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존]'필름 커미션 국제회의'에 국내 제작자들 대거 참석

  • 입력 2000년 6월 23일 10시 34분


영화제작과 로케이션 촬영을 지원하는 필름 커미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 21일 '필름 커미션 국제회의'가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열렸다. 영화진흥위원회와 부산영상위원회의 주최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국제회의 수준에 걸맞게 런던과 홍콩, 고베의 필름 커미션 실무자 등 해외 영화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일본에서는 필름 커미션 네트워크를 준비중인 통상성 관료들이 내한했다. 우리측에서는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인 박광수 감독을 비롯해 제작자 유인택씨와 이춘연, 이은, 명계남씨 등이 참석했다.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필름 커미션의 역할과 지역 산업 발전과의 연관성'.

필름 커미션(Film Commission)이란 주로 지방자치단체 산하에서 비영리로 운영되는 단체로 영화 촬영 전반을 지원하는 일종의 지역 영화지원 시스템. 촬영장소의 추천, 허가, 섭외 등 로케이션의 기본적인 사항은 물론 숙박 알선, 엑스트라 제공, 각종 관공서의 협력 등 영화제작과 관련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이 제도는 1940년대 후반 미국에서 시작됐으며 지난 해까지 전세계 25개국 275개 사무소가 국제필름커미션연맹(AFCI)에 가입했다. 미국에만도 180개가 운영 중이지만 아시아엔 홍콩에만 이 기구가 활동하고 있다. 지난 해 창립된 부산영상위원회는 아직 AFCI에 가입하진 못한 상태. 따라서 이번 행사는 홍콩과 일본, 부산을 잇는 필름 커미션 네트워크를 구축, 동아시아 영화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길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필름 커미션의 역할은 매우 크고 다양하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일원화된 진행으로 시간 및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해당 지역은 고용창출 및 제작비 지출을 통한 지역경제의 발전, 조세 수입의 증대, 간접적인 홍보를 통한 관광자원화 등을 개발할 수 있다.

런던 필름 커미션의 제니 쿠퍼는 "<미션 임파서블>과 <글래디에이터>, <슬리피 할로우>, 그리고 <007네버 다이> 등 4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유치해서 얻은 지역 경제 수익만 약 3천억이며, 런던의 영상산업이 런던 GDP의 7%가 될 정도로 필름 커미션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말했다. 또한 런던이 영화에 자주 등장함으로써 얻어진 파생효과는 직접적인 수입의 2.5배 이상이라고 한다.

영화제작을 위한 행적적 인프라가 부족한 한국에서 부산영상위원회가 설립되자 상반기에만 23편 이상의 영화가 부산영상위원회에 지원을 의뢰했다. 박광수 운영위원장은 "연간 제작 편수가 50편 정도인데 23편이 부산에서 촬영된다는 건 부산이 주요 촬영지로 급부상한다는 뜻이다.

해외에서는 왕가위 감독의 문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장선우 감독의 신작 <성냥팔이 소녀>를 부산영상위원회를 통해 제작하는 기획시대 유인택 대표는 "부산이 갖고 있는 다양한 표정이 비현실적 분위기로 가는 이번 영화와 맞다"며 부산으로 가는 이유를 밝혔다.

한편 일본 통상성의 시기다 토요에이 씨는 "마라톤 경기는 시민의 협조가 당연하게 이뤄지는 반면 영화 촬영 협조는 다들 꺼린다. 영화를 만드는 것도 문화행사라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필름 커미션 운영은 문화적인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 말고도 실무적인 어려움이 많다. 영화 촬영은 광범위한 자원과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수반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과 관계 당국의 협조가 중요하다.

이번 회의에서 사회를 맡은 폴 리는 "태국에 필름 커미션이 있었다면 <비치>의 해변 오염 문제는 피해갈 수도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제니 쿠퍼도 "런던 필름 코미션을 통해 촬영된 <글래디에이터>의 경우, 숲을 태우는 첫 장면이 장관이었지만 사전에 임업당국자와 논의해 단 6그루의 나무만 태웠다"고 말했다. 필름 커미션이 만능일 순 없으나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한 조정 기관임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 회의는 22일 부산으로 이어지며 부산영상위원회의 사업 계획이 중심으로 논의된다.

<한승희(lisahan@film2.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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