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형준]한국과 中東사이‘편견’이 있었다

  • 입력 2005년 12월 2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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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부터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의 중동 5개국 순방을 동행 취재한 기자는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옛말을 실감했다.

본보 국제부에 근무할 때 중동을 담당해 이 지역에 대해 나름대로는 아는 편이라고 자부했지만 직접 눈으로 본 중동의 실상은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지난달 29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 모든 여성은 예외 없이 아바(머리까지 감싸는 검은 가운)를 입고 다녔다. 식사 때도 아바를 벗지 않은 채 입 부분의 천을 살짝 들어올려 입에 음식을 넣고는 다시 천을 내렸다. 한국 여기자도 호텔 문을 나설 때는 아바를 빌려 입어야 했다. 국왕이 머무는 왕궁에는 여성의 입장이 아예 금지됐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다른 방문국에선 중동 하면 떠오르는 테러 등 부정적인 연상이 편견이었음을 깨달아야 했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는 서울의 강남역 부근과 비슷했다. 이색적인 초고층 빌딩과 세련된 레스토랑, 반바지 차림의 외국 관광객들이 넘치는 거리에선 테러의 공포를 찾기 어려웠다.

또 바닷가를 따라 호텔이 즐비한 카타르의 도하는 기자가 중동에 오기 직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취재했던 부산 해운대를 연상케 했다.

이들 국가에선 삶의 질도 높은 편이다. 아랍에미리트와 쿠웨이트, 카타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8000∼3만8000달러로 한국보다 높다. 대학까지 무료 교육을 받고 공공병원도 공짜다. 낮에는 국민 대부분이 3시간씩 낮잠을 즐긴다.

아랍에미리트의 한 교민은 “한여름에 한국보다 더운 것을 빼고는 아랍에미리트가 훨씬 살기 좋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난 한 한국 상사원은 “중동의 대부분 국가를 다녀봤지만 이라크를 빼고는 위험한 국가를 보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중동지역엔 열악한 여성 인권, 왕정체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테러 등 문제점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서구의 미디어에 비친 중동과 실제의 중동은 분명 달랐다. 변모하는 중동을 바로 보기 위해선 우리 눈에 씌어진 ‘편견의 아바’부터 던져 버려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것이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리야드에서

박형준 정치부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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