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을 생명으로 삼는 정보기관이 자발적으로 이런 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사실은 평가할 만하다. 이를 통해 국정원이 부끄러운 전비(前非)를 털어내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가정보기관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걱정 또한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내정된 민간위원들이 국가정보의 특수성에 대한 기본인식을 갖추고 있는가의 여부는 둘째로 치더라도 진보성향 중심의 인선(人選)이 최근 빚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 양상에 비추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국정원 과거사’는 매우 민감한 우리 현대사와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위원회 구성의 이념적 균형은 과거사 규명 결과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국정원은 위원회 운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민간위원들이 과거의 인권 침해와 불법행위를 파헤치는 일에 주력하는 사이 공개돼서는 안 될 국가기밀이 누설된다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하는 것이다. 자칫하면 정보기관 본연의 조직과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고 이는 곧 국익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민간위원들도 정보기관의 특수성을 감안한 책임 있는 행동을 약속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사와 현실에 대한 냉철한 균형감이 전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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