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차수/변화없는 '개악 주역'

  • 입력 2000년 1월 19일 20시 13분


여야가 비판여론에 떠밀리기는 했지만 선거법 개정안 재협상에 들어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개악(改惡)’협상의 주역이었던 여야 원내총무들이 다시 협상대표로 나서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3당 총무들은 18일에 이어 19일에도 만나만나 선거구획정위원회 구성방안 등을 협의했으나 협의를 했으나 여전히 ‘제몫 지키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얘기했지만 이미 합의된 큰 틀 자체를 뒤흔들 생각은 없는 듯했다.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총무는 ‘위인설법(爲人設法)’으로 비판받고 있는 지역구-비례대표 이중등록제와 석패율제도에 대해 “지역정당 탈피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자민련 이긍규(李肯珪)총무는 인구 7만8614명인 자신의 지역구(충남 서천)를 살리기 위해 인구하한선을 현행 7만5000명으로 해, ‘긍규맨더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구하한선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고집했다.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는 편법으로 인정한 원주 경주 등 도농통합 4개 선거구 분구를 주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된 4곳은 모두 사정이 있으며 농촌지역 선거구 감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들 세 총무는 선거구 획정을 위한 인구기준일을 최근치로 하도록 돼 있는 법규정을 무시하고 ‘작년 9월말’로 했던 데 대해서도 “연중 농촌인구의 변동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한 목소리로 변명했다.

계속되는 이들의 변명과 자기합리화 행태를 보면서 ‘개악협상’의 주역인 이들이 바뀌지 않고서는 무엇이 얼마만큼 바뀔 수 있을 것인지 회의를 품지 않을 수 없다. 각 당 의원들은 “협상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혹 그들 스스로 이들에 의한 또한번 ‘개악협상’의 과실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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