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대북제재 강화로 北 압박? 그 반대로 봐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11일 12시 01분


“비핵화 강조할수록 목표에서 멀어져
북핵 고도화, 제재 국면서 일어난 일
한미훈련은 평화 수단이지 목적 아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0일 경기 고양시 소노캄 호텔에서 열린 통일부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0일 경기 고양시 소노캄 호텔에서 열린 통일부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핵 없는 한반도’라는 목표를 장기적 목표로 견지하면서 우선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기 위한 대화로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10일 오후 경기 고양시 소노캄 호텔에서 열린 통일부 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 논의는 비핵화를 강조하면 할수록 목표에서 멀어지는 딜레마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 표현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굳이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 장관은 미국이 최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는 배경에 대해서 “대화 입구를 열기 위한 전략적 조정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미국이 강조하고 있는 대북 제제 유지와 북한 인권 제기 필요성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 장관은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인권 문제를 강력히 제기해서 대북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로 봐야 한다”며 “지난 20년의 북핵 협상 역사 중 네 번의 대화·협상 국면과 네 번의 제재·압박·고립 전략 국면이 있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는 사실 제재·압박·고립 국면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0일 경기 고양시 소노캄 호텔에서 열린 통일부 기자간담회에서 한 취재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통일부 제공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0일 경기 고양시 소노캄 호텔에서 열린 통일부 기자간담회에서 한 취재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통일부 제공

북미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내년 한미 연합훈련 조정 필요성을 주장해 온 정 장관은 이날도 “한미 연합훈련은 한반도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는 없다”며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선 기준이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이라고 밝혔다. “북미대화 여건 조성에 필요하다면 ‘한미 연합훈련도 충분히 (조정을) 고민할 수 있다’는 입장도 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3일 외신 기자회견 발언 내용을 재차 강조한 것. 다만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7일 ‘이재명 정부 6개월 성과 보고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연합훈련 조정과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 추진을 위한 카드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정 장관과 입장 차를 보이기도 했다.

정 장관은 현재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구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정 장관은 “좀 이상하다”며 “행정법 체계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장관과 차관급인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2·3 차장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정 장관은 “그 문제점은 이 대통령도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외교부가 미국과 정례적 대북정책 공조회의를 추진하는데 대해 “한반도 정책과 남북관계는 주권의 영역”이라며 “동맹국(미국)과 협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강조했다.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과의 논의 과정에서 통일부가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동영#통일부#북한#비핵화#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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