크 씨였지요. 공을 주워든 그는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하려다 저지의 99번 양키스 저지를 입고 있던 한 소년과 눈이 딱 마주칩니다. 그 소년은 눈으로 “그 공을 제게 주세요”라고 말하고 있었지요. 부산 사직구장에서처럼 “아주라~, 아주라~”를 외치는 사람둘은 없었습니다. 마이크 씨는 그 소년의 눈빛을 보자마자 주저 하지 않고 곧바로 저지의 홈런공을 아이에게 건넸습니다. 소년은 너무 기쁜 나머지 울음을 터뜨렸고, 마이크 씨는 소년을 꼭 안아주었지요. 각종 메이저리그 사이트와 야구 기자들의 SNS를 장식한 훈훈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날인 5월 5일(물론 미국에는 어린이날이라는 게 없습니다). 뒤늦게 소식을 알게 된 저지는 소년을 경기가 열리는 로저스센터로 초대했습니다. 토론토에 살고 있는 이 소년은 양키스 팬인 아버지 때문에 ‘모태 양키스’ 팬이었지요. 아버지는 양키스의 전설적이 유격수 데릭 지터의 이름을 따 소년의 이름도 데릭이라고 지었습니다. 경기 전 타격 훈련을 마친 저지는 양키스 원정팀 더그아웃에서 데릭을 맞이했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었지요. 준비했던 사인 볼도 건넸습니다. 이 자리에는 소년에게 선뜻 공을 건넸던 마이크 씨도 함께 초대받았습니다. 토론토 외야수 조지 스프링거는 마이크 씨에겐 사인 유니폼을 선물했습니다. ‘아주라’를 실천한 덕분에 야구 아재과 야구 소년은 애런 저지라는 슈퍼스타와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맞은 것이지요. 저지는 현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야구팬이고, 모두가 야구를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저지에게 사인 볼을 받은 데릭은 또 다시 폭풍 눈물을 흘렸습니다. 불과 이틀 사이 그는 평생 자랑거리인 두 가지 큰 선물을 받은 것이지요.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저지는 안방인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토론토와의 경기에 데릭의 가족과 마이크 씨 가족을 다시 한 번 초대하기로 했습니다. 이 모습 역시 각종 매체들을 통해 시청자들과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되겠지요. 야구는 경기장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는 야구의 위기론 속에서도 메이저리그가 여전히 ‘국민 여가(National Pastime)’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할 것입니다. 야구는 여전히 이렇게 아이 어른을 가리지 않고 꿈과 희망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애런 저지라는 슈퍼스타가 만들어낸 ‘감동 드라마’이지요.이헌재 기자 uni@donga.com}2022-05-06 10:14
왕년의 야구스타에서 어린이집 교사로…日타격왕이 100세 시대를 사는 법[이헌재의 B급 야구]최근 일본에서는 왕년의 프로야구 스타의 어린이집 선생님 변신이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1980년대~1990년대 초까지 일본프로야구(NPB) 롯데 오리온스(현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뛰었던 다카자와 히데아키 씨(64)입니다 다카자와 씨는 한국 팬들에게 그리 익숙한 이름은 아닙니다. 하지만 묵묵하고 성실한 플레이로 1988년에 타율 0.327로 타격왕에 오른 적이 있는 스타 출신입니다. 1987년에는 올스타전 MVP로도 선정됐고, 골든글러브도 3차례나 수상했지요. 한국 선수와의 인연도 있습니다. 선수에서 은퇴한 후 다카자와 씨는 지바 롯데 마린즈에서 주로 2군 타격 코치로 활동했었는데요. 2004년 지바 롯데에 입단한 ‘국민타자’ 이승엽이 그의 지도를 받았습니다. 일본 무대 첫 해 고전했던 이승엽은 시즌 중 2군행을 지시받았는데 그 때 이승엽의 부진 탈출을 도운 게 다카자와 씨였지요. 그렇게 한 평생 야구와 함께 살아 온 다카자와 씨는 올해 4월부터 요코하마 시의 한 보육원에서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1세 반의 담임선생님이지요. 몇몇 아이들은 그를 ‘아저씨 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그의 변신은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요. 최근 그는 일본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전직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는 “롯데 코치를 마친 뒤 ‘마린즈 베이스볼 아카데미’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야구를 가르쳤다.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좋았다. 야구를 그만두고 무엇을 하면서 남을 인생을 살지 고민하던 때에 아이들과 관계된 일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어린이집 선생님이 되려 한 건 아니었습니다. 어린이집 보조 교사로 일해 볼까 하는 정도의 생각이었는데 문제는 “자격증이 없으면 아이들을 돌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때마침 한 보육원의 원장이 보육사 자격증을 딸 것을 권했고 그는 곧바로 전문학교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의 나이 61세 때였습니다. 60대 신입생의 전문학교 생활은 좌충우돌 그 자체였습니다. 전혀 생소한 분야인데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는 것도, 리포트를 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피아노도 칠 줄 알아야 했기에 따로 개인 레슨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2년간의 수련을 끝난 후 자격증을 땄고, 마침내 정식 어린이집 교사를 일하게 됐습니다. 그는 어린이집 교사 생활을 야구와 비유해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어린이집 일도 야구처럼 팀플레이가 필요하다. 누군가가 한 명의 아이를 보살피고 있으면 눈이 닿지 않는 곳은 다른 보육교사가 커버해야 한다.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60대 어린이집 선생님이 된 그의 변신에 주변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그는 “예전 야구 동료들이나 지인들이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대단하다’, ‘힘내라’, ‘용기를 얻는다’ 등등의 말을 해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응원의 말을 건넸습니다. “60세를 넘은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냉혹한 프로야구의 세계에서 꿈을 이루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게 특히 강조하고 싶다. 인생은 지금부터가 길다. 너무 눈앞에만 얽매이지 말고 배우고 또 배우는 것이 선택지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전하고 싶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2022-04-30 09:23
‘이용규의 난’은 실패했지만 S존을 향해 더 거세지는 반발 [이헌재의 B급 야구]2년 전 시즌 초반의 일이었습니다. 당시 한화 이글스에서 뛰던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는 5월 7일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결승타를 친 뒤 방송사 인터뷰에 임했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이용규는 뜻밖의 작심 발언을 합니다. “선수들 대부분이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의 일관성에 대해 불만이 굉장히 많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뒤집어 졌습니다. 바로 하루 뒤 해당 경기 심판조 전원(5명)에게 퓨처스리그(2군) 강등이라는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허운 KBO 심판위원장은 “오심이 얼마나 나왔느냐를 두고 따지기에 앞서 선수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그래서 징계를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2년이 지났습니다. KBO 심판들은 선수들로부터 얼마나 신뢰를 받고 있을까요. 시즌이 시작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다시 이용규가 나섰습니다. 작년부터 키움 히어로즈에서 뛰고 있는 이용규는 시즌 3번째 경기인 5일 LG 트윈스전에서 말 대신 행동으로 심판 볼판정에 대해 불만을 표현했습니다. 9회말 바깥쪽으로 빠졌다고 생각한 공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돼 삼진 아웃을 당하자 배트를 타석에 그냥 둔 채 더그아웃으로 향했습니다. 항의의 뜻으로 받아들인 주심은 이용규를 향해 곧바로 퇴장 명령을 내렸습니다. 올 시즌 1호 퇴장이었지요. 2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시즌에 앞서 이미 예견된 바였으니까요. 올 시즌에 앞서 KBO는 스트라이크 존 정상화를 향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시즌에 앞서 허운 심판위원장이 직접 나서 언론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기도 했지요. 정상화라는 표현을 썼지만 실제로는 스트라이크 존을 예전에 비해 넓히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볼로 판정되었던 공이 이제는 스트라이크 콜을 받습니다. 투수는 유리해지지만 타자는 불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슬아슬하게 긴장을 유지해오던 심판과 타자들의 갈등은 그런데 지난 주말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듯 합니다. 그 동안 타자들은 높은 공이나 바깥쪽으로 빠진 듯한 공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아도 꾹 참아왔습니다. 그런데 주말 주말을 기점으로 타자들의 본격적인 발발이 시작됐습니다. 23일에는 LG의 간판타자 김현수와 삼성 외국인 타자 피렐라가 스트라이크 존 판정에 반발에 항의하다 하루에 모두 퇴장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김현수의 경우는 예전처럼 강한 항의가 아니라 주심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정도였지만 구심은 퇴장을 명했습니다. 삼성 임시 주장 피렐라도 롯데와의 경기에서 5회 스트라이크 콜에 항의하다 퇴장조치 됐습니다. 하루 앞선 22일에는 NC 다이노스 손아섭이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바깥쪽 높은 공에 삼진 아웃을 당한 뒤 펄쩍 뛰며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던 장성우에게 “이게 스트라이크야? 스트라이크냐고?”라며 크게 소리치며 항의하는 보기 드문 일도 있었습니다. 심판을 향한 항의가 아니었던 탓에 퇴장을 면했지만 손아섭은 덕아웃으로 돌아간 뒤에도 한참 동안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같은 일들이 날이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용규나 김현수, 손아섭 등은 국내 최정상급 타자들입니다. 타자이기에 앞서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는 전문가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십년 넘게 수천 번 타석에 들어선 이들은 볼을 골라내는 장인(匠人)들입니다. 이들 눈에 이상하게 보이는 공은 실제로도 이상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순간에 바뀌어버린 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지요.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은 한편으로는 ‘밥그릇’ 싸움이기도 합니다. 타자들에게 안타 하나, 볼넷 하나는 이듬해 연봉과 직결될 수 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의 볼 판정 하나에 따라 안타와 타점이 날아갈 수 있습니다. 하루 이틀이야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판정이 계속 쌓이면 언젠가는 폭발하지 않을까요. 각 팀 사령탑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라 각 팀 벤치에서도 숨을 죽이며 조용히 지켜보는 편입니다. 불만이 있어도 드러내놓기보다는 조심스럽게 지적하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순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심판의 볼 판정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순간의 볼 판정 하나는 해당 경기는 물론이고 시즌 전체의 판도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선수가 폭발하고, 벤치가 이어받고, 언론이 받아쓰고, 팬들까지 들고 일어날 경우 그 파급력은 어디까지 갈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확대된 스트라이크 존은 분명 KBO가 원했던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26일 경기 전까지 올 시즌 9이닝 기준 경기 시간은 3시간 6분으로 작년 3시간 14분에 비해 8분이나 줄었습니다. 투수들의 경기 당 볼넷 허용 개수도 8.96개에서 6.42개로 감소했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타자들의 불만은 어떻게 최소화하면서 현재의 스트라이크 존을 시즌 마지막까지 유지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입니다. 매일같이 수비 훈련을 하는 선수들도 실책을 범하듯 하루에 300개 안팎의 볼에 판정을 내리는 심판도 인간이니만큼 실수를 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확실한 것은 자칫하면 언제든 예전과 같은 좁은 스트라이크 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심판들 역시 싫은 소리 듣기 싫고, 욕 먹고 싶지 않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니까요.이헌재 기자uni@donga.com 이헌재 기자uni@donga.com}2022-04-26 10:25
공만 빨랐던 사사키 로키를 ‘퍼펙트 투수’로 바꾼 특별한 1년[이헌재의 B급 야구]‘로키’ 하면 누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어느덧 아재가 된 필자에게는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전설적인 복서가 떠오릅니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주연으로 나오는 로키(Rocky)는 풋 워크를 연상시키는 경쾌한 주제곡으로도 유명하지요. 사춘기 아들에게 로키를 아느냐고 물어보니 “디즈니플러스에서 만든 6부작 미드”라고 답하더군요. 평론가들과 일반 시청자들에게 극찬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야구팬들도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로키가 탄생했습니다.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의 괴물 투수 사사키 로키(佐¤木 朗希)입니다. 로키는 요즘 일본에서 가장 뜨거운 ‘야구 선수’를 넘어 ‘가장 뜨거운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1세의 프로 3년차 투수 사사키 로키는 10일 열린 오릭스 버팔로스와의 경기에서 9이닝 동안 105개의 공으로 27명의 타자를 완벽하게 제압하며 일본프로야구 16번째 퍼펙트게임을 달성했습니다. 1994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마키하라 히로미 이후 처음 나온 퍼펙트게임으로 역대 최연소(20세 5개월) 기록도 세웠지요. 뿐만 아니라 한 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19개), 연속 타자 탈삼진 신기록(13개) 등도 모두 갈아 치웠습니다. 참고로 퍼펙트게임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23번 나왔고, 40주년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에서는 아직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진귀한 기록입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17일. 니혼팸 파이터스와의 안방경기에 선발 등판한 사사키는 퍼펙트게임엔 단 1이닝이 모자란 8이닝 퍼펙트 피칭을 했습니다. 8회초까지 24명의 타자를 상대로 14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단 한 명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은 것이지요. 9회초에 구원 투수 마스다 나오야로 교체되면서 세계 최초의 2경기 연속 퍼퍽트게임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날 경기는 연장 10회초 솔로 홈런을 때린 니혼햄의 1-0 승리로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모든 관심을 받은 것은 17이닝 연속 퍼펙트 피칭을 이어간 ‘괴물’ 사사키였습니다. 사사키는 8회까지 102개의 공을 던졌습니다. 1이닝을 더 던질 법도 했지만 이구치 다다히토 감독은 과감하게 그를 교체하는 강수를 뒀습니다. “7회를 마쳤을 때 이미 녹초가 되어 있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8회에 교체할 생각이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대기록을 바랐던 야구팬들 중에는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사사키는 8회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을 때에도 16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렸거든요. 그런데 사사키라는 괴물 투수는 어떻게 이렇게 깜짝 스타로 출현할 수 있었을까요. 사실 사사키는 고교 3학년이던 3년전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운명의 한일전에도 출전한 적이 있는 투수입니다. 2019년 부산 기장에서 열린 제2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그 무대였습니다. 당시 오후나토고에 재학 중이던 사사키는 대회 전 열린 합숙 연습대회에서 163km의 강속구를 스피드건에 찍었습니다. 이는 이전까지 일본 고교야구 최고 강속구였던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160km를 훌쩍 뛰어넘은 기록이었지요. 그래서 그 대회에도 수백 명의 일본 취재진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찾아 한국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한국과의 슈퍼라운드 2차전에 선발 등판한 사사키의 투구는 한마디로 ‘기대 이하’ 였습니다. 160km가 넘는다던 직구 최고 구속은 불과(?) 153km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제구가 엉망이었습니다. 삐쩍 마른 몸을 짜내듯이 던지는 투구 폼도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당시 사사키는 오른손 중지 물집 부상으로 1이닝 동안 19개의 공만 던진 후 허탈하게 마운드를 내려갔습니다. 단순히 공만 빨랐던 사사키가 진정한 ‘괴물 모드’로 개조를 시작한 것은 프로 입단 후입니다. 2020년 지바 롯데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것이 어찌 보면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로 신인이던 그해 사사키는 1차 지명 유망주답게 1년 내내 1군에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말 그대로 1군에 머물기만 했을 뿐 경기에 출전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시험 삼아 등판 기회를 줄만도 했지만 이구치 감독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아직 경기에 나설 만한 수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렇다고 2군으로 내려서 경기를 뛰게 하지도 않았습니다. 아픈 데도 없었던 사사키는 1년 내내 경기에는 전혀 나서지 않으면서 모든 1군 일정을 동행할 뿐이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그는 흔히 말하는 ‘육체강화’에 주력했습니다. 철저한 스케줄에 따라 몸을 불리고, 근력을 키웠습니다. 동시에 제구력을 잡는데도 많은 노력을 했지요. 그리고 지난해 비로소 1군 무대에 11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그는 마침내 괴물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올 시즌 그는 최고 164km의 빠른 공을 던졌습니다. 매 경기 160km 이상의 빠른 공을 수시로 뿌립니다. 그것도 제구가 되는 160km대의 빠른 공입니다. 직구 하나만으로도 타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일텐데 그는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를 포크폴을 잘 던집니다. 포크볼 구속은 KBO리그 투수들의 평균 직구 구속에 필적하는 140km대 중반입니다. 그는 이 포크볼로도 스트라이트와 유인구를 던질 줄 압니다. 직구와 포크볼 단 두 가지 레퍼토리로 마운드를 평정해 버린 것이지요. 올 시즌 4경기에 등판한 그는 31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을 무려 56개나 잡았습니다. 9이닝을 기준으로 하면 16.26개라는 경이적인 숫자가 나옵니다. 지금대로라면 사사키는 내년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일본 대표팀 승선이 유력합니다. 한국 타자들로서는 오타니 쇼헤이에 이어 또 한 명의 ‘괴물’을 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될 것입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2022-04-18 13:45
전직 야구기자가 본 윤석열 당선인과 야구의 친밀도 [이헌재의 B급 야구]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야구 명문’ 충암고를 나왔습니다. 충암고 동문들은 ‘충암고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야구라는 키워드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는데요. 윤 당선인은 야구와 얼마나 가까운 걸까요. 윤 당선인이 야구에 대한 관심을 대외적으로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작년 대선 후보시절이었습니다. 작년 9월 충암고를 찾아 “우리 충암 동문들의 사회 맹활약도 충암고 야구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요. 윤 당선인은 충암고 야구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선수들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충암고 야구부는 1970년 창단했습니다. 8회 졸업생인 윤 당선인이 고교 2학이던 1977년 봉황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충암고는 창단 첫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고교야구 전성시대였으니 동문들이 난리가 났던 건 당연한 일이었지요. 당시 우승 감독은 쌍방울, LG, SK, 한화 등에서 감독을 지낸 뒤 현재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이었습니다. 대회 MVP는 역시 SK와 KIA, KT 감독 등을 지내며 한국시리즈 우승도 차지했던 조범현 감독이었지요.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모교 야구부에 대한 기억은 윤 당선인에게도 뿌리 깊이 박혀 있을 것입니다.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로 모교를 방문하기 직전 충암고 야구부는 고교 4대 전국대회 중 하나인 청룡기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앞서 열린 대통령배마저 제패해 2관왕에 올랐지요. 전국대회 우승이란 게 결코 쉬운 게 아닙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윤 당선인의 고교 시절 첫 우승이 나왔고, 대선 후보시절에 두 차례나 우승이 더해졌던 것이지요. 당시 충암고 야구부 주장은 윤 당선인을 향해 각본에 없던 돌발질문을 던졌습니다. “내년에도 학교 야구팀이 좋은 성적을 올리면 (청와대로) 초청해 주실 건가요”. 윤 당선인은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물론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는 선수들과 함께 러닝을 하고 캐치볼을 하는 사진들을 언론사에 전달했었는데요. 전직 야구기자이자 사회인 야구도 좀 해 본 기자의 눈에 그 사진들은 상당히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이 야구 유니폼을 입고 캐치볼을 하거나 배팅 연습을 하는 건 흔한 장면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모습이 어색해 보이곤 합니다. 제대로 야구 한 번 해 본적 없는데 연출사진을 찍으려니 그랬었겠지요. 하지만 윤 당선인은 달랐습니다. 글러브를 낀 왼손이나 공을 던지는 자세가 흔한 말로 ‘예전에 공놀이 좀 했구나‘ 하는 느낌을 줬습니다. 와인드업 자세도 그렇고, 공을 손에서 뿌리는 동작도 그럴 듯 했습니다. 사실 야구는 배가 좀 나오고, 조금 뚱뚱해도 즐길 수 있는 종목이기도 합니다. 윤 당선인의 야구 관련 사진은 작년 11월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1차전 때 다시 대량으로 공개됐습니다. 당시 윤 당선인은 한국 야구국가대표팀 야구 점퍼에 야구 모자를 썼습니다. 손에는 글러브를 들고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관전했지요. 그런데 야구팬들의 시선으로 볼 때 그 모습 또한 자연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지퍼를 열어젖히고 좌석에 편하게 걸터앉은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야구 아재’의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프로야구의 봄이 찾아왔습니다. 이제 윤 당선인은 당선인이 아닌 대통령의 신분으로 야구장을 찾을 것입니다. ‘야구광’ 윤 당선인이 대통령 재임 기간 야구장을 자주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통령이 종종 야구장 나들이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국정이 잘 굴러가고, 나라가 편안하다는 의미일 테니까요. 야구팬들과 ‘치맥’을 함께하며 소통까지 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요. 이헌재 기자 uni@donga.com}2022-04-09 10:02
‘퍼펙트’를 ‘퍼펙트게임’이라 부르지 못한 SSG 폰트의 비애[이헌재의 B급 야구]출범 40주년을 맞은 2022 KBO리그에 개막전부터 대기록이 나올 뻔했습니다. 1982년 이후 작년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퍼펙트게임’이 바로 그 기록입니다. SSG 랜더스 2년차 외국인 투수 윌머 폰트(32·베네수엘라)는 2일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9이닝 동안 27명의 타자를 상대로 단 한 개의 안타나 사사구를 내주지 않고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습니다. 한마디로 ‘퍼펙트’한 피칭을 한 것입니다. 문제는 SSG타선 역시 정규이닝인 9이닝 동안 한 점도 내지 못한 것입니다. SSG는 10회초 공격에서 4점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폰트는 이미 몸 풀기를 중단하고 10회말 등판을 접은 후였지요. 어찌 보면 다소 허탈하게 40년만의 대기록은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퍼펙트게임이 성립되려면 해당 경기의 끝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비록 팀은 4-0으로 승리했지만 폰트는 페펙트 투수가 아닌 단지 선발승을 거둔 투수가 됐습니다. 사실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찾아올 지는 누구도 알 수 없기에 실망을 표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김원형 SSG 감독 역시 “팬들께 죄송하다”고 사과의 말을 전했습니다. 다만 그는 “사령탑으로서 냉정한 판단을 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폰트의 투구 수는 104개였습니다. 선발 투수로서 그리 많은 투구 수라고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이날이 시즌 첫 번째 경기였고, 상대 에이스와의 대결이었던 만큼 피로도가 훨씬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개의 투수들은 시즌 초반 90~100개를 시작으로 시즌을 치러가면서 공 개수를 늘려갑니다. 5, 6월 정도 되면 120개 안팎의 공을 던지곤 합니다. 김 감독 역시 “폰트의 투구수를 90~95개라고 생각했다. 9회에 등판시키면서 105개가 한계라고 생각했다. 폰트가 9회를 마치고 내려왔을 때 여기까지 하자, 고생했다고 얘기했다, 본인도 많이 힘들어하는 상태였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리그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퍼펙트게임은 동명의 영화로 제작된 적이 있습니다. 박희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2011년 작 ‘페펙트게임’입니다. KBO리그의 전설적인 두 투수 최동원과 선동열의 맞대결을 그린 바로 그 작품입니다. 이날 두 투수들의 피칭은 기록적으로는 퍼펙트피칭이 아니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안타와 볼넷, 그리고 득점까지 허용했으니까요. 다만 두 투수들은 폰트가 하지 못했던 해당 경기를 끝까지 던지는 의미의 퍼펙트게임을 했습니다. 1987년 5월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두 투수는 연장 15회까지 공을 뿌리며 2-2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단 4점밖에 나지 않은 그 경기는 무려 4시간 56분간 이어졌습니다. 최동원은 60타자를 상대로 209개의 공을 던졌고, 선동열은 56명의 타자에게 232개의 공을 던졌습니다. 그렇게 영화에나 나올 법한 ‘퍼펙트게임’이 치러진 것이지요. 지금과 당시는 많은 게 달라졌습니다. 최동원과 선동열이 활약했던 당시에는 투수 수 조절이라는 개념이 지금처럼 강하지 않았습니다. 감독이 던지라면 던졌고, 감독이 던지지 말라고 해도 자신이 알아서 던지곤 했던 때입니다. 눈앞에서 날아간 폰트의 대기록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당시의 투혼이 조금은 그리워집니다. 요즘은 많은 투수들은 자신의 한계를 일찌감치 결정지어 버리곤 합니다. 예전 선발 투수의 목표는 한 경기를 완전히 던지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많은 투수들이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에 만족하곤 합니다. 덕분에 예전보다 부상에 시달리며 일찍 선수 생활을 접는 경우가 줄어들었습니다. 반대 급부로 팬들을 감동시켰던 스토리도 많이 줄어즐었지요. 이미 꼰대가 된 아재 야구팬의 한 명으로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4승을 모두 책임진 최동원이 남긴 명언이 새삼 떠오릅니다. “마, 함 해 보입시더.”이헌재 기자 uni@donga.com}2022-04-04 13:40
“2022년은 한국 스포츠 산업화 원년… 우리도 ‘나이키’ 같은 기업 키워야죠”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많은 곳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십 년간 흑자 행진을 이어오던 국민체육진흥공단도 예외가 아니다. 경륜·경정이 제대로 열리지 못했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대관 규모도 축소되면서 공단은 1000억 원 넘는 민간 차입을 해야 했다. 하지만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 대한민국 체육계를 위한 체육진흥기금 마련과 스포츠산업 육성, 그리고 국민건강 진흥이다. 최근 서울 올림픽공원 내 사무실에서 만난 조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61)은 “올해는 모두가 어려웠던 시기였지만 역대 최대인 2조 원 가까운 체육진흥기금을 조성할 수 있었다. 새해에는 체육계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스포츠를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공단이 더욱 앞장서서 뛰겠다”고 말했다. 공단은 올해 스포츠산업 분야에 3528억 원을 지원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벼랑 끝에 몰린 스포츠 관련 업체 452곳에 1361억 원의 자금을 융자해줬다. 공단은 이에 머물지 않고 새해에는 한국의 스포츠 기업들이 세계로 진출하는 데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조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청년들의 일자리가 부가가치 높은 문화, 스포츠 콘텐츠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스포츠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공단도 미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려 한다”고 말했다. 공단은 올해 2월 스포츠 기업들을 위한 스포츠산업종합지원센터를 올림픽공원 내에 설치했다. 사무 공간은 물론이고 사업 상담 및 행정 서비스, 특허 및 법률, 해외 판로 개척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조 이사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스포츠 기업들은 영세한 편이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기업이 없다.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세계로 뻗어나가려면 많이 알려야 한다. 우리나라 스포츠산업에서도 유니콘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적극 도우려 한다”고 말했다. 공단은 내년도 스포츠산업 육성 분야 지원을 위해 올해보다 36% 이상 증가한 4804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공단이 있는 올림픽공원도 내년부터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리모델링 중인 올림픽파크텔이 내년에 다시 문을 열고, 2023년에는 ‘88 서울 올림픽’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올림픽회관과 스포츠 콤플렉스가 완공된다. 국립체육박물관도 들어선다. 내년에는 서울 올림픽 때 사용됐던 6개 경기장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벨로드롬도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국제공인 기준의 자전거 경기장을 만들고 위에는 돔을 씌워 각종 문화행사도 개최할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조성한다. 2025년 말 완공해 2026년 개관하는 게 목표다. 평화의 광장에 있는 평화의 문도 개보수해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공사가 완료되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가 올림픽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조 이사장은 “서울 올림픽의 유산으로 탄생한 올림픽공원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명소다. 이 공간을 더욱 명품화해 더 많은 분이 찾아와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2021-12-31 03:00
양현종도 100억 클럽… 손아섭 NC행, 강민호는 삼성 잔류프로야구 KIA가 올해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에이스 양현종(33)을 품에 안았다. KIA는 24일 양현종과 4년 최대 103억 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보장액은 55억 원(계약금 30억 원, 연봉 합계 25억 원)이고 옵션은 전체 금액의 절반 가까운 48억 원이다. 양측은 22일 만남에서 보장액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불과 이틀 뒤 재협상 끝에 총액 100억 원이 넘는 대형 계약에 합의했다. 서로가 조금씩 양보한 결과다. KIA로서는 양현종에게 통산 10번째이자 투수 FA 역대 최초 ‘100억 클럽’이라는 타이틀을 안겼다. 전날까지 KBO리그에서는 모두 9명의 100억 원대 계약자가 나왔지만 이들은 모두 타자였다. 광주 동성고를 졸업하고 2007년 KIA 유니폼을 입은 양현종은 지난해까지 14시즌 동안 425경기에 등판해 147승, 95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KBO리그 통산 다승 4위, 탈삼진 4위(1673개), 이닝 7위(1986이닝)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텍사스와 계약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양현종은 1승도 거두지 못한 뒤 KBO리그 복귀를 결정했다. 양현종은 “최고 대우로 다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게 해주신 구단과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단단하게 몸을 만들어 KIA가 12번째 우승을 달성하는 데 전력을 쏟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본의 아니게 협상 과정에서 나온 여러 이야기들로 팬 여러분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죄송스럽고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33)은 ‘낙동강 라이벌’ NC로 이적했다. NC는 외야수 손아섭과 계약금 26억 원, 연봉 총액 30억 원, 인센티브 8억 원 등 총액 64억 원에 FA 계약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부산고 출신 손아섭은 올해까지 15년간 롯데에서만 뛰며 통산 타율 0.324를 기록한 리그 대표 교타자다. 그는 “제 야구 인생 마지막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다. 그 부분이 제 마음을 움직이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2020년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인 나성범(현 KIA), 에런 알테어와 결별한 NC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박건우(전 두산)에 이어 손아섭까지 잡아 전력 공백을 메웠다. 개인 세 번째 FA 자격을 얻은 포수 강민호(36)는 원 소속팀 삼성과 4년 최대 36억 원에 계약했다. 계약금 12억 원, 연봉 합계 20억 원, 인센티브 합계 4억 원이다. 지난 두 번의 FA 계약을 통해 155억 원을 벌었던 그는 이번 계약으로 FA 계약금액 총액을 191억 원으로 늘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2021-12-25 03:00
한국 빙속, 베이징 티켓 男 8장-女 5장 따내이승훈(IHQ)과 김보름(강원도청), 차민규(의정부시청), 김민석(성남시청) 등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메달리스트들이 내년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메달에 도전한다. 23일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발표한 베이징 올림픽 국가별 스피드스케이팅 출전권 획득 현황에 따르면 한국은 남자 500m 2장, 1000m 2장, 1500m 1장, 매스스타트 2장, 팀 추월 1장 등 총 8장의 쿼터를 따냈다. 여자 선수들은 500m 1장, 1000m 2장, 매스스타트 2장 등 총 5장의 출전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남자 5000m와 1만 m, 그리고 여자 1500, 3000, 5000m, 팀 추월은 쿼터 획득에 실패했다. 남자 500m에선 세계랭킹 8위 김준호(강원도청)와 11위 차민규가 출전한다. 김준호는 지난달 월드컵 2차 대회 남자 500m에서 4위를 기록하는 등 월드컵 1∼4차 대회 기간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기록해 메달을 기대할 만하다. 차민규는 평창 올림픽 이 종목 은메달리스트다. 평창 올림픽 남자 1500m 동메달리스트인 김민석도 같은 종목과 1000m에 출전한다. 평창 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딴 이승훈과 그를 도운 정재원(서울시청)도 나란히 베이징 무대에 선다. 평창 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 은메달리스트 김보름도 2연속 메달에 도전한다. 베이징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쿼터는 월드컵 1∼4차 대회 성적을 바탕으로 배분됐다. 추후 결원이 발생하면 추가로 획득할 수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2021-12-24 03:00
스노보드 이상호, 은메달 추가해 랭킹 1위로한국 스키 사상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따낸 ‘배추 보이’ 이상호(26·하이원)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상호는 19일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열린 2021∼2022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다리오 카비에첼(스위스)에게 져 은메달을 따냈다.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 평행대회전 금메달과 평행회전 은메달을 따낸 이상호는 시즌 세 번째 메달을 목에 걸며 랭킹 포인트 300점으로 시즌 종합 1위에 올랐다. 2위 슈테판 바우마이스터(독일·210점)를 크게 앞서고 있다. 66명이 출전한 이번 대회 예선을 3위로 통과한 이상호는 16강전에서 아비드 아네르(오스트리아)를 4.92초 차로 크게 따돌리고 8강에 안착했다. 준준결승에서 다니엘레 바고차(이탈리아)를 0.33초 차로 제쳤고, 4강에서는 상대 선수 팀 마스트나크(슬로베니아)가 완주에 실패하면서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는 카비에첼과 접전을 벌였으나 0.06초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상호는 “4강전 초반 넘어져서 움찔했는데 빠르게 회복했고, 상대 선수 실수 덕에 쉽게 이길 수 있었다”며 “결승에서는 이긴 줄 알았는데 너무 아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알파인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스키 사상 최초로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이상호는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에서 2회 연속 메달의 기대감을 키워가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2021-12-20 03:00
박사과정 입학 서용빈 “공부하며 생각 넓어져”“우승한 것 못지않게 기분이 좋네요.” 13일 만난 서용빈 프로야구 KT 퓨처스(2군) 감독(50·사진)은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소속팀 KT는 지난달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창단 첫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 또 하나의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대학원 박사과정 합격 통지였다. 지난달 2022년도 한국체대 대학원 체육학과 일반전형에 응시한 서 감독은 만만치 않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증을 받았다. 전공은 스포츠코칭이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의 박사과정 도전은 흔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KBO리그 현역 코칭스태프가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서 감독은 “2018년부터 한국체대 대학원에 입학해 올해 여름 석사과정을 마쳤다. 석사 공부를 하면서 몰랐던 것들을 정말 많이 배웠다. 스포츠와 관련된 공부를 좀 더 깊이 있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994년 LG에 입단해 신인 시절 팀 우승을 이끌며 ‘신바람 야구’를 일으킨 서 감독은 2017년까지 LG 유니폼을 입은 뒤 은퇴 후 LG와 일본 주니치 등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 낮엔 훈련을 지휘하고 밤에 공부하며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잠시 야구계를 떠나 대학원에 진학한 것은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잘한 결정이었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대학원을 다니면서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 그동안 야구만 보고 달려왔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착하게 사는 사람들을 만나며 ‘겸손’이란 단어를 배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팀에 소속된 일원인 만큼 팀이 가장 중요하다. 조급하진 않다. 이왕 시작한 거 60세 안에 박사과정을 끝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2021-12-15 03:00
현역 첫 박사 꿈꾸는 서용빈 KT2군 감독 “인생도, 야구도 배움에는 끝이 없다”“우승한 것 못지않게 기분이 좋네요.” 13일 만난 서용빈 KT 위즈 퓨처스(2군) 감독(50)은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소속팀 KT는 지난 달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창단 첫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지난 주말 또 하나의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대학원 박사과정 합격 통지였다. 서 감독은 내년에 박사과정 신입생이 된다. 지난 달 2022년도 한국체대 대학원 체육학과 일반전형에 응시한 그는 만만치 않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증을 받았다. 전공은 스포츠코칭이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의 박사과정 도전은 흔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KBO리그 현역 코칭스태프가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남이 가 보지 않은 길을 선택한 서 감독을 서울 송파구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났다. -뜻밖의 도전인 것 같다. “2018년부터 한국체대 대학원에 입학해 올해 여름 석사 과정을 마쳤다. 석사 공부를 하면서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정말 많이 배웠다. 스포츠와 관련된 공부를 좀 더 깊이 있게 하고 싶었다.” 서 감독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SPOTV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주중에는 학교에 나가 수업을 듣고, 야구 중계는 주말에만 몰아서 했다. 방송사의 배려 덕분에 그는 결석 한 번 하지 않고 개근을 할 수 있었다. -해설할 때는 그렇다 쳐도 올해 2군 감독을 하면서 석사 논문을 완성했다는 게 놀랍다. “2군 훈련을 마치면 남아서 밤에 공부를 하고 논문을 정리했다. 방송 해설위원을 하던 지난해 어느 정도 논문의 틀을 잡아놓았고, KT에 합류한 올해는 틈틈이 논문을 다듬었다. 팀이나 선수단에 피해를 주면 안 되니까 주로 밤에 작업을 했다. 늦는 날은 밤 12시, 1시까지 감독실에 있었던 것 같다.” 서 감독이 쓴 논문 제목은 ‘KBO 우수 팀의 상황에 따른 공격 전술에 관한 사례 연구’다. 오랜 기간 프로야구 감독을 역임한 두 명의 감독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다양한 공격 전술을 다뤘다. 좀처럼 보기 힘든 야구 관련 논문이다. -해설과 공부 이후에는 2군 감독과 공부를 병행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사실 대학원 첫 해는 너무 힘들었다. 해설도 처음 해 본데다가 학교에서 공부를 해본 것도 너무 오랜만이었다. 안 해 보던 과제까지 해야 하니까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적응을 했고,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다.” -LG에서 화려한 선수 생활을 했고, 2017년까지는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와 LG에서 코치로 일했다. 왜 갑자기 공부를 시작했나. “사실 오래 전부터 뭔가를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컸다. 왜? 내가 많이 부족했으니까. 기술이나 실전은 수십 년간 해 왔다. 그런데 이론적으로 모자란 부분이 있었다. 이론까지 알게 되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지 않나. 2017시즌이 끝난 뒤 잠시 야구계를 떠나 대학원에 진학한 것은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잘 한 결정이었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게 뭐가 그렇게 좋았나? “일단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 거의 평생을 야구만 보고 살았다. 그런데 대학원에서 각 전공에서 최선을 다하는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분들과 대화를 하면서 사고의 폭이 넓어졌다. 한국체대 대학원에는 역학을 공부하는 분, 심리학을 전공하는 분, 교육학을 하는 분 등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다. 모두가 내게는 좋은 스승님이었다. 대학원 다니면서 결석을 거의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은 공부 자체보다는 학위를 위해 대학원에 가는데. “수업이 일주일에 두 번 있었는데 나는 학교에 4번 나갔다. 월, 화, 수, 목요일은 학교에서 살았다. 그만큼 재미있었다. 수업이 없는 날은 다른 전공 공부하는 사람들 만나서 같이 밥 먹고, 이야기 하고, 논문도 찾아보고 그랬다. 예전 학창시절 단국대에 다닐 때엔 야구부 훈련과 경기 일정 때문에 거의 수업을 듣지 않았다. MT도 못 가고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지 못했다. 그 때 못 누렸던 것들을 50살이 다 돼서 한껏 즐겼다.” -대학원 생활이 올해 KT 2군 감독을 맡은 뒤 어떤 영향을 끼쳤나. “석사, 박사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겸손’이란 단어를 가장 많이 배운 것 같다. 내 선수 생활과 코치 생활을 돌이켜 보니 스스로에겐 자만했고, 상대방에게는 배려가 부족했더라. 한 명의 인간으로서 항상 더욱 겸손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정말 열심히, 그리고 착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학생식당에서 내가 밥을 한 번 사면 그 사람들은 껌이나 캔 커피라도 하나 사서 보답했다. 그 분들 덕분에 올해 2군 감독을 맡은 뒤에서 항상 자세를 낮추고, 많이 들으려고 했다. 예전 같으면 혼낼 일도 지금은 혼내기보다는 가르치려 한다.” -박사 과정과 현역 지도자 생활을 함께 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박사 과정은 일단 공부하는 게 훨씬 많다. 야구도 야구지만 다른 분야의 것들은 더 폭넓게 볼 기회다. 하지만 팀에 소속된 일원인 만큼 팀이 가장 중요하다. 다만 코로나19 때문에 내년에 비대면 수업을 한다면 구단의 허락을 얻어 조금씩 시간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게 아니라면 휴학을 할 수밖에 없다. 조급하진 않다. 일단 박사 과정에 입학했으니 기회가 생길 때 공부를 하면 된다. 60살 안에 박사 과정을 끝내는 게 목표다.” -박사 과정이 야구 인생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 “일단 모든 일을 할 때 아는 게 중요하다. 선수를 가르칠 때건, 임무를 맡았을 때건 많이 알면 알수록 실패의 확률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선수-지도자 관계에서는 지도자자 정말 중요하다. 조직에서 리더가 중요한 것도 마찬가지다. 지도자의 말 한 마디, 원 포인트 레슨 하나가 한 선수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느낌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지식을 종합해서 가르치면 조금이나마 성공 확률을 높을 수 있다고 믿는다.” -올해 KT의 한국시리즈 우승 배경에는 2군의 도움도 있었을 텐데. “올해 KT 1군의 정규시즌 성적이 좋았다. 1군의 상황에 맞춰 2군이 준비해야 하는데 올해는 육성보다는 1군 지원 쪽으로 초점을 맞췄다. 시즌 초반 황재균이 코뼈를 다쳤을 때 김병희가 빈틈을 메웠고, 박경수가 부상으로 빠졌을 땐 강민국이 잘 버텨줬다. 이강철 감독님께서 2군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잘 받아들여주셨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공부를 하려는 야구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대부분의 야구 선수들이 공부보다는 운동만 했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공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해 본 적이 없으니 모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면 야구를 하면서 배우고 익힌 응용력이 발휘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수 특유의 성실함과 끈기가 있기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다.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첫 발을 내딛게 되면 생각했던 것 이상의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2021-12-14 11:31
[광화문에서/이헌재]패자의 품격과 승자의 배려, 모두가 만든 마법 이야기패배는 항상 뼈아프다. 다∼ 걸고 한판 하는 경기에선 더욱 그렇다. 프로야구에서는 한국시리즈가 모든 걸 다 걸고 치르는 무대다. 지난달 끝난 2021 한국시리즈의 주인공은 프로야구 제10구단이자 막내인 KT 위즈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까지 넘었던 두산 베어스는 정상 문턱에서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며칠 뒤 준우승팀 두산은 이례적으로 본보를 비롯한 신문에 전면광고를 실었다. 내용은 더욱 색달랐다. 제목부터 ‘KT 위즈의 우승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였다. 배경 사진으로는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두산 선수단이 3루 라인 쪽에 도열해 KT 선수단을 향해 박수를 보내는 사진을 썼다. 7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끈 김 감독은 시리즈 전 “2등은 서글프다. 1등을 해야 좋은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 싸우고 진 뒤에는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박수를 보내는 김 감독의 뒷모습에서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함께 내년을 향한 각오가 엿보였다. 구단은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도 같은 내용을 팬들에게 전했다. 우승팀 KT는 6일자 신문 전면광고를 통해서 화답했다. 목발 투혼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최우수선수(MVP) 박경수를 비롯한 KT 선수들의 사진과 함께 ‘모두가 한마음으로 만들어낸 마법 같은 이야기’라는 제목을 달았다. 내용에는 ‘끝까지 함께 뛰어준 두산 베어스와 모든 구단의 땀과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라고 썼다. 1년 전 한국시리즈 우승은 프로야구 제9구단 NC 다이노스가 차지했다. 역시 상대였던 두산은 한국시리즈의 패배가 확정된 뒤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고 올해처럼 도열해 창단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NC에 박수를 보냈다. 그 한 해 전인 2019년에는 우승한 두산 선수들이 상대팀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의 도열 박수를 받았다. 한국시리즈에서 진 팀의 ‘도열 박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5년 두산과 삼성이 맞붙은 한국시리즈부터였다. 당시 삼성 선수단은 1승 4패로 패한 뒤 그라운드에 남아 두산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류중일 당시 삼성 감독은 “상대가 우리보다 잘했기에 축하를 보내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동시에 우리 선수들이 정상에 선 두산 선수들을 보면서 뭔가를 느끼길 바랐다”고 했다. 삼성 선수들이 몸으로 실천한 ‘패자의 품격’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삼성 선수단 역시 뜻밖의 ‘도열 박수’를 받은 경험이 있다. 2011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 시리즈에서였다. 아시아 각국 프로야구 우승팀들의 클럽 대항전에서 삼성이 일본 챔피언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결승전에서 꺾고 우승했는데 당시 소프트뱅크 선수들은 더그아웃 앞에 도열해 삼성의 우승을 축하했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언제인가부터 작은 전통으로 자리 잡은 승자에 대한 존중과 패자를 향한 배려는 시즌 마지막을 훈훈하게 했다. 마법처럼 살아난 작은 온기가 내년에도 이어지길 기대한다.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2021-12-08 03:00
KIA 새 감독 김종국 “하나로 뭉치게 만들겠다”위기의 KIA를 구할 새 사령탑으로 김종국 수석코치(48·사진)가 임명됐다. 올해 9위에 그친 프로야구 KIA는 제10대 감독으로 김 수석을 선임했다고 5일 발표했다. 계약 기간 3년에 계약금 3억 원, 연봉은 2억5000만 원이다. 광주일고와 고려대를 나온 김 신임 감독은 1996년 해태에 입단한 뒤 2009년을 마지막으로 KIA에서 은퇴한 ‘타이거즈 맨’이다. 은퇴 후 코치 생활도 KIA에서만 했다. KIA 구단은 “누구보다 팀을 잘 알고 있다는 점과 조용하면서도 강단 있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수단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며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어 팀을 빠르게 정비하고 재도약시킬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명가 재건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돼 부담도 되지만 기대감이 훨씬 크다”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선수 시절 2루수로 활약했던 김 감독은 통산 타율은 0.247에 불과하지만 2002년에 50도루로 이 부문 1위에 오르는 등 주루 센스가 좋았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와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국가대표로 뛰었다. 장정석 전 키움 감독을 단장으로 영입한 KIA는 김 감독 선임에 이어 조만간 코칭스태프 인선을 매듭지을 예정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2021-12-06 03:00
이승우 K리그 온다… 수원FC 유니폼유럽 무대에서 뛰던 이승우(23·사진)가 프로축구 K리그1 수원FC 유니폼을 입고 국내 무대에서 처음으로 뛰게 됐다. 수원FC 관계자는 2일 “이승우가 입단에 합의했고 발표만 남긴 상태”라며 “이르면 3일 오전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다년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우는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 유소년팀 출신으로 2017년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9년 벨기에 리그 신트트라위던으로 이적한 이승우는 포르투갈 포르티모넨스에서 임대 선수로 뛰며 유럽 생활을 이어갔지만 지난달 신트트라위던과 계약이 해지됐다. 유럽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이승우는 K리그에서 축구 인생의 반전을 노리게 됐다. 경기 수원 출신인 이승우는 2017년 한국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전에서 ‘50m 질주’ 골 등 2골을 터뜨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유망주상을 받았다. 이후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그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2019년 아시안컵에서 국가대표로 뛰었으나 2019년 6월 이란과의 평가전 이후 성인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다. 올해 2020 도쿄 올림픽에도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다. 이번 시즌 K리그1에서 5위인 수원FC는 이승우를 영입해 2022시즌 한층 강한 전력을 갖추게 됐다. 이승우는 올 시즌이 끝난 후 겨울 캠프부터 팀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2021-12-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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