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엔 개가 세마리나 된다. 세살짜리 돌돌이(마르티스), 두살반짜리 줄리(요크셔테리아), 그리고 생후 3개월된 다롱이(줄리의 새끼)다. 요즘 아파트에서는 개를 기르지 못하게 하고 꼭 기르겠다면 과중한 벌금(?)을 내게 하는 곳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 다행히 우리 아파트에서는 아직 별다른 제재가 없어 조심스레 개를 키우고 있다.
지난 93년 큰아들이 현역에 입대하고 작은아들은 지방대로 가게 돼 식구가 갑자기 반으로 줄게 됐다. 처음엔 홀가분하고 내 시간이 많아진 것 같아 즐겁더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휑한 집안이 너무 적적하고 허전했다. 그때 친구의 권유로 수놈강아지 돌돌이를 구해 기르게 됐다. 녀석이 어찌나 재롱을 부리고 영리한지 강아지를 기르는 것도 더할 나위 없이 즐겁다고 생각했다.
자영업을 하는 남편의 일을 도와야 하는 관계로 나도 가끔 늦게 귀가할 때가 있는데 그런 날은 하루종일 혼자 있는 돌돌이가 안쓰러웠다. 그래서 서로 의지하고 놀라고 암놈 한마리를 더 기르게 되었다. 그게 줄리다. 두녀석이 재롱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 세상 근심이 사라지는 듯했다. 얼마전 줄리가 새끼 세마리를 낳았다. 두마리는 이웃과 친지에게 분양했는데 어쩐 일인지 한마리는 뒷다리가 시원치 않아 그냥 데리고 있게 되었다.
그렇게 지내는 동안 군에서 제대한 큰아들이 돌아오고 작은 아들도 입대하기 위해 휴학하고 집에 돌아오니 집안은 개 세마리를 포함해 갑자기 일곱식구가 북적거리게 됐다. 작은아들이 군에 가면 집안엔 사람 수와 개 숫자가 똑같아질 형편이다.
사실 개 세마리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도 여간 힘든게 아니다. 나름대로 이웃에 피해가 될까봐 각별히 조심하지만 마음 한쪽으로는 늘 미안한 생각이다. 이제는 개 식구를 줄여야 할까보다. 그동안 개들과 더불어 살아오면서 단지 동물이라기보다는 내 아이 내 가족 같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래서 그런지 막상 줄이겠다고 생각하니 마치 자식을 보내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
누가 나만큼만 이 개들을 사랑으로 돌봐줄 사람이 있다면 나눠서 기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실은 어느 것 한마리도 보내기 쉽지 않을 것 같아 나는 오늘도 고민 아닌 고민을 한다.
윤명옥(경기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아름마을 405동 4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