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유필화]요즘 회장님은 ‘인문학 책벌레’

  • 입력 2008년 4월 21일 02시 54분


경영은 한편으로는 고객들에게 한층 더 높은 부가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러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원가를 내리려고 애쓰는 인간의 활동이다. 경영자는 다루기 힘든 회사 안팎의 수많은 사람을 다독거려 가며, 그리고 위험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환경 속에서 이런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더구나 오늘날처럼 경쟁이 더욱 극심해지고 참신한 경영 아이디어가 점차 드물어지는 듯한 시대의 경영자는 참으로 외로운 존재다. 그런데 이러한 시대일수록 인문학 및 인문학적 소양은 경영자의 친근한 벗이자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경영은 위험과 불확실성의 보금자리이므로 경영자는 늘 크고 작은 어려움에 부닥치게 되어 있다. 또한 고객들이나 경쟁사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우리 회사 직원들도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쉴 새 없이 들이닥치는 각종 시련은, 실은 회사의 강장제다. 말 안 듣는 사람들을 다루다 보면 나의 리더십이 개발된다. 이렇게 장애 가운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볼 수 있는 경영자의 지혜는 회사가 어려울 때 특히 큰 힘을 발휘한다. 이와 같이 방해하는 것이 오히려 성취로 이끄는 것임을 아는 힘은 끊임없는 철학적 성찰에서 나온다.

기업을 궁극적으로 지켜주는 것은 이렇게 수시로 스스로를 되돌아볼 줄 아는 최고경영자의 경영철학이다. 그리고 현인들의 지혜가 스며 있는 철학은 경영자로 하여금 자신의 회사에 맞는 자신만의 경영철학을 정립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기업경영의 본질은 고객을 위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창조적 활동이다. 그런데 창의성의 핵심은 바로 상상력이다. 그래서 인문학적 소양에 바탕을 둔 상상력은 경영의 엄청난 활력소가 될 수 있다. 특히 빼어난 문학작품은 상상력이라는 보물의 무진장한 창고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풍부한 영감의 원천이고, 삼국지와 열국지만큼 훌륭한 경영전략과 리더십의 교과서는 아직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보기에서 보듯이 인간 상상력의 집대성인, 뛰어난 문학작품의 감상을 통해 경영자는 삶과 경영을 더 넓고 깊게 그리고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꿈과 상상력은 자연히 커지게 마련이다. 한마디로 말해 문학을 통해 경영자는 자신의 내면과 만나게 되며 자신과의 만남은 더욱 창의적인 경영활동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끝으로 경영과 역사의 관계를 생각해보자. 역사는 이미 증명된 바와 같이 카를 마르크스나 슈펭글러가 주장한 것처럼 어떤 불변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 인류역사를 되돌아보면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은 거의 변하지 않은 듯하다. 석가모니와 공자, 그리고 플라톤 등의 현인들이 인간과 인간의 행동에 대해 말한 내용은 예나 지금이나 대체로 다 들어맞는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 일어나는 현상과 미래를 과거의 비슷한 사례에 비추어 해석할 때 귀중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역사의식이 약하면 잠시 나왔다가 사라지는 경영분야의 일시적 유행어나 풍조에 빠지기 쉽다. 역사는 우리에게 새로운 안목을 열어주고, 미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미래를 내다보며 끊임없이 발전적으로 변신해야 하는 현대의 경영자들에게 역사지식과 그것으로부터 얻는 통찰은 매우 믿음직스러운 경쟁우위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창의성과 상상력을 나날이 더 중시해야 하는 현대의 경영자들에게 인문학과 인문학적 소양은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경영자가 인문학에 더욱더 큰 관심을 기울이게 되기를 희망한다.

유필화 성균관대 SKK GSB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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