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조조정 반대” 선거유세 김무성, 집권여당 대표 맞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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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어제 울산 현대중공업 앞에서 열린 안효대 후보(울산 동) 지원유세에서 “현대중공업 가족들이 구조조정 없이 일하도록 특별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안 후보가 당선되면 조선업과 울산을 특별고용업종 지원 및 특별고용지역으로 정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이나 쉬운 해고는 더이상 없다”며 노동개혁 법안 반대를 주장했다. 아무리 한 표가 아쉬운 선거 막판이지만 국정을 책임져야 할 집권당 대표와 후보가 정부의 노동개혁 의지를 정면으로 뒤집는 약속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노동개혁 입법은 지난해 ‘9·15 노사정 대타협’ 이후 정부 여당이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핵심 법안으로 추진해온 것이다. 김 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노동개혁법 기간제법, 파견제법을 통과시키면 일자리 450만 개가 만들어지는데 여기 반대하는 후보에게 표를 찍어줘서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대표로서 소속 후보를 찍지 말라고 한 것과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 4분기부터 9개 분기(27개월) 연속 적자를 내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이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고용유지지원금, 실업급여 특별연장급여, 전직·재취업 등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자칫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쳐 ‘좀비 기업’으로 연명할 우려가 있다. 새누리당이 공약한 ‘한국형 양적완화’도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철강업과 건설업 등 다른 구조조정 대상 업종들도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하면 다 들어주다 나라 경제를 망칠 참인가.

무엇보다 선거 운동에서 민간 기업에 구조조정 여부를 약속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삼성 자동차 전장사업 광주 유치 발언에 대해 “재벌개혁을 주장했던 사람이 대기업 힘을 빌려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중적 발상”이라고 비난하지 않았던가. ‘야당이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고 말해 온 김 대표는 ‘야당 심판론’을 거론할 자격이 없어질 판이다.

가뜩이나 정책도, 비전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 4·13총선이다. 그래도 집권 여당이면 야당과는 격이 다른 선거운동을 보였어야 한다. 새누리당이 김종인 대표의 억대 금 보유와 외제 명품 시계를 뒤늦게 문제 삼은 것도 수준을 의심케 한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 등록 당시 재산 총액을 88억 원으로 신고했다. 본인이 순금 1.5kg, 배우자가 6.7kg을 보유한 사실도 밝혔다.

집권당 대변인이 김 대표의 재산 형성 과정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단지 액수가 많다는 이유로 무조건 비판한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돈이 많기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약 138억 원)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약 1629억 원)도 마찬가지다. 선거 막판이라고 아무 말이나 하고 선거에 개입하려 든다면 집권 세력의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김무성#울산 현대중공업#안효대#노동개혁 법안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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