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탠더드 라이프]지진대피요령 몸에 밴 일본인들

  • 입력 1998년 8월 25일 19시 26분


‘지진의 나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약 6년간 유학하면서 크고 작은 지진을 여러번 경험했다.

한번은 집에서 쉬고 있다가 지진을 만났다. 급히 부엌으로 가서 가스를 잠갔다. 잠깐 사이에 4살난 딸아이가 보이지 않아 여기저기 찾아보니 책상 아래서 방석을 머리에 쓰고 납작 엎드려 있었다.

딸은 보육원에서 배운대로 한 것이었다. 일본에선 어린이가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보육원이나 유치원에서 지진대비 교육이 이뤄지니 그야말로 몸으로 대피법을 배우는 셈이다.

지진을 느낀 뒤 TV를 켜보면 1,2분 내에 전국의 지진발생과 피해 상황이 자막이나 긴급뉴스로 나온다. 지진에 관한 정보전달이 지진만큼 빠르게 이뤄진다.

연구실에서 세미나 도중 지진을 만난 경우도 있었다. 유리창과 형광등이 세게 흔들리는 3도가량의 지진이었다.

일본 학생들은 가스를 잠그고 캐비닛이 쓰러지지 않도록 붙잡는 등 조치를 취한뒤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두렵긴 하겠지만 누구 하나 흥분해서 과잉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고 차분히 대응하는 모습이었다.

시내 건물을 밖에서 보면 빨간 역삼각형 표시가 눈에 띈다. 비상계단이 있는 곳을 가리키는 것이다. 건물에 들어가면서 이 표시를 봐두면 지진 등 비상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디로 대피할 지 금세 판단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다행히도 지금까지 큰 지진피해가 없었다. 그렇지만 지구환경 변화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언제 어떤 재난이 닥칠지 모른다.

조태동(강릉대 환경녹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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