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제 가능 1944명에 840억 감면
감사원 “60% 감면 방식 개선하라”
국유지 11% 무단점유에도 방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변제 능력이 충분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도 수백억 원의 채무를 감면해줬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15일 나왔다. 국가자산인 국유지의 약 11%가 무단점유 중인데도 변상금 부과 등 후속 조치가 미흡한 실태도 드러났다.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한국자산관리공사 정기감사’에서 새출발기금 원금 감면자 3만2703명의 변제 능력을 분석한 결과, 이 중 1944명은 변제 가능률이 100%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총 840억 원을 감면받았다. 월소득이 8084만 원인 차주가 채무 3억3000만 원 가운데 약 2억 원을 감면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캠코는 채무조정 시 차주의 월소득 등을 통해 산정한 변제 가능률과 연령, 상환기간을 고려해 감면율을 산정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은 변제 가능률이 70%를 초과하는 경우에도 차등없이 모두 60% 감면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실제 변제 능력이 충분한 차주까지도 최소 60% 감면을 받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캠코가 관리하는 국유지 73만 개 필지 중 7만9000개 필지(10.7%)가 무단점유 상태라고 지적했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캠코는 매년 국유재산 실태를 조사해 국유지가 무단점유된 사실이 확인되면 변상금을 부과하고, 불법 시설물을 철거해야 한다.
그러나 캠코는 무단점유 상태인 필지 가운데 5만8000개 필지에 변상금을 부과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은 무단점유자가 누군지 파악하지 못했거나 파악하기 위한 탐문조사 등 추가 후속조치를 실시하지 않은 상태였다. 무단점유자를 파악했으나 변상금을 부과하지 않은 금액도 25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무단점유자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무단점유자를 찾더라도 조사에 비협조할 경우 변상금 부과에 필요한 정부를 수집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감사원은 캠코에 새출발기금 운영 시 차주의 소득 등 상환 능력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감면율 산정방식을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을 통보했다. 또 변상금 부과 등 적정 조치 방안과 무단점유 해소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국유재산 실태조사 방식을 개선하도록 주의요구 조치를 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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