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원 과거사 규명, 균형감 있어야

  • 입력 2004년 11월 1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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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보기관 역사상 전례 없는 ‘실험’이 조만간 시작될 모양이다. 국가정보원이 발족시켜 이달부터 활동을 시작하는 ‘과거사건 진상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그것이다. 국정원은 시민사회단체들과의 협의를 거쳐 민간위원 10명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회는 집권당이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진실규명과 화해에 관한 기본법’에 따른 과거사 청산기구와는 별도기구다.

비밀을 생명으로 삼는 정보기관이 자발적으로 이런 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사실은 평가할 만하다. 이를 통해 국정원이 부끄러운 전비(前非)를 털어내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가정보기관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걱정 또한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내정된 민간위원들이 국가정보의 특수성에 대한 기본인식을 갖추고 있는가의 여부는 둘째로 치더라도 진보성향 중심의 인선(人選)이 최근 빚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 양상에 비추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국정원 과거사’는 매우 민감한 우리 현대사와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위원회 구성의 이념적 균형은 과거사 규명 결과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국정원은 위원회 운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민간위원들이 과거의 인권 침해와 불법행위를 파헤치는 일에 주력하는 사이 공개돼서는 안 될 국가기밀이 누설된다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하는 것이다. 자칫하면 정보기관 본연의 조직과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고 이는 곧 국익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민간위원들도 정보기관의 특수성을 감안한 책임 있는 행동을 약속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사와 현실에 대한 냉철한 균형감이 전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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