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탠더드 라이프]「꽃도시 런던」시민이 가꾼다

  • 입력 1998년 12월 29일 19시 30분


영국은 70년대 이후 20년에 걸친 각고의 노력으로 소위 ‘영국병’을 퇴치하고 오늘의 중흥을 되찾았다. 사람들은 마가렛 대처 전 수상의 성공적인 공기업 민영화, ‘빅뱅’이라 불리는 금융시장의 개혁 덕분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런던시를 연간 3천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로 만든 것은 바로 시민들이다.

영국 어디를 가보아도 울창한 숲과 푸른 초원을 만날 수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길가에 나지막한 원통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많은 나라인 탓에 묘목이 다칠세라 원통속에 집어넣고 키우는 것이다. 영국인의 일상생활중 빼놓을 수 없는 일은 정원가꾸기다. 사시사철 정원에 탐스러운 꽃을 가꿔놓는다. 어느 동네에 들어서도 꽃모델을 뽑는 경연장에 온 것만 같다.

영국에서 오래된 건물의 개축은 반드시 주민과 관청의 환경심사를 통과해야 허가된다. 가급적 외양은 옛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내부만 편리하게 고치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는 어떤가. 고층에서 내려다보는 삭막한 도시의 거리, 모퉁이마다 빨래처럼 걸려있는 현수막 등 어느 하나 곱게 보아줄 것이 없다. 이제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 들어간지 1년. 외채 갚는 일이 당장은 급하지만 산업인프라에 더하여 1백년 후의 쾌적한 나라를 만들려는 환경 인프라 건설에도 게을리해선 안된다는 생각이다.

영국 근무시절에 만난 미국인 관광객이 나에게 던진 질문이 새삼 기억난다.

“한국 도시에도 숲과 공원이 많은가요.”

이 윤 우(산업은행 국제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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