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불도저에 짓밟힌 생태, 관료의 무지는 罪이다

  • 입력 2000년 12월 1일 20시 05분


■ 모래 군(郡)의 열두 달

알도 레오폴드 지음 송명규

옮김 304쪽 1만2000원 따님

새만금 간척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천혜의 생태 보고가 불도저의 발굽 아래 무참하게 짓밟히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워 ‘월드워치연구소’의 소장 레스터 브라운이 얼마 전 우리나라를 찾았다. 그는 우리 관료들의 무지를 호되게 꾸짖었다. 몰라서 저지른 일은 용서해주는 것이 우리 풍습이지만 관료의 무지는 죄다. 우리 모두를 함께 수렁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지에서 벗어나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에게 ‘모래 군(郡)의 열두 달’을 사서 새만금 개발론자들에게 선물하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책의 마지막 장에 담긴 레오폴드의 생명철학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토지 이용을 단순히 경제적 문제로만 보지 말라고 경고한다. 생명공동체를 떠받치고 있는 토지의 생태적 기능과 윤리적 아름다움을 생각하라고 일깨운다.

우리는 종종 우리나라를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고 한탄한다. 그런 우리를 외국인들은 욕심쟁이란다. 갯벌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우리나라보다 더 훌륭한 갯벌을 지닌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다. 전세계가 부러워한다. 우린 참으로 복 받은 민족이다.

그런데 그 굴러 들어온 복을 내차고 있다. 예전에는 그야말로 쌀 한 톨이 아쉬워 메우기 시작했지만 이젠 다르다. 한 평의 농지에서 수확할 수 있는 쌀보다는 같은 면적의 갯벌에서 얻는 해산물과 환경정화능력이 몇 배 더 값지다.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은 이제 100%를 넘나든다. 그런데도 계속 메우고 있다. 그래서 세계가 우리를 비웃는다.

동강댐 건설사업이 그랬듯이 애당초 시작부터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었지만 이미 엄청난 돈과 시간을 투자한 마당에 예서 멈출 수 없다는 것이 또 하나의 궁색한 변명이다. 이같은 논리적 착오를 이른바 ‘콩코드 오류’라고 부른다. 콩코드 비행기를 개발하던 프랑스와 영국이 사업을 계속하면 손해가 점점 더 늘어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미 투자한 돈이 아까워 계속 밀고 나갔던 사례에서 유래한 말이다. 새만금 갯벌을 농지로 개발할 경우 앞으로 그에 따른 환경정화를 비롯한 여러 부대 시설들을 마련하는데 최소한 수조 원은 더 들어갈 것이다.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로만 분석해보더라도 철저하게 어리석은 일이다. 하루 빨리 손을 터는 것이 돈을 덜 잃는 길이라는 것은 도박꾼도 안다.

(서울대 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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