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첫 단추는 잘 뀄다

  • 입력 2000년 4월 24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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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어제 영수회담에서 ‘새시대 큰정치’를 향한 첫 발걸음을 뗐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건설적 정치’로 ‘국민대통합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기로’ 한 양당 총재의 합의는 우리 정치가 앞으로 가야 할 기본방향을 적시한 것이다.

회담에서 여야 영수는 11개항에 의견일치를 보았다. 하나하나가 다 중요하지만 크게 보아 세가지가 큰정치의 주축을 이루는 합의사항이다. 지역간 갈등 해소를 통한 국민통합, 여야 협력과 신뢰를 토대로 한 국가안정, 그리고 한반도 평화와 화해 기반 구축을 통한 민족문제 해결이 그것이다. 이의 실현을 위해 인위적 정계개편을 하지 않고, 선거후유증을 조기 해결하며, 국회를 정치의 중심에 세워 개혁을 추진하고, 인권법 부패방지법 등을 조속히 처리키로 했다. 남북정상회담도 범국민적 초당적 지지 위에서 추진키로 했다.

총선 후 불과 10일 만에 이루어진 회담에서 이런 정도의 합의를 도출해낸 것은 주목할 만하다. 민심과 동떨어진 행태로 국민불안만 가중시켰던 정치권이 모처럼 민의를 바탕으로한 새정치를 약속한 것 자체가 흐뭇하다. 지역 계층 세대의 차이를 뛰어넘어 국민의 힘을 한데 모아 궁극적으로 민족화합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첫단추는 잘 꿴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치권의 합의가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실천이 문제다. 국민통합 국가안정 민족화해의 큰틀에 대한 여야의 다짐도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 틀이 포장한 내용물, 즉 세부실천사항에서 합의가 깨져 여야가 등을 돌리고 끝내 국정이 표류하는 모습을 우리는 수도 없이 보아왔다. 이번 합의문에도 선거사범에 대한 수사라든지 정계개편문제 등 미묘한 사항이 언급됐다. 이런 것들이 문안 그대로 실현되고 그 바탕 위에서 여야가 신뢰관계를 복원해야만 큰정치가 가능해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큰정치를 하려면 소소한 당리에 얽매인 책략정치를 탈피해야 한다. 영수들이 자주 만나 그럴싸한 합의를 만들어낸다 해도 당이 이를 뒷받침하지 않으면 공수표로 전락하기 쉽다. 그동안 몇차례 있었던 영수회담의 뒤끝이 좋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치졸한 말싸움이나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상대비방이 모처럼 일궈낸 합의를 원점으로 되돌리게 해서는 안된다.

여야가 상호 존중하고 신뢰하는 정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영수들의 합의사항 실천을 위한 민주 한나라 양당의 실무회담이 생산적인 회담이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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