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병, 치안유지에서 문화까지

  • 입력 2003년 10월 21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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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은 이제 1라운드를 넘겼을 뿐이다. 어떤 성격의 부대를 어느 규모로 보내 무슨 임무를 수행하도록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이 파병 여부 못지않게 중요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파병 결정 배경을 설명하면서 “파병부대의 성격 및 형태, 규모와 시기는 우리 군의 특성 및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결코 가벼운 선택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언급은 적절했다. 이라크 파병의 성공 여부는 앞으로 정부가 선택할 파병전략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정부의 선택은 가능한 한 한국군이 이라크에서 환영을 받는 데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그러려면 이라크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외국과 전쟁을 치른 이라크인의 피해 의식과 배타적 자세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병사들에게는 문화충돌로 인한 오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과 함께 ‘군복 입은 외교관’으로서 한국의 선의(善意)를 알리는 방법을 숙지시켜야 한다.

치안유지에서 현지 문화 존중에 이르기까지 이라크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로 임한다면 이라크 국민의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우리 기업의 이라크 진출에 대비한 배려까지 할 수 있다면 파병의 효과는 더욱 커진다.

미국에 대한 이라크인의 적대감을 고려해 현지 미군과 거리를 둘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 전체 정세와 저항세력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다른 이라크 파병 국가들과의 공조도 빠를수록 좋다.

최선의 선택과 충분한 준비에 전념해야 할 시기에 청와대 참모들이 파병에 대한 시각차를 보이는 것은 잘못이다. 대통령의 결단을 흔들고 국론분열을 부추기는 행동은 청와대 참모가 할 일이 아니다. 파병 이후가 더 혼란스러워진다면 유엔의 승인을 받아 이라크를 돕기 위해 현지에 가는 우리 군이 어떻게 자부심을 가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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